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1. 개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막 희극. 1596년경의 작품이며, 1600년에 초판되었다. 이탈리아의 옛날 이야기에서 취재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베니스'는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러니 원어를 고려하면 '베네치아의 상인' 이 맞겠지만 셰익스피어가 영국인이어서 'Venezia' 가 아니라 영어 표기인 'Venice' 라고 써서 이 문서에서는 ‘베니스의 상인’으로 통일한다.
2. 줄거리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부유한 아가씨 포셔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리하여 해상무역을 위해 내보내둔 자신의 상선들이 싣고 올 자산을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돈을 기한 내로 갚을 수 없을 때에는 안토니오의 살들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
포셔는 구혼자들[1] 에게 금·은·납의 세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다른 구혼자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이때 포셔는 바사니오에게 결혼반지를 주면서 절대 빼지도 누군가에게 주지도 말 것이며, 반지를 잃으면 이혼하겠다는 줄로 알겠다는 경고를 건다. 그리고 이때 포셔의 시녀 '네리사'를 맘에 두고 있던 바사니오의 친구 '그라시아노'도 네리사에게 청혼하여 두 커플은 합동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 사이 안토니오는 오기로 예정되었던 상선들이 전부 침몰하면서 기한 내로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 샤일록은 부려먹던 종 랜슬롯이 바사니오의 집으로 이직한데다 딸 제시카가 재산을 챙겨 바사니오의 친구 로렌조와 야반도주해 결혼을 앞두게 된지라, 딸에게 유산 상속은커녕 저주까지 퍼부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 상태였다. 그리하여 집요하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원했고, 이 때문에 안토니오는 샤일록과의 계약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자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이 벌어지게 된다. 재판관은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바사니오도 안토니오가 빌린 돈의 세 배, 그리고 샤일록이 원한다면 그것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며 그 어떤 양의 돈을 줘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재판관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고,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서면서 복수를 하려는 순간…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되며,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샤일록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에 처해진다"'''고 선언한다. 샤일록은 어떻게 살만 도려내고 피는 빼앗지 않는 게 가능하냐고 황당해하지만 재판관은 오히려 "당신이 원하던 대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이다" 같은 식으로 대답하고 덧붙여서 '''"털끝만큼이라도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하나 더 붙이며 샤일록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돈으로 받아가겠다고 하면서 물러나려 하지만….
재판관은 이미 샤일록이 살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결이 났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계략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이방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적용해 샤일록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의 절반을 국가에 몰수당하고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피해 보상으로 넘겨주게 되었다. 안토니오는 피해 보상으로 받은 샤일록의 재산 절반은 야반도주했던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애인 로렌조와 결혼하는 데 쓸 자금으로 주고 샤일록은 기독교로 개종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샤일록을 물먹인다. 결국 샤일록은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겠다고 맹세하고 먼저 재판장을 나온다.
재판이 끝난 후, 바사니오는 재판관에게 감사의 표시를 표하고 싶다며 간청하는데, 이에 재판관은 바사니오와 그라시아노가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요구한다. 당연히 바사니오는 주저했지만, 주지 않겠다면 재판 결과를 번복하겠다는 강수 때문에 결국 반지를 빼주고 만다. 당연히 집에 돌아온 바사니오에게 포셔는 반지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어 질타하고 이혼할 것을 요구하지만, 안토니오는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라며 끝까지 친구들을 변호한다. 그러자 이에 포셔는 마음을 풀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달라며...
바사니오가 분명 재판관에게 넘겨줬던 결혼반지를 다시 그에게 건넨다. 사실 포셔가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원래 재판을 맡은 공작에게 간청하여 네리사를 서기로, 자신이 재판관으로 분장하고서 재판을 담당했던 것이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바사니오와 안토니오는 벙쪄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서 곧 호탕하게 웃는다. 이렇게 오해가 풀리면서 부부의 사랑은 더욱 굳건해지고, 곧 안토니오의 침몰당했다던 '''상선들도 무사히 돌아오면서''' 다 같이 신나는 마음으로 축제를 벌이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3. 그 외
3.1. 황당함
사실 이런저런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희극이다. 웃으려고 보는 작품이므로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들은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3.2. 1파운드의 살은 얼마인가?
