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추억(영화)
1. 개요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술상, 촬영상, 의상상 수상작 / 음악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후보작
아서 골든의 소설 <게이샤의 추억>을 원작으로 한 2005년 영화.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 주인공 사유리는 장쯔이 배우가 맡았다. 시간 제약이 있는 영화의 특성상 자잘한 이야기를 쳐낸 것을 뺀다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소설과 거의 비슷하다. 게이샤에 대한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구현한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했기에 그 점에선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 자체가 왜곡된 것도 많다. 자세한 설명은 후술한 내용을 참조.
2. 예고편
3. 등장인물
3.1. 사유리
본명은 치요. 작은 어촌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어가자 9살의 나이에 언니 사츠와 같이 팔려가게 된다. 어머니는 위중한 상태이며 아버지도 늙어서 곧 언니와 함께 고아가 될 상황이라, 치요의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사츠는 게이샤 교육을 받기에는 나이가 많아서 사창가에 팔리게 되고, 치요만 게이샤 하우스(오키야)에 남게 된다. 하지만 치요의 예쁜 외모와 신비로움을 시기하는 하츠모모의 괴롭힘과 계략으로 인해 치요는 오키야 여주인[1] 의 하녀로 전락해버리고, 게이샤들의 악기와 게다(신발)을 닦고 잡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치요는 다리에서 울고 있다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다정한 손길을 내미는 남성(회장)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치요는 회장의 곁에 있는 게이샤들을 보고, '나도 훌륭한 게이샤가 되어 회장님의 곁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치요는 마메하로부터 교육을 받아 '사유리'라는 예명의 게이샤로 데뷔했고, 최고의 게이샤로 거듭나 회장과도 다시 만나게 된다.
사유리는 회장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만 엇갈리게 된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한 후, 결국 회장에게 사랑을 고백받게 된다.
모델은 1970년대 최고의 게이샤였던 이와사키 미네코라고 하지만, 최고의 게이샤였다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 미네코와 사유리는 여러 모로 다르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조.
3.2. 하츠모모
한때 오키야 식구들을 먹여살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지만, 자기 감정을 통제 못하는 성격과 가난한 청년과의 사랑 때문에 제대로 된 후견인조차 얻지 못하는 불운의 게이샤.
처음부터 예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치요(사유리)를 견제했다. 치요에게 당시 집 1채의 가격과 맞먹는 기모노에 낙서를 하도록 시켜서[2] 매를 맞게 만들고, 치요에게 사츠의 위치를 알려줘서 치요가 사츠와 도피하도록 시도하게 만든다.
사츠와 치요는 나이가 어린데다가 무일푼이고 보호자도 없어서, 둘이서 도피한다고 해도 두 자매 모두 창기로 전락하거나 거리에서 굶어죽게 될 게 뻔했다. 어른이라 세상 물정 모를 리 없는 하츠모모가 일부러 어린 자매를 도망치도록 유도한 것이니, 매우 악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린 치요가 우연히 밀회의 장면을 목격하는 바람에 연인을 잃게 되자, 이제는 원한까지 품고 집요하게 괴롭힌다. 고분고분해서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펌프킨을 제자로 내세워보지만, 마메하의 교육 덕분에 훌륭한 게이샤로 성장한 사유리(치요)에 밀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명성마저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마침내 오키야의 여주인이 자신의 제자 펌프킨 대신 사유리를 양녀로 삼기로 하자, 하츠모모는 반 미친 상태로 오키야에 불을 지르고 사라지게 된다. 그 후로 그녀를 본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살아남았다고 해도, 전쟁 속에서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러 모로 보아, 모델은 이와사키 미네코의 큰언니인 야에코인 듯하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조.
3.3. 마메하
당대 최고의 게이샤. 하녀 신세로 살던 치요를 데려다가 무용, 예법, 화술 등을 가르쳐서 훌륭한 게이샤 사유리로 키워낸 언니이자 스승이다.
