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대공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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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직후 촬영된 사진. 주변의 건물들은 거의 다 파괴될 정도로 격렬한 전투의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거의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그 방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사진 우상단에 보이는 역은 베를린 동물원역이다.
1. 개요
2. 역사
3. 어마무시한 스펙
4. 창작물에서


1. 개요


동물원 대공포탑(Zoo (Flak) Tower)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베를린 중심 티어가르텐 옆 동물원 자리에 지은 높이 40m, 가로세로 70m의 방공호 겸 대공포탑이다. 대전 후기에는 베를린을 공습으로부터 보호했으며, 베를린 전투에서 거치된 대공포를 앞세워 지상군에게 화력지원을 하면서 큰 활약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대공포탑은 베를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요 도시나 요충지에는 한둘씩 있었다. [1] 동물원 대공포탑이 수도 베를린에 있고 가장 규모가 큰데다가 활약성이랑 그 위상이 너무 거대하다보니 널리 알려진 것.

2. 역사


1940년 8월 25일, 나치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영국 공군 폭격기사령부 소속 폭격기 95기에게 공습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격의 규모는 작았고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던 나치 독일의 수도가 폭격당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2]
이에 나치 독일은 공습을 막기 위해 베를린에 다수의 대공포탑을 건설하기로 마음먹었고, 동물원 대공포탑도 이 중 하나였다. 1940년 말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1941년에 완공되었고 대공포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대공포병들 외에 다수의 히틀러 유겐트들도 배치되어 업무를 도왔다.
또한 단순히 대공포탑으로서의 용도 외에도 엄청난 수용 능력과 방어력을 살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다. 동물원 대공포탑은 자체 발전 시설과 급수 시설이 있었으며, 2층에는 박물관의 유물이나 미술품(네페르티티 흉상, 페르가몬 박물관의 제우스 신상 등)을 보관했고, 3층은 야전병원으로 쓰여 한스 울리히 루델이 다리 절단을 치료받기도 했다. 베를린 전투 때에는 만 명이 넘는 피난민과 패잔병들의 대피소로도 쓰였다.
한편 이 대공포탑은 본래 목적이었던 "베를린에 대한 공습 방어"에서도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당연히 대공포탑 하나로 도시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었기에 대전말기 베를린은 지속적으로 폭격당했지만, 동물원 대공포탑의 존재와 수도였던 탓에 방공망이 꽤 탄탄하였기 때문에 소련 공군이나 미영 공군은 종전시까지 베를린에 다른 도시들처럼 대규모 공습을 가할 수 없었다.[3] 그래서 전쟁 당시 독일 도시들 중 베를린은 상당히 적게 폭격당한 축에 속한다. 물론 연합군이 대규모 공습을 아예 안한 건 아니고, 1943-1944년에 영국이 한번 시도하기는 하는데, 전술기 500기 손실이라는 엄청난 피해만 내고 끝났다.[4]
다시 베를린 전투로 돌아가자면, 일단 이 대공포탑은 '''중순양함 함포 구경'''인 203mm B-4로도 씨알도 안 먹히는 방어력을 자랑해서 당시 소련군의 육상 포병전력으로는[5] 사실상 공략이 불가능했는데[6],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굶어죽을 때까지[7] 버티자니 베를린 한복판에 떡하니 알박고는 제국의사당과 총통벙커 등 최중요 목표물들을 무시무시한 8문의 12,8cm들로 엄호하는 이 눈엣가시를 가만둘 수도 없었다. 결국 베를린 전투 막바지인 4월 30일에 소련군이 사절을 보내 항복시켰다. 베를린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이 탑이 항복하자마자 제국의사당도 곧바로 함락되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공포탑이 받은 피해라고는 약간의 흠집 정도였다.
이후 1948년 영국군에 의해 폭파되었는데, 원래 1947년에 폭파시킬 계획으로 언론사 기자들을 다 모아 놓고 다이너마이트 25톤을 모아 터뜨렸지만 '''멀쩡했다!''' 이를 지켜본 한 영국 기자는 '역시 Made in Germany'라는 기사를 썼다고 한다. 결국 이듬해인 1948년, 4개월에 걸쳐 내부 구조를 일일이 다 약화시킨 뒤 다이너마이트 35톤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폭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해당 위치는 현재 원래대로 베를린 동물원으로 복구되었다.