1파운드는 그램으로 환산하면 약 450g. 스팸 작은 캔이 200g이니, 스팸 작은 캔 두개하고 1/4가량 되는 양이다.(스팸 고기와 사람 살의 밀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어쨌든 심장 근처의 살을 이만큼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목숨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3.3. 경제적 이야기
베네치아 빠인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리스크 분산의 개념도 모르는 안토니오는 베네치아 상인의 자격도 없다고 마구 깠다. 현대판 탈무드를 쓴 유태인 랍비 마빈 토카이어는 이 책을 보고 "말도 안 돼. 유태인이라면 등골을 휘어버릴 정도로 돈으로 빼먹지. 그깟 살조각을 받아서 뭐하게?" 라면서 이 책을 비웃었다.
사실 현실의 사채업자들도 실제로 이런 식이다. 선단을 담보로 잡을 정도의 금액이라면 푼돈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고액이다. 그런데 그 돈을 못갚으면 보통 응당 그 돈의 액수에 해당되는 뭔가를 저당잡고 말지, 누가 먹거나 팔 수도 없는 살 한덩이를 얻으려 하겠는가? 비슷한 경우로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짓도 저지르는데, 장기는 최소한 수요라도 있지 살 조각은 정말 쓸 데가 없다.
물론 샤일록이 안토니오 때문에 곤란[2] 을 겪었으니, 돈을 좀 손해보더라도 이 기회에 '법을 이용해' 안토니오를 죽여버리려고 그런 황당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3]
3.4. 법률적 이야기
법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경우에는 민법상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애초에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 신체포기각서가 무효인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이다.
11년 9월 모의평가 법과사회 과목에서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를 각색한 보기가 출제되었다. 선지 가운데 하나로 '샤일록은 선박에 대하여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습니다.'로 출제했는데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유치권이 아니라 질권을 설정한 것. 엄밀히 말하자면 등기한 선박은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배수량 20톤 이상의 선박은 토지나 건물과 마찬가지로 등기를 통해서 권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질권이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법대에서 물권법시간에나 배우는 내용이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그런거까지 안 다룬다. 어쨌건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다는 말은 옳은 보기이다.
다만 법과 사회 과목에서 이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날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를 묻는 것으로 이해해야지, '4백 년 전의 일이든 5백 년 전이든 오늘날 법으로 재단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자.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권 그딴 거 다 갖다 버리는 계약의 수립, 인민재판, 종교재판 등이 횡행하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이기 때문이다.[4] 샤일록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위반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베니스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작품 내 베니스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았고, 한편으로는 현대국가라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었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였으며[5] 억지 논리의 희생양이 되었다.[6] 심지어 재판의 진행자는 진짜 판사도 아닌 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로서 안토니오의 편인 포샤.[7][8] 이건 완전 법정사기극이다. 진실이 밝혀질 시 샤일록은 최소한 제대로 된 판사에게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할 수는 있다. 물론 그게 받아들여질 지 또 제대로 된 판사가 온들 그 판사가 샤일록 사정을 알아줄 지 그건 미지수지만...
게다가 설령 판사가 적격한 판사였다고 가정해도 대체 해당 관계가 무효이기 때문에 '''피 없이 고기를 못 잘라낼 거 같으면 모든 재산을 바치고 기독교인으로 강제로 개종해야한다.'''는 건 현대법이든 고대법이든 유례가 없다. 오히려 법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 부분이 더 황당한 부분이지만 이쪽은 너무 대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법리적으로 따질 가치조차 없다보니 잘 언급되지 않는다.
3.5. 외교 이야기
바사니오를 비롯해 포셔에게 청혼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를 살펴보면,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잉글랜드의 외교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일단 첫 번째 구혼자로 금 상자를 선택하는 인물이 모로코의 왕인데, 당시 모로코의 왕 아마드 알 만수르(Ahmad al-Mansur)가 잉글랜드에 사절을 보내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이윽고 동맹까지 맺었던 적이 있다. 이 아마드가 바로 문명 5에 나오는 모로코 지도자이지만, 극중에 나오는 왕이 그인지는 확인 불가.
