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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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레드 와인#s-1.콧대 높은 레드와인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강하고, 검술에 정통해 적이 반응하기도 전에 전투를 끝낼 수 있다.
평소에는 각종 화려한 옷과 보석을 좋아하며, 매우 사치스럽다.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공격력은 준수하나 물몸이다.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충돌
한때, 날 소환한 마스터를 받아들일 수 없으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하지만 날 소환한 이 소녀는 이상하게도 만족스러웠다.
공작의 장녀인 이 소녀는 그저 부유한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내면에서 우러나 오는 품격, 당당한 미소, 대화에서 풍기는 매력. 이 소녀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는 그녀가 목에 두른 화려한 목걸이나 화려한 드레스 때문이 아니다.
진정한 귀족은 그저 값비싼 웃과 부유한 삶을 누리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기품을 갖추지 못한 귀족은,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장난감에 불과하다.
날 소환한 소녀는 정교한 깃털 장식의 부채를 들고 날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정말 다행이야! 그 녀석처럼 키만 멀대같이 큰 식신이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넌 꽤 잘생겼는걸? 꼭 전설 속의 흡혈귀 같아.」
마스터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흥, 어서 자랑하러 가야겠어. 나도 이제 어엿한 마스터라고 말이야! 게다가 내 식신이 훨씬 더 잘생겼다고.」
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터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게 됐다.
품위없어 보이는 옷과 무례한 태도, 심지어 움직임까지 거친 식신이 눈앞에 나타나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나중에서야 이 천박한 자가 마스터 약혼자의 식신인 스테이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뭐든 그 주인을 닮는 법이라니까. 레드와인, 너도 저 녀석들이 맘에 안 들지?」
「저런 녀석과 결혼해야 한다니. 정말 힘들겠습니다. 마스터.」
「뭐, 뭐라는거야? 누가 저딴 남자랑 결혼한다고 그래! 배려도 없고, 낭만도 없는 데다가 나한테 관심도 없다고!」
「...배려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정략결혼이잖아요?」
「시끄러워!」
난 마스터의 빨개진 볼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고는 흔들던 잔 속의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정말 솔직하지 못하군.
난 포도 덩굴 아치의 그늘에서, 장차 부부가 될 두 사람이 겨우 몇 마디 나누다가 다투는 모습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두 사람은 아직 각자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바로 그때, 짜증나는 녀석이 내 앞을 지나 두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손을 들어 제지하자, 놈의 시뻘건 눈동자가 날 노려봤다.
「비켜.」
「뭘 하려는 거지?」
「교외에 또 낙신이 나타나서 마스터를 부르러 가는 거다. 방해하지 마라.」
「지금 데이트 중이신 거 안 보이나? 다른 마스터들이 처리하면 되잖아.」
「데이트 낙신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가? 어서 비켜라!」
나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무력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손을 좀 봐즐 필요가 있었다.
이 스테이크라는 놈은 말투든 옷차림이든, 모든 게 내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놈의 검술은 제법 봐줄 만했다.
「이봐, 스테이크! 또 녀석이랑 싸우고 있는 거냐!」
「방해하지마! 오늘에야말로 승부를 내겠어. 이 가식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겹던 참이거든!」
「레드와인! 그만 싸워!」
「다칠지도 모르니 물러나 있으시죠. 이 무례한 녀석을 손봐줄 기회만 벼르고 있었으니깐요.」
「어머~ 너희들 티격태격 싸우는 게 참 보기 좋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6.2. 2장. 피
마스터는 자주 다과회를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마스터보다 부드럽고 상냥한 소녀도 꽤 있었다.
그중 한 소녀는 날 보자마자 놀라서 집사 뒤에 숨더니,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흡혈귀세요?」
「응? 제가 무섭기라도 한 건가요?」
「그, 그럴 리가요... 그냥 너무 잘생겨서...」
난 볼이 빨개진 소녀를 바라봤다. 이 소녀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소녀는 사라졌다.
한 연회에 참석한 후 마차를 타고 떠난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최근, 왕성에서는 벌써 꽤 많은 귀족 소녀가 실종됐다. 그리고이 실종 사건의 책임자는 바로 마스터의 약혼자였다.
