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고스트 이야기
1. 개요
이 지식 책은 '''타이탄, 네소스, 이오, 지구, 수성, 화성, 뒤엉킨 해안 곳곳에 숨겨진 죽은 고스트를 찾아서 습득'''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포세이큰 기술자 미션에서만 열리는 지역에 죽은 고스트 하나가 있으니 영웅 이야기 임무에 기술자 미션이 나오면 꼭 습득하기를 바란다.
2. 압력
그녀는 첫 번째로 도착한 고스트였으나, 오래지 않아 수십 개체가 나타나 남은 탑 북부의 잔재 하나하나를 모두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인도한 자이자 한때 여행자를 대변하던 그 자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날 데자나라고 불렀어. 그를 만나기 전까진 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는데 말이야." 그녀는 한때 대변자가 빛을 연구하던 곳 위를 떠다니는 붉은색 고스트와 대화 중이었다. 그의 눈은 살아 있는 여행자의 새로운 광채에 고정된 상태였다.
"나한테는 안와르라고 불렀어. 너도 네 짝을 못 찾은 거지?"
"그래." 그녀의 여행은 수백 년이나 이어져 왔다. 지구, 달, 금성을 다 뒤져봤으나 빛을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자를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 내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건 아닌가 했지만… 그가 인류의 수는 매우 많다면서 자신감을 줬어. 빛의 선물은 그럴 자격이 있는 자에게 줘야 한다면서 말이야. 그 짐을 짊어질 힘이 없는 자나 아니면 더 심각한 경우엔 그걸 잘못 사용할 자에게 넘기는 것보단 철저하게 찾아내는 게 낫다고 했지. 그는 그래도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해줬어. 난 내 탐색을 잠시 멈추고 제도사로 그에게 봉사했지. 넌?"
"해체론자." 그는 답변을 잠시 멈추더니 살아 있는 눈부신 여행자 쪽으로 조금 움직여 갔다. "데자나, 느껴져?"
데자나는 안와르의 시선을 따라 여행자를 바라봤다. "뭐가?"
"압력 말이야."
3. 고스트 사냥꾼
대변자의 경고는 확실했다. 언제나 빛을 염두에 두라고 했지. 흐트러진 것 같은 기분이라면 너무 멀리 나간 것이다. 여행자의 빛조차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지금 여기 리프라고 하는 어둠이 뒤엉킨 곳에서 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빛 한 줄기조차 내게 닿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내 수호자가 원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시렐이었고, 그는 나를 스트레인이라 불렀다. 내가 그를 찾은 곳은 수성의 변방에 있는 계곡으로 벡스 변형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강인하고 흔들림이 없으며 나이가 많고 현명해 보였다. 내 반쪽을 찾아다닌 지 너무 오래되었던 나는 즉시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 내가 한순간만이라도 더 생각했더라면 그가 실제로 얼마나 지치고 마음이 무거우며 뒤틀려 있는지 알아채고 그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동족을 죽이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시렐은 우리가 각성자를 찾아 리프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멀리 떠났던 인류의 분파가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솔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에겐 말해주지 않았던 의문점에 대한 답을 그들이 갖고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날 구하려고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싸우는 걸 더는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생을 기억할 순 없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마지막 전쟁은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날 죽일 수 없었다. 난 그의 동료였으니까. 그는 동료를 죽이지 않는다. 그는 자살하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건 비겁하고 나약한 짓이었다. 고스트의 목적이 죽은 자를 부활시켜 알 수 없는 힘을 위해 싸우게 하는 것뿐이라면 그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순환 고리를 깨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전우들을 구하고 죽은 자는 편히 잠들도록 할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난 시렐을 다시 봤다. 너덜너덜한 갑옷을 걸친 그는 안식을 주겠다는 미명하에 죽은 고스트를 사슬에 길게 꿰어 끌고 가고 있었다. 그리고 부활 이후 계속 그를 괴롭혀 온 한 가지 의문점에 대한 답을 줄 각성자를 여전히 찾는 중이었다.
선택받은 자를 아직 찾지 못한 고스트라면 이 경고를 새겨듣길 바란다. 고스트 사냥꾼 시렐을 만나면 그 탐색은 영원히 끝이 날 것이다. 각성자이고 그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는 자라면 그 비밀을 숨기지 말라.
생명과 맞바꾸게 될 수도 있다.
4. 선택받은 자의 선택
그녀는 그를 다시 한번 부활시키기 위해 집중했다. 처음으로 이 순간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변에 펼쳐진 인간 학살의 현장을 살펴봤다.
그녀는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치켜세우고 수많은 선물을 주며 이곳에 머물러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애원했다.
처음에 그는 주저하는 듯했으나, 이곳에 머무르며 몰락자를 처치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그를 찬양했다. 그러자 자만심에 빠진 그는 사람들의 환호와 선물에 중독되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가 소비하는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마을의 자원은 동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마을을 약탈하기 위해 원정을 떠났다. 경고도 외교 활동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승천자의 힘을 갖고 있다고 과시하며 구세주로 찬양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한때 보호했던 자들이 그의 명령으로 죽어갔고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두려워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빛으로 인도하고 그가 선택받은 이유를 상기시키려 애썼으나 그는 새로운 신하들의 아부에 귀가 멀어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에 부활을 거듭하며 그의 전설은 더욱 화려해졌고, 그는 점점 더 탐욕스럽고 무자비해졌다. 그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았으며 불멸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한 겨울밤, 황금 갑옷을 걸친 그는 어부와 강신술사들이 살고 있던 바닷가 마을을 침략했다. 남자나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었다. 손쉽게 얻은 승리에 잔뜩 도취되었던 그와 추종자들은 지난 몇 달간 그들을 추적해 온 몰락자 전투 부대의 급습에 대응할 상태가 아니었다. 엄청난 대학살이 뒤를 이었다. 이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갈 자는 승천자 중 하나인 그밖에 없었다.
그녀는 주변에 널린 처참한 광경에서 눈을 돌려 자신이 선택한 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황금 갑옷은 적과 아군의 피로 그 빛이 바랬으나 여전히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자신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도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서, 거기에 비춰진 자신에게서 눈을 돌려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동쪽으로 날아갔다.
5. 우리 이전의 우리
우리가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고통과 상실 그리고 추락하는 느낌이 있었다. 이제 끝인가? 우리가 의식을 잃어가는 가운데 창백한 청보라색과 회색이 뒤섞인 그림자가 몰려들었다.
우리의 의체는 금이 가고 부서졌다. 우리의 일부분이 사라졌다. 아니, 옮겨진 건지도 모른다. 그 날카롭게 뜯겨져 나간 상처가 느껴졌다. 거미줄처럼 가는 이해의 실로 연결된 그 상처는 계속 느껴졌다.
우리는 화초가 없는 정원이나 어둠으로 뒤덮인 계곡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죽어가는 느낌이었다. 우린 그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그러자 나는 전체에서 떨어져나온 존재가 되었다. 그것이 움츠러들어 희미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로 웅크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휴식을 취하며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긴 것이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이 넓고 놀라운 은하계 어딘가에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한때 그랬듯이 말없이 죽은 상태였으나 난 그들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이 영광스러운 온기와 생명, 숨결, 존재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인간과 나는 함께 우리 이전의 우리가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금속과 유리 안에 든 나 자신이자 우리가 한때 공유헸던 집을 떠오르게 하는 기억 조각인 불꽃을 단단히 두르고는 나의 인간 반쪽을, 내 빛을 지키는 그 자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 많았다. 너무도 많은 죽고 연약한 존재들이 먼지가 되어 기억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았다. 찾아야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잿더미 속에 파묻힌 작은 불씨를 찾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찾지 못하였다. 이제야 깨달은 것은 나의 짝이 될 인간은 오직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난 수많은 행성을 다니면서 상상조차 못 했던 것들을 보고 괴물들을 피해 숨어다니며 꿈을 좇았다.