덤으로 모로코 왕의 대사에서 오스만 제국이 언급되는데,
라는 내용으로 한마디로 마음에 든 여자에게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 당시 오스만 제국과 잉글랜드는 합스부르크라는 공공의 적을 두고 있었기에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있었는데, 오스만의 경제가 이미 파산 지경이었던 데다 신성 로마 제국과 전쟁(1591~1606)을 벌이면서 관료들 사이에서 '이교도는 다 같은 이교도고, 다 못 믿을 놈 아닌가요?' 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었던지라 합동작전을 수립하는 등의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그렇다면 상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오. 나의 운명을 시험헤 봅시다. 이 반월도(半月刀)에 걸고. 터키 왕 솔리만[9]
을 세 번이나 물리쳤다는 그 페르시아 왕과 왕자를 살해한[10] 이 검에 걸고 맹세하지요. 나는 아무리 무섭게 노려보는 눈초리를 만나도 대적하리다. 나는 아무리 용맹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도전하리다. 젖을 빠는 아기곰을 어미곰의 품에서 떼어 놓겠소. 먹이를 달라고 으르렁대는 사자라도 조롱하고 경멸하겠소.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말이오.'
두 번째 구혼자로 은 상자를 선택했던 인물은 아라곤의 왕인데, 아라곤이라는 데에서 더이상 설명이 필요한지.
그리고 세 번째 구혼자로 포셔와 결국 결혼하게 되는 바사니오의 고국인 베네치아만은 엘리자베스 시대 잉글랜드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지만, 엘리자베스가 세상을 떠나는 1603년에 런던 주재 베네치아 대사가 그녀를 알현하고 쓴 보고서가 현전한다. 그 내용은 대략 '영어만 잘 하는 게 아니고 프랑스어, 플랑드르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같은 것도 잘 한다' 라는 것과,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을 것 같지만 쭈그렁 할머니가 된 지금도 가슴골이 패인 옷을 입고 있으니 민망하다(...)' 라는 것.
요컨대 극을 보는 관객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대의 배경도 일부러 잉글랜드가 아니라 베네치아로 잡고,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인 스페인과 함께 우방이기는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낯선 나라인 모로코나 오스만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담으로, 금 상자를 열고 떠나가는 모로코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포셔가 한 말이 그야말로 인종차별. '피부색이 저런 사람은 모두 저렇게 선택했으면 좋겠다'[11]
3.6. 샤일록과 반유대주의
로맨틱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희극이지만, 당시 런던 시민이 가지고 있던 증오심과 반유대 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극에서 샤일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 당시에는 천인공노할 악당으로 보기 쉬우나 나이가 들어서 보면 제일 불쌍하게 보인다. 원작에서의 대접은 비참하기 그지없으며, 이 부분만 떼놓고 보면 희극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다.
결정적으로 침몰했다던 안토니오의 배는 멀쩡하게 돌아온다. 샤일록이 좀 지나치게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1. 평소에 안토니오라는 작자는 나를 매우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한다. 내가 그와 그의 주변인들에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다만 샤일록은 직업 때문에 돈을 밝히긴 한다.)
2. 그런데 그 작자가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신나게 모욕할땐 언제고 필요하니깐 사정하는 모양새가 더욱 아니꼽다[12] .
3. 나는 이때다 싶어 그에게 담보를 걸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한 내로 갚지 못했을 경우에만 유효한 계약이므로 분명 나는 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었다. 갚지도 못하게 기한을 지극히 짧게 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안토니오 본인이 호언장담한 기간에 맞춰주었으며 살인적인 이자를 붙인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그리고 계약 불이행으로 생길 리스크에 대한 설명도 충실히 하는 등 법적으로 지킬 도리는 다 지켰다.
4. 배가 침몰했댄다! 골탕 좀 먹어봐라! 재판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시민의 권리로서 신청한 소송이다. 억지로 연 것이 아니다[13] .
5. 그런데 갑자기 한 판사가 나타나더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계약의 허점을 짚어내어 판결이 역전되었다.[14] 그렇게 빌려준 돈을 눈 뜨고 떼인 것도 서러운데, 한술 더 떠서 내 재산의 반을 몰수당한다. (베니스인의 목숨을 노린 이방인은 그 재산을 몰수한다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 안토니오도 동의한 계약이므로 좀 애매해진다. 물론 샤일록이 하필 담보로 살 1파운드를 내건걸 보면 그 자신은 그런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살도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심장 근처 살인 게 의도성이 다분해보인다.) 더불어 가문 대대로 지켜 온 종교도 불합리한 이유로 바꾸란다. (재판에서 졌다고 종교를 바꾸라는 것도 법이 있었나?)[15]
6. 그리고 침몰했다던 배는 다시 멀쩡히 돌아와서 안토니오 녀석은 희희낙락(...). 물론 조금이라도 갚아줄 리는 없다.
