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파괴

 

1. 개요
2. 상세
3. 정당화론
4. 반대 이론
5. 관련 문서 및 외부 링크


1. 개요


國語破壞
기존의 한국어한글체계에서 용인되지 않는 표현을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 이 말을 하며 지적하는 것은 대표적인 규범주의이다.

2. 상세


많은 곳에서 '한글 파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 국어와 한글을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시선에서 와전된 표현이다.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그렇게 쓴다. 엄밀하게는 한글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하는 글자이기에 단어와 문법 등을 잘못 쓴다고 한글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한글 문서에서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를 살펴보자.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한국 밖에서는 한국어나 한글이나 잘 쓰이지 않아 혼동해서 그렇지, 베트남이나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로마자를 쓰지만 그 언어 체계는 라틴어 및 그에서 파생된 언어들과 전혀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고.
'신조어'와는 다른 뜻이다. 대체로 해당 단어가 기존의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난감해서 지상파 TV방송이나 일간지 등에서 사용될 정도로까지 정착되면 신조어 취급을 받으면서 사전에도 등재되곤 한다.[1] 그러지 않은 경우에 '국어파괴'로 여겨지며 대차게 까인다. 또한 개별 단어가 아닌 어문규정[2]에 변화를 주는 경우에 역시 거의 예외없이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신조어냐 언어 파괴냐를 가르는 요소는 사람별로 기준이 판이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언어 사용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방언을 언어 파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로서, 대구 방언에서 비롯된 '쌤(선생님)', 인천 방언인 '쩐다(대단하다)' 등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갑자기 유행했기 때문에 이것이 방언임을 모르는 타 지역 사람들은 젊은 세대가 억지로 만든 말로 오해하기도 한다.

3. 정당화론


몇몇 사람들은 이 '국어 파괴'가 지속되면 최종적으로는 한민족이 유구한 시간 동안 한국어를 통해 축척해온 문화적 유산을 모두 잃고 의사소통을 서로 못 하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언어란 본래 쉼없이 변화함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 현대 한국어도 근대 한국어의 입장에서 보면 '국어 파괴'요, 근대 한국어중세 한국어의 입장에서 보면 '국어 파괴'고, 중세 한국어신라어의 입장에서 보면... 국어 파괴론대로는 국어는 상시로 '파괴'되어 온 것이다. 조선 이전 언어는 현대와는 매우 다르기에 만일 조선인과 한국인이 만나면 소통 자체를 못 하고, 조선인과 한국인이 만나서 언어 배움 없이 잘 대화하는 드라마 대부분의 장면들도 상당한 고증 반영 오류로 볼 수 있으나(물론 완벽한 고증/사실 반영은 없다), 현대에는 조선 이전 언어를 쓰는 없다시피 하니 사람들은 잘 소통한다.
한국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조선 말기부터이고, 우리가 아는 한글의 모습은 주시경이 다듬어 만든 것이다. '한글'이라는 단어도 바로 저 주시경이 만든 단어다. 넓게 보면 세종 대왕의 동국정운이 실패한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어 파괴론대로는 그 언어를 사어가 되게 해야 국어 파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국어 파괴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그렇게 묘사하는 것이고, 사실 언어의 사회성역사성을 잘 드러내는 예시이기도 하다. 언어는 애초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약속인데, (특히 표준어 규정을 들먹이면서) "무조건 이렇게 써라!", "바꾸면 안 된다!"같이 주장하는 건 어떻게 보면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사실 신조어가 아니어도 (거의) 안 쓰인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조선 정조 때의 문체반정처럼 젊은 세대가 쓰는 거친 말이나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흔한 일이고, 좀 과격한 측에서는 국어 파괴 운운하는 건 신세대 문화를 이해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늙은이들이 꼰대질하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몇몇은 소수가 다수에게 강요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소수의 사용자'에게 속하는, 대표적으로 청소년들이 과연 그 언어를 모르는 '다수'와 대화를 할 때에도 그러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자. 소수의 사용자들은 그들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과는 표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소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러한 말투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만이다. 물론 기술주의를 표방하며 말만 통하면 그만이라면서도 자기네 방식이 옳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규범주의인 셈이다.
외래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한국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외래어는 애초에 그 개념 자체가 외국에서 생겨난 거라 한국어에 마땅한 말이 없는 경우에 그걸 들고 와서 쓰는 것인데, 실제로 그런다고 한국어 문법이나 표현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어가 사라지려면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의도적으로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원래 한국어에 있던 표현을 억지로 외국어로 바꾸려고 하는 한국어 화자는 없다. 외국 문화권에 익숙해서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거나 외국물 좀 먹었다고 허세 부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통신 용어의 사용도 사실 별 문제는 아닌 게, 통신 용어는 온라인 상에서 타자의 편의성이나 재미, 감정 표현 등을 위해 만들어냈을 뿐이고, 오프라인에서 그걸 말이나 글로 쓰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러기도 어렵고. 그리고 거의 모든 통신 용어는 유행이 지나면 사어가 되어 버린다. 이를테면 한때 유행했던 '방가방가' 같은 표현을 요즘 누가 쓰는가?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는 것.
그런 신조어가 사어가 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쓰던 말을 무조건 지금도 계속 쓰는 게 무조건 최고라는 뜻인가? 지금 우리가 쓰는 말도 그 당시에 쓰는 말이 쇠퇴하고 새로 생긴 조어이다. 새로운 말이 계속 생기고 사라지는 것은 사회대로 흘러가므로 어쩌지 못하는 일이다.
또한 번역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번역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번역가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의미다. 번역가는 원래 외국어 실력만큼 중요한 게 한국어 능력인 직업이다. 그런데 자기 직업에서 기본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는 논리로 안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면 해도 좋은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게 된다.
이것("4. 영어 단어 100개 외울 시간에 2-3개 단어만 집중적으로 파자")과 이것("언어는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生滅)을 거듭한다. 이 같은 언어의 역사성으로 인해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벤야민은 ‘번역불가능성’보다는 ‘번역가능성’에 주목한 철학자이다.")도 참고해도 되겠다.