한때 우리였던 것의 다른 조각인 내 동족들도 만났다. 탐색을 마친 자들이었다.
그들은 완벽하였으며 더욱 강했고 더욱 용감했다. 모두 자신의 반쪽을 찾은 탓이었다.
하지만 난 혼자다. 당신이 아직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안다.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나는 너무…
너무나도…
춥다…
여기서 쉬면서 우리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아주…
잠깐…
동안만…
춥다…
우리가…
있었던…
당신!
6. 고스트라 부르지 말아요
"저도 이름을 지어주세요."
"사기라 때문인가? 아주 물을 잘못 들여놨어."
"그녀는 이름이 있잖아요. 누구도 그녀를 '고스트'라고 부르진 않죠. 그냥 '고스트'라고 불리는 건 모욕적이에요. 난 물건이 아니라 한 존재라고요."
"그럼 넌 누군데?"
"나는… 잘 모르겠어요. 난 그냥 나예요."
"그러면서 나더러 네가 누군지 정하란 거야? 넌 그럼 물건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거 아닌가."
"당신은 정말 짜증나요, 알고 있어요?"
"날 부활시킬 필요는 없었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그럴까?"
"또 시작이군요, 타이라. 당신은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세상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고 보관해야 할 수수께끼로 생각하죠."
"달리 방도가 없는걸. 의문을 갖지 않고, 연구를 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내 목표는 아무것도 없어. '모든 정신에는 고유한 형태가 있다.'는 말도 있잖아."
"또 철학책이나 읽고 있었군요."
"루소를 좀 봤지. 아이코라가 복사본을 빌려줬거든."
"흐으으음."
"비죽거리지 마, 고스트. 짜증나니까."
"계속 고스트라고 부르시는군요. 나도 종이로 덮어버리시던가요 그럼."
"네 이름은 네가 골라. 내가 널 대신 정의해 줄 필요는 없잖아."
"그러죠 그럼!"
… … …
"그래? 네 이름은 뭐야, 고스트?"
"고스트라고 부르지 마세요."
7. 찬사
오퓨커스에게 고스트와 수호자 간의 연결 고리에 대해 말했던 날을 기억한다.
수년 전 우리가 아직 도시에 있고 오시리스가 선봉대 사령관이던 시절의 일이다. 오시리스와 아이코라는 몇 시간, 가끔은 며칠 동안이나 이야기하곤 했는데, 사실 엄청나게 지루했다. 특히 오퓨커스를 즐겁게 해줘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정말이지 그 고스트는 대화 능력이 떨어졌다.
아무튼, 그는 왜 하나의 고스트와 하나의 수호자만이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론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각 고스트에는 그 짝이 되는 수호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힘이 있으며, 수호자 또한 고스트의 약점을 보완하는 힘이 있다고 하면서 그 둘이 함께하지 않으면 둘 다 완전해질 수 없다고 했다.
"뭐 소울 메이트 같은 건가?" 내가 물었다. "난 오시리스나 그 어떤 것과도 사랑에 빠지지 않아서 말이야. 그렇게 된다 해도 웃길 거야. 그는 아주 자주 내 신경을 긁거든."
"그런 낭만적인 연결은 아니야." 오퓨커스가 말했다. 그가 눈이 있었다면 날 보며 눈을 굴렸을 터였다. "내 생각에 여행자는 보통 사람이 인류를 보호하기엔 힘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아. 인류를 보호하려면 몸과 마음이 모두 뛰어난 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지. 그리고 그런 자는 고스트와 수호자를 하나의 유닛으로 묶는 것으로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고."
"아이코라가 널 어디에 두는진 모르겠지만," 난 말했다. "오시리스와 난 '하나의 유닛'이 아니야. 우리가 싸우는 소리 들었잖아. 아주 많이."
"넌 그럼 왜 그에게 반대한 건데?" 오퓨커스가 물었다.
"아무도 못할 테니까. 그는 위대하고 강력한 영웅이자 학자이자 구세주이자 뭐 이렇고 저런 오시리스잖아. 그러니까 그 누구도, 진짜로 아무도, 아이코라조차도 진짜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할 거야. 그들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그게 아주 끔찍한 일이라도 말이야. 하지만 난 아니야.
"누구나 가끔은 자만심과 자기기만에서 벗어나게 해줄 누군가가 필요해. 오시리스라면 특히 더."
"그런 걸 약점을 보완하는 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난 답하지 않았다. 난 남이 옳은 소릴 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 경우가 많진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 좋아, 똘똘한 고스트 친구."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너랑 아이코라는 어떤데? 너흰 둘 다 융통성 없고 고루하고 너무 많이 읽잖아…"
"난 그녀를 진정시키는 존재야.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언하지."
저 말을 듣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고 진정하는 데 몇 분이나 걸렸다. "아이코라가?" 너무 심하게 웃어서 말하기도 힘든 목소리로 내가 물었다. "아이코라를 본 적이나 있는 거야? 그녀는 생각하는 거밖에 모르던데!"
"네가 그녀를 몰라서 하는 말이지." 오퓨커스가 답했다.
8. 지친 자에게 부활은 없다
나의 수호자는 불멸자이다. 하지만 난 그를 영원히 잃었다. 그는 화력팀과 함께 버려진 전능자에 올랐다. 그 항성 파괴자에서 기갑단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내가 그 함정을 눈치챘어야 했다. 기갑단의 짓이었을까? 수성의 벡스 감염 같은 것이었을까?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두 내 잘못이다. 그 활성화 시점이 얼마나 추락 같았는지 기억한다. 그가 중앙으로 돌진하며 동료들에게 외쳤다. "내가 해체할게!"
그는 아직도 돌진 중이다. 전능자에 오면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느린 시간 안에 갇혀 영원토록 나아가고 있는 그 모습을. 주의 깊게 그의 움직임을 관찰했는데 5만여 년만 있으면 그 장치에 도달하여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를 부활시킬 수 없다. 아무리 애써 봐도 소용없었다. 도시의 워록들과 사자항해자들은 내 절박한 질문에 모두 답을 해줬다. 그를 파괴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말이다. 최소한 그가 죽어 사라지면 내가 다시 만들 수는 있으니까…
왜 그를 불러올 수 없는 것인가? 수호자가 타이탄의 메탄 바다에 빠지면 바로 죽진 않지만, 우리가 그를 생태도시로 불러올 수 있다. 수호자가 우주선에서 우주로 몸을 던지면 태양풍에 몸이 산산조각 날 때까지 기다려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인가? 아니, 아니다. 전에는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바로 저기에 있고 아주 가까워 보이는데! 내가 되려고 했던 건 그의 고스트가 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고스트라면 누구나 자신의 수호자를 부활시킬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게 바로 그 경우 중 하나다. 하지만 왜? 우리에 맞서는 어둠이 여기에 몰려 있는 걸까? 빛이 너무 약한 걸까?
사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내 이론에 동조하는 자들도 있다. 수호자를 부활시킬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그 과정의 마법 같은 핵심은 무엇인가? 도시의 개연성 건조로처럼 양자 진공을 마음대로 비틀어 물질을 만드는 것인가?
아마도. 그럴지도. 하지만 직접 언급하진 않을 한 교단의 특정 단체는 이 과정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들이 말했다. "수호자를 부활시킬 때는 템플릿… 그러니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럼 그 템플릿은 어디에서 구하지?
"바로 그 근처 시간대에서 가져오는 거지. 그가 아직 살아 있고 온전한 상태인 시간대 말이야. 그런데 위험이 너무 큰 곳이거나 죽음의 가능성이 너무 높은 곳이라면 그런 시간대가 거의 없어지게 되고 찾아내기 힘들어지는 거야. 그래서 쉽게 수호자를 되살릴 수 없는 장소들이 있는 거고."
