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큔-라이샤워 표기법
- 복사용: ŏ ŭ ë Ŏ Ŭ Ë (ī ū é Ī Ū É)
1. 개요
1939년에 미국인 학자인 맥 매큔[1] 과 에드윈 라이샤워[2] 가 당시 국내 한국어 학자였던 최현배, 김선기, 정인섭 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학술용으로 고안한 표기법이다.[3]
매큔-라이샤워(McCune–Reischauer) 표기법은 1939년에 발표된 이래 반세기 이상 지난 현재까지 '''한국 밖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다. 영어로 된 대부분의 한국학 관련 자료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작성되어 있으므로 영어로 된 한국학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거의 필수적으로 숙지해 두어야 한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른 표기에서 부호만 지운 형태가 영어 사전에 영어의 외래어로 등록된 경우도 있다. 그 예로 chaebol (← chaebŏl), hangul (← han'gŭl), kimchi (← kimch'i), taekwondo (← t'aekwŏndo) 등이 있다.
한국(정확히는 남한) 내에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또는 그것의 1984년 남한식 변종)을 구시대 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어권, 프랑스어권은 물론 비로마자권인 러시아 한국학계에서도 여전히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이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만들어진 지 무려 '''20년'''이 흐른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2. 규정
- 철자가 아닌 발음대로 쓰는 '표음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2.1. 오리지널 표기법
- 장음을 표기해야 할 경우 ㅜ, ㅠ, ㅣ의 장음은 매크론(¯)으로, ㅔ, ㅖ의 장음은 어큐트(´)로 표기한다.
- 다만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사용하는 자료들이 장음을 표기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장음의 표기 자체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고, 결정적으로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아도 혼동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ㄱ, ㄷ, ㅂ, ㅈ가 유성음으로 발음될 경우 g, d, b, j로 표기한다.
- ㄲ이 k 뒤에 오면 k로, ㄸ이 t 뒤에 오면 t로, ㅃ이 p 뒤에 오면 p로, ㅆ이 s 뒤에 오면 s로, ㅉ이 t 뒤에 오면 ch로 표기한다.
- /ㄷ/과 /ㅆ/의 연쇄는 ss로 표기한다.
- ㄹ은 r로 표기하는 경우와 l로 표기하는 경우로 나뉜다.
- r로 표기하는 경우: 모음과 모음 사이, 초성 ㅎ(h)의 앞
- l로 표기하는 경우: 초성 ㅎ(h)을 제외한 자음의 앞, 단어 끝
- -ㄹㄹ-과 /ㄹㄹ/로 발음되는 -ㄴㄹ-이나 -ㄹㄴ-은 ll로 적는다.
- -ㄴㄱ-은 n'g로 표기한다. ㄱ이 무성음일 때에는 예외로 한다.
- '쉬'는 shwi로 표기한다.
- ㄷ, ㅌ(ㄾ 포함)이 구개음화되는 경우는 발음대로 표기한다.
- 종성 ㄱ, ㄷ, ㅂ, ㅈ 뒤에 초성 ㅎ이 올 경우 유기음화를 무시하고 kh, th, ph로 적는다.[5]
- 다만 ㄵ, ㄺ, ㄼ, ㅈ 뒤에 ㅎ이 오는 경우는 nch', lk', lp', ch'로 표기한다.
- 종성 ㅎ(ㄶ, ㅀ 포함)은 발음대로 표기한다. 뒤 자음과 합쳐져서 유기음이 되면 유기음으로, 무기음이 되면 무기음으로 표기하고, /ㄴ/으로 발음되면 n으로 표기하고, 발음되지 않으면 표기하지 않는다.
- 예사소리의 경음화를 표기에 반영한다.
- ㅅ의 경음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 ㄱ, ㅂ, ㄳ, ㅄ 받침 뒤에서 발생하는 ㅅ의 경음화는 s로 표기하며, ㄷ, ㅈ, ㅊ 받침 뒤에서 발생하는 ㅅ의 경음화는 전체를 ss로 표기한다.
- ㄴ, ㅁ, ㄹ, ㅇ 받침 뒤에서 일어나는 ㅅ의 경음화는 ss로 표기한다.
- 사이시옷은 용도에 따라 나뉜다.
- 된소리를 나타내는 사이시옷은 직후의 예사소리 글자와 함께 합쳐서 된소리와 똑같이 표기한다(kk, tt, pp, ss, tch). 사이시옷이 철자상으로 표기되지 않으나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 위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유성음 글자 대신 무성음 글자로만 적는다.
- /ㄴ/ 발음을 나타내는 사이시옷은 발음대로 적는다.