원래도 하츠모모와 경쟁하는 입장이었는데, 하츠모모에게 찍힌 치요를 게이샤로 키워준 일로 하츠모모와의 갈등이 심해진다. 하츠모모가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언제나 위태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다가 파멸하는데 비해, 마메하는 게이샤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항상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
두 사람의 성격 차이는 남자를 사랑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하츠모모는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금지된 사랑을 불태우다가 신세를 망쳤다. 그에 비해 마메하는 자기 후원자인 남작을 사랑하지만, 게이샤로서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사랑을 드러내지 않고 남작의 바람기를 용인한다. 또한 남작이 사유리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할 때도 적당히 손을 써서 남작이 사유리에게 손을 못 대게 만들긴 하지만, 사유리의 입장을 알기에 사유리에게 원한을 품지 않는다.
사유리와는 패전 후에 다시 만나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여전히 사유리를 돕는다. 하지만 생활은 예전만 못해서 게이샤 일은 꿈도 못 꾸고, 겨우겨우 벌어먹고 살 정도로 안습이 되었다.[3] 마지막에는 노부가 다시 찾아와서 사유리의 후견인이 되어줄거라 믿었으나 노부는 안 왔고, 노부 대신에 회장이 왔으니 어쨌든 인생 피게 될 듯.
3.4. 회장
치요가 어린 시절 다리 위에서 울다가 우연히 만난 대기업의 회장. 당시 치요에게 빙수를 사주며 달래주는 등 관심을 보였고, 치요는 오키야에 팔려온 후 처음 접하는 친절에 감동해서 '회장의 곁에 다가설 수 있도록 게이샤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치요가 15살이 되었을 때 재회했고, 치요가 정식으로 사유리라는 이름의 게이샤가 된 후 은근히 관심을 보였으나, 자기 생명의 은인인 친구 노부가 사유리에게 관심을 갖는 걸 보고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후로 키다리 아저씨 같은 포지션이 되어 사유리가 곤란한 상황이 되면 도와줬고, 패전 후에 사유리에게 "노부의 사업을 위해 미군 대령의 환심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사유리는 이에 다시 게이샤로서 회장과 노부를 도와 계약을 성공시킨다.
이후 노부는 오사카 최고의 부자가 되었으나 미군 대령과 동침하려 한 사유리에게 실망해 만나지 않았고, 노부 대신에 사유리를 만나러 가서 그녀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며[스포일러] 구애해, 결혼하지는 않고 연인이 되는 데 성공한다. 게이샤는 결혼할 수 없는 몸이라 그렇다고 한다.
3.5. 노부
오사카에서 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의 오너. 과거에 전쟁터에서 회장을 구하다가 얼굴에 흉터가 남게 되었다고 한다. 즉, 회장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다.
그 시대의 다른 사업가들과는 다르게 게이샤를 경멸하며 옆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스모 경기장에서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유리에게서, 기존의 게이샤들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유리가 대단한 스모 애호가인 노부에게 "스모 경기 규칙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청하자, 처음에는 "게이샤 따위가 어떻게 스모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라고 무시한다. 그러나 사유리가 게이샤의 춤에 빗대어 "사업이나 스모도 거대한 판에서 이루어지는 춤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하자, 사유리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마음에 두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노부도 사유리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그 때문에 회장은 사유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단념한다.
훗날 일본이 패전하자 노부도 빈털터리가 되었다. 노부는 새로운 사업을 위해 미군 간부의 협조가 필요하여 사유리를 찾아왔고, 사유리의 성공적인 접대 덕분에 노부는 사업을 다시 일으킨다.
그러나 노부는 사유리가 미군 간부와 사통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이에 분노해서 사유리를 내쳐버린다. 그 대신에 그동안 포기하고 있던 회장이 사유리와 맺어진다.
3.6. 펌프킨
사유리가 처음 오키야에 왔을 때 친가족처럼 대해주며 그녀를 돌봐준 소녀. 경쟁자인 사유리를 도와줄 만큼 순수하고 착한 여성으로 성장하지만, 사유리와는 달리 게이샤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나머지 오키야의 여주인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면서 창기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부터 사유리에게 "나의 소원은 가족과 집이 생기는 것이야"라고 말했는데, 설마 사유리가 자신의 꿈을 빼앗을 거라고는 차마 눈꼽만큼도 생각 못했던 듯하다. 워낙 사유리와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설령 오키야의 여주인이 양녀 자리를 사유리에게 제안하더라도 사유리라면 거절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듯.
