Ё
1. 개요
Ё, ё는 키릴 문자의 하나로, 러시아어를 비롯하여 러시아어 철자법의 영향을 받은 벨라루스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몽골어, 타지크어, 추바시어, 우드무르트어에서도 사용되는 문자이다. 러시아어에서는 7번째 문자로 발음은 [jɵ]이며(경구개 접근음+중설 원순 중고모음) 항상 강세가 적용된다. 한 단어에는 강세가 하나씩 들어가므로 일부 고유명사를 제외하면 한 단어에 하나씩 나오는 게 보통이다. 그밖의 언어권에서는 대부분 [jo] 발음이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ㅛ'로 옮겨적는다.
후술할 역사적 이유로 러시아어에서는 외래어 표기시에 [jo] 발음을 Ё가 아닌 Йо, ио, ьо로 옮기는 편이다.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Йо'''гурт(요구르트), Ра'''йо'''н(라욘, 구), То'''ки'''о(토키오, 도쿄), Батал'''ьо'''н(바탈리온, 대대)이 있다. 오히려 /ø/, /œ/ 음소를 러시아어로 옮길 때 О, Э와 더불어 Ё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Актёр(악툐르, 배우), Кёнигсберг(쿄니그즈베르크, 쾨니히스베르크)가 대표적이다.
위에 붙은 분음 부호는 쌍점(Двоеточие)으로 지칭되기도 하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2. 역사
발음 상으로는 о와 관련돼 있지만 형태는 е를 변형한 모양인데, '''역사적으로 е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е에서 ё로 파생될 때 나름대로 규칙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연음인 자음 또는 ш, ж[1] 뒤에 오면서 연음인 자음 앞에 오지 않고, 강세가 있는 е는 대부분 ё로 바뀌었다. '''ё는 항상 강세를 받는다'''라는 규칙도 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위 규칙을 따르면 러시아어에서 연음 또는 /j/ 뒤, 경음 앞에 강세가 오는 е는 나올 수 없겠지만 현대 러시아어에서는 적지 않은 예외가 발견된다. 대부분의 경우 과거 러시아어에 있던 모음 ѣ[2] 가 е로 합쳐졌는데, е에서 ё로 파생되는 음운적 변화가 ѣ가 е로 합쳐진 것보다 이전에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강세가 있는 ѣ는 위에서 설명한 환경에 놓여도 ё가 아닌 е로 남아있는 것이며, 그 밖에 다른 슬라브어에서 차용된 단어들 또한 위 규칙을 적용받지 않아 예외로 남게 되었다.[3]
(Cʲ: 연음 및 /j/, C: 경음)
Ё가 러시아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 시기는 1783년 11월 29일 또는 11월 18일로 보고 있다. 예카테리나 다시코바 공작부인(Княгиня Екатерина Романовна Дашкова, 1743년 3월 28일 ~ 1810년 1월 15일)이 한 학술회의에서 학자들에게 그 전까지 'іо'라고 표기하던 것을[4] 간편하게 'ё'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Ё가 정식으로 러시아 문자 순서상 7번째로 인정받게 된 것은 소련 시대에 와서였다. Ё의 표기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스탈린 정권(1942-1953년)이었는데, 스탈린의 죽음 이후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과 같은 몇몇 작가들에 의해서만 표기가 간신히 유지되었다. 이들은 작품 출판 당시 Ё의 표기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3. 혼란
러시아에서는 이 글자를 많이 쓰지 않고 비슷한 글자인 'E'나 'e'라고 표기하는 방식으로 퉁친다. 이유는 귀찮기 때문에(...)[5] 당장 스마트폰의 경우도 E를 길게 눌러야 하며, 많은 키보드의 경우 이 글자를 '~' 위치에 할당해 두었다.