4. 반대 이론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젊은 세대 사람들이 쓰는 거친 말이나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 등에 민감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상스러운 탓이면 상대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이 소통하는 데에 적절한 어휘인지, 윤리 문제가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면 말이 달라진다.
10대만 쓰는 은어, 인터넷 신조어를 60대 정도에게도 쓸 정도는 아니어도, 의사소통을 서로 못 하게 될 정도는 아니어도, 사실 국어 파괴로 느껴지는 것이 언어 소통에 방해가 됨을 암시하고 있다. <정당화론>에도 적혀 있듯이 거친 말이나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잘 드러내는 예시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처럼 언어로써도 사회나 역사를 엿볼 수도 있고, 일시적 유행일 수 있는 용어, 그러니까 얼마 못 가 사어가 될 말을 많이 만들어 내는 등 빠른 언어 변화도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다. 언어에 신경 쓸 방송인들, 언론인들조차 방송 프로그램에 그런 표현들을 거리낌 없이 쓰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표준어'와 대등한 자격으로 인정하는 건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더구나 모국어라고 모국인들만 쓰는 것도 아니다. 각종 언어 교과서에도 등재될 정도가 아니면 번역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소한 말은 당연히 모를 수 있어서 번역가는 외국어로 번역하는 때에 사정이 있어 잘못 번역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이유로 마냥 형편없는 번역가로 몰아서도 안 된다. 그 또한 꼰대질일 수도 있다. <번역할 수 없는 표현> 문서도 참고. 발전은 그렇다 쳐도, 신조어 말고도, 어떻게 보면 비문(문법), 겹말, 모순어법 또는 불규칙 활용 같은 예외가 생기는 변화와 글자 수가 늘어나는 변화는 간결체나 경제성이나 정확성을 따지면 퇴화로 볼 수 있다(그래서 에스페란토 같은 인공어가 생기기도 했다). 사이시옷만 해도 혼란해하기 쉽다.
외래어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언어가 타국어에 완전히 잠식당하고 종국에는 앞 세대까지 쓰이던 언어가 사어가 되는 현상은 세계 여러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는 문화재 손실과 비슷하기도 하다. 아이슬란드는 매우 강경한 모국어 순혈주의를 고수했음에도 인터넷 번역기의 보급과 젊은 세대 사람들의 영어 선호 때문에 몇 세대 뒤에는 없어질지도 모르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정당화론>에도 있듯이 한국어에 마땅한 말이 없는 때에 그걸 들고 와서 쓴다고 한국어 문법이나 표현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도 하지만 그 또한 한국어를 지키려는 마음이 무의식으로나마 있기 때문일 수 있고, 젊은 층에서 '아내'가 '와이프'로 널리 대체되고 '경우'와 '사례'가 '케이스'로 널리 대체되었듯이 반드시는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러는 마당에, 현재는 한국어 전체가 사라질 정도는 아니어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써 한국어가 완전히 없어질 뻔한 역사가 있는 한국에서 외국어와 외래어로부터 한국어를 지켜내려는 움직임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3]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수적인 측면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투리야 그 나름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문화재 측면으로 유리하지만, 표준어는 '전 국민 소통'을 위하는 것임을 상기해야 된다. 