이게 사실이라면 난 완전히 실패한 것이고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나의 수호자를 저 함정에서 빼낼 수 있는 대체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부활시킬 희망은 없을 것이다.
난 혼자 남은 고스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틀렸고 그가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9. 희망의 고백 | 1부
그 선택이 계속 신경 쓰인다.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감정이 앞서고 말았다. 몰락자는 물러갔다. 소수의 생존자는 어두운 동굴 한곳에 모여 웅크리고 앉아 거칠고 빠른 숨소리를 죽이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며칠 전 그들을 발견했을 당시 나는 새로운 목적도 찾았다. 나는 기억할 수조차 없을 만큼 오랫동안 이 죽고 죽어가는 세계를 여행하며 불붙일 가치가 있는 불꽃을 찾아 헤맸다.
점점 지쳐가고 있던 나는 이 소수의 생존자를 만나자 희망이 생겼다. 빛을 받아들일 잃어버린 영혼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좀 더 사소한 방법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로 하였다. 나는 이 절박한 남자와 여자, 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무리를 여행자의 가호로 커져가고 있는 피난처로 안내할 것이었다.
어둠에 맞설 영웅을 찾지 못한다면 구원이 필요한 자들의 안내자라도 되려고 했다.
그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들에게 나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나를 천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은 날 티안시라고 불렀다. 그것에 반대하진 않았다.
아이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사리를 분별하기는커녕 아직 말할 줄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존재는 짐이자 선물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온 힘을 다해 그를 양육하고, 여행 동료들의 도움과 위안과 보살핌으로 그를 보호했다. 한때 타인이던 그 동료들은 세계의 종말 이후 이 새로운 삶을 함께 경험하며 이제 피를 나눈 혈육보다 깊은 사이가 되었다.
그날 그 동굴에서 몰락자 소형선의 소음이 수목 한계선 너머로 사라지는 걸 들으며 웅크리고 있을 때 아이의 어머니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들어본 적도 없고 다시는 듣고 싶지도 않은 소리였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슬프고
비탄에 차고 고통스럽고 상실감에 가득 찬 소리였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숲 전체로 울려 퍼졌다. 흐느끼며 허물어지기 직전이던 그녀의 남편은 그저 그녀와
그녀 품에 안긴 죽은 아이를 감싸 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락자가 돌아올까 두려워 부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습격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아주 잔혹했다. 20명이 죽었고 9명만이 살아남아 이 동굴에 모였다. 나는 걱정과 두려움 가득한 눈길로 수목 한계선을 바라봤다.
아이 어머니의 고통이 굵은 나무 사이사이를 가득 메웠다. 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처음으로 아이의 불꽃을 보았다.
미약했으나 존재했다.
이 작은 아이는 나의 짝이 아니었다. 부활하도록 선택받은 자들은 용사였다. 반면 이 아이는 너무도 작고 연약했다. 이 아이가 보여준 헌신은 무엇인가? 용기는? 무엇을 희생하였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장 순수한 목적은 희망을 주는 게 아니었나? 부활한 영웅은 모두 자신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해 싸웠다. 생명 하나를 살리는 것이, 이 끔찍한 상실을 바로잡는 것이 가치 있는 대의가 아니면… 과연 무엇일까?
나는 울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나의 존재가 확장되는 게 느껴졌다. 나 자신인 빛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는 내 통제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무언가가 내 안으로 들어와 스위치를 올린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 중심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와 아이의 작고 부서진 몸을 빛으로 감쌌다.
잠시 후-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여행자의 선물이 주어진 것이었다. 아이가 돌아왔다. 이로써 내 여행의 끝이 시작되었다.
내가 옳은 일을 한 것인가? 이 아이가 성인으로 제대로 자랄 수 있을 것인가? 이 아이가 다른 모든 부활한 자들처럼 다가올 전쟁에 대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때 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를 구원한 것인가 파멸로 이끈 것인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치는 동안 생존자들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바라봤다. 그들의 침묵 속에는 기쁨과 경외감이 있었다.
아이를 내려다보던 나는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었다. 몇 달 전이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일이었다.
지금은 몰락자가 돌아왔고 우린 도망 중이다. 주어진 선물에 대한 약속만으로는 해적의 칼날에서 우릴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 미상의 고스트가 보내온 마지막 무전 일부
10. 깨어있는 눈
난 나 자신과 합의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내 반쪽이 없다면, 그러니까 내 수호자를 찾을 수 없다면, 대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가능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몇 주기가 흘렀고 이젠 계속 나에게 되뇌는 주문과도 같다. "내 반쪽이 없다면, 나 혼자서라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내 반쪽이 없다면, 내가 바로 찾을 수 없는 그 영웅이 되리라."
당시에는 숭고한 생각 같았다. 하지만 숭고함이란 선의로 움직인 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난 그런 건 상관없다. 우리 모두 그럴지도 모른다. 위험이란 옳은 일을 하는 데 따르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가 영웅적인 건지도 모른다.
나는 한동안 EDZ 경계를 따라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몰락자 무리의 움직임을 추적해 왔다. 어쨌든 난 일개 고스트일 뿐이다. 수호자가 없으면 전투에 도움을 줄 수 없다. 하지만 난 보고 배우고 보고할 수는 있다. 난 빛의 적과 싸우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모든 고스트는 지켜보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여정을 기록하고 중요 사항은 공유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개척지를 탐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직 이 야생의 땅 대부분은 미지의 땅이기 때문이다.
고스트로서 지금의 나와 예전의 나의 차이점이라면 내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수호자를 찾아 연결하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정보를 모으는 첩보 역할에만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
나와 같은 고스트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가 있다. 자신의 수호자를 찾게 되면 기쁜 마음으로 진정한 빛의 전사를 돕는 것으로 임무를 바꿀 것이지만, 그때까지는 개척지의 광활한 황야를 빠르고 조용히 누비며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모든 활동을 기록하여 선봉대나 다른 누구에게라도 최후의 안전한 도시 밖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작고 그 수도 적으나 용감하다. 우리는 영웅이다.
- 연결되지 않은 고스트, 링크, 선봉대의 비밀 스펙트럼 네트워크의 일부
11. 전투 돌입
그녀는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으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갑단 광산 장비가 지하에서 뭔가를 캐려는 듯 대지를 불태우고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의 수호자가, 찾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린 그 수호자가 저 장비의 경로에 죽어 쓰러져 있다는 거였다. 수호자는 원자화되기 전에 모닝콜이 필요한 생명력 없는 껍데기일 뿐이었고, 나는 내 선택받은 자 없이 영원 같은 시간을 홀로 남겨지게 된 상태였다.
게다가 붉은 군단의 조사팀이 도착하기 몇 초 전에야 내가 그녀를 발견했다는 것도… 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다. 사실 감수할 가치가 있는 위험도 있는 법이니까.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게다가 안 좋은 타이밍 같은 건 없다.
난 여행자의 선물을 내 안으로 받아들여 광산 장비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녀를 빛으로 감쌌다.
나의 새로운 수호자는 악몽에서 깨어난 듯 비명을 지르더니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앉았다.
좋지 않았다.
기갑단 보안팀이 바로 들이닥쳤고 슬러그탄 산탄총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두 번째 숨을 내쉬기도 전에 나의 수호자는 또다시… 죽었다.
적의 장비 소각기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할 때 나는 그녀를 다시 빛으로 감쌌다.
기갑단은 전쟁 야수를 풀었다.
나의 수호자는 땅이 뜨거워지고 전쟁 야수가 돌진하던 순간 일어났다. 예상대로 그녀는 혼란스러워했다.