하지만 펌프킨의 예상과는 달리, 사유리는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펌프킨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유리를 배신하지만, 사유리는 자신이 펌프킨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츠모모가 사라지고 나서 더 이상 오키야에 남아있을 명목이 없었던 펌프킨은, 결국 창기로 전락하게 된다. 일본의 패전 후 주일미군을 상대하는 업소에서 일하며 사는데, 나오는 장면마다 술병을 손에 들고 다니며 취객처럼 행동하는 걸 보아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예전의 순수했던 펌프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펌프킨의 모습에, 많은 관람객들이 그녀를 동정하게 만들었다.
이후 사유리의 부탁으로 그녀의 일을 도와 능숙하게 미군을 상대하지만, 사유리를 배신해 사유리가 미군 대령과 검열삭제하는 걸 회장이 목격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사유리를 용서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고,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노부는 미군 접대 당시의 일로 사유리에게 분노해서 사유리의 후견인이 될 생각을 버렸다.
4. 평가
4.1. 국적 불명의 캐릭터
영화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배경이 일본이고 주인공이 게이샤인데, 주요 역할은 중국계 배우들이 맡고 영어를 쓴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인 사유리부터 하츠모모, 마메하 등의 게이샤들은 전부 장쯔이, 공리, 양자경 등의 중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4][5]
특히 '''주연 배우인 장쯔이는 이로 인해 한동안 중국에서 매국노 취급을 당하기도 했고, 이 영화 자체도 중국에서는 상영 금지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공리, 양자경은 상대적으로 비판을 덜 받았다.
사실 영미권 작품에서 중국계 배우가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반대로 일본계 배우가 중국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은 <게이샤의 추억>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이것도 그보다도 더 전에 아예 백인 배우가 황인 분장을 하고 중국인이나 일본인 같은 황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6] 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다만 본작은 게이샤라는 직업과 관련된 각종 편견들-오이란처럼 몸을 파는 직업으로 오해받는 것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이다.[7]
물론 이것이 일본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물들이 영어를 쓰는 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일본어도 섞어 쓰는 통에 혼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사유리가 첫 데뷔 무대에 들어가기 전에 마메하에게 '언니!'라고 부르고 마메하가 돌아보자 '고마워요'라고 하는데… 그 대사가, "'''오네상! Thank you."'''(…)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들으면 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다만 이건, 호칭 자체가 영어와 일본어가 크게 다르다 보니 생긴 문제로 보인다. 언니라고 할 법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기 때문. 차라리 그냥 영미권 정서에 맞게 이름인 마메하로 불러서 "'''Mameha! Thank you.'''" 라고 했다면 그나마 덜 어색했을 것이다.
게다가 본작에서 장쯔이의 영어 연기는 공리와 양자경의 영어 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 때문에 "차라리 영미권에서 태어나고 영미권에서 자란 동아시아계 영미권 국적 배우가 사유리 역을 맡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이 영화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오리엔탈리즘 때문이다.''' 롭 마샬 감독의 이전 작품인 <시카고>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감독 자체가 원칙주의나 고증을 내세우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것이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 제작진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들은 서양인 제작자들과 제작 과정 내내 서로 대립했으며, 일부는 촬영장을 이탈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등이 푹 파여 야시시하게 변형된 기모노[8] , 브로드웨이 식으로 변형된 교토의 음악, 그리고 8인치짜리 높은 조리, 그에 더하여 벽안을 가진 비현실적인 동양 여인[9] 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양에 대해 무지한 서구인의 환상이 만들어낸 허접한 할리우드 영화일 뿐"'''이라며 혹평을 했다. 서구권에서도 로튼토마토 35%와 메타크리틱 54점에 혹평을 받았다. 이동진 평론가도 "누가 오리엔탈리즘을 묻거든 이 영화를 보여주라"라는 냉소적인 평을 남겼다. "차라리 일본에서 일본 정서에 맞게 오리엔탈리즘이 빠진 내용으로 리메이크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도 있다.[10]
흥행면에서는 미국에서는 성적이 저조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럭저럭 흥행하여 1억 6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을 제작비의 2배로 보니, 제작비가 8,500만 달러라는 점과 2차시장의 수익을 생각하면 상업적으로는 이익을 거두었다. 다만 제작자와 감독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신통치 않은 흥행성적이라고 봐야 한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영상미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의상디자인상을 수상하며 3관왕이 되었다.
