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 배경
2. 마지막 공연
3. 구 설정
3.1. 구 단문 배경
3.2. 구 장문 배경


1. 장문 배경


소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그녀가 자라온 갈린 지방의 아이오니아 수도원에 대한 것이었다. 이곳의 수도사들은 근처 마을에서 온 마음씨 착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대문 앞에 버려진 고아를 거두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다주었다.
어린 시절의 소나는 부끄럼이 많고 조용한 소녀였다. 그녀가 아예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하지만 그녀는 사려심이 깊고 세심해서 주변 아이들은 위로가 필요할 때 소나를 찾았다. 소나를 만나고 나면 곧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소나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처음 발견되었을 때 소나에게는 한 가지 소지품이 있었다. 이는 평범한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정교하게 줄이 달린 악기였다. 수도원에 방문하는 음악가들도, 이곳의 교사들도 이 악기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중 꽤 많은 이들이 이 악기를 구해 보려고 백방으로 애를 썼다. 결국 소나는 이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냈고, 그녀가 연주하는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멜로디는 아주 덤덤한 사람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하지만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녹서스 제국이 북쪽 지방에 군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수도사들은 갈린이 침략을 받기 전에 아이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데마시아 상인과 협상을 한 덕분에 녹서스가 아이오니아의 서부 해안을 봉쇄하기 전에 소나와 친구들은 한데 모여 바다에 뜬 마지막 배에 몸을 실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아니면 아마도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안 소나는 비통함에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 위에서 수개월을 보내고 드디어 데마시아에 도착했다. 낯선 이곳은 마법을 믿지 않는 무뚝뚝한 곳이었다. '빛의 사자 수도회'라고 불린 이곳의 수도사들은 신이나 영을 섬기지는 않았지만 낯선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베푸는 친절을 매우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나는 부벨르 가문과 함께하게 되었다. 바렛 부벨르 경과 그의 아내 레스타라는 빛의 사자 수도회를 지원하고 위대한 도시에서 예술 후원자로도 유명한 명망 있는 사람들이었다. 소나는 이 부부의 딸, 카히나와 자매처럼 지냈고, 레스타라는 소나를 굉장히 애틋하게 생각했다. 데마시아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였지만 부벨르 가문은 소나만을 위한 수어를 개발해 소나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녀는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새로운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이들을 기쁘고 평안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소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써보기로 결정하고는 다시 열정을 갖고 음악을 시작했다.
곧, 그녀의 놀라운 재능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슬픔과 기쁨, 정의로운 용맹함부터 절묘할 정도의 평온함까지 안겨주는 그녀의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레스타라는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한 악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빛의 사자 수도회의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레스타라는 이 악기가 데마시아 건국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놀라운 유물이자, 이제 이 세상에 몇 안 남은 전설의 '에트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악기는 마법의 물건이며, 악기에 연결된 소나의 초자연적인 능력은 위험한 재능임이 틀림없었다. 레스타라는 마력척결관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소나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지키도록 당부했다.
소나는 사람들에게 평안을 가져다주는 도구가 어떻게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말을 따랐다.
몇 년 후, 애도의 성문에서 녹서스와 싸우던 바렛 부벨르 경이 전사했다. 카히나가 아버지의 칼과 군 지위를 이어받았을 때, 상심한 레스타라는 소나가 아이오니아로 돌아갈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둘은 여정에 함께하기 위해 모든 궁정 일정을 취소했다.
전쟁의 여파로 최초의 땅 전역에 대규모 '복구'가 진행되었지만, 큰일을 겪은 사람들은 너무나 변해 있었다. 이곳에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소나는 아이오니아에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레스타라와 함께 데마시아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게 된 새로운 고향 또한 나름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국왕 자르반 3세의 암살로 인해 마력척결관들이 큰 힘을 얻었고, 죄 없는 많은 시민들이 마녀사냥으로 죽임을 당했다.
매우 다른 두 개의 문화권에서 자란 소나는 그녀의 가족이 가진 정치적 충성심을 자신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에 에트왈을 쥔 그녀의 멜로디는 이제 평안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옳고 공정하다고 믿는 것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2. 마지막 공연