7. 덤으로 금이야 옥이야 하던 내 딸은 아비가 이렇게 힘들 때 위로는 못 되어줄망정 그렇게 싫어하던 기독교도에게 넘어가 버린다...[16]
요약하자면 원수로부터 (유대인이기 때문에) 정당치 못한 모욕과 멸시를 받고 살았음에도, 그 원수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그래도 철저한 원칙주의에 입각하여 자기 소임을 다하였으나 오히려 그로 인하여 한 순간에 재산과 가정, 종교를 모두 박탈당한 불운한 존재인 것이다.(물론 살 1파운드를 운운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17]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에서 이 책에 대해 가르칠 때는 당대의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자인 샤일록 및 그 당시 유럽 상황에 주목한다. 미국 본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있으며 이들이 경제와 정치 및 여러가지를 꽉 좌우하기에 그렇단 소리도 맞지만 그 이전에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인종차별로 온갖 험한 일들을 겪은 역사가 있는지라 이런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 그런 것도 있다. 둘 다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예전에 대부분은 이것을 '교훈용 동화'랍시고 샤일록을 더더욱 철저히 나쁜 녀석으로 각색하는 버전도 존재한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을 생면부지의 인물로 만드는 것은 물론[18] 아예 시작부터 '샤일록 = 원래부터 이름난 개갞기'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버전도 많다. 문제는 이런 버전들은 기이하게도 샤일록이 유대인이란 점은 꼭 짚고 넘어간다. 즉 주인공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민족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서 샤일록의 악역성을 더 강화하려고 한 것 같으나, 자칫하면 특정 민족을 멸시하는 인종차별 풍습을 어린 아이들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인식시켜 버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원본을 가지고 진지한 시점으로 접근한 작품도 아주 없진 않은데, 계명대학교 출판사에서 교양과목 교재로 낸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에 더 주목한다. 대사마다 각주를 달아 샤일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를 깐다. 2010년대 기준에 나오는 책에서는 샤일록의 입장을 옹호하는쪽으로 약간 수정이 됐지만..
제일 중요한것은 세익스피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유대인을 만난 적이 없고 샤일록은 당시 기독교권에서 떠돌던 유태인포비아의 편견 중 하나다.[19]
3.7. 종교적 이야기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인 재판 장면에는 종교적인 떡밥도 있는데, 엘리자베스 당시 영국에서 거의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던 가톨릭은 성찬예배에서 포도주를 나누어주는 것이 사목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자 결국 중세 이래로 성찬의 재료 중 빵만을 신도들에게 배분하고 포도주는 사제만 마시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는 "예수의 살(빵에 대응하는 것)에는 당연히 피(포도주에 대응하는 것)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빵만을 받는 성사 역시 적법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연히 이런 교리는 루터를 필두로 종교개혁가들의 맹렬한 공격과 성토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당대의 반가톨릭 분위기에 편승해 셰익스피어도 이런 논리를 희극의 소재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3.8.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이 골탕을 먹는다는 내용상 반유대주의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강해서 나치가 신나게 자주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곤 했다. 그런데 나치는 이것조차 일부 내용을 수정질했다. 샤일록을 더더욱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샤일록의, 즉 '유대인의' 딸인 제시카가 결말에서 로렌조와 결혼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샤일록의 '양녀'로 바꾸어 버린 것. 나치 답다면 나치 답다.
참고로 당연하지만 당시 샤일록 역은 유대인이 아닌 독일인이 맡았다. 당시 샤일록을 맡은 독일인 연극배우,영화배우인 베르너 크라우스(Werner Krauss,1884~1959)의 악역 연기가 너무나도 명연기라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 부역 혐의으로 기소 당했다. 참고로 크라우스는 바로 공포영화 첫 효시로 유명한 전설적인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기소당한 크라우스였지만 그는 '''"그 배역으로 최선을 다한 게 죄란 말이냐? 유태인을 까는 연극이 문제라면, 이걸 쓴 셰익스피어부터 무덤을 파고 기소하고 처벌해 보시지?"'''라면서 당당하게 맞섰다. 물론, 이런 당당함에 기소시킨 연합국 중 하나인 영국이 가장 당황했다. 영국의 자랑이라는 셰익스피어였으니.