4.2. 게이샤?
게이샤란 일본어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일본인이 아닌)들이 듣기엔, '게이샤'라 하면 '창녀'라는 이미지가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원작과 영화에 주인공이 정식 게이샤가 되는 절차로[11] '미즈아게'라는 것을 거치는 것으로 나오는데,[12] '순결을 판다'라고 되어 있다. 영화 자막에 따라서는 미즈아게를 아예 순결 어쩌고 하는 것으로 바꾼 경우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당시 '''게이샤는 매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와사키 미네코가 강력히 반발했던 부분이다. 미네코는 자서전 <게이샤, a life>에서 게이샤들이 버는 돈을 언급하며,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데 왜 매춘을 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게이샤의 매춘행위는 게이샤 항목에서도 나와 있지만, 정확하게는 에도 시대부터 점차 금지되면서 메이지 시대 때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다. 특히 영화에서 첫 장면으로 보여주는 가난한 집안의 소녀들이 하나마치에 팔려가는 전개는, 작중의 배경이 되는 메이지 시대~2차 대전 전후 시점의 게이샤들은 공식적으로 매춘을 안 하는 입장이었으니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차라리 치요(사유리)가 "게이샤가 되게 해준다"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엉뚱하게 매춘을 하는 곳으로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진짜 게이샤가 되는 내용으로 나오거나, 아예 매춘과 관련된 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치요(사유리)가 어딘가에 팔려가는 것 없이 그냥 평범하게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모종의 이유로 게이샤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스스로 마이코가 되는 내용으로 나왔으면 고증을 지킨 자연스러운 내용이 되었을 것이다. 똑같이 게이샤를 유녀와 비스무리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영화 게이샤(영화)에서조차도, 주인공 이에코가 가난 탓에 스스로 게이샤가 되기를 원해서 오키야에 들어가지, 강제로 팔려가진 않는다.
게이샤는 예술을 하는 예인이고, 매춘은 하지 않았다. 소설과 영화에 나온 식의 '순결을 파는' 행위를 했던 것은 고급 매춘부로 분류되었던 유녀#s-2라고 한다.[13] 이 둘이 혼동된 것은 일본 정부가 매춘 사업을 금지하는 법령을 공표했을 때, 갈 곳이 없어졌던 유녀#s-2들이 게이샤 구역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유녀 중에는 게이샤처럼 춤과 악기에 능한 자들이 있었기에 비교적 잘 흡수되었고, 그랬기에 일반 대중들에겐 게이샤 = 매춘부라는 오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생을 생각해보자. 그녀들은 시와 서에 능했으며, 창을 부르고 악기를 다루는 등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또한 기생은 어엿한 예능인이었으며, 용비어천가나 유교 경전을 읊기도 했고, 독자적인 문학 장르를 이룰 정도였다.
이런 '''게이샤와 유녀#s-2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복장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선 게이샤는 흔히 '게이샤'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기모노를 입고 뒤에 '오비'라고 하는 커다란 허리띠를 묶은 차림을 한다. 머리는 올려 묶고 장식을 한다. 만약 기모노의 색상이 화려하고 머리에 꽃이 늘어진 비녀 등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으면, 견습 게이샤인 마이코이다. 정식 게이샤는 비교적 색이나 무늬가 단순한 기모노를 입으며, 머리 장식도 훨씬 적다. 이런 모습은 마이코보다 단아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유녀#s-2는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오비를 앞으로 매며''' 머리에 비녀를 여러 개 꽂는다. 특히 비녀를 무진장 많이 꽂는다. 마치 부채살을 꽂아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
<게이샤의 추억>이 개봉된 후, 비슷한 내용을 다룬 일본 영화 <사쿠란>이 나왔다. 이 <사쿠란>에서 보이는 유곽 여성들이 바로 유녀#s-2다. 잘 보면 머리에 비녀를 많이 꽂고,[14] 다들 오비를 앞에 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이샤와 오이란(유녀)을 비교·설명해 놓은 곳. 좀 길지만 자세하다. 그리고 오이란 항목에 들어가면 사진이 바로 나온다.