[image]
빛바랜 기억 속 익숙한 냄새가 먼저 정신을 들게 한다. 건초, 딸기, 그리고 튼튼한 목재의 냄새. 아르젠틴 여관 안뜰에서 누군가가 오래된 과거의 아픈 기억을 불러내고 있었다. 백 번의 연주회, 등불의 빛이 닿은 천 개의 얼굴들, 그리고 가장 아픈 기억, 지금보다 더 단순했고, 그래서 더 행복했던 시절의 데마시아.
지금에 돌아보는 옛 모습의 고향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꼭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오랜 친구, 에트라가 여관 문간에 나타난 것을 발견하자 그녀의 숨이 멈췄다. 에트라도 변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에트라의 눈은 기쁨에 가득 차 커졌다. 에트라가 기쁨에 몸서리를 치며 소나를 품에 안으려고 앞으로 달려가자 소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내 편지 받았구나!" 에트라가 소나를 꼭 안으며 말했다.
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를 품에서 놓아준 에트라는 소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약간 뒤로 빠져 섰다. "여행 다녀온 티가 나네." 그녀가 놀란 눈치로 말했다. 소나가 긴장한 것을 발견한 듯, 에트라는 잠시 멈추어 잡은 손을 놓고는 평생을 함께 연습해 온 투박한 수어로 말을 시작했다. ''잘 지냈어?''
수어로 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뱉은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럼에도 소나는 대답했다. ''정말 보고 싶었어.'' 그녀는 손을 약간 아래로 두었다. 옆을 지나는 누군가가 날카로운 손짓과 떨리는 손가락을 보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이번엔 얼마나 있을 거야?''
''있을 수 있는 만큼.'' 소나가 수어로 말했다. ''나 비어있는 무대를 보면 못 참는 거, 알지?''
에트라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좋아.''