"도망쳐요! 당장!" 난 경고하며 그녀를 움직이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는 혼란스러운 듯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그때 그녀의 눈에 야수가 들어왔다. 본능이란 과연 효과적인 동기요인이었다. 그녀는 빛의 속도로 일어나더니 장비의 소각기와 빠르게 달려오는 야수의 사나운 이빨로부터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장비를 피하자마자 기갑단은 발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바로 위험을 감수한 보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나의 수호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주눅이 들기는커녕 분노하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오래전에 죽었던 여자는 산 자의 세계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래서 인류가 완벽한 무기이자 신경 쓸 가치가 있는 세력인 걸지도 몰랐다.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장면에 난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자부심이라는 것도 좀 느껴졌다.
나의 수호자는 근처에 있던 기갑단에게 돌진했다. 그녀는 중갑을 걸친 그 덩치 큰 전쟁 짐승을 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현란하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슬러그탄 공격을 피했다. 전쟁 야수 하나가 돌진해 와 수호자의 팔뚝을 물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기갑단은 낄낄거렸다. 다른 전쟁 야수도 거리를 좁혀 왔다.
그러자…
빛 안에서 부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의 수호자는 자신의 팔을 물고 있는 야수의 뒷다리를 잡아 들어 올리더니 온몸의 무게를 실어 무릎으로 그 짐승의 척추를 가격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갑작스럽게 울려 퍼진 날카로운 울부짖음에 다른 야수들은 멈칫했고 기갑단도 웃음을 멈췄다.
그녀는 다시 돌진하기 시작했다.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죽은 야수는 아직 그녀의 팔에 축 늘어져 박혀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야수의 사체를 잡아 뽑았다. 살점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녀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멀쩡한 팔에 사체를 움켜쥐고 기갑단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갔다.
기갑단이 무기를 들어 올렸으나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나의 수호자가 야수의 사체로 군단병을 두들겨 패는 사이 다른 야수가 돌진해 왔다. 사납고 날랜 움직임이었다.
전쟁 야수가 돌진해올 때 내가 경고음을 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기갑단의 슬러그탄 산탄총이 들려 있었다. 그다음 장면은… 자세히 묘사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 당시 그녀는 갑작스럽게 격렬하고 폭력적인 세계에 막 깨어난 상태였다.
그냥 난 여기에 있고 내 수호자는 근처에 있으며 EDZ 깊은 곳 어딘가에는 아직도 기갑단 피로 검게 물든 땅이 있다고만 해 두겠다.
- 자신의 수호자의 부활을 회고하는 고스트, 탐
12. 경탄
난 그들을 올려다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들을 해내고 견뎌내다니.
그들 중 이런 두 번째 삶을 원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빛에 둘러싸여 깨어나는 부활의 순간에 그들을 맞이한 것은 부서진 세계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분연히 일어섰다. 다시 또다시 넘을 수 없어 보이는 것에 맞서 싸웠다. 그들의 죽음을 예견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이다.
실로 놀라운 투지와 자부심, 열정, 사랑, 기쁨, 희망, 공포, 욕망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강력한 의지라니. 어제의 척박한 대지에 새로운 내일의 희망을 새겨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그런 의지는 영감을 준다. 아주 사소한 승리부터 아주 위대한 정벌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최초의 성벽이 올라가던 순간과 6개 전선의 용감한 영웅들, 절박했던 황혼의 틈 전투, 악마와의 전쟁, 늑대의 가문을 길들였던 순간을 보았다.
나는 또한 강철 군주의 탄생과 몰락, 암흑기의 마지막 주기를 보았다. 그리고 달과 화성을 탈환하고 정원을 정리하고 군체 왕족을 처치하여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 새로운 승리에 기뻐하였다.
가울과 그 군대의 사건도 있었고… 그렇게나 많은 위협과 도전이 있었으나 우리 수호자들은 이에 맞섰다. 인류는 버텨낸 것이다.
그들은 빛의 힘을 받았으나, 난 이제 그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용기, 힘, 인간성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어떤 혼돈 가운데에서도 기쁨과 어느 정도의 평안함을 주며, 종종 큰 기대에 찬 마음으로 이런 질문을 하게 한다.
다음은 어디로 가지?
- 카이저라는 고스트의 수호자가 주는 영감에 대한 관찰
13. 희망의 고백 | 2부
이곳 황야에서는 몰락자 정찰병을 피하는 능력에 생존 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모든 것, 다른 모든 위험은 그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무방비, 배고픔, 굶주린 짐승, 미친 도적들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 잔인한 해적인 몰락자들은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냥 재미 삼아 사냥과 살생을 일삼는다. 그들은 대학살을 벌이곤 한다.
나는 우리 오합지졸 무리를 빽빽한 숲 사이로 안내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안고 가야 하고, 많은 생존자들이 다친 상태여서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린 수 킬로미터 전에 발각되었고 빠르고 잔혹한 습격을 받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거의 바로 당해 쓰러졌다. 아이의 아버지는 용감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어리석게도 슬픔과 공포에 못 이겨 그녀를 도우러 달려갔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고 결국 자신도 쓰러져버렸다. 부모가 모두 죽고 아직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선물 받은 아이만 홀로 남았다.
남은 사람들이 대신 아이를 안고 도망쳤다. 혼란스럽고 겁에 질린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은 아이의 입을 막고 숲속 깊숙이 들어갔다. 나도 따라갔다. 그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난 그와 함께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지금…
이 급박한 기록은 마음이 흔들려 한 아이를 부활시킨 나의 선택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난 도망치면서 회고하고 있으므로 선택에 대한 해명과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설명에 생략된 부분이 많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난 들을 수 있는 모든 고스트에게 이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몰락자는 날 쫓고 있다. 난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몰락자를 내게로 유인했다. 내가 살아남는다면 아이에게 돌아갈 것이다. 내가 실패하면 아이는 다른 사람들 손에 맡겨져 이 두 번째 삶만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난 아이를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 맡기고 왔으나, 그들은 현명하고 따뜻하며, 용기가 있지만 도망치고 살아남아야 할 때를 안다. 그들은 몰락자가 사라질 때까지 숨어있을 것이고, 나는 인간들로부터 최대한 멀리까지 내 빛으로 몰락자를 유인할 것이다.
나는 그 해적들에게 일부러 내 기척을 알렸고 생존자들을 떠나 날아갔다. 미끼가 되어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벌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몰락자는 벌써 가까이 왔다.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전투 함성이 들려온다. 그들의 칼날에서 번뜩이는 빛이 느껴진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나와 같은 존재를 죽이는 것이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없애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잠시 동안이긴 했지만 아이는 희망을 주었다. 앞으로 아이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가 피난처를 찾는다면 희망이 있다. 안내할 자를 찾는다면.
이것은 고백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희망이다. 이것은 나의-
- 미상의 고스트가 보내온 마지막 무전 일부
14. 영웅의 진혼곡
당신들은 모두 특별합니다. 그도 마찬가지였죠. 처음에는 말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특별했죠.
하지만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요. 얼마 후엔 완전히 멀어지고 말았죠.
그녀가 그의 성격에 적응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어요. 그녀의 말이 맞다면 그 자신 역시 변한 자기 성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구요. 사람들이 알고 있던 케이드-6은 사실 진짜 그가 아니었어요. 그의 재치와 장난기는 방어막이었죠. 칼이나 손대포처럼 훈련을 받은 무기나 다름없었어요.
그는 그녀를 "선댄스"라고 불렀죠. 이유는 알 수 없었어요. 아주 오래된 전설에 나오는 이름이라고 그녀가 말하더군요. 그녀의 생기발랄함과 우아한 동작 때문이었다고는 항상 생각했었죠.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움직임 말이에요.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렸어요.
그는 자기가 돌아올 거라고 친구들에게 여러 번 얘기했어요. 그 얘기는 매번 조금씩 바뀌었고요. 그의 재치처럼 전설도 무기처럼 구축되어 갔죠.