같은 시기에 활동중인 버나드 쇼도 이 재판에 대해 "악독한 정권을 향한 어리석은 복수심이 낳은 촌극"이라며 비난하고 '''"원작대로 제대로 연기한 것을 호평해야지, 그걸 엉터리 복수심으로 얽매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그를 처벌한다면 정말로 셰익스피어 무덤도 파내고 그도 기소해야 하는 거다!"''' 라며 크라우스를 옹호해 주었다. 당연히 본고장 영국에서도 문학가들이나 연극계도 크라우스가 무슨 잘못이냐고 옹호하고 "그를 처벌하는 건 말 그대로 셰익스피어도 반유태주의자이니, 나치 전범이라고 비난하고 처벌하자는 헛소리다! 그리고, 그런 이를 영국의 자랑이라는 우리나라부터도 나치 전범을 옹호하고 자랑했다는 소리 아니더냐?"라고 소리높여 공감했다.
그 밖에도 미국과 유럽 등등 많은 나라 연극배우나 심지어 유태인 연극배우나 제작자들까지 '''"이건 아닌데....크라우스가 나치를 지지하던 것도 아니고 그는 나치에 대하여 입다물었지만 적어도 살려고 모른 척했다고 그걸 죄를 삼을 수 없고 원래부터 그런 배역이니 크라우스 본인을 뭐라고 할 수 없다!"'''라며 옹호하거나 적어도 비난하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연극에 나온 다른 배우들도 "아니 그럼 우리들도 나치 연극에 나왔으니 처벌하겠네? 그저 명연기를 했다고 그를 비난해? 셰익스피어랑 우리도 처벌해봐라!" 시위까지 벌였다.
크라우스는 결국 나치에게 조금 동조했다는 어거지 명목으로 약간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그치며 풀려났다. 그 마저도 벌금은 여러 사람들이 모금해서 냈다고... 크라우스는 재판이 끝난 1948년 이후 한동안 배우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다시 복귀하여 죽을 때까지 남은 평생도 배우로 활동했고, 이에 전후 독일 연극계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고 수차례 독일 정부에 의해 상을 받기도 했으며 제대로 천수를 누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출처는 1993년 4월 4일자 뉴욕 타임즈 예술부문 기사
4. 미디어
탈무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며 전체적으로 베니스의 상인과 내용이 유사하다.[20]
줄거리는 부잣집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 돈을 막 써서 알거지가 되자 장사라도 해보려고 아버지랑 옛날에 장사했던 사람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는데 대신 못 갚으면 심장에 가까운 살을 베어내야 한다는 각서를 썼는데 알고보니 사실 그 사람은 아버지와 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원수지간이어서 이런 각서를 쓰게 한 것. 결국 못 갚아서 위기에 처했을 때 가난하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피에 대한 언급을 해서 친구를 도와주었다는 내용. 또는 재판관의 딸이 변호사로 변장했다고 하는 버전도 있다.
네이버 웹툰 실질객관동화 157화에서는 샤일록이 '''살 1파운드를 피흘리지 않고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틀어 죽은 살점인 때(...) 1파운드를 가져가는 꼼수를 썼다. 여기에서는 나중에 안토니오가 자기도 샤일록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훈훈해지나 싶더니만 실객동답게 어딘가 병맛스러워지는 결말. 궁금하다면 직접 보자(현재 유료화되어 있음).
이원복이 그린 사랑의 학교 한 단편에서 이를 소재로한 내용이 나온다. 당대의 명배우인 '가리크'가 하루는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 광고를 본다. 자신은 이런 시골에서 하는 연극에 나올 예정이 없기에 그 연극관계자를 만나서 대체 그 배우를 어찌 섭외했느냐 따져든다. 진땀흘리며 당황하는 그 관계자에게 '가리크는 이런 얼굴을 하는데? 여기 어디에도 그 배우가 없다'라며 샤일록의 간사한 미소를 연기한다. 그러자 관계자가 풀썩 주저앉으며 "당신이 바로 그 가리크 씨군요...수도에서 명연기를 하던 걸 직접 봤는데..."라면서 속인 이유를 말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연극단에서 이렇게 그가 나온다고 거짓말을 한 것. 가리크는 특별히 한번 무상으로 나오게 하고 연극이 시작되자 그 간사한 특유의 미소를 짓자 관객들은 틀림없는 그 사람이다!라고 환호한다. 명연기를 보여준 가리크는 연극이 끝나자 사실, 나는 여기 나올 생각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면서 연극단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들을 돕고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사람들이 이 연극단의 연극을 그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보러가서 대박을 거두고 관계자가 너무나도 고마워하며 보상하려고 하지만 거절하고 가던 길이나 갔다.