해가 질 무렵에는 관객이 없었지만 소나가 첫 화음을 내자, 곧 몇 명이 다가왔다. 소나는 조금 높이가 있는 목재를 앞에 두어 무대를 만들고 개조한 헛간인 아르젠틴 여관의 '연주회 홀'의 앞쪽 중앙에 섰다. 시야에 들어온 몇몇 사람들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들은 직접 큰 병에 포도주를 담고 헝겊에 치즈를 싸 왔다.
소나는 에트왈을 무대 중앙에 설치했다. 앞면의 반질반질한 금색은 얼마 전 광을 내 빛나고 있었다. 악기는 소나가 데마시아 공연에서만 쓰던 작은 받침대에 올려져 있었다.
소나의 오른쪽에 있는 칼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여관의 염소 가죽 북으로 첫 박자를 두드렸다. 잠시 후 소나의 왼쪽에서 물소리처럼 높고, 맑고, 유려한 에트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익숙한 리듬에 접어들자 관객이 늘어났다. 무대 홀의 열린 문밖으로 마차가 멈춰 서고, 말뚝에 말을 묶었다. 남자 몇 명이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소보다 빨리 흥이 오른 듯했다. 소나는 에트라를 향해 미소를 보인 후, 한 손을 사용해 수어로 말했다. ''사람들이 너도 그리워한 것 같네.''
요즘 주민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얼마 전 왕을 잃고, 일 년 새 조국에 일어난 온갖 난리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소나의 생각을 방해라도 하듯, 후드를 두른 네 명이 군중의 뒤편에 숨어들었다. 어두운 남색 직물. 딱히 의심스러운 색은 아니지만...
그중 한 명이 소나를 향해 얼굴을 들었고, 약한 빛을 반사하는 금색 가면의 일부가 소나의 눈에 띄었다.
마력척결관이었다.
순간 소나의 뱃속이 울렁거렸다. 에트라의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는 걸 들었지만, 지금은 둘 중 누구도 서로를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이 순간 최선의 선택지는 공연을 이어가고, 노래를 부르고, 가능하면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다음 곡은 단독 공연이었다. 에트라와 칼이 무대 뒤편으로 돌아갔다.
이제 관중은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며 생기는 조용한 웅성거림과 편안한 잡음이 들렸다. 무제였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소나의 자작곡이었다. 그녀 또한 곡이 주는 편안함에 몸을 맡겼다. 소나의 손가락이 현을 쓸어내렸고, 적막 속에 공기가 작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첫 음과 함께 현 위 공기는 멀리 나가 퍼졌다.
소나의 손가락은 반딧불처럼 춤을 췄다. 노래가 흘러나오며, 음이 쌓이다 흩어지고 또다시 음이 쌓였다.
하지만 이 노래에는 전엔 없던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한 겹의 무언가가. 누구도 혼자서는 연주할 수 없는 음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나가 고개를 들자 감은 눈과 미소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관객은 그저 연주를 즐기며 집중하고 있었다.
에트왈이 깨어난 것이다. 현 위로 길게 꼬인 환영이 일어나며 공기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몸을 늘리고 이따금 툭 하고 날카롭게 움직였다. 소나 자신과 악기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대화였다. 다른 이들은 볼 수 없었다.
에트왈이 누군가를 선택했다. 홀 뒤편에서 농부인 남편을 떠올리던 나이가 지긋한 여자를 위해 에트왈이 가장 따뜻하고 낮은 톤으로 거친 소리를 내었다. 소나는 마치 그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그리고는 그녀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 속에서 주름진 남자의 얼굴 윤곽과 웃으며 볼에 주름이 지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환영은 모습을 바꾸어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을 흐릿하게 비췄다. 그는 몸이 안 좋아져 한 달 전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없는 이번 추수는 훨씬 힘들 것이 분명하다.
에트왈은 소나에게만 들리도록 무언가를 노래했다. 남자가 그의 아내에게 불러주었던 서툰 노래였다. 노랫소리가 허공에 떠 있었다. 소나는 멜로디 마디를 취한 후, 멈추지 않고 다시 노래 속으로 짜 넣었다. 소나는 아내가 이를 알아차리고 눈썹을 올리는 것을 보았다. 아내의 볼에는 눈물이 흘렀다.
소나는 아내의 가슴 속에 노래를 흘려 넣었다.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 노래. 그녀를 위로해줄 노래. 그녀가 앞으로의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나누어 줄 노래를.
노래는 이제 크레센도에 다다랐다. 소나와 에트왈은 깊은 대화 속에 파묻혔다. 환영은 크기를 더해, 명확한 모습으로 홀 전체에 퍼져 끊임없이 움직이는 오로라가 되었다.
그때, 짧은 고함이 노래를 깨뜨렸다. 소나는 놀라 얼어붙었다. 하지만 환영은 아직 허공에 떠 있었고, 이제 더 이상 소나와 악기 사이만 아는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는 제어할 수가 없었다.
뒤편에 있던 마력척결관들이 일어서 중앙 통로로 이동해 소나를 향해 다가갔다. 마력척결관 중 몇몇은 옷에 달린 후드를 벗었다. 다른 군중은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소나는 헛간 밖으로 나가는 아치형 문이 있는 쪽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멈춰라!" 마력척결관 한 명이 외쳤다. 소나를 잡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소나는 한 손으로 치맛단을 잡고 빠르게 뛰었다. 에트왈이 떨리며 무대를 나와 소나를 따라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제는 더 숨길 것이 없다.
소나는 뒤편으로 뛰어나가 어둠으로 들어갔다. 뒤에는 통로가 있었다. 이곳을 지르면 소나를 쫓는 이들이 그녀를 보기 전에 숲속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통로 끝에 다다랐을 때, 마력척결관 두 명이 그녀를 보고 말았다. 그녀는 치마를 더 올려 잡고 뒤를 돌았다. 하지만 세 명이 여관 문을 막았고, 소나는 갇히고 말았다.
"저항만 하지 않는다면..." 한 명이 말을 시작했지만 소나는 그가 쥐고 있는 데마시아산 강철이 빛을 반사하는 것을 보자마자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녀 뒤로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여관의 벽을 뒤에 두고 섰다. 마력척결관 다섯 명 모두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에트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생각했다. ''에트라가 잘 도망갔어야 할 텐데.''
에트왈이 빛을 내었다. 소나는 역동적인 노래를 쏟아냈다. 화음은 그녀로부터 튕겨져 나와 마력척결관을 향해 날아갔고 허공은 눈이 시릴 정도로 강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소나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들 무리가 앓는 소리가 들렸고, 곧 갈라진 비명과 함께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다섯 명 모두 춤을 추고 있었다. 어느 누가 보기에도 으스스한 광경이었다. 마력척결관들은 무대 위의 꼭두각시처럼 원하지 않음에도 몸을 꺾고 꼬아대고 있었다. 그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은 이미 소나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다치게' 만들어야 했다. 그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고통뿐이어야 했고, 그래야만 그들의 머릿속에서 에트라의 존재를 지울 수 있었다. 존재를 잊으면 에트라를 쫓을 수 없을 테니까.
"제발, 살려줘!'
"으악... 내 팔이—"
처음에는 소나에게 멈춰달라고 빌었지만 곧 그런 호소의 말도 말라 없어지고 그저 앓는 신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계속되는 발소리와 꺾이는 관절 소리.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소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치게 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 고향이 변해버린 건 당신들 때문이야.''
마지막 박자. 마지막 앙코르. 소나는 가볍게 악기를 튕겼고, 소나를 떠난 화음은 깊은 보랏빛을 띤 채 그들에게 닿았다. 그 순간 그들은 버려진 장난감처럼 의식과 기억을 잃은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소나는 숲속의 적막 속으로 사라졌다.