3. 어마무시한 스펙


수도 베를린을 지키는 거대한 요새답게, 동물원 대공포탑은 수많은 대공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일단 동물원 대공포탑의 옥상에는 '''당대 최강의 대공포였던 12,8cm FlaK Zwilling 4정이 설치되어 있었다.'''[8] 게다가 저들은 모두 '''2연장'''이었기 때문에 '''2x4, 무려 12,8cm 8문'''이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여기에 저고도 방공을 담당할 20mm나 30mm 4연장화 버전 등 소구경 대공포들도 대량으로 배치되었다.
대공 측면에서 보자면, 초창기 12,8cm는 1문당 최대 분당 12발을 발포할수 있었는데, 전술했듯이 여기 설치된 12,8cm는 2연장인 관계로 최대 분당 24발을 발포할 수 있었다. 이 포는 개발 당시부터 어느 정도의 대지상 공격능력을 상정하고 만들어졌기에 부각을 -3도로 설계했다. 이는 훗날 베를린 공방전에서 동물원 대공포탑이 대활약하는 바탕이 된다. 실제로 베를린 전투가 종결될 때까지 소련군 전차들은 이 포탑의 사각을 피해서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장갑도 어마어마하였다. 강화 철근 콘크리트로 벽/천장 두께만 '''2.4m/1.5m'''로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소련군이 실전에서 사용했던 가장 화력이 강한 곡사포 203mm B-4로도 흠집조차 낼 수가 없었다.

4. 창작물에서


스트라이크 위치스 3기 11화에서 베를린에 진을 친 네우로이를 공략하다 함정에 빠진 연합군이 이 대공포탑을 방어진지로 삼아 저항하게 된다. 12화까지 쏟아진 네우로이의 공격을 모두 버텨낸다.
메달 오브 아너: 에어본에서 최종 미션으로 등장한다. 게임 이름대로 미군 공수부대가 주인공인 게임인데 공수부대를 대공포탑에 강하시켜서 처리한다는 황당하고 어려운 미션. 사실 이 게임의 미션들 자체가 다 그렇게 황당한 진행이었다.
[1] 당장 베를린 근교에도 다른 대공포탑 몇 개가 세워져 있었다.[2] 여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한몫 했는데, 당시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던 베를린의 방공망이 뚫리는 바람에 나치에 대한 베를린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었다.[3] 이는 베를린에 산업 시설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대전기 내내 미영 공군은 보복 목적으로 폭격한 드레스덴을 제외하고서는 함부르크, 킬, 루어, 젤겐케르헨, 쾰른 등 산업 시설이 발달되어있는 도시들을 집중적으로 때렸다.[4] 문제는 독일은 또 이걸 보복한답시고 제공권도 제대로 안잡힌 상태에서 500기나 되는 폭격기를 이끌고 슈타인복스 작전(영국 남동부 공습 작전)을 게시했다가 무려 329기의 폭격기를 날려먹고 말았다.[5] 왜 공군은 없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공습을 막기 위해 지은 대공포탑에 공습을 가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소련군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시기 공군은 어지간한 지진폭탄이 아닌 이상에는 육상 포병만큼의 화력을 낼 수 없었다.[6] 벙커버스터가 없었던 2차 대전 기준으로는 대구경 열차포나 특제 지진폭탄이 있어야 그나마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인데, 당시 소련군은 그런 무기 체계가 없었다. 이 요새 하나 함락시키겠다고 무기 체계를 새로 만들거나 지진폭탄이 있는 영국군에게 굽신거리며 공을 일부 떼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7] 당시 추산으로는 거의 '''1년치''' 이상의 식량이 저장돼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식수는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다.[8] 참고로 12,8cm가 정식으로 배치되기 전에는 10,5cm Flak이 설치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