- 한 단어 안의 실사 + 실사 결합에서 첫 번째 실사의 마지막 받침 발음이 대표음으로 바뀌는 경우, 그 바뀐 발음을 따라 표기한다.
2.1.1. 인명 표기
성과 이름 사이만 띄어 쓰고 나머지는 음절 구분 없이 붙여 쓴다. 자음동화 등 음운 변동과 연음 현상[6] 을 기본적으로 반영하나, 성과 이름 사이에서 생기는 음운 변동은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백낙준'은 Paek Nakchun으로 적는다. '백 박사'는 Paek Paksa면서 '백낙준'은 Paeng Nakchun이면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심하기 때문이다.
해당 부분의 원문이다.
연음 현상이라든가 자음 동화라든가 음운 변화를 이름에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이름자를 음절별로 구분하고 싶어하는 한국인에게는 썩 좋은 표기 방식은 아니다. 당장 [김성민]으로 발음되는 '김석민'과 '김성민'의 로마자 표기가 Kim '''Sŏngmin'''으로 같아지니 말이다.[7] 물론 음가만 알아들으면 되는 외국인에게는 [성민]이라는 음가만 전해지면 되니 상관없겠지만... 그 점을 고려해서인지 1984년식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이름의 음절 사이를 하이픈(-)으로 구분하고 하이픈 앞뒤의 음운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데 자세한 건 아래 1984년식 관련 문단 참조.'''THE ROMANIZATION OF PROPER NAMES AND TITLES'''
Proper names like words should not be divided into syllables, as has often been done in the past. For example, the geographic term 光州 should be Romanized Kwangju. Irregularities occuring in proper names such as in P'yŏngyang 平壤 which is colloquially pronounced P'iyang or P'eyang, should usually be ignored in Romanizations intended for scholarly use.
Personal names demand special consideration. As in China, the great majority of surnames are monosyllables representing a single character, while a few are two character names. The given name, which follows the surname, usually has two characters but sometimes only one. In both two character surnames and two character given names the general rules of euphonic change should be observed, and the two syllables should be written together.
The problem of the euphonic changes between a surname and given name or title is very difficult. A man known as Paek Paksa 백 박사 (Dr. Paek) might prove to have the full name of Paeng Nakchun 백낙준 because of the assimilation of the final ''k'' of his surname and the initial ''n'' of his given name. The use in Romanization of both Dr. Paek and Paeng Nakchun for the same person would result in considerable confusion. Therefore it seems best for Romanizations purposes to disregard euphonic changes between surnames and given names or titles, so that the above name should be Romanized Paek Nakchun.
그리고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성씨 '이'를 Yi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이' 씨를 Yi로 표기해야 한다고 규정한 적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은 이(李) 씨는 I로 표기해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옛 로마자 표기인 Yi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그게 이미 익숙한 형태이므로)는 말이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 이(李) 씨를 Yi라고 적으라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I도 Yi도 아닌 두음 법칙을 무시한 Lee로 적는 경우가 많다.For ordinary social use our Romanization often may not prove suitable for personal names. Even in scholarly work there are also a few instances of rather well established Romanizations for proper names which might be left unchanged, just as the names of some of the provinces of China still have traditional Romanizations not in accord with the Wade-Giles system. There is, for example, Seoul, which some may prefer to the Sŏul of our system. Another very important example is 李, the surname of the kings of the last Korean dynasty and still a very common Korean surname. Actually it is pronounced in the standard dialect and should be Romanized ''I'', but some may prefer to retain the older Romanization, ''Yi'', because that is already the familiar form. In any case the other Romanizations of 李, ''Ri'' and ''Li'', should not be used.
다만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사용하는 서적들은 대부분 '이' 씨를 예외적으로 Yi로 표기하기는 한다.
2.2. 1984년식 개정 표기법
1984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에서 쓰였던 로마자 표기법(이하 1984년식)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기본으로 약간 손을 본 것이었다. 당시 표기법 전문은 국립국어원 링크의 첨부 파일 참고. 북한의 로마자 표기법 역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되 다소 변형된 형태이다. 위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표기된 한국어는 1984년식이 아니라 오리지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1984년식 로마자 표기법과 오리지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ㅝ를 wŏ가 아닌 wo로 적는다.
- ë가 -e로, n'g가 n-g로 대체되었다.
- 다만 매큔과 라이샤워는 음절 구분 용도로 하이픈(-)을 사용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8] 다음절 교착어인 한국어에다가 자음의 발음 변화가 많은 한국어를 발음에 따라 로마자 표기할 때 각 음절을 하이픈으로 분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해를 부를 수 있다.