마스터는 실종자들이 무사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우리는 마스터가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끼 역할을 할게, 너희가 날 지켜줘. 부탁이야, 내 친구에게 손댄 녀석을 직접 잡고 싶어.」
처음으로 마스터가 자신의 약혼자에게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약혼자의 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 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런 일에 널 끌어들일 순 없어.」
그는 주억을 꽉 쥐고 있었다. 난 알고있다. 이 남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위험을 감수하게 둘 수 없다는 걸.
스테이크의 마스터는 스테이크처럼 여자를 모른다.
당연히 이런 둔한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줄 리 없다.
정말 바보들이 따로 없군.
뭐, 이런 바보들이 싫지만은 않지만.
이 복수는 내가 대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피 냄새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날 흡혈귀라고 부른다.
어떤 이의 피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고, 또 어떤 이의 피에서는 씁쓸한 향이 난다.
심지어 피에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 온화하고 고귀한 모습의 백작 부인이다. 그녀가 내 마스터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할 때, 난 그 부인에게서 짙은 향수로도 완전히 덮을 수 없는 악취를 맡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백작 부인의 성에 들어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후, 부인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성에서 각종 연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연회에 들어온 난 위층에서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진한 피 냄새를 풍기는 부인이 광기 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는 듯이.
갑자기 뇌리에 왕국에 널리 퍼져있는 괴담이 떠올랐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 빛을 싫어하며, 피를 먹는 어둠 속의 귀족...
백작 부인도 날 그런 존재로 여긴 걸까?
연약한 부인을 두려워할 거 없었다. 우리가 서로를 마주봤을 때, 그녀의 눈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의 하인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부인께서 위층에서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난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춤추는 남녀들 사이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색의 드레스를 입은 백작 부인은 단정한 모습으로 내게 미소지었다.
「갑작스럽겠지만... 괜찮다면, 서재에서 잠시 얘길 나누고 싶은데.」
날 흡혈귀로 오인한 사랑은 부인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흥분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6.3. 3장. 피의 온도
서재에 도착하기 전, 난 누군가가 서재를 나오는 걸 봤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사람 몸에서 풍겨 나오는 역겨운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난 악취를 눌러 참으며 백작 부인과 함께 서재에 들어갔다.
서재의 문이 닫히자, 부인은 완전히 돌변했다.
반쯤 미쳐버린 거 같은 부인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그러더니 내가 물어보기 전에 자신이 벌인 일들을 낱낱이 고백했다.
부인은 젊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소녀들을 납치했던 것이다.
소녀의 피는 백작 부인에게 가장 효과있는 보양식이었고, 블쌍한 소녀들은 차가운 땅속에 묻혔다.
그리고 날 찾은 목적은 단순했다.
전설 속의 흡혈 귀족들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방식을 통해 인간을 자신과 같은 흡혈귀로 만들 수 있다...
우습게도 이 전설 속의 흡혈귀는 나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백작 부인은 내가 자신을 불로장생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다.
그녀는 흥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소녀를 납치해서 내게 바치겠다 했다.
심지어 이 성의 모든 방을 햇빛이 들지 않는 방향에 지은 이유도, 언젠가 내가 올 것을 대비해서였다.
이 가련한 인간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겨 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진짜 흡혈귀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모든 걸 털어놨다.
하지만 난 이런 멍청한 것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전에 유괴한 소녀들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모두 주인님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었죠!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금방 새로운 제물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그렇습니다! 아주 은밀하게 진행했으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음식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의 가장 충실한 하인이 되겠습니다!」
기대에 찬 백작 부인의 눈빛을 보니, 집사 뒤에서 얼굴을 붉히던 소녀가 떠올랐다.
이미 늦은 건가.
우수한 귀족은 아름다운 여성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실례를 범할 수밖에.
「백작 부인. 유감이지만, 당신의 계획은 여기까진 것 같군요. 당신의 피는 이미 당신의 영혼과 함께 썩어 버렸습니다. 구역질 날 정도의 악취를 풍기는 사람은 내 하인이 될 자격은 없습니다.」
이렇게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존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없다.
절망 속에서 자신의 저지른 죗값을 치러야 한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인의 싱장에 칼을 찔러넣었다.
