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1959년 연주. 일반적으로 "밤의 가스파르" 녹음 가운데 최고로 간주되는 연주이다. 특히 1번 "옹딘"의 시작부분에서 또렷하고 섬세하게 울려 오는 트레몰로와, 옹딘이 샐쭉해져서 울다가 이내 웃으면서 물방울로 흩어져 창문에 흘러내리는 모습을 그리는 코다의 연주는 듣는 사람을 소름돋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켈란젤리의 연주와 비견되는 그의 제자, 피아노의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74년 연주. 미켈란젤리의 연주가 섬세하고 또렷하며 라벨의 악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다면,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그녀답게 화려하면서도 정확하며, 1번 "옹딘"의 중반에서 코다로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3번 "스카르보"의 초절기교를 요하는 부분을 대단히 탁월하게 들려 주고 있다. 처음 연주가 발매되었을 때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수록된 음반이 레코드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알로와즈 베르트랑의 원시(詩)의 낭독과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
2016년'''
[1] 아르헤리치는 '''1941년생'''이다. 75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난곡을 무리 없이 탁월하게 연주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
루가노 "아르헤리치와 친구들" 축제 라이브 연주를 이어붙인 동영상.
'''Gaspard de la nuit'''
1. 개요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1908년에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 정식명칭은 "밤의 가스파르: 알로와즈 베르트랑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시(Gaspard de la nuit: Trois poèmes pour piano d'après Aloysius Bertrand)"이다.
옹딘(Ondine), 교수대(Le Gibet), 스카르보(Scarbo)의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의 바탕이 되는 세 편의 시는 프랑스의 시인 알로와즈 베르트랑이 1842년에 출판한 시집 "
밤의 가스파르"에 포함되어 있는데, 라벨에게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작곡을 해 볼 것을 권유한 이는
스페인의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녜스(Ricardo Viñes)이다.
[2] 비녜스는 이 작품의 초연자(初演者)이기도 하다.
가스파르(Gaspard)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프랑스어 단어로, "(왕실의) 재물을 지키는 자"를 의미하며, 영어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캐스퍼(Casper)이다. 그러므로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 Treasurer of the night (
영어))는 소중한 무엇인가를 한밤중에 지키고 있는 자를 의미하며, 이 곡에 등장하는 3편의 시는 모두 그러한 가스파르를 미혹하거나 시선을 잡아끄는, 음산하면서도 매력적인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인 베르트랑이 쓴 시집의 서문에 따르면, 시인 자신도 "가스파르라는 가상의 인물이 쓴 이 시들을 신비로운 어느 노인에게 받았으며, 이후 노인에게 가스파르가 어디 있냐고 묻자 그는 다른 곳에 없고
지옥에 있다."는
설정을 하고 있으니, 좌우간 꽤나 인상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라벨이 이 시에 주목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실제로 라벨은 베르트랑의
설정놀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스파르라는 가상의 인물 그 자체의 악마성을 논하기도 했다.
[3]2. 구성
'''옹딘(Ond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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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 Écoute ! – Écoute ! – C'est moi, c'est Ondine qui frôle de ces gouttes d'eau les losanges sonores de ta fenêtre illuminée par les mornes rayons de la lune; et voici, en robe de moire, la dame châtelaine qui contemple à son balcon la belle nuit étoilée et le beau lac endormi. » Chaque flot est un ondin qui nage dans le courant, chaque courant est un sentier qui serpente vers mon palais, et mon palais est bâti fluide, au fond du lac, dans le triangle du feu, de la terre et de l'air. » Écoute ! – Écoute ! – Mon père bat l'eau coassante d'une branche d'aulne verte, et mes sœurs caressent de leurs bras d'écume les fraîches îles d'herbes, de nénuphars et de glaîeuls, ou se moquent du saule caduc et barbu qui pêche à la ligne. » Sa chanson murmurée, elle me supplia de recevoir son anneau à mon doigt, pour être l'époux d'une Ondine, et de visiter avec elle son palais, pour être le roi des lacs. Et comme je lui répondais que j'aimais une mortelle, boudeuse et dépitée, elle pleura quelques larmes, poussa un éclat de rire, et s'évanouit en giboulées qui ruisselèrent blanches le long de mes vitraux bleus.