영화와 원작에도 다른 점이 있다. 게이샤에 대한 고증오류. 바로 결혼에 대한 것인데, 영화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레이션이 나오며 '게이샤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게이샤의 추억'이라고 하며 엔딩. 하지만 원작에서는 (결혼은 안 했지만) 사유리가 회장과 함께 살며 아이도 낳는다. 그리고 게이샤도 결혼은 할 수 있다! 단지 결혼하면 은퇴하는 것뿐이다. 평생을 게이샤로 살다 죽는 것은 아니다. 허나 실상 수많은 게이샤와 마이코들은 '몸이 아프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마이코나 게이샤 일에서 은퇴하곤 한다. 차라리 "게이샤는 결혼을 할 수 없다. 결혼을 하면 게이샤로서의 인생은 끝나기 때문이다." 라고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원작과 영화의 오류를 비판했던 '''이와사키 미네코는 자신이 직접 수필 형식으로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를 써냈다.''' 바로 '''<게이샤, A Life>'''라는 제목의 책.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절 상태다. 교보문고에서는 eBook으로 사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찾아보면 공공 도서관에도 있다.
따지고 보면 게이샤에 대한 이런 오해와 잘못된 상식들은, 게이샤들이 고수했던 신비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게이샤들은 이렇게 자신들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했다고 한다. 이와사키 미네코는 그것을 깨고 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니, 그녀가 자존심과 게이샤로서의 자부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우리는 감안할 수 있다. [15]
5. 여담
5.1. 게이샤의 머리모양
영화에서 오류가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사유리를 괴롭히는 라이벌로 등장했던, 공리가 열연한 캐릭터 '하츠모모'의 머리가 그것이다.
하츠모모는 영화에서는 내내 머리를 풀고 있다가 게이샤로서 연회에 참석할 때만 머리를 올린 모양으로 등장한다. 왜 이게 오류냐 하면, '''애초에 이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이샤의 머리는 아예 한번 손질할 때마다 왁스로 고정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하츠모모는 항상 머리를 올리고 있다. 단 한 번 풀어헤친 묘사가 나오긴 하는데, 바로 실성한 사람처럼 오키야를 떠날 때였다.
원작의 묘사를 보면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고 하나하나 다 빗질한 다음, 왁스를 녹여서 틀어올린 머리를 고정시킨다. 이렇게 고정한 머리는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고 고정이 된다. 유일하게 망가지는 경우는 잠을 자다가 뒤척여서 눌릴 때뿐이다. 그 외에도 원작에서는 게이샤들의 머리모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미용실에 가서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1주일에 1번 이상 미용실에 가는 게이샤는 없다.
머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막으려고 향수를 뿌린다.
오늘날의 게이샤들은 가발을 쓰기에 이런 고초를 겪지 않는다. 다만 아직도 교토의 마이코들은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머리모양을 만들기에, 여전히 위의 고충들을 겪고 있다고. 계속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틀어올리다 보면 탈모가 유발되기 때문에, 마이코 과정을 마치고 게이샤가 되면 가발을 사용하기로 했다고.머리를 만지는 것은 상당히 어색했다. 고정된 머리는 대개 그대로 붙어 있었기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유리가 손님의 시선을 끌려고 머리를 매만지는 대목)
5.2. 공리와 오고 스즈카
이 영화에 대해 격한 혹평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악녀 '하츠모모' 역을 맡은 공리의 연기만큼은 사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영화를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연기력이나 카리스마 면에서 주연인 장쯔이보다 공리가 넘사벽인 데다가 영어 발음도 더 유창하다.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장쯔이보다 공리가 더 인상 깊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 외에도 치요 역으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오고 스즈카도 주목을 받았다. 원래 오고 스즈카는 영화 <북의 영년>에서 와타나베 켄의 딸로 출연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와타나베 켄의 추천으로 치요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당시 촬영장 내의 최고의 귀염둥이였다고 한다.
5.3. 벽안의 동양인?
영화상에서 치요는 검은머리의 동양인이지만 눈은 벽안인데, 이런 형질은 드물다. 장쯔이와 오고 스즈카 둘 다 컬러렌즈를 착용했는데, 그 때문에 몇몇 장면에서는 흰자위가 충혈된 장쯔이의 눈을 볼 수 있다(…).