4.1.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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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레드포드 감독, 제러미 아이언스(안토니오), 알 파치노(샤일록), 린 콜린스(포셔), 조지프 파인스(바사니오) 주연.
명성에 비해 의외로 극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거의 없다. 일 포스티노로 유명한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한 2004년 작이 그 중 가장 유명하다. 셰익스피어에 심취한 것으로 원래부터 유명한 알 파치노가 샤일록 역을 맡아서 화제가 되었다.
상당한 호평을 받은 영화로, 이야기의 촛점을 샤일록으로 옮기면서 유쾌한 희극이던 원작의 비극적 요소들을 재해석했다. 유태인을 배척하던 당시의 시대상을 언급하고 샤일록의 처지와 행동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부각시켰다. 거기에 알 파치노의 절륜한 연기로 평생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분노와 증오를 쌓아온 캐릭터가 실감나게 구현되었다.
결국 이야기 막바지에 가면 전재산을 잃고, 딸은 돈까지 훔쳐서 애인과 달아나버리고, 신앙까지 빼앗겨(기독교로 강제 개종 당했다) 유대 공동체에서 추방당하는 샤일록의 처지에 동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영화 내내 무시당하고 고생하던 샤일록이 막판에 포샤의 판결을 받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혼이 나간 듯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뒤에서 주인공 일행이 환호하고 좋아하는 걸 보면 절대 웃을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대회당의 문이 샤일록 눈앞에서 닫힐 때 샤일록의 허망한 얼굴은 정말이지...
바사니오는 어떻게든 부자집 딸을 꼬셔서 성공하려는 철부지로 나오는데, 이 점은 원작과도 동일하고 또 사교 활동이 곧 사회생활이던 당시 상류층의 생활에 비추어보면 딱히 손가락질 받을 행동은 아니다. 자신을 위해 살 1파운드를 걸려는 안토니오를 말리기도 하고, 법정에서 안토니오를 위해 진심으로 슬퍼하고 분노하는 걸 보면 분명 인품은 선량한데, 다만 철이 좀 없을 뿐.
안토니오는 바사니오를 남몰래 흠모하는 동성애자로 부각된다. 바사니오 본인은 안토니오의 연모의 감정을 단지 우정으로 생각하는 듯 하나, 약혼한 포셔는 법정에서 한 번 보고는 곧바로 안토니오가 자신의 연적(...)임을 알아차리고는 남장한 체로 바사니오에게 약혼 반지를 내놓으라는 밀당을 시전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작을 상당히 각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각본만 보면 원작에 매우 충실하다.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받아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면서 그가 당해온 차별에 대해 분개하는 연설은 원작에도 있는 부분이지만, 샤일록이 비극적 중심인물로 부각된 이 영화에서 그 감정이 매우 잘 살아난다. 다른 대사들도 거의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단지 절제된 연출만으로 설득력있는 재해석을 보여준다.
미술과 고증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인데,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다. 물론 주요 인물들이 벗는 건 아니고(...) 당시 매춘부들이 가슴을 그대로 드러낸체로 길거리에서 호객을 하던 풍습을 그대로 재현해놓다보니까 뜬금없는 노출 장면들이 간간히 튀어나온다. 시대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자.
