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어미)

 


1. 개요
2. 특징
2.1. 이동 동사 호응
3. 역사
4. 형식이 유사한 형태
4.1. 조사 '-()'와의 혼동
4.2. 어간 말음 '르' 용언과 어미 '-(으)러'
5. 변이형 '-ㄹ러'
6. 일본어 문법과 비교하기
7. 나무위키에 이 의미의 '-(으)러'가 제목인 문서
8. 다른 어미
8.1. 한국어 과거 선어말어미 '-더-'의 이형태 '-러-' (고문)


1. 개요


한국어 연결어미 '-(으)러'는 목적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하러 가자' 라고 하면 가긴 가는데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 된다.

2. 특징


한국어의 많은 어미들이 그러듯이 '''\'ㄹ' 받침을 제외한 받침''' 뒤에는 매개모음 '으'가 붙으면 '-으러'가 된다. 'ㄹ' 받침은 그냥 '-러'(살다→살러).
모음 앞에서 어간이 바뀌는 불규칙 활용 ㄷ 불규칙(걷다), ㅂ 불규칙(돕다), ㅅ 불규칙(낫다)은 모두 바뀌어서 붙는다. '걸으러/도우러/나으러' 등. 늘 그러듯 ㄷ 불규칙에서 달라진 'ㄹ' 받침 뒤와 ㅅ 불규칙의 모음 뒤에는 '으'를 붙이고(걸다→걸러, 걷다→걸으러, 지다→지러, 짓다→지으러), ㅂ 불규칙애서 달라진 '우' 뒤에는 '으'를 붙이지 않는다(돕다→도우러, 배우다→배우러). ㅡ 탈락 규칙과 우 불규칙 '푸다', 르 불규칙은 '-아/-어' 앞에서만 바뀌므로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목적 연결어미로는 '-(으)려고', '-도록', '-' 등이 있다. '-(으)려고'는 간혹 '고'가 생략되기 때문에 형태가 조금 유사해진다. 실제로 비슷하게 쓰일 때도 있고... 참고
  •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다.
  • 밥을 먹게 식당에 갔다.
다행히(?) 이 때는 '-려고'에서 '고'를 생략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밥을 먹으려 식당에 갔다). 하지만 동사 + 동사끼리 바로 붙을 때는 호응이 맞는 동사가 조금 달라진다.
  • 밥을 먹으러 갔다.
  • 밥을 먹으려(고) 했다.
'-(으)려고'는 구어에서 '(으)ㄹ라고', '(으)ㄹ려고'로 'ㄹ' 받침이 붙은 꼴로 말하기도 한다(할라고/할려고). '-러'는 구어에서도 'ㄹ'이 더 붙지는 않는다(할러(X)).
'-(으)러'나 '-(으)려고'는 두 문장의 주어가 같아야 하는 조건이 있다. '-'와 '-도록'은 달라도 된다.
  • 내가 밥을 먹으러 친구가 시장에 갔다. (X)
  • 내가 밥을 먹으려고 친구가 시장에 갔다. (X)
  •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친구가 시장에 갔다. (O)
  • 내가 밥을 먹을 수 있게 친구가 시장에 갔다. (O)
한편 이들 목적형 어미들은 과거형 '--'과 미래형 '--'과는 붙을 수 없다. '하겠으러', '하겠으려', '하겠도록', '하겠게'... 같은 건 못 한다.
의도나 목적은 동사에만 있을 수 있는 것인 만큼 동사에만 쓸 수 있고 형용사에는 쓸 수 없다. '-'는 형용사에서는 부사형 어미로 기능해서 다른 의미로는 쓸 수 있다('예쁘게').

2.1. 이동 동사 호응


'-(으)러'는 '-(으)려고'와 구분되는 주요한 특징으로 '-러'는 ''''이동 동사(locomotive verb)에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하러 가다', '하러 오다', '하러 다니다' 등으로만 쓸 수 있고 '하러 했다'와 같은 것은 못 한다. 이동 동사로는 '가다', '오다', '다니다', '출발하다', '이동하다', '움직이다' 등이 있다.
단, 이동 동사라고 무조건 '-(으)러'가 문법적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영화를 보러 떠났다. (O)
  • 영화를 보러 집에서 떠났다. (X)
  •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떠났다. (O)
목적의 어미인 만큼, 목적지를 향하는 의미의 부사어는 올 수 있지만 최초의 위치에서 멀어지는 의미의 부사어는 올 수 없다. 위 예시의 두 번째 문장이 비문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서술어는 이동 동사 '떠나다'이지만 그 앞에 '집에서'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의미가 아니라 최초의 위치에서 멀어지는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3. 역사


네 ᄒᆞ마 ᄆᆞᆯ ᄑᆞᆯ'''라''' 가거니 우리 벋 지ᅀᅥ 가미 마치 됴토다

너 이렇게 말 팔'''러''' 가니 우리 무리 지어 가는 게 딱 좋다.

