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구조
共鳴構造 / resonance structure
'''화학 결합에 대한 라이너스 폴링의 업적 그 세 번째'''[1] 이자, '''원자가 결합 이론을 완전체로 만드는 개념'''이다.
1. 역사
공명 구조는 라이너스 폴링이 벤젠의 구조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도입한 개념이다. 케쿨레가 주장한 벤젠의 구조는 탄소 육각 고리에 이중 결합과 단일 결합이 번갈아가면서 존재하는 기본형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그 당시에 밝혀져 있던, 벤젠의 모든 C-C 결합이 동등하다는 사실에 부합하기 위해서 이중 결합은 단일 결합으로, 단일 결합은 이중 결합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폴링은 양자역학을 기초로 새로운 설명을 제안했는데, 벤젠의 탄소-탄소 결합이 모두 단일 결합도 이중 결합도 아닌 그 중간 정도 되는 '''1.5 결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구조가 섞여서 하나의 구조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폴링이 제안했던 혼성 오비탈과도 일맥상통한다. 폴링은 '''이중 결합과 단일 결합이 교대로 있을 때 각 결합의 결합 차수가 변하는 현상'''을 '''공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공명을 통해서 나타나는 구조를 '''공명 구조'''라고 했다.
이 공명 구조 도입을 통해, 원자가 결합 이론을 통해 설명하던 구조와 실제 구조가 다르던 분자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원자가 결합 이론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3가지 개념 중 가장 마지막으로[2] 만들어진 만큼, 원자가 결합 이론을 완성시키는 개념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2. 설명
2.1. 쉬운 설명
다중 결합과 단일 결합이 번갈아가며 존재하는 '''평면''' 분자의 경우 공명 구조를 가진다.[3] 비공유 전자쌍이 없는 예로는 '''벤젠''' 등의 방향족 탄화수소들이나 다이엔, 트라이엔 등의 분자들이 있고, 비공유 전자쌍이 있는 예는 아세트산 이온이나 오존 등이 대표적이다.
2.1.1. 비공유 전자쌍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
위 그림과 같이, 통상적인 벤젠의 구조는 탄소 이중-단일 결합이 반복되는 왼쪽 구조 두 가지로 표현 가능한데, 각각을 '''공명 구조'''라고 부른다. 각각의 공명 구조들은 양쪽 화살표(↔)를 이용해 두 구조가 공명 구조라는 것을 표현한다. 여기서 조심해야하는 부분은 벤젠이 왼쪽과 오른쪽의 구조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벤젠의 실제 구조는 오른쪽과 같이 '''1.5중''' 결합이 6개 존재하는 구조로, 벤젠은 두 공명 구조의 특성을 모두 지닌 '''공명 혼성체'''로 존재한다. 이해를 돕기위해 비유를 들자면, 당나귀(공명 구조1)와 말(공명 구조2)의 혼종인 노새(벤젠)가 두 종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4]
실제 벤젠의 공명 구조는 위의 두 가지만이 아니고,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나머지 공명 구조들은 모두 전하 분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명에 크게 기여하지 않아[5] 중요한 구조들은 아니다. 전하 분리가 한 번만 일어난 '''모든''' 공명 구조는 아래 그림에 나와 있다. 물론 여기서 전하 분리가 한 번 더 일어나면 '''더 많은 공명 구조가 생긴다'''(...). 거기까지는 잘 고려하지는 않는다.
2.1.2. 비공유 전자쌍이 참여하는 경우
[image]
사진은 대표적인 비공유 전자쌍을 포함한 공명 구조를 가지는 오존으로, 가운데 아래에 공명 혼성체가 그려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비공유 전자쌍이 없는 예시와 동일하나, 이중-단일 결합이 반복되지 않는데도 공명이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2.1.3. 요약
공명 현상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6]
- 어떤 분자를 핵의 위치는 같고 전자의 분포는 다른 여러 가지 루이스 구조로 표현할 수 있을 때, 그 분자는 각각 일정 기여도를 가지는 모든 루이스 구조들의 평균으로 표현되며, 루이스 구조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 공명구조는 각 원자들의 최대 최외각 전자수 이상의 전자를 가질 수 없다.