- '쉬'를 swi로, '시'를 shi로 적는다.
- -ㄹㅎ-을 rh가 아닌 lh로 적는다.
- ㄱ, ㄷ, ㅂ의 뒤에 ㅎ이 올 때의 유기음화가 무시되지 않는다.
- /ㄷ/과 /ㅆ/의 연쇄에 대한 언급이 없다.
- 영어에서 쓰이는 표기 또는 사설 단체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표기 중의 일부를 예외적으로 받아들였다.
- 다만 이것은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문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영어 표기와 로마자 표기를 헷갈린 것이다.
2.2.1. 인명 표기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변형해서 공식 표기법으로 채택한/채택했던 국가나 기관에서는 이상하게도 공통적으로 고유어 이름과 한자식 이름의 표기 방식을 다르게 하도록 한다/했다(오리지널 표기법은 이런 구별을 하지 않는다).
- 규정 제3장 제4항: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쓰되 띄어 쓰고, 이름 사이에는 '-'(짧은 줄표, 하이픈)를 넣는다. 다만, 한자식의 이름이 아닌 경우에는 '-'를 생략할 수 있다.
2.3. 기타 변종 표기법
AFN Korea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한국어 문장을 소개할 때 반달표(˘)가 더해진 모음을 움라우트(¨)가 더해진 모음으로 바꾼 변종 표기를 써 왔다. 아무래도 영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달표가 들어간 ŏ, ŭ은 생소한 데 반해 움라우트가 붙은 ö, ü는 독일어의 영향으로 비교적 눈에 익은 것이고, 컴퓨터 인코딩에서도 미국과 서유럽에서 흔히 쓰는 ISO/IEC 8859-1(일명 Latin-1) 코드에 ŏ, ŭ는 없어도 ö, ü는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공식적으로 쓰일 때 일부 표지판 등에서 반달표(breve) 대신에 caron(ˇ) 형태로 바꿔 쓴(Ǒ, ǒ, Ǔ, ǔ) 것도 간간히 쓰였다. 이건 단순히 breve와 caron이 다른 부호라는 걸 잘 몰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3. 특징
-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을 매우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9] 평음 ㄱ, ㄷ, ㅂ, ㅈ이 어두에 올 때 각각 k, t, p, ch로 표기하는 것이 그 예이다. 반면 표기가 좀 애매한 유기음(ㅋ, ㅌ, ㅍ, ㅊ)은 k', t', p', ch'와 같이 아포스트로피(')를 찍어서 표기한다.
- 부산, 제주는 일본어에서 각각 プサン, チェジュ로, 러시아어에서 각각 Пусан, Чеджу로 표기하는데,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른 표기 Pusan과 Cheju를 알고 있으면 왜 이렇게 적는지 한번에 이해할 수 있다.
- 일부 모음자에 브리브(˘)와 트레마(¨)라는 다이어크리틱을 사용한다. ㅓ는 ŏ, ㅡ는 ŭ로, ㅏ나 ㅗ 뒤의 '에'는 ë로 표기한다.[10][11]
- ㅉ을 tch로 표기한다. 보통 다른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들에서는 cc, zz, jj처럼 ㅈ을 표기하는 문자를 두 번 반복하는 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감안하면 비교적 특이한 부분.
4. 표기 예시
-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 Modŭn in'ganŭn t'aeŏnal ttaebut'ŏ chayuroumyŏ kŭ chonŏmgwa kwŏllie issŏ p'yŏngdŭnghada. In'ganŭn ch'ŏnbujŏgŭro isŏnggwa yangsimŭl puyŏbadassŭmyŏ sŏro hyŏngjeaeŭi chŏngsinŭro haengdonghayŏya handa.
- 콩고물과 우유가 들어간 빙수는 차게 먹어야 특별한 맛이 잘 표현된다.
- K'ongkomulgwa uyuga tŭrŏgan pingsunŭn ch'age mŏgŏya t'ŭkpyŏrhan masi chal p'yohyŏndoenda.
-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 Kŭrŏn chisŭn haji maraya haennŭnde nan kŭ sasirŭl mollassŏ.
-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 I ŏlmana kkŭmtchikhago musimusihan saenggagini?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Kŭrŏnde kŭgŏsi silchero irŏnassŭmnida.
5. 문제점 및 비판
5.1. 다이어크리틱 사용 찬반 논쟁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가장 큰 논란거리 중 하나'''로, 반달표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이 언급되고 있다.
