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꽃떡(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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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계화꽃떡[2] .올곧은 평화주의자로,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보면 돌리지 않고 지적한다.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도 있다.
2. 초기 정보
3. 스킬[3]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무언의 고통
「또 책을 보고 있구나, 계화꽃떡.」 익숙한 목소리에 난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봤다.
화려한 차림의 부인이 화사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부인의 매혹적인 눈동자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증오가 담겨있었다.
날 향한 증오가.
부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책 좀 그만 보렴, 계화꽃떡. 네 마스터가 걱정되지도 않니?」
그녀는 이런 잔인한 말을 더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뱉었다.
난 몸을 일으켜 부인에게 인사를 올렸다. 내가 입을 열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막았다.
「먹이 다 떨어졌어. 어서 채워놓지 않으면, 네 마스터가 공부할 수 없으니까.」
부인은 고개를 돌려 마스터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스터는 너랑 달라. 공부하지 않으면, 이번해에도...」
「알겠습니다. 소녀가 얼른 가서 사 올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부인.」 난 그녀의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부인은 그저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마스터의 다 포기한 표정을 보자 실망감이 파도처럼 일려왔다.
이제는 익숙하다.
마스터와 부인에게 인사를 한 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원을 나섰다.
대문을 나서자 부인의 불평하는 목소리와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소매 속에서 서책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6.2. 2장. 익숙한 낯선 이
시장가에 도착한 나는 더없이 익숙한 풍경을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그때, 행복했던 과거가 뇌리를 스쳤다.
서점 문 앞, 나와 마스터는 직접 고른 책들을 즐겁게 교환했다.
장신구 상점에서는 마스터가 내 머리에 연꽃 비녀를 꽂으며 정말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
시장의 소음이 날 현실로 데려왔다.
이성이 끊임없이 말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아니라고.
아쉬움과 슬픔이 뒤섞인 마음으로 난 문방사우를 파는 가게 앞에 도착했다.
주인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난 한숨을 쉬고 잠깐 망설이다가 가게에 들어갔다.
사실 먹은 부족하지 않지만, 부인은 내가 집에 있는 걸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잡동사니를 사러 나가거나, 하인의 일을 돕곤 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상관없다.
하지만 부인의 증오에 찬 눈빛은 도무지 견디기 힘들다.
정말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다.
마스터가 부인의 데릴사위가 된 후부터 이렇게 됐다.
사실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기보다는 장가갔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데릴사위는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나는 결국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부딪치고 말았다.
게다가 영락없이 품에 안긴 꼴이 아닌가!
남자의 온기 때문인지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난 황급히 남자를 일쳐내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난 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소, 소녀... 사과드립니다. 생각에 빠져있던 바람에 그만...」
우물쭈물 말을 마친 뒤, 나는 한참 동안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하지만 남자는 목석처럼 얼뚱히 서 있을 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도포 차림의 우아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얼이 빠진듯한 표정으로...
한참 뒤 청년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계화꽃떡...?」
「앗?」
6.3. 3장. 점괘
「그래서, 소녀의 이름은 어찌 알고 계시는지요?」 난 식당에서 탁자 맞은편에 앉은 청년을 뜯어보며 말했다.
서점에서 나와 부딪쳤던 청년이 사과의 뜻으로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한 것이다.
있을 수 있는 흐름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청년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빼면 말이다.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어도 그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아는 게 내 이름뿐만이 아닐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청년과 대화하는 내내 무례한 태도를 유지했다.
물론, 이런 점을 의식하자마자 목소리를 추슬렀다.
내가 한눈팔다 부딪친 건 사실이니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소...녀?」 청년은 동작을 멈추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너, 자신을 소녀라고 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난 미간을 찌푸리며 청년의 의도를 가늠하려고 했다.