다만 확률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급이어서 그렇지, 아주 불가능하진 않은 듯하다. 한국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도 날 때부터 벽안을 가진 모녀가 5연승을 한 사례도 있다. 눈에만 일부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의 일종이라고. 또한 몽골 쪽에도 벽안인 사람들이 있다.
5.4. 한국계 배우
치요의 언니인 사츠 역할은 한국계 미국인 사만다 푸터먼(한국명 정라희)이 맡았다. 사만다는 1987년 11월 19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났으나(37세),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25세 때에야 우연히 SNS를 통하여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프랑스로 입양된 자매 아나이스 보르디에(한국명 김은화)를 만나게 된다.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이야기는 영화 트윈스터즈로 만들어졌다.
5.5. 촬영 장소
영화의 배경은 일본 교토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장면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했다. 옛날 교토의 모습을 재현한 대형 세트장을 샌프란시스코에 짓고 촬영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햇볕이 교토의 햇볕에 비해 지나치게 쨍해서, 비단을 이어붙인 거대한 천으로 촬영장 하늘을 가리는 방법으로 카메라에 담기는 빛의 수준을 조절했다고 한다. 이렇게 신경 쓴 덕분에 영상미가 매우 훌륭하다.
다만 미국에서 촬영한 탓인지 후반부에 나오는 일본군 차량이 미국 자동차처럼 좌핸들로 나오는 고증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일본에 본격적으로 좌핸들 자동차가 도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그나마도 좌측통행이다 보니 우핸들 자동차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며, 본작의 시대적 배경인 일본 제국 시절에는 아예 일본의 모든 자동차들이 우핸들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실제 우핸들 자동차를 쓸 필요 없이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좌핸들 자동차를 쓰면서도 자동차 핸들이 나오는 장면만 좌우반전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핸들이 안 나오게 하면서 연출을 통해 우핸들 자동차처럼 보이게 하면 될 일이었다. 예를 들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람이 자동차가 멈춘 후 자동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조수석에 탄 사람을 연기한 배우가 좌핸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연출을 통해 해당 배우가 좌핸들 자동차의 운전자가 아니라 우핸들 자동차의 조수석에 탄 동승자로 보이게 하는 식으로.
물론 세트장 촬영만 한 것은 아니고 교토 현지에서도 일부 장면을 촬영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주인공 사유리가 어린 시절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있는 센본도리이 사이를 뛰어다는 장면이다. 덕분에 교토의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가 되었다.
5.6. 번역과 더빙
일본에서는 일본어 더빙판 영화에 대한 혹평이 상당하다. 교토 게이샤 특유의 말투 같은 건 완전히 다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교토 말투가 아닌 평범한 도쿄 표준어로 녹음되었기 때문. 더빙판을 통해 교토의 정취를 기대한 일본인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반면 원작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한 오가와 타카요시는 "탁월한 번역 실력으로 교토 게이샤의 말투와 일본의 정서를 잘 녹여내었다"고 극찬을 받았다. 물론 상기한 바와 같이 고증에는 문제가 많은 작품이지만, 그걸 덮어 버릴 정도로 교토의 정취를 잘 녹여낸 번역자에 대한 극찬이다.
한국어 더빙판의 경우 영어 대사만 더빙되고 일본어 대사는 원판 그대로 나왔으며, 작중에서 잠깐 나오는 일본어 인사말의 경우 한국어 번역 없이 일본어 인사말로 더빙되었다. 사실 본작의 한국어 더빙판 자체가, 일본 실사물 더빙 감성보다는 서양 실사물 더빙 감성에 가깝게 더빙된 편이다. 한국 정서에 맞게 몇몇 일본어 고유명사를 제외한 모든 대사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는 더빙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본풍을 살린답시고 이렇게 애매한 더빙이 되다 보니 아쉬운 감이 있다.
5.7. 기타
- 일본계 미국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미라이 나가수가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옷을 입고 <게이샤의 추억> OST에 맞추어 경기를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쭉 미국 국적의 선수로 활동했으나, 일본적인 면모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 배우 김윤진이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가 거절했다.
