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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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공포 신작 마의 파편에 수록된 에피소드. 총 여덟 에피소드 중 여섯 번째 에피소드다.
1. 내용


1. 내용


주인공 '쿠메'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오랜만에 산에 오른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상처투성이 남자가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쿠메는 서둘러 구조대를 불러 남자를 구해냈고, 다행히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어 무사히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구조대원이 남자의 신원을 조사해본 결과, 남자의 이름은 '모리구치'이며 그가 등산한 날은 구조 날짜로부터 무려 한 달 전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즉, 모리구치는 한 달 동안 조난됐음에도 살아남은 것. 구조대원과 의사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모리구치는 배낭 속의 음식을 조금씩 먹어가며 간신히 한 달을 버텼다고 주장했다.
모리구치의 건강 상태는 한 달 동안 배낭 속 음식으로 버틴 사람치고 몹시 건강했지만, 부러진 다리는 여전히 문제였기 때문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기로 한다.
모리구치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 없이 보육시설에서 자랐고, 따라서 가족이 없었다. 더불어 직업도 없었기 때문에 연락하거나 병문안을 올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 대신 주인공 쿠메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에, 그의 옆에서 계속 이야기 상대가 되어준다.
그런데 모리구치는 이제 다리만 치료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결국 모리구치는 혼자 있는 게 무서운 나머지, 쿠메에게 오늘 밤 같이 있어줄 수 없겠느냐고 애원했고, 쿠메는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끼고 이에 승낙한다.
그 날 밤, 병원에서 잠이 든 쿠메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고 모리구치를 살펴본다. 그리고, 검은 몸의 여성이 모리구치 위에 올라탄 채 그와 입을 맞추고 있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쿠메는 여자에게 누구냐고 물었지만, 여자는 쿠메에게 다가오더니 싱긋 웃고 병실을 빠져나간다.
여자가 사라지자마자 쿠메는 모리구치를 살펴보는데, 모리구치는 입에서 어떤 덩어리를 토해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생고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쿠메는 모리구치에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고, 결국 모리구치는 진실을 토로한다.
사실 모리구치가 배낭 속 음식으로 한 달을 버텼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정확히는 조난 일주일 째 되는 날부터 검은 몸의 여성이 나타나, 마치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듯 입에 물고 있는 생고기나 피 같은 것을 먹여주었던 것.
모리구치는 그 덕분에 한 달 동안 조난당했음에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고, 본인도 자신이 목숨을 구한 것은 다 그 여자 덕분이라며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제 더 이상 도움이 필요없는데도 검은 몸의 여성은 계속 모리구치를 찾아왔고, 오늘 밤도 마찬가지로 생고기를 먹여주었던 것. 결국 쿠메는 좀 더 오랫동안 모리구치 옆을 지켜주기로 결심하며, 다음 날도 역시 모리구치 옆에서 잠이 든다.
다음 날 밤, 눈을 뜬 쿠메는 또 다시 검은 몸의 여성이 모리구치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광경을 목격한다. 하지만 이번에 모리구치가 토해낸 것은 생고기가 아닌 사람의 눈이었다. 여자는 쿠메가 그 모습에 놀라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병실을 빠져나간다.
쿠메는 여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곧장 그 뒤를 쫓았지만, 병원 출구에 다다른 순간, 여자는 갑자기 검은 날개를 펼치더니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져버린다.
쿠메는 결국 아침이 되자마자 경찰서로 찾아간다. 그리고 여자가 하늘로 날아갔다는 이야기는 빼고, 알 수 없는 여성이 자꾸 찾아와 생고기와 사람 눈알을 먹였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며 생고기와 눈알을 증거로 제시한다.
오래지않아 경찰이 병실을 찾아와 생고기와 눈알의 검사 결과를 보고하는데, 생고기의 정체는 바로 인육이며, 생고기와 눈알의 DNA가 일치했다고 한다. 즉, '검은 새'는 누군가 한 사람의 살을 뜯어먹어 계속해서 모리구치에게 전해주고 있었던 것.
인육이 개입된 탓에, 결국 쿠메와 모리구치는 경찰에게 자신들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고, 경찰은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두 사람을 범인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다행히 그 날 이후 '검은 새'는 나타나지 않았고, 모리구치는 다리가 완치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친구로 지낸 두 사람은 그렇게 이별했지만, 집에 도착한 모리구치는 계속해서 쿠메에게 엽서를 보냈으며 다행히 '검은 새'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후지산 정상의 얼음 구덩이에서 모리구치의 시신이 발견된다. 발견 당시 모리구치의 시신을 어떤 거대한 검은 새가 쪼아먹고 있었다고 하며, 실제로 시신은 온 몸이 뜯어먹힌 상태였다. 그리고더욱 이상하게도, 모리구치가 먹었던 인육과 눈알의 DNA가 모리구치 자신의 DNA와 일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검은 새'는 시간을 거슬러 미래의 모리구치의 살을 뜯어 과거의 모리구치에게 먹여주었다는 것.
쿠메는 모리구치의 유품에서 발견된 다이어리를 입수해, 모리구치가 죽기 전 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냈다. 일기에 의하면 분명 모든 문을 잠가놓은 집 안에 '검은 새'가 나타났고, 더 이상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검은 새'는 난데없이 자신의 팔을 물어 뜯어갔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리구치는 해외로 달아나려 했지만 '검은 새'는 그를 붙잡아 후지산 정상 얼음 구덩이에 가두고, 다리를 뜯어먹어 도망칠 수조차 없게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살을 뜯어먹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
얼마 뒤, 쿠메는 여전히 '검은 새'의 정체에 의문을 품으며 여느 때처럼 산에 올라 새를 관찰한다. 그런데 뭔가 바스락대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검은 새'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쿠메는 그만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고, 결국 다리가 부러지게 된다. 쿠메가 옴짝달싹 못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그 순간, '검은 새'가 내려와 입에서 입으로 고기를 먹여주며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결국 주인공 쿠메 역시 훗날 검은 새에게 살을 뜯어먹히게 된다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