| 영어 » Listen! – Listen! – It is I, it is Ondine who brushes drops of water on the resonant panes of your windows lit by the gloomy rays of the moon; and here in gown of watered silk, the mistress of the chateau gazes from her balcony on the beautiful starry night and the beautiful sleeping lake. » Each wave is a water sprite who swims in the stream, each stream is a footpath that winds towards my palace, and my palace is a fluid structure, at the bottom of the lake, in a triangle of fire, of earth and of air. » Listen! – Listen! – My father whips the croaking water with a branch of a green alder tree, and my sisters caress with their arms of foam the cool islands of herbs, of water lilies, and of corn flowers, or laugh at the decrepit and bearded willow who fishes at the line. » Her song murmured, she beseeched me to accept her ring on my finger, to be the husband of an Ondine, and to visit her in her palace and be king of the lakes. And as I was replying to her that I loved a mortal, sullen and spiteful, she wept some tears, uttered a burst of laughter, and vanished in a shower that streamed white down the length of my blue stained glass windows.
| 한국어 "들어봐요, 들어봐요! 부드러운 달빛에 비친 당신의 유리창에 물방울을 흩뿌려 울리게 하는 것은, 나 물의 요정이랍니다. 그리고 여기 무지갯빛 가운을 걸친 저택의 아가씨가 발코니에 서서 별이 총총한 밤의 아름다움과 잠든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요. 흐름을 헤엄치는 물방을 하나 하나가 물의 요정이고, 흐름의 하나하나가 나의 거처로 가는 오솔길이며, 그리고 나의 거처는 깊은 호수 속에 불과 흙과 공기의 세모꼴 속에 물로 만들어져 있죠. 들어봐요, 들어봐요! 나의 아버지는 푸른 버드나무 가지로 물가를 찰랑거리고 계시죠. 그리고 나의 자매들은 그 물거품의 팔로 물백합과 글라디올러스가 우거진 푸른 풀의 섬을 쓰다듬고, 수염을 드리우고 구부정하게 강물에서 낚시하는 버드나무를 놀려대지요.” 낮은 목소리로 그녀는 나에게 애원했다. 그녀의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고 물의 요정의 남편이 되어 그녀의 거처에 와서 호수의 왕이 되라고. 그리고 나는 인간 여성을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샐쭉해져서 투정부리며 나지막하게 울고, 갑작스럽게 소리내어 웃더니 물방울이 되어 나의 푸르스름한 창문을 타고 하얗게 흘러내려서는 이내 흩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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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다장조(C sharp Major). 제목인 옹딘(Ondine)은
4대 정령 중 물의 정령인
운디네의
프랑스어 표현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긴 머리칼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image]19세기 말 영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라캄(Arthur Rackham)이 그린 옹딘.
세 곡 중에서도 가장 묘사적인 곡으로, 라벨의 전작인 '
물의 유희'라던가 거울 모음곡 3번 '바다 위의 조각배'가 연상되는 물의 흐름과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의 울림과 스케일, 아르페지오, 트레몰로가 압도적인 곡이다. 특히 옹딘이 시의 화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작부분의 트레몰로, 물이 흩뿌려지고 수면에 파장이 퍼져 나가는 듯한 아르페지오와 스케일, 옹딘의 몸놀림과 구애를 묘사하는 절정부의 화려한 패시지, 그리고 짧은 쉼표 이후 "나는 인간 여성을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화자를 그리는 오른손의 망설이는 듯한 선율, 그 대답을 듣자마자 투정부리고, 울고, 웃고,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리다가 흩어지는 옹딘을 바로 떠오르게 만드는 코다의 아르페지오까지...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편의 시를 한 마디의 직접적인 언어도 구사하지 않고, 완벽히 음악으로 그려내는 놀라운 예술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터치, 액센트, 페달링, 스케일과 아르페지오의 기술 등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의 음색을 조탁해 내는 능력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탁월한 연주는 정말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보여 주지만, 시작부분의 트레몰로부터 손이 꼬이기 시작하여 곡이 진행되는 내내 정처없이 방황하면서 뭉개는 듯이 연주하면, 그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
2.2. 제2곡 교수대(Le Gibet)
'''교수대(Le Gi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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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Ah! ce que j'entends, serait-ce la bise nocturne qui glapit, ou le pendu qui pousse un soupir sur la fourche patibulaire? Serait-ce quelque grillon qui chante tapi dans la mousse et le lierre stérile dont par pitié se chausse le bois? Serait-ce quelque mouche en chasse sonnant du cor autour de ces oreilles sourdes à la fanfare des hallali? Serait-ce quelque escarbot qui cueille en son vol inégal un cheveu sanglant à son crâne chauve? Ou bien serait-ce quelque araignée qui brode une demi-aune de mousseline pour cravate à ce col étranglé? C'est la cloche qui tinte aux murs d'une ville sous l'horizon, et la carcasse d'un pendu que rougit le soleil couchant.