뜨거운 피가 흘러나왔고, 기대로 가득하던 눈동자는 초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백작 부인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난 침대를 붉게 물들인 시체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신선한 피 냄새가 공중에 퍼지자,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피에 대한 욕망을 억눌렀다.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역겨운 피에는 더더욱...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바닥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난 서재에서 뛰쳐나와 무도회가 열린 로비 쪽으로 뛰어갔다.
로비로 도착하기도 전에,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나와, 레드와인! 여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당장 나와! 설마 이딴 쓰레기 따위에게 당한 건 아니겠지?」
그 목소리에 난 이를 악물고 2층 로비 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로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마스터는 나도 모르게 드레스를 입 고 무도회에 잠입했었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 마스터는 의식을 잃은 채 이상한 녀석의 품속에 안겨있었다.
기절한 마스터를 안고 있던 사람은, 바로 아까 서재를 떠났던 그 녀석이었다.
놈은 수많은 병사가 성으로 진입하는 걸 보고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마스터를 안고 있는 저 녀석이 바로 백작 부인을 악마로 만든 범인일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테이크는 2층에서 뛰쳐나온 내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양손에 쥔 검을 더욱 굳게 잡고, 병사에게 포위된 그놈을 경계하며 바라봤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스테이크 옆에 섰다. 마스터의 약혼자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녀를 놔 줘라, 나와 교환하는 거다.」
「내가 왜? 네 피에는 그녀같은 온기도 없는데.」
이건 내 블찰이었다. 난 손안의 검을 꽉 쥐어잡았다.
아무리 고집이 센 마스터라도, 내가 없는 틈을 타 혼자 이곳에 잠입할 줄은 몰랐다.
그 순간, 스테이크는 갸우뚱한 표정으로 웃고 있던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나 역시 스테이크를 따라 전투에 돌입했다.
놈이 마스터를 안고 있던 탓에, 나와 스테이크는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어느새, 스테이크의 팔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놈의 얼굴에 스테이크의 피가 튀자, 미소를 짓고 있던 표정이 점차 소름끼치는 갈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안고 있던 마스터를 던져버렸다. 나는 손을 뻗어 마스터를 잡았고, 로비에서 싸우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처음 공격을 주고 받았을 때부터, 난 놈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놈은 우리와 같은 식신이었다.
그리고, 놈이 스테이크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다.
백작 부인과 똑같았다. 그건 분명 오랫동안 찾아온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피의 냄새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알지 못할 거다.
난 스테이크처럼 따뜻한 피를 지닌 생물은 본 적이 없다.
그 피의 온도는 차가운 어둠 속에서 살던 사람조차 거절할 수 없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다.
손이 대여도 얼어지기 싫은 혹한 속의 연탄불처럼 말이다.
6.4. 4장. 약속 그리고 부탁
그 식신은 스테이크와 병사의 공격을 받고 도망쳤다.
그는 떠날 때 스테이크를 소름 돋는 눈빛으로 쳐다봤는데, 정작 정신머리 없는 스테이크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 같았다.
우린 놈을 끝까지 쫓지 않고 로비로 돌아갔다.
마스터와의 계약 덕에, 난 그녀가 안전하며 벌써 의식이 돌아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약혼자는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난 울부짖는 약혼자의 품속에서 몰래 웃음짓는 마스터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결국 약혼자는 평소 자신을 무서워하는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품속에 있던 마스터가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약혼자는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나쁜 자식! 그렇게 내가 좋다는 걸 죽은 다음에야 말해?」
「뭐, 뮈야! 멀쩡하잖아. 무슨 이런 장난을 쳐?!」
「됐고, 빨리 다시 말해봐! 날 좋아한다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다며!」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야!」
「방금 그랬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들었어!」
「그런 소리 들은 사람 없지? 이번 달 받을 상여금을 생각하라고!」
시작은 위태로웠지만, 이 웃음과 눈물이 함께 섞인 결말은 정말 괜찮은 거 같다.
국가를 뒤흔든 이 악질적인 사건은, 결국 범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서로가 정략 결혼 상대일 뿐이라고 우기던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가 되었다.
이 둘은 늙어서도 신나게 입씨름을 해댔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대체 몇 살까지 싸울 겁니까?」
「맨날 스테이크랑 싸우는 녀석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그, 그건 그 자식이 도발해서 그런 겁니다!」
「쳇, 거짓말.」
남자는 마스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항상 떼쓰던 마스터도 그 순간만큼은 온화해졌다.