'''번역노걸대(1517) 상:8'''

조선 전기의 형태는 '-라'였다.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哀反多矣徒良

功德修叱如'''良'''來如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셜ᄫᅥᆷ해라

셜ᄫᅥᆷ 하ᄂᆡ 물아

공덕 닷ᄀᆞ'''라''' 오다

'''풍요(風謠, 600?), 김완진 역'''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향찰에서는 良으로 적힌 사례가 나타난다. 이 때의 良은 연결어미 '-어/아'를 표기하는 데에도 쓰였다. 반대로, 음이 같았던 종결어미 '-라('-'의 계사 뒤 이형태)'는 위에서도 보듯이 羅, 구결로는 로 적는 일이 많았다.
역사적 예문에서도 주로 '가다'와 함께 사용된 사례가 많다. 사실 한글 이전 차자 표기에서는 '-러'의 이동 동사 제약을 통해서 '去' 앞의 '良'가 15세기의 '-라'와 같은 맥락의 연결 어미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4. 형식이 유사한 형태



4.1. 조사 '-()'와의 혼동


명사에 붙어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 '-()'와 발음이나 형태가 닮아서 간혹 틀리게 쓰는 사람이 있다. '먹[墨]이다'와 '먹이다(食)'은 '명사 + 이다'와 '-이다' 꼴 동사를 비교할 때 자주 쓸 수 있는데,[1] 여기서도 이걸 이용할 수 있다. '먹으로'면 '먹'이 명사가 되고, '먹으러'면 동사가 된다. 뭐, 한국어에서 명사와 동사는 형태가 극명히 차이가 나서 명사랑 동사를 헷갈리는 사람은 그다지 없으니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기는 하다. 형용사랑 동사는 좀 헷갈릴 수 있을지 몰라도.
혼동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으)러'와 '~(으)로' 둘 다 이동 동사와 함께 쓰이는 것을 들 수 있다. '~(으)로'는 방향격 조사이므로 이동 동사와 주로 같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먹으러 가다', '학교로 가다' 등등 '가다', '오다'와 같이 쓰이는 양상이 비슷한 것. 단, '~(으)로'는 '다니다'와는 잘 쓰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4.2. 어간 말음 '르' 용언과 어미 '-(으)러'


러 불규칙은 여기서 말하는 어미 '-(으)러'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는 연결 어미 '-아/-어' 꼴이 어쩌다 보니 '-(으)러'처럼 되는 현상. 어미 '-(으)러' 앞에는 연결 어미 '-아/-어'가 붙지 않으므로 '우러러' 아니면 '-러러'가 될 일은 없다. '-아/-어' 꼴하고 '-(으)러' 꼴하고 모양이 같아질 수는 있을 듯 한데... 여기 러 불규칙 말들 가운데 동사인 건 '이르다' 정도로서 목적의 의미로 쓰기엔 좀 안 맞는 동사. '수준급 경지에 이르러(이르려고) 산에 올라갔다' 식으로 쓰면 보통은 '-아/-어' 꼴로 여길 것이다. '수준급 경지에 이르러(이르러서) 산에 올라갔다' 식으로. 또한, '남들에게 이르러 찾는다' 식의 '이르러'는 르 불규칙 타동사이다. '우러러'는 러 불규칙 활용형이 아니고 기본형은 '우러르다'이므로 '우러르러'와 '우러러'로 구분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러 불규칙은 아니지만 '치다'와 '치르다', '이르다'의 형태와 뜻이 비슷한 동사 '다다르다'도 들 수 있겠다. '다다르다'와 '치르다'는 '우러르다'와 마찬가지로 러 불규칙이 아니므로 '-(으)러'와 '-어/-아'가 구별된다. '다다르러', '다다라', '치르러', '치러'. 이 둘과 '우러르다'는 어간 끝의 'ㅡ'가 '-아/-어'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이다. ㅡ 불규칙이거나 르 불규칙이고 '르' 앞 모음이 양성모음이면 '-라'로 실현되고, 음성모음이면 '-러'로 실현된다. 러 불규칙이면 양성, 음성 상관없이 '-러'로 실현된다. 다만, '치러'는 '치- + -러'일 수도 있고 '치르- + -어'일 수도 있다.
'누르다'는 품사와 뜻으로써 구별된다. '눌러'는 동사 '누르- + -어'인 르 불규칙 활용형이고, '누르러'는 동사 '누르- + -러'일 수도 있고 형용사 '누르- + -어'인 러 불규칙 활용형일 수도 있다. 형용사에는 어미 '-(으)러'를 못 쓴다. 또한, 르 불규칙은 아니지만 '들르다'는 '들르러'와 '들러'로 구분되어 있다.