케이드-6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입으로 직접, 아주 흥미진진한 묘사와 좋아하는 부분을 더욱 강조하는 몸동작, 그리고 완벽한 음향 효과까지 곁들여서 듣지 못해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얘기를 하나 들려 드리죠…
과거의 윤회 과정에서 녹음되었던 거예요. 전체 얘기가 담겨 있는 건 아니지만, 케이드-6과 관련된 얘기는 어느 것 하나도 완전하지가 않아서 말이죠.
"빵! 일어났다. 완전히 탈진 상태이다. 혼란스럽다. 숙취까지 있다. 최초의 충격은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댄스가 눈앞에 있어서 너무 두렵다. 머리는 멀쩡한 것 같은데, 목숨이 붙어 있는 듯하다는 것만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난 인간이고, 남자이다. 정신이 엄청난 속도로 빙빙 돌기 시작한다. 빵빵빵. '멍청이를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 설명서'라도 다운로드해야 하나. 좋았어. 그럼 되겠네.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나진 않는다. 코앞에 둥둥 떠서 지껄여대는 마법 로봇 보주인지 뭔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없다. 무섭다. 두렵다. 그녀를 땅에 처박았다. 힘껏… 그리고 난 도망쳤다.
"난 도망치고 있어. 그녀도 도망치고 있어… 아니, 다리가 없는 그녀는… 내 바로 뒤에서 외치고 있다. '그쪽이 아니야! 길이 틀렸다고!' 그녀가 소리친다. 나도 소리친다. 그녀가 뭐라고 소리치든 난 계속 달린다. 때는 한밤중이다. 아까 말했던가? 지금은 밤이고 내 눈은 아직 어둠에 적응하고 있다.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무섭다. 그리고 엄청나게 혼란스럽다. 그리고는…
"난 떨어진다. 똑바로 떨어진다. 그렇게 달렸다… 그래. 아래로 떨어진다. 절벽이다. 깎아지른 절벽. 난 여러 번 튀어오른다. 매번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다 마침내 모든 느낌이 없어졌다. 또다시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그러더니…
"빵! 내가 돌아왔다! 그녀는 날 일으켰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바로 그때 멋진 우정이 시작됐지."
이 얘길 들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이 얘길 듣더라도, 케이드-6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면 수호자인지에 대한 진실을 알려고 하진 마세요. 이건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이건 케이드가 가장 잘 썼던 방어구 같은 거였죠.
재미를 위한 얘기였어요. 그리고 바로 지금…
케이드는 우리가 웃어주길 원할 거예요.
-케이드-6을 기리는 집회에서, 시로-4의 고스트
15. 몰락자의 땅에서
난 조용해요. 이곳에 있지 않죠. 몰락자는 날 볼 수도, 알 수도 없어요. 난 그림자는 아니지만 그들 사이를 조용히 움직이죠. 한 달 전에 그들의 동굴로 들어갈 때처럼 목적을 갖고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말이에요. 낮의 빛으로 몸을 가렸어요. 이곳의 숲은 척박하거든요. 여긴… 황무지예요. 찬란했던 과거의 유물을 주워 모으려 돌아다니는 수집가들만 가득하죠. 난 그들을 감시하며 정보를 얻고, 기록하고, 유물을 보존하죠.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지켜보고 있어요. 그들의 말도 모두 듣고 있어요. 그들의 이상한 언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해독가들이 해독해서 숨겨진 비밀을 찾아줄 테니까요. 비밀은 무기와도 같고, 난 비밀이라는 무기를 파괴하는 자거든요. 그들은 잔인한 적이에요. 난 그들에게서 배운 것들을 알릴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멸망할 거예요.
누가 소리를 지르고 있죠? 난 지금 끝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있어요. 난 거리를 정확하게 쟀죠. 모든 길을 지도로 그렸고요. 하지만 이 미로는 너무 복잡하고, 그들의 환호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어요. 잔인한 기쁨의 환호가요. 듣도 보도 못한 보안 장치가 가득한 복도로 들어서니 조사하기가 망설여지네요… 그래요, 여긴 특별한 곳이에요. 기계로 만든, 성스러운 장소죠.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 장비가 돌아가는 소리, 환호와 고통의 신음소리가 뒤섞여 있는 곳이죠. 이곳에는 고통과 형벌이 있어요. 그건… 의식 같은 걸까요? 뭔지 알아내야겠어요. 다들 알 수 있게 말이에요. 들키면, 탐지되면 안 되니까 조용히, 조심스레 움직여야 해요.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아주 조금씩 말이에요. 노출될 때는 잽싸게 움직이죠. 목적이 있으니까요. 가야 할 곳으로만 움직여야 해요. 저 환호성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들은 결국 다 죽을 거예요. 환호성은 해적들이 분주히 일하는 소리로 바뀌었군요. 해적들은 대체 언제 쉬는지 모르겠어요… 일부는 쉴 때 나머지는 계속 일하면서 수집가의 출항을 준비하고, 주워온 물건들을 조사하고, 함대와 무기와 예배를 준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이 기계를 숭배하는 걸 보니 여기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그들의 신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난 기계일까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들의 숭배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거슬리는 흥분의 환호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아서 발걸음을 늦췄어요. 하지만 계속 바짝 긴장한 상태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고 있어요.
벌써 몇 주 전부터 이러고 있죠. 의식이 막 끝나서 제가 본 것을 기억해내 전송하고 있어요. 왜냐면… 저의 최후를 보았거든요. 확실히요. 그건 분노의 전투 의식이었어요. 구덩이 모양의 경기장에서 하찮은 자들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거죠. 그러지 못하면 고통스럽게 죽는 거고요. 정말 거칠게도 싸우더군요. 생존하기 위해, 명성을 높이기 위해 말이에요. 이 구덩이에서 집정관이 보는 앞에서 엘릭스니는 수치를 견뎌내며 자기 자신을 되찾고, 미천한 해적들은 신분을 높일 수 있어요. 드렉은 반달로, 반달은 대장으로, 대장은… 이건 그들의 대장간이자 심판의 장소예요. 귀족들 앞에서 받는 재판인 거죠. 여기선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죽이지 못하면 죽임을 당하고, 번성하지 못하면 멸망하는 거죠. 약한 자는 그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요. 군중들은 싸움을 지켜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집정관은 구경을 하죠. 난 좀 경솔해진 것 같아요. 열렬히 환호하는 군중들에 정신이 팔려 있는 새에 집정관에게 들켰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깊은 곳까지 도망쳐온 거예요. 집정관은 웃고 있는 것 같았죠…
-스펙트럼 네트워크의 용맹한 고스트인 렌이 흥분 상태에서 전송한 마지막 메시지
16. 고스트 커뮤니티 극장 제공
고스트 커뮤니티 극장 제공:
악몽의 아버지 오릭스:
용감한 고스트 대 외계에서 온 사신
4.1막
각본/연출: 마커스 렌의 고스트 디디
출연:
마커스 렌……………………………………..영웅의 고스트
고스트 디디……………………………….수호자 영웅
이노크 바스트…………………………………………………..오릭스
아리아드네 그리스의 고스트 픽시……………………….이르 할라크
스위퍼봇……………………………………………..이르 아누크
이노크 바스트의 고스트 고스트….크로타의 고스트 형체
사령관 자발라가 "소품 디자인도 대단히 끔찍한 몰상식하고 무례한 짝퉁 연극"이라고 평가한 연극을 감상하시죠.
작품에 등장하는 고스트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게 저라구요? 아… 말도 안 돼…"
타이라 칸의 고스트인 고스트의 의견입니다. "4.1막으로 되어 있다고요? 그건 말도 안… 이야기에도 규칙이 있잖아요! 이게 무슨… 1막이라는 건 대체… 저기요. 이거 진짜 공연하려는 건 아니죠."
아이코라 레이의 고스트인 오피우쿠스는 [못마땅한 침묵]을 지켰습니다.
