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터

 


decanter
1. 개요
2. 상세


1. 개요


와인 등의 술을 컵에 따르기 전, 상에 내어놓을 때 따로 담아두는 그릇이다.
'와인 등' 이라고 했듯이, 사실 디캔터를 와인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좀 특이한 상황이다. 애초에 디캔터는 식탁에서 매일 자주 조금씩 즐길 술을 따로 담아놓는 예쁜 술병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집에서 매일 술을 조금씩 즐기기 보다는 회식 등의 자리에서 2차 3차 달리면서 폭음하는 것이었고, 게다가 희석식 소주는 무색인데다 즐기는 술이 아니라 싸게 빨리 취하기 위한 술이라(그렇다고 맥주나 막걸리를 담아놓기는 더 이상하고), 따로 디캔터를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 그러다가 와인이 유행하면서 와인 디캔터 = 디캔터로 굳어지게 된 것. 실제로 아마존에서 그냥 decanter 를 검색하면 와인 디캔터 못지 않게 소위 말하는 '양주병' 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2. 상세


주둥이는 좁고 바닥은 아주 넓은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게 특징인 유리 병이다. 민짜 디캔터는 녹인 유리를 불어 그릇을 만드는 기법 중 가장 간단한 것이라 할수 있다.
와인 매니아들에게는 흔히 '마시기 전에 미리 디켄터에 따라 놓았다가 마시면 공기와의 접촉이 일어나 와인의 맛이나 향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원래 용도는 테이블에 와인을 내놓기 위해 + 와인의 침전물이 섞이지 않도록 위의 맑은 부분만을 떠내기 위해서였다. 18세기 이전에는 와인은 주로 오크통 통째로, 혹은 수 리터 크기의 옹기병 단위로 유통되었으며 제조기술이 열악해서 불순물이 잔뜩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병 하나하나 단위로 유통되는데다가 불순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조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디캔터의 유용성이 크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공기와 접촉 운운하는 것은 디캔터의 원래 용도가 퇴색하면서 억지로 새로 부여한 것 혹은 와인 열풍이 불던 때 붙은 와인 스노비즘으로 인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디캔터를 사용하나 안하나 맛에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으며, 따서 바로 따라 마시는 쪽이 더 좋다는 사람도 흔하다. 게다가 전문가들 연구에 따르면 몇 분 정도의 공기와 접촉으로는 유의미한 화학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필요없는 잉여품이라고 삐딱하게 볼 것도 없다. 디캔터를 쓰면 일단 그냥 마시는 것보다는 뭔가 더 있어 보인다(...) 병에서 미리 따라 두니 싼 와인이라도 다른 사람이 뭐인지 알수 없는 장점도 있고. 와인이 알콜 중독자들 아니고서야 멋을 함께 마시는 술이란걸 생각하면 디캔터의 이런 면은 아직도 유효한 용도라고 볼 수 있다. [1]
또 공기 접촉 하느냐 마느냐에 맛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 단, 전문가들 설명으로는 화학적 변화 같은 것보다는 와인의 온도가 실온과 비슷해져서 향과 맛이 더 느끼기 쉬워지는 원리라고. 와인 셀러에서 꺼내 냅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난다고 한다. 물론 중저가의 와인을 마실 때에는 무시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싼 거니까 그냥 마신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중저가 와인이야말로 맛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디캔팅을 할 필요가 있다. 디캔팅을 하면 맛이 더 나빠진다는 얘긴 없고 디캔터나 그 대신 쓸 그릇만 있으면 추가로 돈드는 것도 아니니, 한 번 해 보자.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켜서 맛을 부드럽게 한다는 목적에는 굳이 디캔터가 아니고 냉면 그릇 같은 아무 큰 그릇을 써도 되나, 일단 엄청 없어보는데다가(...) 맛과 향이 지나치게 날아가지 않도록 얼른 디캔팅하고 와인 잔에 옮겨 따라서 마시는 것이 좋다.
바닥 넓은 모양이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위에 쓴 대로 두 가지 목적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다. 새 와인, 중저가 와인에 공기를 접촉시키는 기능 (브리딩)을 하기 위한 것은 바닥이 넓고 입구가 좁으며 내부가 매끈하다. 다른 한 가지는 오래 묵은 고급 와인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거르는 기능 위주라 그냥 입구가 좁기만 하고 와인을 담고 따르기 편한 모양이다.

제품 구매를 위해 인터넷 가격 비교 검색을 할 때에는 디켄터로도 찾아볼 것. 알파벳 표기를 보면 dec'''a'''nter 라서 옳기면 분명히 디캔터가 맞지만,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쇼핑몰에 디'''켄'''터라고 써 놓았다.
[1] 애초에 맛이란 분야에서 이미지란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라는 것. 애초에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할 때 반드시 이미지의 틀을 거친다. 게임을 평가할때 그래픽의 비중이 큰 이유도 그래서 그런것.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한 채 순수한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각은 오감중에서도 특히나 그 정도가 크다. 지나친 스노비즘이 문제인거지, 모든 이미지를 그저 허영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