원체 사용 빈도가 낮다보니 러시아에는 Ё와 관련된 웃지 못할 사건들이 많은데, 러시아인의 4% 정도가 이와 관련된 황당한 일들을 겪었다고 한다.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2009년에 블라디미르 요지코프(Владимир Ёжиков)는 유산 상속과 관련된 아주 골치 아픈 일을 겪게 되었다. Ё 표기가 누락되어, 신분증에 성이 예지코프(Ежиков)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요지코프(Ёжиков)와 예지코프(Ежиков)가 동일 인물임을 증명해야만 했다. 또한 타티야나 테툐르키나(Татьяна Тетёркина)는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았는데, 당시 공무원이 단순히 컴퓨터 키보드에서 Ё 입력 방법을 찾지 못해 성을 테테르키나(Тетеркина)로 바꿔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무려 8년 동안이나 새로 태어난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결국 그녀가 러시아인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귀족 료빈(Лёвин)의 'ё'도 'е'로 표기되어, 레빈(Левин)으로 변하게 되었다. 작중 인물이기에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톨스토이가 의도한 '료빈'은 러시아 귀족의 성으로 볼 수 있지만, 바뀌어 버린 '레빈'은 유대인의 성이기 때문에(다른 나라에서도 Levin/Levine 등의 이름으로 존재) 차이가 있다. 또한 톨스토이의 원래 이름이 레프(Лев)가 아니라 료프(Лёв)였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름에서뿐만 아니라, 단어에서도 'ё' 대신 'е'가 쓰여 단어 표기법 자체가 바뀐 경우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다만 현재 많은 신문사들이 Ё를 제대로 표기하기 시작했는데, 또한 러시아 국회의 러시아어 위원회에서는 5년 전에 신분증에서의 정확한 Ё 표기를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러시아 신문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상의 문제를 들어 Ё 표기를 꺼리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무려 25,000가지의 러시아 성이 Ё를 쓰고 있으며, 수천 개의 러시아와 다른 나라들의 지명이 Ё와 관계되어 있다.
4. 러시아어 이외 언어에서의 활용
러시아어로부터 키릴 문자를 차용한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 언어들의 경우 이 글자가 쓰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즈베크어 키릴 문자에서는 라틴 문자로 'yo'라고 쓰는 발음을 дунё ←dunyo ('세계') 처럼 'ё'라고 썼다. 반면 타타르어 키릴 문자의 경우 йолдыз ←yoldız ('별')처럼 ё 대신 йо로 풀어서 쓰고 있다.
몽골어에서는 /jɔ/ 발음을 나타내는 데 쓰이지만 몽골어 모음이 대개 그렇듯 단어 첫 음절이나 장음일 경우를 제외하면 약하게 발음된다. 가령 хоёр ('둘') 의 발음은 표기대로라면 '허여르'지만 '허이르'에 가깝게 들린다.
카라차이발카르어의 경우 ё가 단모음 /ø/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가령 단어 ёмюр('세기')는 '외뮈르' /ømyr/처럼 발음된다.
그 밖엔 무슨 연유에선지 외계어에서도 자주 쓰인다(…).
[1] 이 둘이 지금은 항상 경음인 자음으로 분류되지만 과거에는 항상 연음이었던 적이 있었다.[2] '야트(yat/jat)'라고 부르며, 고대 교회 슬라브어나 고대 러시아어 표기에 사용한 글자이다. 원래 /æ/ 발음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나 이후 a, ya, ye 등 다른 모음으로 음가가 바뀌었기에 철자법 개혁을 통해 폐지하였다.[3] 물론 여기에도 звѣ́зды → звёзды 같은 예외가 드물게 존재했다.[4] 근대 러시아어까지는 'і'라는 글자가 존재했으며 발음은 현대 러시아어의 'и'와 동일했다. 오히려 и의 표기 빈도가 더 낮았는데, 1918년 철자법 개혁을 통해 и로 통일하였다. 고로 당시 러시아어에서는 миръ(평화)와 міръ(세상)를 표기로 구분할 수 있었다.[5] 덤으로 역사적으로 Е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