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현매
1. 개요
금현매(琴絃魅)는 『월정만필』에 기록된 귀신이다.
2. 전승
김유신(金庾信)이란 사람이 계유년(1513년으로 추정)에 생원시에서 장원을 하고 뒤에 대과(大科-생원시는 소과(小科)에 해당함)에 올랐을 때 였다. 자문(咨文-일종의 공문서)을 보내기 위해 말을 점검하러 곽산(郭山-평안북도 정주)에 이르렀다가 갑자기 대낮에 귀신에게 눌림을 당했다. 귀신은 마치 가야금 줄과 같은 끈 하나로 갑자기 그의 배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칼로 그 실을 끊으려 했지만 끊는 족족 다시 붙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밖으로 부터 홀연히 삼베 직령(直領)을 입은 서생이 들어오자, 귀신은 공중에서 여자의 목소리로 정 한림(鄭翰林)은 왜 자신의 원수를 갚으려는데 방해를 하느냐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서생은 군수에게 대나무통 하나와 주사(朱砂-한의학에 쓰이는 광물의 일종)를 달라고 하였고, 군수는 이에 따랐다. 서생은 작은 종이 두 장을 잘라 부적을 그리고 하나는 대나무통 아래, 하나는 통 위에 얹어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그러자 귀신의 울부짖는 소리가 대나무통 속으로 들어갔고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귀신이 사라지자 유신은 깨어났고 서생은 지금은 비록 살아났지만 오던 길로 다시 가서는 안된다고 일렀다. 이에 가짜 관(槨)을 만들어 '김유신의 관(金庾信之柩)'이라 쓰게 한 뒤 한길을 따라서 돌아가게 하였고, 유신의 복장을 달리하여 수안(遂安-황해북도 수안) 산골짝 길을 경유하여 서울에 돌아오게 하였다. 그 뒤 유신은 살았어도 넋 나간 사람처럼 3년간 살다가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서생을 곧 정희량(鄭希良,1497 ~ ?)이라고 하였다. 정희량이 죽지 않고 나타난 것은 일찍이 유신을 가르쳤으므로 옛 정을 못 잊어 구해준 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