「누나라고 하는 줄 알았지.」 청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누나가 그렇게 말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런 식으로.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손에 든 서책으로 일부러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렇게 무례한 말은 하지 않사옵니다.」
청년은 내 말을 듣자마자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푸흡, 하하하하하...」
「무례한 말이라니... 하하하하!」
청년의 엉뚱한 태도에 막 화를 내려던 순간, 그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황산모봉이야. 태운관의 운유도사지, 특기는 점보기고.」
「요 며칠, 밤하늘을 보니 오늘 비범한 만남이 있을 거라는 해석이 나왔지.」
「인제 보니 그 만남이 너였던 거 같네.」
황산모봉은 들고 있던 총채를 휘두르더니 왼손으로 수인을 하고, 오른손에 쥔 동전 몇 개를 내게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빈승이 그대의 운명을 점쳐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네?!」
「아까부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소녀는 도저히...」 난 슬슬 뒷걸음질 쳤다.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건지 황산모봉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탁자에 동전을 흩뿌리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운이 계속됐군요.」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마스터까지.」
「......」
황산모봉은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기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맞는 말이었고 어느새 경청하게 되었다.
「정말... 운명을 점칠 수 있으십니까?」 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황산모봉은 들고 있던 동전을 튕겨 내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동전에는 「공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건 문제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난 멍한 표정으로 동전을 내려다봤다.
황산모봉의 말이 맞다. 모든 일은 「공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6.4. 4장. 엉뚱한 거래
몇 년 전, 마스터의 곁에 나밖에 없었을 때의 얘기다.
마스터는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밤낮으로 그의 곁을 지키며 호롱불과 서책 더미 속에서 함께했다.
우리는 서로 의지했고, 함께 성장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갔다. 마스터는 과거에 합격하지 못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절망도 커졌다.
즐거운 웃음소리도, 마음을 터놓고 하는 대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침묵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바꿔보려고도 해봤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잔혹한 현실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마스터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길을 선택했다.
바로 성공한 상인의 딸과 결혼한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장가라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데릴사위라고 손가락질했다.
이런 지독한 낭설을 마스터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그해부터 국가에서 상인의 뇌물 관련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시작했고, 이를 빌미로 또다시 낙방하고 말았다.
이후 집에서 나와 마스터의 위치는 더욱더 낮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마스터와 함께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우정을, 부인은 연정으로 오해하여 날 해코지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을 풀기 시작하니 홍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난 지난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고, 어느새 반나절이나 지나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려고 황산모봉을 본 나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그가 나와 부딪쳤을 때처럼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괜찮사옵니까?」
그제야 황산모봉은 날 보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느낌이 드는 눈빛으로...
그리고 동전을 꺼내더니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방법은 간단해.」
「네가 마스터를 떠나기만 하면 해결될 거야.」
「서두를 것 없어. 이건 해결 방법일 뿐, 바로 실행하라는 의미는 아니야.」
「이번 해, 네 마스터가 과거에 장원으로 합격하면 그를 떠나겠다고 약속해줘. 그거면 충분해.」
예전 같았으면 바로 알았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스터와 예전만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낯설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게다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난 마스터가 꿈을 실현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 갑자기 마스터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전, 행복하게 웃던 그 천진난만한 얼굴...
그래... 좀 황당무계한 제안이긴 하지만, 받아들여도 나쁠 건 없겠지.
마스터가 꿈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계화꽃떡... 나 과거에 합격하면 꼭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
마스터의 미소가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무기력하고 나약한 얼굴로 변했다.
난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소녀 제안을 받아들이겠사옵니다.」
반년 후, 난 축하 분위기로 치장한 집의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옆에는 내 짐을 든 황산모봉이 서 있고, 먼 뒤 편에는 마스터가 손을 흔들며 날 배웅하고 있다.
「인사 잘했어?」 황산모봉이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잘 마쳤사옵니다.」 난 잠깐 뜸을 들이다가 덧붙였다. 「마스터께서 꿈을 실현하셨으니, 저 역시 약속을 지키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