- 찬성론
- 자국어의 독특한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로마자에 여러 가지 기호를 덧붙이는 일은 사실 러시아어, 아랍어, 몽골어, 페르시아어, 우크라이나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등 여러 비로마자권 언어의 로마자 표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로마자를 쓰는 서유럽 언어들에서도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처럼 diacritic을 쓰는 예가 허다하다.
- 2000년대부터 유니코드가 보급됨에 따라 ŏ, ŭ 등의 입출력이 더 쉬워졌는데, ŏ, ŭ 등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반달표 등의 기호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 표기법은 표기를 규정하지 표기의 입력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표기법이 입력이 불편한 문자를 쓴다고 할지라도 표기법의 책임이 아니다. 한글 맞춤법이 한국어 단어에 대한 표준 표기를 규정하고 그 표기의 입력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표기의 입력은 어디까지나 입력하는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 실제로 일본어 로마자 표기법은 장음 표기에 마크론(¯) 또는 시르콩플렉스(ˆ)를 쓰고, 한어병음은 성조 표기에 마크론(¯), 아큐트(´), 카론(ˇ), 그라브(`)를 사용하고, u, e와는 다른 모음을 표기하기 위해 ü나 ê까지 쓰는 것은 사용하고 있다.
- 반대론
- 러시아어, 카자흐어, 아르메니아어, 우크라이나어, 키르기스어 등도 21세기에 들어선 현재에는 큰따옴표, 작은따옴표와 하이픈을 제외한 모든 부호를 없애고 반달표 대신 이중문자나 삼중문자를 적용한 로마자 표기법을 여권, 지하철 및 기차 역명판 등에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특수부호가 들어간 로마자 표기법은 현재 언어학 등의 특수한 영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 심지어는 특수 부호 로마자를 자국어 정서법으로 썼던 서유럽에서조차 ä를 ae로 풀어쓰거나 é를 그냥 e로 쓰기도 하는 상황이 종종 보이는 판이다.
- 특수 부호가 있는 글자를 키보드만으로 입력하는 건 확실히 힘들고 귀찮다는 문제점이 있다. 보통 이런 문자를 쓰는 나라들은 오른쪽 Alt키를 Alt Gr이라고 해서 이걸 Shift처럼 써서 특수 부호 붙은 로마자를 입력하지만 한국 표준 키보드 배열에 Alt Gr이 없기도 하고, 한국 키보드에 Alt Gr을 도입한다고 해도 도입해서 정착하게 하는 비용과 아예 쓸 일 없게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저울질하는 문제도 있다.
- 표기법이 변천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규범을 따르지 않고 다른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입력 불편으로 실제로 다른 표기를 사용한다면 표기의 규범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표기법의 책임이 아니란 것은 표기법의 정착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이고, 정착이 되지 않은 표기법은 사실상 도태될 수밖에 없다.
- 기호를 사용하는 예로 일본어를 들긴 하였으나 실생활에서 시르콩플렉스(ˆ)는 고사하고 마크론(¯)조차 제대로 쓰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보통은 그냥 생략한다.
- 성조를 나타내는 부호 외에는 어떠한 문자나 기호도 절대 생략될 수 없다고 규정한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조차도 여권에 이름을 표기할 때에 한정해서는 ü를 yu로 대체한다.
- 러시아어, 카자흐어, 아르메니아어, 우크라이나어, 키르기스어 등도 21세기에 들어선 현재에는 큰따옴표, 작은따옴표와 하이픈을 제외한 모든 부호를 없애고 반달표 대신 이중문자나 삼중문자를 적용한 로마자 표기법을 여권, 지하철 및 기차 역명판 등에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특수부호가 들어간 로마자 표기법은 현재 언어학 등의 특수한 영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5.2. 84년식 표기법의 인명 표기
고유어 이름과 한자식 이름의 표기 방식을 다르게 하도록 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한자식 이름은 각 음절에 뜻이 있고 고유어 이름이나 외래어 이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규정이고 '''전제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데''',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 사이에는 '-'를 넣지만 한자식 이름이 아닌 경우에는 '-'를 생략할 수 있게 한 것은 과거 인명 표기에 원칙이 없어 혼란이 많았던 것을 통일시킨 것이다. 한자는 한 글자가 하나의 뜻을 가졌기 때문에 그 원형을 밝혀 적어야 될 것이요, 마리아(Maria), 하나(Hana)와 같은 외래어 또는 고유어의 이름은 그것이 하나의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1. 현실적으로 한자가 있는 이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며, 한국어 인명은 언제나 고유어 이름과 한자식 이름으로 이분적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 현재는 사실상의 한글 전용 시대(한자어도 그냥 한글로 적는 시대)이고, 한글로 적힌 이름만 보고서는 한자가 있는 이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고유어 이름 같은데 실제로는 한자식 이름인 경우도 있고, 한자식 이름 같은데 실제로는 고유어 이름인 경우도 있다. 위에서 고유어 이름의 예로 든 '하나'도 실제로는 언제나 고유어 이름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하나'는 고유어 이름일 수도 있지만 한자식 이름일 수도 있으며(예: 荷娜(아름다운 연꽃)), 고유어 이름이면 Hana가 되고 한자식 이름이면 Ha-na가 되므로 이름에 한자가 있는지 없는지 반드시 확인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게다가 한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하이픈을 넣어야 할지 말지를 아예 결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바로 아래에서 언급할 '이름을 중의적으로 짓는 경우' 때문에 단순히 한자의 존재 여부만으로는 Hana가 될지 Ha-na가 될지 판단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
- 이름을 중의적으로 짓는 경우(고유어 이름과 한자식 이름을 동시에 의도해서 짓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 고유어 '사랑'과 한자 思朗(밝게 생각하다)을 동시에 의도해서 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Sarang인가 Sa-rang인가?