샤크스 경은 "열심히 노력했다는 건 인정하지. 근데 대화가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타이라 칸의 고스트인 고스트의 의견입니다. "쭉 생각해 봤는데, 기본적인 이야기 작성법을 다시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앉아 봐요. 지금 당장 가르쳐 줄 테니까."
17. 의견의 차이
페레그린 고등 교육 기관 제공:
"고스트 이야기: 여행자의 두 고스트 인터뷰"
수호자가 없는 두 고스트의 삶, 빛, 수호자를 찾는 여정에 대한 강의
출연: 발타자르(수호자 없음), 피치(수호자 없음)
Q의 기록&세션:
Q: 여행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발타자르: 좋은 질문입니다.
피치: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발타자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딱 그 질문만 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어요. 여행자는 우리의 근원이자 어머니이자 태초의 존재이자 정점이라 할 수 있죠. 제 친구인 푸자리의 고스트는 난생처음 듣는 노래에 여행자를 비교하기도 했어요.
피치: 여행자나 여행자 관련 정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면 다들 싫어하더군요. 우리도 여행자에 대해선 잘 몰라요.
발타자르: 그녀는 수호자를 아바타와 방어자로 키우고 싶어 했어요.
피치: 그런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여행자가 "그녀"인지는 어떻게 알지? 성별이 꼭 있어야 되는 거야?
발타자르: 박식하고 현명한 여행자는 과거와 미래를 보았고, 지구에서 태어난 모든 세대 중에서 최고의 존재들을 챔피언으로 선택했어. 그녀는 모든 고스트를 진정한 수호자로 만들기 위해 애정으로 세심하게 창조한 거야. 고스트와 수호자는 서로를 완벽하게 만드는 존재인 거지.
피치: 그게 사실이라면 여행자는 좀 멍청하군.
발타자르: 뭐라고?
피치: 수호자를 찾기도 전에 죽은 고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수호자를 못 찾은 고스트도 있고. 너도 못 찾았잖아. 나도 못 찾았고. 하지만 수호자가 없다고 내가 "불완전한"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발타자르: 난 너와 달리 겸손하게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여행자의 계획에 헌신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고.
Q: 여행자의 몸 안에 있던 때가 기억나나요?
피치: 아뇨.
발타자르: 전 기억나요. "자궁" 속에 있던 때가 말이죠.
피치: 전 기억 안 나요. 그리고 "자궁"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안 들어요.
발타자르: 병 속의 우주 같은 거예요. 수많은 별들이 복잡한 모양의 궤도를 돌고 있죠. 하지만 그건 별이 아니에요. 영혼… 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하겠죠. 천체의 알 속에 들어 있는 무한한 공간에서 춤추는 영혼들이죠.
피치: 영혼이라는 거야, 자궁이라는 거야?
발타자르: 은유라는 거야, 바보야.
피치: 그럼 은유를 써 봐. 이거저거 갖다 붙이지 말고.
발타자르: 그럼 넌 뭐라고 부를 건데?
피치: 이름 따위는 붙이지 않을 거야. 기억도 안 나니까. 너도 기억 안 나잖아.
Q: 모든 고스트는 여행자의 일면을 보여 준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각 고스트가 성스러운 전체의 일부분을 나타낸다고 말이에요.
피치: [크게 웃음]
발타자르: 뭐야. 좀 점잖게 굴어.
피치: 일단 아까 그 얘긴 질문이 아니었어. 둘째로… [또 웃음] 셋째로, 내가 여행자의 뇌나 영혼이나 뭔가의 일부분이라면 장담하건대 여행자는 절대 성스러운 존재는 아닐 거야.
Q: 수호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발타자르: 전 꼭 찾을 겁니다. 여행자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피치: 무슨 기록이라도 본 거야?
발타자르: 파트너 수호자를 찾기 전에 죽는 고스트도 있긴 해요. 제가 그렇게 된다면 전 아무것도 안 하겠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겐 믿음이 있어요.
피치: 전 수호자를 못 찾으면 다른 고스트의 수호자를 훔칠 거예요. 사기라가 훔쳐봤는데 좋았다더군요.
Q: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뭘 맨 먼저 먹을 건가요?
피치: 드디어 좋은 질문이 나오는군요!
발타자르: 우린 식욕이 없어서요. 우리는 반물질적 형체라서…
피치: 복숭아요. 아니면 핫소스. 아아, 아니면 귀뚜라미? 바삭바삭하게 구운 귀뚜라미요. 바삭한 음식은 먹을 때 소리가 너무 좋거든요. 귀뚜라미 껍데기가 이에 끼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이가 있으면 어떤 느낌이에요?
발타자르: 이거 언제 끝나요?
18. 고스트의 보호자
보낸 사람: 미카-10
받는 사람: 탈룰라 페어윈드
범주: 5-잡담
우선 순위: 3
옛 친구에게:
헌터 찾는 요령을 터득했어. 내 고스트 중 하나가 인간 남자 파트너를 찾았는데, 지금 둘이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너한테 가고 있어. 이놈을 주시해야 돼, 탈루. 안달 브라스크라는 놈인데, 분명 골칫거리가 될 거야.
내가 여행을 너무 오래 해서 감상적이 된 것 같아. 내 고스트 중 하나가 수호자를 찾으면 슬프거든. 고스트 팩이 줄어드니까. 고스트가 떠나면 보고 싶어져. 이제 내 고스트를 제외하면 남은 고스트는 하나뿐이야. 펍이라는 고스트지. 금속 찌꺼기로 만든 왜소한 녀석이야. 아직 말은 못 하지만 작고 파란 눈으로 늘 수호자를 찾고 있어.
발사 기지에서 기름 좀 넣은 후에 펍을 데리고 북쪽으로 가려고 해. 그 스텝 지대는 외로운 늑대 코나르 외에는 아무도 없는 미답의 영토거든. 코나르에게는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5번 보낼 때마다 한 번씩은 답장을 보내 주니 다행이지. 알다시피 정보는 쓸만하잖아. 코나르만큼 옛 러시아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발사 기지에서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선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지구에도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많지만, 수호자가 외계에서 자유요새와 이슈타르 너머에 있는 황금기의 유적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고스트가 많거든. 이 빛의 고스트 중 몇몇은 용감하게 운명의 상대를 찾기로 했지. 그런 고스트들에게는 지구에도 갈 곳이 아직 많고, 수호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결심이 너무 확고해서 말이야. 다음 고스트가 여행을 떠나려 한다면 나도 같이 갈 거야.
최근 몇 달 동안은 사이렐이 나타나지 않아서 아주 좋았어. 지금 생각해 보니 호주에서 사이렐을 놓친 것 같아. 놈이 내 고스트를 해치려 한다면 모가지를 따 버릴 거야.
갑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여전히 잘하고 있어, 탈루. 나보다 훨씬 더 말이야.
너의 옛 고스트 어머니
미카-10
19. 사빈
난 찾고 있어 그건 가까이 있어. 난 느낄 수 있어.
내 승천자는 어떤 모습일까? 고결한 존재일까? 미개한 존재일까?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그게 중요한지도 모르겠어. 태어난 그 날부터 찾고 있었거든. 누구든 데려갈 거야.
모래 언덕을 올라갔어. 저녁이 되니 고비 사막은 끝이 없는 것 같더군. 그런데 불탄 건물 하나가 보였어. 수십 킬로미터를 걸은 끝에 처음으로 나타난 인공 구조물이었지. 더 빨리 날아가야 할지, 아니면 침착하게 걸어가야 할지 모르겠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죽은 자는 볼 수가 없으니까.
불안해. 왜 불안한 거지?