- 루이스 구조가 안정할수록 공명에 더 크게 기여한다. 다음 세 가지를 만족하는 구조가 더 안정한 구조이다.
- 결합수 최대[7]
2.2. 엄밀한 설명
'''이 설명은 오비탈을 기본으로 하는 설명으로, 전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공명은 '''이웃한 여러 p 오비탈들 간의 겹침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10] 이렇게 p 오비탈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공명이 발생하는 분자들을 '''공액계'''(conjugated system)라고 부른다. 공명이 발생하는 이유는 p 오비탈들 2개씩만 각각 결합을 형성하는 것에 비해 모든 p 오비탈들이 함께 참여해 결합을 형성하는 공명이 일어나면 전자들이 비편재화되어 분자 전체가 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비공유 전자쌍에 의해 생기는 공명구조 역시 비공유 전자쌍이 일반적인 혼성에 참여하지 않고, 서 있는 p 오비탈에 들어가 공액계를 만들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오존의 비공유 전자쌍 중 혼성에 참여하는 것은 총 5개뿐이며, 남은 하나는 서 있는 p 오비탈에 들어가 공액에 참여한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역시 역시 전자쌍간의 반발에 의해 생기는 입체장애보다 전자의 비편재화에 의한 분자 전체의 안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혼성오비탈은 '''오직 기하학적인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되므로''',[11] 실제로 비공유 전자쌍이 참여한 공명이 생기는 경우, 즉 오존과 같은 분자에서 세 산소는 모두 ''sp''2 혼성이다. 이 예에서와 같이, 공명구조 각각에서, 모든 원자들은 비록 비공유 전자쌍이 존재하더라도 혼성은 같아야 한다. 공명구조들 각각의 '''기하학적인 구조는 같고''', 다른 것은 오직 '''결합의 차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자오비탈 이론에서는 분자오비탈 자체도 분자 전체에 대한 파동함수이기도 하거니와, 화학 결합을 동적인 '''bonding'''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분자들을 설명할 경우에도 공명구조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12] 실제로 공명구조가 존재하는 분자인 1,3-부타다이엔을 분자오비탈을 이용해 설명하면 아래 그림처럼 된다.
[image]
[1] 폴링의 다른 업적은 전기음성도와 오비탈 문서를 참조할 것.[2] 앞선 두 개는 각각 전기음성도, 혼성오비탈이다.[3] 혹은 비공유 전자쌍이 공명 구조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공액계'''로, 더 정확한 설명은 아래에서 다룬다.[4] L.G. Wade, Jr. (2012). Organic Chemistry (8th edition), Pearson, (pp.14-15)에서 의역[5] 기여도에 대한 설명 또한 아래에 서술한다.[6] CAREY, Francis A.; SUNDBERG, Richard J. Advanced Organic Chemistry: Part A: Structure and Mechanisms, 18p.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2007에서 의역하여 인용. 주석은 인용한 내용 외의 내용이다.[7] 예를 들어 산소의 경우는 결합수가 2개인 경우 가장 안정하며, 질소의 경우는 결합수가 3개인 경우 가장 안정하다는 뜻이다.[8] 위에서 든 벤젠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전하 분리가 없는 구조가 훨씬 더 큰 기여도를 가진다.[9] 전기음성도가 더 큰 원소가 (-) 전하를, 더 작은 원소가 (+) 전하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10] 반결합 MO가 참여하는 공명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11] 착각하면 안 된다. 혼성오비탈 때문에 분자 구조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분자 구조가 그렇기 때문에 그 기하구조에 맞는 혼성오비탈로 분자를 해석하는 것 뿐'''이다.[12] 원자가 결합 이론에서 공명구조가 필요했던 이유는 화학 결합을 정적인 '''bond'''로 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