한국 표준어 맞춤법은 1933년에 정식으로 나온 이래로 남한에서는 50년대에 일시적으로 개정되고 80년대에 정식으로 개정되었는데, 적응의 어려움 문제도 있다 보니 1933년에 나온 맞춤법으로 배운 사람들도 아직 살아 있다. 2010년대 이후로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하나만 옳은 것으로 남기려는 경향이 셌기에 80년대 개정 때에도 예외가 어느 정도로 생겼고, 그래서 현재의 맞춤법은 어떻게 보면 옛 세대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한 예시: 모음조화). 반면, 조어가 한국어보다 더 많이 생기고 사라지는 영어의 철자법은 오히려 최근 100여 년 동안에 두드러지게는 개정되지 않았다.
같은 의미로, <경로의존성> 문서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만 슬로시티 운동처럼 빠른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세대차 및 적응 문제도 있다.
많은 신조어들이나 빠른 언어 변화가 제대로 감당되지 않으면 나중에 고증/사실 반영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사극 인물들이 현대어를 사용하는 것은 큰 오류로 볼 수 있지만 당대 언어를 그대로 반영하면 수용자에게는 작품 이해를 거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 말들을 잔뜩 쓰다가 나중에 어떤 프로그램에 언어 반영 오류가 생기자 어떤 신조어가 안 나왔다는 등으로 까기만 하면 이중잣대책임전가가 된다. 비슷하게 실제로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옛 물건들 반영 오류 때문에 까는 사람들도 있다(<소품> 문서 참고).
도구도 잘못 쓰면 사람을 망칠 수 있듯이 언어도 악용할 수 있다.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 문서에 있는 몇몇 내용들도 그 예. 특히 지역드립 같은 욕설로의 변질은 오해 내지 왜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별난 이름/사례> 문서의 <언어 변화> 문단에도 있듯이 이런 언어 변화 때문에 놀림거리가 된 사람들도 있고, 인권 침해 신조어도 있다. 이는 언어보다는 언중의 태도 문제가 큰 것이지만 바꾸기가 언어보다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 윤리 문제도 있고 규범도 처음에는 기술된 것이니 기술주의를 주장해도 윤리보다 앞서면 안 되고, 사회와 역사를 들여다 보며 규범주의가 왜 생겼는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역사성과 '민주화'의 의미 변화.
(참고 자료: 1, 2, 3, 4, 5, 6, 7)
주시경도 관련 이야기를 했다. 문서 참고.
또한 <정당화론>에서 언급된 문체반정은 사실 국어파괴로 말미암은 반응보다는 기존 문체에서 벗어난 열하일기 같은 문학에 대한 반발 때문에 시행된 것이다. 게다가 그 기존 문체에서 벗어난 것이 <나는 가수다>로 기존문학이 표현한 것을 '나는 열정적인 가수다' 정도로 미사여구를 썼을 뿐이므로 요즘에 문제되는 인터넷 신조어와는 궤를 달리 한다.

5. 관련 문서 및 외부 링크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만 해당 지적 글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

[1] 국립국어원에서는 2007년부터 '신조어 사전'이라는 사전을 내고 있다.[2] 문법, 발음법,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3] 다만, 일본식 한자어번역체 문장이 현재도 남아 있고, 아직도 널리 쓰인다. 일본어를 안 쓴다고 했지만 정작 일본어의 한자 표기만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듯하다.[4] 이 부분은 언론이 오히려 국어파괴를 부추긴다는 내용이다. 특히 인용할 때에 따옴표와 인용격 조사, 인칭대명사를 잘못 써서 비문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