| 영어 Ah! that which I hear, was it the north wind that screeches in the night, or the hanged one who utters a sigh on the fork of the gibbet? Was it some cricket who sings lurking in the moss and the sterile ivy, which out of pity covers the floor of the forest? Was it some fly in chase sounding the horn around those ears deaf to the fanfare of the halloos? Was it some scarab beetle who gathers in his uneven flight a bloody hair from his bald skull? Or then, was it some spider who embroiders a half-measure of muslin for a tie on this strangled neck? It is the bell that tolls from the walls of a city, under the horizon, and the corpse of the hanged one that is reddened by the setting sun.
| 한국어 아! 내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밤바람의 음산한 울림이었던가? 아니면 교수대에 매달린 죽은 이의 한숨인가? 아니면 그것은 나무가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었던가? 그것은 죽음의 소리에 멀어버린 귓가에서 파리가 먹이를 찾는 신호인가? 아니면 벗겨진 머리의 피투성이 머리칼을 잡아뜯는 풍뎅이인가? 아니면 아마도 죄어진 그 목을 장식하려고 길다란 머슬린을 짜는 몇 마리의 거미인가? 그것은 지평선 너머 마을의 벽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붉은 석양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목 매달린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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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마단조(e flat minor). 세 곡 가운데 기교로 따지면 가장 평이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세 곡 중에 그렇다는 것이며,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들도 웬만큼 연습하지 않고서는 곡 전체에 걸쳐 울려 퍼지는 B flat의 종소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란 요원하다.
시에서 노래하는 흔들거리는 시체와 끝없이 울리는 종소리를 바탕으로, 선율이 음울하게 퍼져 나간다. 곡이 진행될수록 이 선율에 화성이 겹겹이 쌓이는데, 이 선율을 명확히, 그것도 화성이 더해질수록 점점 여리게 연주하면서, 이와 별도로 B flat의 음을 153번이나 꾸준히 울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옹딘이나 스카르보와는 달리 느린 곡이라 약간의 미스터치나 표현의 어색함도 그대로 노출되어 버리는 것도 난감한 지점.
2.3. 제3곡 스카르보(Scarbo)
'''스카르보(Scar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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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Oh! que de fois je l'ai entendu et vu, Scarbo, lorsqu'à minuit la lune brille dans le ciel comme un écu d'argent sur une bannière d'azur semée d'abeilles d'or! Que de fois j'ai entendu bourdonner son rire dans l'ombre de mon alcôve, et grincer son ongle sur la soie des courtines de mon lit! Que de fois je l'ai vu descendre du plancher, pirouetter sur un pied et rouler par la chambre comme le fuseau tombé de la quenouille d'une sorcière! Le croyais-je alors évanoui? le nain grandissait entre la lune et moi comme le clocher d'une cathédrale gothique, un grelot d'or en branle à son bonnet pointu! Mais bientôt son corps bleuissait, diaphane comme la cire d'une bougie, son visage blêmissait comme la cire d'un lumignon, – et soudain il s'éteignait.
| 영어 Oh! how often have I heard and seen him, Scarbo, when at midnight the moon glitters in the sky like a silver shield on an azure banner strewn with golden bees. How often have I heard his laughter buzz in the shadow of my alcove, and his fingernail grate on the silk of the curtains of my bed! How often have I seen him alight on the floor, pirouette on a foot and roll through the room like the spindle fallen from the wand of a sorceress! Do I think him vanished then? the dwarf grows between the moon and me like the belfry of a gothic cathedral, a golden bell shakes on his pointed cap! But soon his body becomes blue, translucent like the wax of a candle, his face pales like the wax of a candle end – and suddenly he is extinguished.
| 한국어 오! 몇 번이나 나는 스카르보를 보고 들었던가. 황금빛 꿀벌로 얼룩진 남색 깃발 위에 은화 같이 달이 밝은 한 밤중에. 몇 번이나 나는 들었던가, 내 침대를 둘러싼 실크 커튼 속에서 긁어대는 듯 울려퍼지는 그의 웃음소리를. 몇 번이나 나는 보았던가, 천정에서 떨어져서 손을 놓은 마녀의 빗자루처럼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것을. 그리고 그가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자마자, 그는 대성당의 첨탑처럼 커지고 또 커져서 달빛을 가리고 그의 뾰족한 모자에서는 금종이 울려퍼졌다! 이내 그의 몸은 푸르게 변하여 마치 촛농처럼 투명해졌다. 그의 얼굴은 꺼져가는 양초처럼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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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사단조(g sharp minor). 세 곡 중에서도 가장 연주 난이도가 높은 곡이며, 그만큼 제대로 연주했을 때 효과도 대단한 곡으로 평가받는다. 라벨 자신이 이 곡을 가리켜 "나는 낭만주의의 캐리커쳐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마도 내 생각보다 더 잘 해 낸 것 같다."