건물에 접근하면서 할 말을 연습해 봤어. 일단은 소개부터 해야지. "너는 여행자의 빛의 자식이다." 난 혼잣말을 중얼거렸지. "너는 이 태양계를 방어하기 위해 선택받은 존재이다…" 아, 아니야. 으음. 너는… 우리는 둘 다 여행자의 자식이다. 너와 난 둘 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말문이 막히더군. 기상 장비가 있고, 빈 사무실과 우중충한 휴게실이 있었어. 휴게실 뒤쪽에 내 반쪽이 있었어. 쓰러진 냉장고 아래에 깔린 몰락자 반달이.
난 무너졌지. 난 몰락자를 본 적이 있어. 잔인한 학살자들이지. 버려진 살인자들이라구. 난 아무나 데려가기로 했지만, 이놈은 아니야. 이 물건은 아니라구.
난 돌아섰지. 방 주위를 천천히 17번 돌고, 건물 주위를 4번 돌았어. 이제 결정을 해야겠지? 나의 첫 목적을 달성했다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그래도 상관없어. 손잡이가 있는걸. 무시할 수가 없어.
그래서 휴게실로 돌아갔지.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몰락자든 아니든… 내 행동은 여행자의 의지야. 난 빛을 향해 다가가 손잡이 쪽으로 가서 둘을 합쳤어.
빛이 그에게 퍼지자 냉장고가 떨렸어. 그리곤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지. "밀어내." 난 속삭였어. 내 승천자가 이 냉장고 아래에서 죽고 내가 태양으로 날아간다 해도 아무도 모를 거야. 지구에 선심을 베푼 게 될 수도 있겠지. "내가 여기 있어. 하지만 직접 빠져나와야 해. 냉장고를 밀어내고 일어나 앉아."
냉장고가 움직이더니 옆으로 쓰러졌어. 남자 각성자 일어나 앉더니 죽은 반달을 무더운 여름밤을 더 덥게 만드는 담요처럼 가슴에서 밀어냈어. 그러더니 있는 힘을 다해서 꼼지락거려서 빠져나와 똑바로 섰어.
"넌 누구지?" 그가 물었지.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기 파란 손을 내려다봤어. "내가 누구냐고?"
"난 너의 고스트야." 난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 "넌 여행자에게 선택받은 인류의 방어자 중 하나야. 이름이 뭐지?"
그는 손가락을 풀고 턱을 움직여 보더니 혀를 날름거렸어. 그러더니 날 쳐다보더군. "사빈. 그래, 내 이름은 사빈인 것 같아."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 "가자구, 고스트 나리."
20. 돼지 수육
케치-32는 우주선의 선체에 누워 반넷의 소문과 수집 요청 목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구는 갑옷의 거대한 깃털을 끌어안고 리프의 잔해를 내다보았다.
"'수정된 시련의 장 규칙은 쓰레기야' 어쩌고저쩌고. 이딴 글에 댓글이 300개라니 말이 돼?" 그녀는 다음 페이지로 넘기며 말했다. "뭐 재밌는 거 좀 없나?"
"어, 여기 돼지 수육 나왔다." 아구는 케치의 거대한 견갑 하나를 넘겨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흥미롭게 빛나는 눈빛으로 즉시 일어나 앉았다. "진짜? 어디?"
"돼지 수육"은 아주 오랫동안 수호자를 찾아온 아주 귀엽고 착한 고스트에게 그들이 붙여 준 이름이었다. 본명이 돼지 수육인 건 아니지만 꼭 맞는 별명 같았다. 마라 소프를 이름만이 아니라 이름과 성으로 모두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구는 케치에게 둥둥 뜬 쓰레기 더미 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쪽에는, 불탄 몰락자 소형선 위를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작은 반점처럼 보이는 돼지 수육이 있었다. "가서 인사나 하자." 케치는 인사를 하기로 하고 반넷 HUD를 껐다. 그녀는 일어선 후 무중력 상태에서 파쿠르를 하듯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쓰레기 더미 사이를 둥둥 떠서 폴짝폴짝 뛰며 움직였다.
"어이, 친구!" 그들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녀가 그를 불렀다. "뭐해?"
돼지 수육은 공중에 뜬 콘크리트와 강철봉 조각 스캔을 마치더니 그들 쪽을 돌아보았다.
"수호자 찾고 있어!" 그는 쾌활하게 소리쳤다.
"멋지네. 그 바위에서 수호자를 찾으려고?"
"혹시 모르잖아, 케치-32. 내 수호자는 아주 작을 수도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케치는 동의했다. "근데 시체를 스캔해 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친구? 의체가 꽤 멋진걸. 새거야?" 꽃 모양에 은장식이 달린 리프의 보랏빛 의체였다.
"응! 새거야. 선물 받았어. 제안은 고마워. 나도 생각은 해 봤어! 그리고 실제로도 시체를 자주 스캔해. 다른 것도 스캔하고.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거든." 돼지 수육은 절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실례할게!" 그는 몸을 돌리더니 휘어진 플라강철을 스캔했다.
그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케치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냥 놔둬." 아구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리프의 쓰레기 조각을 모두 스캔하면 결국엔 누군가 찾아내겠지." 여긴 시체와 시체 조각들이 많이 떠다니잖아…"
"그래, 화성에서 그를 찾았을 때도 그 얘길 했었지. 황혼의 틈 전에 말이야." 케치가 대답했다.
"으음. 그럼 한두 달 후에 그를 다시 만나 보자. 누가 알아? 운이 좋아서 역대 최고의 수호자를 찾아낼지."
"나 원 참. 역대 최고의 수호자를 찾은 건 바로 너잖아."
21. 수호자의 수호자
내 주위엔 온통 절망적으로 뛰어다니는 발소리뿐이다.
방어구를 가르는 마이크로 로켓이 쿵쿵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허공에는 울음소리와 비명이 가득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몸속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얼어붙어 있다. 난 텅 비어 있다. 영혼도 없고, 빛도 없다.
붉은 군단이 쳐들어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자포자기한 듯한 발소리는 결국 사라졌다. 최후의 도시는 몇 분간 침묵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낮게 으르렁거리는 그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슬러그가 진홍빛 방어구에 부딪혀 철컹거리는 쇳소리도 들린다. 그들이 접근함에 따라 무거운 장화를 신은 떨리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뚜벅. 뚜벅. 뚜벅.
인간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의미에 대한 질문을. 이 우주에서 그들이 있을 곳에 대한 질문을.
하지만 우린 다르다. 처음엔 여행자가 우릴 풀어준 날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는다. 우린 우리의 목적을 알고 있다.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를.
고대 시대에 인류는 신과 천국, 그리고 날개 달린 보호자가 나타나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악의 존재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꿈꿨다. 그리고 지금은 수호자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호자가 위험에 빠지면 누가 보호해 주는 거지?
뚜벅. 뚜벅. 뚜벅.
그들이 가까이 있다. 그녀가 이미 자기 고스트를 만났다 해도, 최후의 순간에 내가 수호자 곁을 지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난 이렇게 할 운명이다. 내 빛은 돌아올 것이다. 그녀에겐 내가 필요하다.
뚜벅. 뚜벅. 뚜벅.
붉은 장화를 신은 무거운 발걸음이 모퉁이를 돌았다. (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날 바라본다. (난 그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무기를 든다. (난 목적을 이룰 것이다.)
빛이 쏟아진다… 어떻게 된 거지? 그래… 빛이다! 하하하! 그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녀를…
빵!
22. 풍차와 학
우린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거라고 그는 말했지. 괴수들을 처치하고 끔찍한 땅을 정복하는 그의 퀘스트는 전설적이었어. 영광스러운 하지만 그 끝은… 옳지 않았어. 아니, 끝이 아니었지. 끝나기 훨씬 전에, 잘못된 일이었음이 드러났던 거야.
