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재

 


1. 설명
2. 사례


1. 설명


減速材
핵분열시 생성되는 고속 중성자의 속도를 줄여서 연쇄 핵분열이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 물질. '감속'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핵분열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진행 속도를 유지시키는 것에 가깝다.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로 흔히 사용되는 우라늄에는 우라늄 234, 우라늄 235, 우라늄 238의 3가지 동위원소가 있다. 이 중 235가 핵 분열을 일으켜서 에너지를 창출한다. 핵분열을 위해서는 중성자가 우라늄에 충돌해 줘야 하는데, 고속 중성자, 즉 속도가 빠른 중성자는 주로 238과 잘 반응한다. 중성자와 반응한 우라늄 238은 플루토늄으로 변환될 뿐, 핵 분열을 하지 않으므로, 에너지를 위해서는 235와 반응하는(정확히는 238이 잡아먹지 않는) 느린 중성자가 필요해진다.
중성자 자체는 핵분열을 통해 계속 생성이 되지만, 한 번의 핵분열이 만들어내는 중성자 중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거나 다른 원자에 흡수되지 않고 다른 우라늄 235 원자핵을 분열시키는 데 쓰인 중성자가 최소 1개 이상이어야만 핵분열의 연쇄가 지속된다. 그러므로 핵분열시 발생된 중성자가 우라늄 235를 분열시킬 확률이 높아지도록 감속시킬 필요가 있고, 원자로에서는 적절한 물질을 우라늄 사이에 집어 넣어 중성자의 속도를 늦춘다. 이 물질이 바로 감속재다.
운동량 보존의 원리에 따르면, 중성자에 비해 부딪히는 원자핵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튕겨나가는 중성자는 원래의 속도를 더 많이 간직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벼운 원자핵이 감속능력이 좋다. 물론 이 원자핵이 중성자를 포획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필요하다. 물이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물의 수소 원자가 보여주는 감속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수소의 감속 능력은 일반적인 충돌 후 중성자 에너지 계산 공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데, 이는 n-p scattering이라는 특정 매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성자를 흡수하지 않으면서 원자량이 작은 중수흑연이 주로 쓰인다. 경수(일반적인 물)는 수소 원자핵의 질량은 작지만 중성자를 어느정도 흡수하기 때문에 비교적 나쁜 감속재이다. 따라서 천연우라늄도 사용할 수 있는 중수 원자로와는 달리 경수 원자로는 반드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야 한다.

2. 사례


감속재는 원자핵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이므로 감속재가 소실되면 핵반응은 꺼진다. 그러므로 경수/중수로는 사고 등으로 감속재가 소실되면 원자핵반응이 멈춘다. 반면 흑연은 매우 열에 강한 물질이며 고체이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원자로가 폭주할 가능성이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1]
고속증식로에서는 우라늄 238을 플루토늄으로 바꾸고 플루토늄을 핵분열시키기 때문에 감속재가 필요하지 않다. 아니 있으면 증식(우라늄 238이 중성자를 흡수해 플루토늄이 되는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로인해 증식로에서는 중성자를 감소시키는 물 대신 다른 냉각재(액체 나트륨 등)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증식로는 말 그대로 '증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원자로이기 때문에, 상술한 것처럼 플루토늄 증식이 많이 일어나도록 고속 중성자가 중성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설계한다. 하지만 플루토늄-239 역시 온도가 낮은 열중성자와 반응할 때 분열률이 높기 때문에, 증식로의 핵분열 반응률은 별로 높지 않다. 따라서 증식로는 주로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2] 우라늄-238을 플루토늄화해서 최대한 가용자원으로 변환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농축과정에서 발생한 감손 우라늄을 증식재로 투입하거나, 아예 사용후 핵연료를 적당히 처리해서 그냥 집어넣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플루토늄을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MOX 연료와 같은 플루토늄 혼합 연료를 기존과 같은 저속 중성자 반응로에서 사용하는 별도의 연구/운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또한 세계의 원자력 강국들이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무래도 페이퍼 단계에 그쳤거나 하나로 정도에서만 굴려보는데 그쳤겠지만 말이다.

[1] 물론 경수/중수로는 반대로 감속재가 냉각재를 겸하고 있으므로, 감속재가 소실되면 원자로가 냉각되지 않아, 핵분열 생성물이 내는 막대한 방사능이 초래하는 열을 식힐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된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2] 그것도 그냥 부피만 차지하는게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