마스터는 그늘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나를 바라봤다.
내가 마스터의 곁으로 걸어가자,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이는 끝까지 나랑 스테이크를 걱정했어. 레드와인, 내 마지막 부탁 좀 들어줄래?」
마스터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자, 마음 속에서 희미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나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랑 스테이크는 맨날 서로를 싫어한다지만, 실은 사이가 정말 좋다는 거 다 알아. 그를 대신해서, 또 나를 대신해서, 앞으로 스테이크는 너에게 부탁할게. 괜찮지?」
「...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죠.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6.5. 5장. 레드와인
한 왕성에는 멋있는 기사와 아름다운 귀족 소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부모를 통해 서로를 만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커왔다. 기사는 유명한 귀족의 장남이기도 했으며, 두 사람은 비슷한 가문에서 자랐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언젠가는 부부가 될 이 둘이 서로를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듯했다.
정직한 소년은 여자의 호감을 사는 방법을 몰랐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소녀는 소년을 좋아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호감을 보이기는커녕 잔소리만 해댔다.
「멍청하긴, 이렇게 쉬운 일도 혼자 못 하다니.」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은거야?
「네가 상관 할 바 아니야, 어서가.」
--이런 위험한 일에 널 말려 들게 할 순 없어, 나한테 맡겨.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소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금은 모두가 두려워하게 된 그 성으로 향했다.
동화가 늘 그렇듯, 위험에 빠진 공주는 기사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소녀를 안고 대성통곡하던 기사는 결국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마녀는 사라졌고, 기사와 공주는 행복하게 지냈다.
이는 분명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다.
하지만 이 행운의 공주님에게는 기사님뿐만 아니라, 항상 자신을 지켜온 왕자가 있었다.
이 왕자는 전설 속 흡혈귀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햇빛을 싫어했다.
심지어, 피에 대해 특별한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왕자는 기사님과 공주님의 데이트를 절대로 방해하지 않았다. 난동을 부리는 공주님을 말릴 때 말고는 말이다.
기사님 곁에는 또 다른 기사가 있었는데, 이 기사와 왕자는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마녀가 공주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잡아가자, 왕자는 공주님의 곁을 떠나 홀로 마녀의 성에 들어갔다.
공주를 위해서,
또 기사를 위해서 말이다.
기사의 수칙.
--절대로 여성과 약자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가 마녀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은 자신이 대신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마녀가 먼저 그를 초대했다.
마녀는 그를 마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마녀가 몰랐던 것은
암흑에서 태어난 이 왕자는 강렬한 햇빛과도 같은 기사를 만난 후, 더 이상 암흑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녀가 자신의 마왕이 이미 한 기사로 인해 어둠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기사는 왕자에게 약속했었다. 왕자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본인이 직접 왕자를 죽이겠다고.
그 덕에 왕자는 다른 사람들 곁에서 자신이 두려워하던 햇빛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카난이 성검 기사단보다 훨씬 듣기 좋은 것 같은데? 차라리 성가기사단이라고 부르지 그래!」
「우린 기사단이라고! 카난 용병단이야 말로 듣기 이상하다고!」
「카난!」
「성검!」
옆에 앉아 있던 귀여운 소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에는 찻잔을 들고 끊임없이 싸우는 두 단장을 보며 감탄했다.
「두분 사이가 참 좋군요... 이렇게 싸우는데도 서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니. 맞다, 어제 레드와인 님한테 온 편지를 받았어요. 피 냄 새가 나던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레드와인은 생강쿠키가 허리에서 꺼낸 편지를 보고는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편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봉투를 뜯으니 적갈색 잉크로 쓰인 우아한 필체가 나타났다. 편지는 농후한 피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쓰며 펀지를 대충 훑더니, 여관 입구에 있는 등불에 편지를 태워버렸다.
재가 된 편지를 보여, 레드와인은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과거의 그는 피에 대한 갈망 때문에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스테이크가 폭력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레드와인을 유혹의 심연 속에서 끌어냈다.
「피의 온도... 내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 녀석이랑 붙어있는 거 같아? 흥, 어리석고 불쌍한 놈 같으니.」
7. 코스튬
8. 기타
- 스테이크, 생강쿠키와 함께 카난 용병단(성검 기사단)[3]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