- 그리고 외래어 이름도 이런 식으로 중의적으로 지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리아'에 한자 瑪悧娥를 붙여서 외래어 이름와 한자식 이름을 동시에 의도해서 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Maria인가 Ma-ri-a인가?
- '은빛(銀빛)'과 같이 한자+고유어 이름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Ŭnpit인가 Ŭn-pit인가?
- 원래 한자가 있는 이름이었으나 개명 절차를 거쳐서 한자만 없앤 이름(사례 1, 사례 2)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이름은 한자식 이름인가, 고유어 이름인가?[13]
2. 한자식 이름이라고 해서 각 음절을 꼭 구분해야 할 필요나 이유가 없다 (오히려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
- 한자식 이름을 음절 구분 없이 쭉 이어 쓴다고 해서 각 음절의 뜻이 파괴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 영어 classroom, wheelchair 등은 class와 room, wheel과 chair로 이루어져 있지만 classroom, wheelchair라고 쭉 이어 쓴다고 해서 class와 room, wheel과 chair 각각의 뜻이 파괴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또한 독일어에는 이런 게 지천으로 널렸다.[14] 즉 한자식 이름의 각 음절에 뜻이 있다고 해도 각 음절을 나눠 써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15] (애당초 둘 이상의 형태소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조어법이 없는 언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북한 규정에서는 한자식 이름의 각 음절을 띄어 쓰게 돼 있는데, 만약 이름의 뜻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오히려 각 음절을 띄어서 써서는 안 된다. 각 음절을 띄어 쓸 경우 서양에서는 두 번째 음절을 middle name으로 오인하고 날려 먹는 경우가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흔히 Pok Chŏl An과 같이 성씨를 뒤에 쓰(게 되)는데, 이러면 Chŏl이 middle name으로 오인돼 날아가고 Pok An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16][17] 즉 pok만 남고 chŏl은 사라진다. 반면 Pokchŏl An으로 쓰면 Pokchŏl이 그대로 보존된다. Pok Chŏl An으로 써서 chŏl을 날려 먹는 게 이름의 뜻을 더 잘 보존하는 것일까, Pokchŏl An으로 써서 pok과 chŏl 모두 유지되는 게 이름의 뜻을 더 잘 보존하는 것일까? 답은 당연히 후자이다. 이름의 뜻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오히려 더더욱 Pokchŏl과 같이 이어서 써야 한다.
- 한자식 이름이라고 해서 언제나 각 음절에 뜻이 있는 건 아니다. 한자식 이름에 李世乭(이세돌)의 乭(돌)처럼 뜻은 없고 음만 나타내는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름은 분명히 한자식 이름이지만, 각 음절에 뜻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무엇보다도 고유어 이름 중에도 각 음절에 뜻이 있는 게 있다(예: 아나운서 구새봄, 배우 왕빛나 등). 고유어 이름 '새봄'은 분명히 '새'와 '봄' 각각에 뜻이 있다. 이것은 Saebom인가 Sae-pom인가?[18][19]
무엇보다도 형태소가 먼저 있고 그것이 문자라는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지, 문자가 먼저 있고 문자(개별 글자 또는 문자 체계)에 의해 형태소가 규정되는 게 아니다(문자가 없는 언어에도 형태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그렇기 때문에 '한자로 표기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표기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이고, '고유어 이름은 한자로 적히지 않으므로 언제나 각 음절에 뜻이 있지 않다' 같은 전제가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