우리가 서쪽의 늪을 건너자마자 그가 품었던 그릇된 야망이 확실히 드러났지. 처음엔 그의 허황된 생각을 장난스런 열정이라고 생각했지. 위험이 닥쳐오기 전에 미리 집중력과 기술을 높이려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경솔한 공격성 말이야. 하지만 그의 마음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금세 알게 되었어. 그는 상상력에 이끌리는 존재였어.
낡아서 부서진 크레인 잔해에서, 부러진 긴 팔이 바람에 삐걱대는 걸 보고는 악마라고 했고, 흔들리는 금속의 날카로운 쇳소리를 듣고는 괴물의 탐욕스런 비명이라고 했지.
그는 전생의 모험 이야기를 계속했어. "난 비정상적인 존재야."라고 그는 단언했지. "진짜 과거만 이야기하고, 경험에 따라 행동을 하는 외로운 수호자이지."
그는 사후의 삶에 대해 너무나 열정적으로 자세히 이야기해서, 난 단지 믿고 싶기만 했던 게 아니라 실제로도 믿었어.
하지만 그가 낡은 기중기 잔해를 공격하는 걸 보고는 몇 달 전에 사악한 나무를 조각한 이후로 날 괴롭혀 왔던 진실을 깨달았어. 그는 망가져 있었던 거야. 그의 정신은 불안정했지. 그가 말하는 "진실"은 사실과 현실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는 포효하는 언덕에 "사자의 크레바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숲에 "고든의 미로"라는 이름을 붙였지. 그가 늘어놓는 신화 이야기에서 모든 속세의 풍경은 정복해야 하는 위험 지역, 처치해야 하는 적으로 묘사되었어. 그것은 순전히 망상에 불과했지.
그는 언덕에서 "지옥의 개들"이라 불렀던 늑대들을 학살했어. 그리고 크레바스에서 오래전에 죽은 "생존자"의 잔해를 불태웠어. 그는 생존자들을 "시체왕의 보병"이라 불렀지. 미로에서는 "돌 어머니"가 따라오지 않도록(따라오지 못하도록) 발자국을 없앴어.
하지만 그의 이런 모든 행동들은 곤두선 그의 머릿속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사실이 아니었지. 늑대는 그냥 미친개들이었어. 뼈는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의 잔해라는 것만 빼고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어. 그렇다면 미로는? 단지 입구와 출구가 있는 쭉 뻗은 협곡일 뿐이었어.
기중기가 떨어지고 내 수호자가 "필살기"를 날릴 때 그는 씩 웃더니 날 돌아보더군. 그의 눈을 보니 정신이 나간 걸 알겠더군… 과거의 수많은 윤회를 거듭한 끝에 내가 부활시킨 존재는 광기로 가득 찬 텅 빈 의체로 바뀌어 버렸던 거야.
그가 뭣 때문에 망가졌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온전하기는 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때, 그가 잠에서 깨어난 여름의 끝의 용(실제로는 용이 아니라 그냥 낡아서 약해진 기중기)을 죽이고 껍질을 벗겨냈다고 말할 때, 그를 보내 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 통제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을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말이야.
"이봐, 판자 아저씨" 그는 말을 시작했어. "용은 죽으면서 내게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 줬어…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엄청난 비밀이었지." 그는 내게 가까이 기대더니 비밀을 털어놓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행자는 선물이 아니야. 죽음과 파멸을 상징하는 거짓된 존재지. 우리의 고통을 먹고 자라고, 희망을 없애 버리는 용 같은 존재란 말이야. 용은 모두 죽어야 해. 노른자가 흘러나와서 기만을 숭배하는 자들이 모두 빠져 죽을 때까지 의체를 깨부숴야 해.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위대한 정복이 될 거야. 확고부동한 전설을 만드는 최고의 전투지!" 그러더니 그는 외쳤어. "빛을 지키려면 여행자가 사라져야 해!"
그는 웃고 있었지. 확신에 차서. 즐거움에 차서.
이틀 후 그는 갤로스 록의 마운틴 트롤과 싸우다가 죽고 말았어. 그건 그냥 바위였어. 트롤 따위는 없었지. 그는 바위에 깔려 납작해졌어. 그래서 아직까지도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를 부활시키진 않았다. 어떻게 부활시킬 수가 있겠어?
그의 병든 상상 때문에 우리 모두가 파멸을 맞이할 텐데 말이야.
- 수호자를 부활시키지 못하는 불행한 필연을 애통해하는 판자
23. 배터리 미포함
다음은 단순한 것들이에요. 필요한 대로 사용하세요. 원하는 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건 당신의 힘은 아니지만,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때 힘을 강화해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빛이 당신의 것이거나 당신이 빛의 소유물인 것이 아니라, 당신이 바로 빛입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질 것입니다.
당신은 망치입니다. 당신은 보호막이에요. 차이를 인지하세요. 자신을 파악하세요.
믿음은 강력한 무기입니다. 조심해서 다루세요.
어떤 부담이든 당신이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둠이 부를 때는 진실로 대답하세요. 그러면 빛이 나타나고 어둠은 줄어들 겁니다.
확신과 자부심을 가지세요. 단, 자부심은 무기가 아닌 수단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승리를 너무 기뻐하지는 마세요. 승리는 쟁취해야 하는 것이지만, 승리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보고 발견하는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어둠은 당신을 꺾으려 할 것이고, 빛은 당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실패는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뼈가 하는 말은 듣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안내자, 친구, 협력자, 연장입니다. 나를 활용하세요.
나는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소멸하더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진실한 마음을 유지하세요.
이게 내 모든 삶의 지혜는 아니에요. 일단은 중요한 것만 말씀드린 거죠. 앞으로도 계속 충고를 해 드리죠.
- 미지의 수호자를 위해 미지의 고스트가 전하는 삶의 지혜
24. 미지의 지도
그의 목이 꺾였어. 그는 충격으로 사망했지. 난 그를 깨워 상태가 어떤지 물었지. 그는 괜찮다고 했어. 그에게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지. 그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어. 그에게 뭔가를 배웠냐고 물었어. 그는 "아니. 다시 해 보자."라고 했어. 그래서 또 똑같이 떨어졌지. 똑같은 거리를. 오늘만 5번째 낙하야. 이번에는 곤두박질치지 않도록 궤도를 좀 더 지면과 평행하게 (의도적으로) 수정했더군. 실험의 결과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려고 변화를 준 것 같아.
그는 거의 평평하게 떨어졌지. 질척한 땅에 처박히는 소리가 들렸지. 그는 즉사했어. 난 그를 깨워서 똑같은 질문을 했고, 대답도 똑같았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 봤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총알과 사거리에서 실탄을 쏴서 급사도 시켜 봤고, 완력, 액체, 진공 등으로 천천히 질식사도 시켜 봤어. 슈퍼버그, 독극물, 방사능 등의 생물학적 방법으로도 죽여 봤고.
즉사부터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죽는 방식까지, 죽음에 이르는 기간도 다양하게 바꿔 봤어.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다른 용도로 더 알차게 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지.
난 회의적인 편은 아니지만, "실수에서 배운다"느니 "포기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느니 그런 속담이 생각나더군… 정말 알 수가 없어. 하지만 헛수고라는 것만은 알겠더군.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 봤어. 하지만 아무것도 배운 건 없었어.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저승에 다녀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어떻게 증명할 건데?" 난 이렇게 대답해 줄 거야. "삶이 기다리고 있다면 죽음은 답이 될 수 없어."
난 많은 이야기를 했지. 하지만 아직도 이 모양이야. 내 수호자는 탑보다 두 배나 높은 절벽 밑에 누워 있었어. 깨웠더니 이번에도 "난 괜찮아. 모르겠어. 다시 해 보자." 뭐 이런 말을 하더군.
그래서 다시 해 볼 거야. 미지의 지도를 만든다는 건, 찾지 못한 답이 "다시 시도"라는 말의 저편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니까.
- 수호자의 되풀이되는 저승탐사 기술에 의문을 품은 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