5. 변이형 '-ㄹ러'


'-려고'와 같이 표기적으로 'ㄹ'이 첨가된 '-ㄹ러'가 나타나기도 한다(가지러→가질러).
이 현상의 원인은 추측건대 '-려고'와 같이 용언 어간 종성이 'ㄹ'일 때 초성 'ㄹ'로 시작한 어미가 후행할 때 설측음이 되는 현상이 다른 동사 어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역형성으로도 볼 수 있다.

6. 일본어 문법과 비교하기


일본어에서는 '-(으)러'의 용법으로 연용형 + ''를 주로 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会いに'''ゆきます) 등. 일본어에서는 명사가 아니어도 조사를 붙일 수 있는데 동사 기본형 + 를 쓰면 다른 뜻이 된다. するに는 '하건대', するに足る '할 만하다' 등으로 쓰이는 용법이 있다. 연체형(동사/형용사 기본형, 형용동사 ) + '' + ''는 '-(으)ㄴ/'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으)려고'는 '청유형 + とする'나 '연용형 + かける' 등이 쓰일 수 있다. '-도록'의 뜻으로는 '종결형 + ように'가 제일 유명하다.

7. 나무위키에 이 의미의 '-(으)러'가 제목인 문서



8. 다른 어미



8.1. 한국어 과거 선어말어미 '-더-'의 이형태 '-러-' (고문)


계사 이다 뒤에서 '-더-'는 마치 종결어미 '-다'가 '-이라'로 변하는 것과 유사하게, '-더-'로 변했다. 그래서 '-이러라'('-이-+-더-+-다)와 같은 형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라, 더→러'와 같은 ㄷ-ㄹ 이형태 교체는 20세기 초반을 전후하여 문어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더이상 생산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해당 형태소가 '이다' 뒤에 후행하더라도 '이라', '이러-'가 아니라 '이다', '이더-'를 쓴다.
[image]

우리가 創造를 發刊하메 臨하여、무론 文藝에 主力을하엿지만 朝鮮語彙에도 적지안흔 노력을 하엿다。(중략) 小說에 잇서서도 그때의 先輩 春園의 文章에도 아직舊態가 만히 남어 잇섯다。가령말하자면 『P』라하는 小說의 맨마지막 한구절에 『P는남자러라』[2]

한것이잇는데 그것은 비단 그소설뿐 아니라『이러라』『이더라』『이라』等 아직 채口語化하지못한 말이 만히 잇섯다。創造를發刊함에 잇서서 우리는同人會를열고 그런 文章은 죄 拒否하여버리고 '''純口語體 로만쓰기'''(본문 큰 글자)로 작정하엿다. 地方사투리ㅅ가운데서도 쓸만한 말은 모도 추어서 使用하여 朝鮮語를 豊富하게 하도록 하자고 결의하엿다.

'''김동인, 문단 십오 년 이면사(裏面史), 창조잉태 (5), 조선일보 1934년 4월 5일자 2면#(유료), 이희정(2009: 236-237)[3]

참조.'''

문서에서 발췌했듯 김동인이광수의 "윤광호"(1918)에 등장한 "P는남자'''러'''라"라는 문장을 대놓고 거론하면서 아직 구어화가 덜 된 표현이라고 저격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광수의 해당 문장은 소설 내의 마지막 문장으로 꽤 인상 깊은 대목이었는지 대부분의 20세기 초 표기가 교정된 위키문헌에서도 그 문장만큼은 "P는 남자러라"라고 그대로 남아있다.#[4]

[1] 전달형 어미 '에서 이 차이가 극명하다. '먹이래', '먹인대'로 자음이 달라진다. 단, '먹이라고 하다' 식으로 명령형 + 전달이 되면 동사 '먹이다'여도 '먹이래'가 될 수 있다. 또한, '먹[墨\]이다'의 과거형은 '먹이었다'로만 쓸 수 있지만, '먹이다(食)'는 '먹였다'로도 줄일 수 있다.[2] 이광수의 ≪윤광호≫라는 소설의 문장이다.[3] 이희정(2009), <창조> 소재 김동인 소설의 근대적 글쓰기 연구. 국제어문, 47(0), 231-264.[4] 굳이 현대 표기로 고친다면 "남자더라", 시제까지 담당했던 '-더-'의 역사적 용법을 반영하면 "남자였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