[4]고 했을 정도로, 매우 독창적이며,
낭만주의와
인상주의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성이 드러난다.
스카르보는 서유럽 문화권에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도깨비와도 같은 요정인데, 기괴함과 장난스러움, 변덕스러움이라는 측면에서는 소(小) 악마적 요소가 있으나, 지켜보는 이가 공포나 전율을 느끼기보다는 기이하게 생각하거나 귀찮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전람회의 그림에서
모데스트 무소륵스키가 묘사하는 그노무스(Gnomus)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곡 곳곳에 등장하는 동형(同形)의 음 연타는 거의
재봉틀 수준의 스피드와 정확성을 요구하며, 이 도깨비 요정의 변덕스러움과 장난끼를 묘사하는 듯한, 수시로 변하는 액센트, 새롭게 나타났다 흩어지는 선율들, 미칠 듯한 트레몰로와 당김음(싱코페이션), 그리고 '''오른손은 18잇단음표를 연주하는 동안 왼손은 22잇단음표를 커버하도록 요구하는 당황스러운 아르페지오'''까지 그야말로 연주자의 기교와 표현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패시지로 넘쳐난다. 형식상으로는 3/8박자의
스케르초로 볼 수 있지만, 곡의 스케일이나 변화무쌍한 구성을 놓고 보면 연주회용 대곡이라는 평가에 모자람이 없다. 라벨은 평소에
밀리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보다 더 어려우면서도 훌륭한 곡을 쓰고 싶다고 말했는데, 스카르보가 그 구체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5] 이슬라메이 또한 난곡으로 유명하다. 단, 마스터하기 어려운 것과는 별개로, 연구와 공부의 대상으로 놓고 봤을 때에는 연주자가 진지하게 배울 만한 요소는 별로 없다고도 한다. 반면 스카르보는 연주는 어렵고 분석(아날리제)은 더 어렵다(…). 대신 그만큼 배울 것도 많다.
3. 평가
연주 난이도가 극히 높으면서도 예술적인 탁월함이 뛰어나고, 잘 연주했을 때에는 피아니스틱한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는 명곡이다. 상기한 미켈란젤리와 아르헤리치를 비롯하여 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도전하여 훌륭한 연주를 녹음과 라이브로 남겼으며, 라벨의 모든 피아노 곡 가운데 가장 작품성이 높은 곡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 만큼, 라벨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라면 빼먹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곡이다. 리사이틀에도 레퍼토리로 자주 올라오며, 4년 동안 공부하고 연습한 것을 풀어내는
음악대학의 졸업 연주회에서도 간간이 선택된다.
4. 여담
- 이 문서 전체에 걸쳐 서술되어 있듯이, 이 곡은 연주하기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아노 갤러리에서는 칠 만한 곡을 찾는 뉴비에게 엿먹으라고 추천하는 곡이고(…) 피아노 전공자라고 해도 대학에 가야 손을 댈 만큼 기교와 예술성 모두에서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지라... 심지어 세 곡 모두 조성에 샵과 플랫이 미친듯이 많이 붙어서, 악보를 처음 보는 사람은 초견 연주하기도 어렵다.
-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남긴 음반 중에서 미켈란젤리, 아르헤리치와 더불어 이보 포고렐리치, 보리스 베레좁스키, 상송 프랑수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블라도 페를레뮈터 등의 연주가 유명하다. 10인 10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저마다 조금씩 다른 해석을 보여 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 연주하기 매우 어려운 것과 달리, 듣기에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곡은 아니다. 물론 고전음악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듣기도 어렵겠지만, 고전음악 리스너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르트랑의 시를 읽어 보면 라벨이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묘사를 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며, 세 곡이 각자 가진 개성이 뚜렷하고, 연주가 워낙에 화려하고 피아니스틱해서 감상의 쾌감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 반대로, 이렇게 확실하고 개성적인 표제 음악이라는 사실이 연주자들에게는 더욱 더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작곡가가 요구하는 테크닉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어려운 난곡인데, 듣는 사람은 원본인 시를 다 읽어 보고 피아니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묘사를 제대로 해내면서 피아니스트 본인의 음악성과 개성까지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하니... 물론 이런 어려운 점이 반대로 탁월한 비르투오소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 프랑스의 동시대 작곡가인 클로드 드뷔시 역시 전주곡집 제2권 제9번에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의 제1번과 제목이 같은 옹딘이라는 곡을 남겼는데, 물의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묘사했으며 음색의 조탁과 뛰어난 기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라벨의 옹딘과 동일하나, 라벨의 옹딘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색채와 피아니스틱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간 덜하며, 드뷔시의 만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현대음악의 성격이 조금 더 강하다는 차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