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니르 엣셀티
1. 개요
여라의 잿빛 늑대의 등장인물. 주인공 여라 엣셀티의 어머니. 붉은 머리카락에 녹색 눈동자, 나이가 많지만 외견상으로는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미인. 여라와는 달리 대마법사라 불릴 만한 인물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약속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 개중에서도 특히 '조련술'과 관련된 부분이 특기.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다소 차가운 성품이지만 돌가 샤미즈에 대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까운 사람에겐 자애로운 면도 있다. 특히나 외동딸 여라에게는 지극정성이다 못해 팔불출 같은 모습까지 보인다.
2. 성장 배경
엣셀티 가문은 진넬 지역을 본거지로 삼고 세력을 넓혀 마법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명문으로 성장했지만 단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수많은 약속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마법을 사용할 만한 강력한 마법사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재능있는 마법사를 양자, 양녀로 삼거나 심지어 강한 마법사가 진넬에 들를 때면 금고를 풀고 딸과 아내를 바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자손을 얻으려 애썼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국 양자와 양녀들을 모두 파양하고 다시 순수혈통의 계보를 써내려가던 어느 해, 엣셀티 가의 먼 친척인 앱샤드 가의 어린 마법사가 지병 때문에 진넬에 요양을 오게 된다. 이 요양이 계기가 되어 엣셀티 가의 젊은 도련님과 앱샤드 가의 아가씨는 모두의 축복 속에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민니르였다.
좀처럼 강력한 마법사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민니르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특히나 그 독단적인 성격이 반영되었는지 조련술에 능했다. 그러나 집안 식구들이며 가솔, 몸종들이 전부 그녀만을 애지중지하며 떠받들듯 기른 덕에 민니르는 남을 배려하고 교감하기보다는 남에게 명령하고 복종하도록 만드는 것에만 익숙해져갔고, 또래 아이들과 있을 때도 과시와 강요로 일관했다. 그런 그녀에게 다른 아이들은 진절머리를 내며 도망가기 바빴고 민니르는 그에 따라 점점 더 사납고 괴팍해졌다. 민니르의 어머니만은 딸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외로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성질을 부리면 부릴수록 가장 많이 상처입는 건 딸아이 자신이란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 또한 투정을 감싸기에 급급해 딸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교정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엣셀티 가와 고서적이나 골동품 등을 거래하며 교류하던 요웰 랑그리프라는 마법사가 엣셀티 가를 방문하게 된다. 요웰에게는 특이한 티느셰가 한 명 있었는데, 그 티느셰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라티샨인 요웰에게까지 반말을 썼으며 천지분간 없이 자유롭고 사나웠다. 이런 티느셰의 태도에 의아해하는 민니르에게 요웰은 그 티느셰와 자신의 관계는 몸종이라기보단 오랜 친구관계에 가깝다고 설명해준다. 외로움에 절어있던 민니르에게 '친구'라는 말은 더없이 솔깃하게 다가왔다. 티느셰라면 배신할 일도 멀어질 일도 없을 테니 그 티느셰를 갖는다면 친구를 갖는 거나 다름없을 거라고 생각한 민니르는 다른 마법사의 티느셰를 빼앗을 때 얼마나 엄청난 각오를 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친구를 갖고 싶은 욕망에만 눈이 멀어 귀빈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요웰을 습격해 '작렬'을 날리고 만다. 그러나 민니르의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상대는 '당대 최고' 혹은 '전설'로 불리는 마법사 요웰 랑그리프였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해도 당시로선 어린애에 불과했던 민니르의 작렬이 그에게 닿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어린아이가 철없는 마음에 저지른 짓이라고 해도 마법사끼리의 결투란 한쪽이 다른 한쪽을 공격했을 땐 한쪽이 죽는 걸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웰은 민니르를 벌하지 않았다. 감사의 의미로 엣셀티 가에서 내놓은 금룡 세 마리와 가문에서 가장 강력한 티느셰 두 명도 거절했다. 다만 민니르의 어머니에게 그녀의 철없는 딸을 기숙학교에 보내라고 권했을 따름이었다.
3. 서리산을 복종시키다
그렇게 조련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가 서리산을 보고 티느셰로 삼고 싶어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었다. 서리산은 당시 암라 대륙의 감랑국 서편 아무다숲 랑인족의 일원으로, 동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에 대한 방편으로 마법사 사냥꾼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서리산의 무예실력과 정신력을 탐낸 민니르는 그가 마법사 사냥꾼인 걸 알고는 마법사 사냥꾼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법사의 티느셰가 되어 속죄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더더욱 의욕을 불태웠으나 생각보다 그는 만만치 않았다. 민니르가 아무리 조련하려 해도 무섭게 뿌리쳤고, 협박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대개 고고하고 자존심 강한 이들은 짓누르고 굴욕을 주면 절망하여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운을 잃기 마련인데 서리산은 달랐다. 그 상황에서도 민니르가 주는 식사를 거절하지 않고 먹었고 잠시라도 조련에서 풀어주면 즉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 체력을 회복했다. 이에 질린 민니르는 그에 관해 조사했고 서리산이 단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줄에서 저 줄로 줄만 바꿔 묶는 것에 이력이 나 있었기에 민니르의 조련도 뿌리칠 수 있었던 것.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한 민니르는 즉시 조련을 멈추고 협상을 시작했다. 다만 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가 티느셰가 되어 자신에게 복종하는 대신 노예로 매매되고 있는 동족들의 자유를 되찾아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리산 또한 민니르에게 저항할수는 있을지언정 벗어날 수는 없으리란 것을 직감하고 있었고 그가 그 조건을 받아들인 건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단 자신은 누리지 못할 자유를 동족들을 통해서나마 누리겠다는 일종의 대리만족에 가까웠다.
결국 서리산은 민니르가 온힘을 다해 그와의 거래조건을 지킬 거라는 확신을 얻고 나서야 그녀가 제시한 거래를 받아들였고 그 대가로 민니르에게 자발적으로 완전한 복종을 약속했다. 민니르는 그와의 거래 이후 다시 조련의 과정을 거쳐 티느셰의 각인을 씌웠다. 그렇게 서리산은 티느셰가 되었다.
4. 티느셰에 대한 태도
5. 밝혀지지 않은 떡밥들
평소 자식은커녕 제자조차 두지 않아 가문을 위해 자식을 갖게 된다면 상대방 쪽에 양육을 맡길 거라는 추측이 일반적이었으나, 예상 외로 여라를 낳아 직접 기르는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덕분에 '대체 여라 엣셀티의 아버지가 누구냐'는 건 아직도 여러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흥미로운 떡밥이라고. 민니르 본인은 여라의 아버지에 대해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며, 당사자인 여라 엣셀티에게조차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 여라 또한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라곤 어머니 하나만 있는 걸 너무 당연시 생각해왔던 탓에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아버지에 관해선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6. 좋은 어머니, 그러나 스승으로서는...
그녀 자신은 강력한 마법사지만 제자를 한번도 둔 적이 없어 본인의 마법실력과는 별개로 남에게 가르치는 것에는 영 젬병인 듯하다. 그래서 딸이자 명목상의 제자였던 여라가 마법을 배워야 할 때가 되자 친우인 묜뇨 라우불린에게 맡겨 기초를 익히게 했다. 다만 마법 외에 다른 것-예의범절 등의 가정교육이나 조련술에 특화된 마법사로서 딸에게 가르쳐야 할 기초적인 짐승 조련법 등-은 가르친 적 있다. 다만 이건 부모로서 자식한테 당연히 교육해야 할 기초교양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