4.2. 마비노기의 15번째 제네레이션
마비노기의 G15가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 하여 만들어졌다. 샤일록이 상당히 냉정하게 표현됨과 동시에 불쌍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모리안의 뒤통수에 여러 번 당한 밀레시안들은 선택지에 따라 NPC들의 뒤통수를 거하게 칠 수 있게 되었다(...)[21] . 그런데 NPC들을 도와주는 편이 뒷맛이 깔끔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도와줄 때 얻을 수 있는 타이틀도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 도와줬을 때 얻는 타이틀은 '''다 같이 행복한''', 설명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어'''. 반면에 NPC들을 도와주지 않고 통수를 치는 선택지를 고르면 '''혼자서도 잘 노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설명은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거 아니겠어'''. 다만 사람들말에 의하면 '혼자서도 잘 노는' 이 효과가 훨씬 좋다고. [22]
4.3. 문명 5에서
멋진 신세계 확장팩에서 등장한 베네치아 문명의 고유 위인으로 등장하며 위대한 상인을 대체한다. 항목 참조
4.4. 대항해시대 2에서
대항해시대 2 세계관에서의 은행인 '''셜록은행'''이 바로 샤일록의 은행이다. 실제로 대항해시대 2에서도 셜록은행의 본점은 베네치아에 있다.
[1] 모로코의 왕자, 아라곤의 왕자, 바사니오. 참고로 기존 버전에선 '모로코의 술탄과 아라곤의 영주'라고 되어 있었는데, 원문상으로는 둘 다 Prince of Morocco, Prince of Arragon이라고 되어 있다. 이슬람권인 모로코의 왕자는 술탄의 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아라곤 쪽은 셰익스피어 시기에는 영지 이름이 아니라 나라 이름(카스티야 왕국과의 동군연합)이었기에 영주보다는 아라곤 왕국의 왕자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라곤 왕국은 Aragon이라고 쓰는데 여기 나오는 아라곤은 Arragon이라고 r이 하나 더 붙어 있어 실제 아라곤 왕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모티브를 따 온 지역의 영주나 대공이라는 설정일 가능성도 존재한다.[2] 평소 안토니오가 샤일록 욕을 좀 했고 안토니오 때문에 가격도 높게 받지 못했다고 한다.[3] 만약 샤일록이 입은 손해가 그의 주장대로 오십만 더컷에 달한다면, 당장은 손해보더라도 사업에 방해되는 안토니오를 제거하는 게 더 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작품상으로는 딸까지 도망가 약이 잔뜩 오른 샤일록이 자신을 경멸하고 모욕하는 안토니오를 이 참에 죽여버리려고 발악을 한 것. 처음 계약할 때는 협박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재판 당시에는 어떻게든 그를 죽이려고 했다.[4] 일례로 중세나 근세의 경우 전쟁이 터지면 적대국의 사신과 외교관을 죽이거나 감방에 처박는 것이 기본적이었는데, 근, 현대의 경우 선전포고를 한다 해서 외교관을 죽이는 일은 없다. 당장 제2차 세계 대전 때 진주만 공습을 당한 미국도 일본 제국의 외교관을 죽이지는 않았다. 현대에 아무리 적대국일지라도 외교관을 죽이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야만적 행위이지만, 이러한 인식을 중세에 대어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산업 혁명 시기에도 아동노동이나 극렬한 노동력 착취, 인신매매 등 민법상 반 사회적인 계약이 횡행했으며 미국에는 19세기까지 노예가 있었다.[5] 아무리 고리의 사채라도 법정 최대이자까지는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6] 상식적으로 살은 '고기'인데 고기에는 핏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피를 더 가져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살에 자연적으로 포함된 피는 계약상 샤일록의 것이 맞다. 문제는 그렇게 해석해도 살과 피를 포함해서 1파운드라고 하면 사실상 심장부근의 살을 떼어 피를 1파운드 이내로 내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쪽 살을 떼어 살과 피의 무게합을 1파운드로 만들면 살을 적게 떼면 1파운드가 되기도 전에 피가 멎을 것이고 많이 떼면 그만큼 피를 적게 가져가야하니 안토니오를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7] 현대 법의 원칙상,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재판을 피하기 위해 법관은 자신 또는 자신의 친족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인 사건에서 '제척(除斥. 직무 집행에서 '밀어냄')'되어야 한다.[8] 원작에서도 이를 감안한 듯, 진짜 신분을 숨기고 가짜 법률가의 직함에 남자로 분장해서 재판을 진행하는 설정이다.[9] 오스만 제국의 황제 쉴레이만.[10] 실제로 쉴레이만은 페르시아의 사파비 제국을 세 차례나 친히 공격했지만, 페르시아 측의 청야전술로 인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페르시아 쪽에서 보면 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파비 제국의 황제였던 타흐마스프 1세는 천수를 누렸다.[11] 사실 인종 차별은 유래가 깊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타국의 사람들은 제대로 사람 취급도 안해주었고 이 시대에만해도 '''아프리카 사람을 잡아다가 노예로 부려먹는건 기본 심지어 박제해서 전시도 했다!''' 