[1] '오카상'이라고 불린다. 일본어로 '어머니'라는 뜻.[2] 심지어 그 기모노의 주인은 자신의 경쟁자인 마메하였다.[3] 전쟁으로 후견인인 남작이 가산을 다 날려먹고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스포일러] 사유리는 회장이 자기들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회장도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메하가 갑자기 나서서 하녀 신세였던 사유리를 게이샤로 교육시킨 것은, 회장의 부탁을 받아서였다.[4] 이런 비슷한 예는 닥터 지바고와 <맥켄나의 황금>에서 나온 배우 오마 샤리프도 있었다. 오마 샤리프는 이집트인이지만, 이 두 영화에서는 각각 영어를 구사하는 러시아인 의사와 메스티소 범죄자로 나왔다. 또한 1956년에 말론 브란도가 주연했던 <8월 달의 찻집>에서 말론 브란도는 일본인(!) 통역가 연기를 위해 일본인 분장을 하고 출연했다. 이 분야의 최고봉은 역시, 영화 <정복자>에서 칭기즈칸 역을 맡은 존 웨인으로, 미국 서부극의 대부로 불리며 대표적인 Badass 캐릭터의 배우인 백인 배우인데, 몽골인 분장을 하고 나온다.[5] 중화권 사극에서 중국계 배우들이 일본인 역할을 맡는 것은 논외로 한다. 한국 사극에서 한국인 배우들이 일본인 역할을 맡거나 일본 사극에서 일본인 배우들이 한국계 내지는 중국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6] 북경의 55일과 1960년대 영화 푸 만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7] 그 증거들 중 하나로, 닌자 어쌔신에서 한국계 배우들이 일본인 닌자 캐릭터를 맡은 것이 장쯔이가 본작에서 사유리 역을 맡은 것만큼 심하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던 것을 들 수 있다. 닌자를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일본에서든 서양에서든 대체로 판타지적인 과장이 더해진 모습으로 나올 뿐더러, 게이샤마냥 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도 아니다. 물론 쿠노이치 캐릭터의 경우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것도 일본 현지에서 상업성을 노리고 고증을 무시하면서까지 과장되어 나오는 이미지이며, <닌자 어쌔신>은 쿠노이치들이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나오는 묘사가 아예 없어서 그런 쪽으로는 논란이 없었다.[8] 원래 여성용 기모노는 에도 시대 중기를 기점으로 등의 맨 윗부분과 목이 노출되도록 입는 옷이 되었지만, 본작의 기모노는 그걸 감안해도 등의 노출도가 고증에 맞지 않게 높아졌다.[9] 물론 동양인 중에서도 벽안이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영화 분위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것.[10] 닌자의 경우 서양에서도 일본풍 콘셉트의 작품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인 데다가 어차피 일본 현지에서도 고증을 무시한 채 판타지적으로 과장된 이미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닌자를 소재로 한 서양 작품에서 나오는 과장된 닌자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논란이 덜한 편이다. 반면 게이샤라는 소재는 단지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예외가 있을 뿐 일본풍 콘셉트의 서양 작품에서조차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며, 일본 현지에서 게이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닌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과 달리 대체로 지나친 과장을 자제하고 고증을 잘 지켜서 나오다 보니, 본작에서 묘사되는 게이샤의 모습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더 많았던 것이다.[11] 그전에는 '견습 게이샤'인 마이코라고 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12] 원작 소설에서는 '미즈아지'로 되어 있다. 영화에서 명칭이 바뀐 것은 아니고 원래 미즈아게의 로마자 표기인 Mizuage를 번역시에 영어 발음으로 적어버린 것. 엄밀히 말하면 소설판의 오역이라고 볼 수 있다.[13] 참고로 영화 등에 오이란이라는 명칭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유녀#s-2 = 오이란'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녀를 모두 '오이란'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유녀 중에도 격이 높은 유녀를 칭하여 오이란이라고 한다. 여담으로 유곽에서 견습생활을 하면서 유녀#s-2들의 시중을 드는 견습생을 '카무로'라고 하며, 격이 높은 오이란들은 이 카무로를 잔뜩 데리고 다닌다.[14] 특히나 '타유'라고 불리는 큰언니는 제일 많이 꽂고 나온다![15] 그런데 이렇게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으려고 애썼던 이와사키 미네코를, 정작 그녀가 소속되어 있었던 기온코부에서는 매우 박하게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