또한 모로코 왕이 포셔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한 것도 사실이며, 이 대사는 제아무리 자국민이라고 해도 베네치아 시(市) 출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정도였던 당시의 베네치아를 잘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니 머나먼 모로코의 왕 정도면 왕이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차별 정신이 어디 가겠는가(...)[12] 실제로 제1장 제1막에서 돈을 빌려주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할 때의 장면을 보면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샤일록의 대사 가운데에는 '현관에서 들개를 걷어차듯 나한테 포악했던 당신이 "돈 빌려 주라" 라고 말하니 말씀입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떻겠소? "나으리께서는 지난 수요일에 저에게 침을 뱉으셨고. 또 어느 때에는 저를 들개라고 부르셨는데, 그 답례로 저는 나으리께 거금을 융통해 드리겠나이다"' 라는 것도 있다. 아마 모욕은 물론이고 폭행도 당한 듯 하다.[13] 대본을 읽어 보면 스치듯이 한 말인데 안토니오가 받아들인 것도 있다.[14] 정확히는 계약의 허점이 아니라 억지트집에 가깝다. 핏기없는 살이 존재하는가? 저 살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피는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정 안 되면 안 가져가면 된다. 계약에서는 피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없는거지 흘리게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즉, 피를 안토니오에게 다시 가져가라고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때도 당연히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돌려줘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누가 돌려주는지 명시되어있지 않아서 샤일록이 안토니오보고 "너님이 가져가셈" 하면 끝이다. 이렇게 해도 계약서의 내용과도 포셔의 판결과도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15] 안토니오나 포셔를 위해 조금 변호해주자면 샤일록으로서는 분개할 상황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제 그는 죄인이다. 그 당시 반유대주의적인 사고로 보면 쫓겨날지도 모르고 어쩌면 재산을 뺏기는 것보다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개종하면 비록 욕을 바가지로 쳐먹는 건 같을지라도 명목상 이제는 '같은 예수님을 섬기는 형제' 가 되므로 유대인이라고 대놓고는 무시당하지 않게 된다. 유대인은 어디까지나 유대교를 믿어야 인정된다. 즉 샤일록이 베니스를 떠날 생각이 있지 않는 이상은 차라리 개종이 더 안전하다. 별 악행도 안 했는데도 경멸당했는데 이젠 (판결로는) 정말로 악행을 저질렀음이 드러났으니 그 뒤의 후폭풍은 알 만하다.[16] 물론 딸이 애초부터 아버지를 좀 싫어하긴 했고 그 기독교인을 좋아하고 있었다. 타이밍 문제일 뿐 어차피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17] 아닌 게 아니라 살1파운드 얘기 자체가 샤일록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소로, 인종차별과 반 유대주의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샤일록이 완전히 억울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18] 따라서 샤일록은 생면부지의 안토니오에게 이런 과격한 조건을 쉽게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개차반인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19] 원작을 보면 샤일록이 고약한 면이 있다는 것이 명확하긴 하다. 아무리 사람이 싫어도 죽이려고 하고, 돈을 몇 배를 준다고 해도 무조건 죽여야된다는 게 정상인의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샤일록에 대해 동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 샤일록이 안토니오를 용서하라는 사람들의 말에 분개하며 자신이 당한 차별을 늘어놓으며 "유대인은 눈이 없는가? 유대인은 손이 없는가?"로 이어지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알 파치노의 낭독 즉, 셰익스피어 본인은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은연 중에 있으면서도 "이런 유대인이라도 이런 식으로 편견을 갖고 대하는건 너무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물론 이것이 희극이란 점에서 샤일록이 철저히 망하는 것이 "해피엔딩"이므로 차별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발하는 작품이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다.[20] 그러나 탈무드에서는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으로 두 사람을 구분짓지 않으며, 실제 유대인은 매우 실리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쓸모도 없는 살점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21] 근데 막판에 모리안한테 또 뒤통수 맞는다[22] "다 같이 행복한"은 의지 +20 행운 +20이고, "혼자서도 잘 노는"은 최대 스태미나 +10 방어 +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