3. 구 설정



3.1. 구 단문 배경


'''"그녀의 선율은 영혼을 움직이고, 그녀의 침묵은 육체를 저며낸다."''' - 제리코 스웨인
소나는 현악기 에트왈 연주에서 데마시아 제일가는 거장으로, 말을 하지 못하며 오로지 우아한 화음과 심금을 울리는 아리아로만 의사를 표현한다. 특유의 고상한 몸가짐 때문에 데마시아 상류층의 사랑을 받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나의 선율이 실제로 마법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알다시피 마법은 데마시아에서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는 낯선 이들에게 침묵을 지키지만, 가까운 지인들은 그녀의 의사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소나가 연주하는 화음은 아군의 상처를 어루만질 뿐 아니라 방심하고 있는 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3.2. 구 장문 배경


눈 내리는 고요한 밤, 아이오니아의 한 고아원 입구에 버려진 아기가 있었다. 그저 갓난아기에 불과했던 핏덩이는 아름답게 세공된 악기 상자 속에 뉘어 있었고, 아기의 옆으로 신비스럽고 이국적인 생김새를 한 현악기가 함께 들어있었다. 고아원의 보모들은 천사같이 잠들어 있는 그녀에게 소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소나는 언제나 조용하고 침착했으며 유달리 행동이 바른 아이였다. 보모들은 소나의 성품을 입을 모아 칭찬했고 누구보다 이른 시일 내에 입양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소나가 말은커녕 아무런 소리조차 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입양아를 찾기 위해 고아원을 방문한 모두가 소나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그녀가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내 다른 아이의 방으로 옮겨갔다. 소나는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십 대가 다 지나가도록 쓸쓸히 그곳에 남아있어야만 했다. 이제 고아원의 보모들은 위탁 자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그녀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악기를 팔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구매자들은 이내 갖가지 이해할 수 없는 구실로 악기를 반품하려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소리소문없이 고아원을 찾아와 기이한 그 악기를 슬그머니 되돌려놓고 사라졌다.
이 불가사의한 악기에 대한 소문은 데마시아의 귀부인 레스타라 부벨르의 귀에까지 전해졌고, 그녀는 이야기를 들은 즉시 아이오니아로 향했다. 고아원 보모들이 악기를 보여주자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원내를 돌아다니더니 불현듯 소나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소나와 대면한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양을 결정했다. 그리고 악기의 값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고아원에 내어놓았다. 레스타라 여사는 이 악기를 '에트왈'이라 불렀고 소나에게 그 연주법을 가르쳐 주었다. 놀랍게도 소나는 단 한줄의 악보도 없이 손쉽게 연주를 할 수 있었고, 소나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소나는 이 악기에 더할 나위 없이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그녀의 손에 에트왈이 쥐어지면 그것은 도저히 지상의 것이라 여길 수 없을 만큼 신비한 소리를 자아냈고, 그 멜로디는 관객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소나의 공연은 매해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신비스러운 악기 에트왈과 함께 매일같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소나는 홀로 연습을 하던 도중 에트왈에 숨겨진 치명적인 힘을 발견하게 된다. 현의 진동만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잘라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언젠가 이 능력을 발휘해야만 할 공연장에 설 날이 오리라는 예감을 갖고, 그녀는 비밀리에 이 기술을 연마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숙달할 수 있었다.

3.3.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
'''후보: 소나'''
날짜: CLE 20년 9월 21일
'''관찰'''
소나가 조화로운 바람을 타고서 우아하게 로브 자락을 나부끼며 대전당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양 갈래로 묶은 풍성한 물빛 머리칼은 끝 부분이 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주인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이끄는 듯이 앞에 떠 있는 특이한 모양의 악기만 아니면, 룬테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여쁜 마법사 아가씨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소나의 강력한 마법에 공명하여 건물의 기단부가 가볍게 삐걱대며 제자리를 찾는다. 소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더니, 소리가 가시고 난 뒤까지 꽤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다. 머릿속에 아직도 울리고 있는 그 소리의 조성,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 여부를 분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굳이 주위를 둘러볼 것도 없이, 건물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협연만으로도 이곳에 대해 알고자 하는 정보는 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눈치채기도 힘들만큼 가벼운 동작으로 악기의 현을 하나 뜯자, 눈앞의 문이 양쪽으로 벌컥 열린다. 소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회고'''
자신을 괴롭혀 온 끝도 없는 정적의 구렁텅이만큼이나 깊은 어둠이 주위로 펼쳐졌다. 하지만 에트왈을 손에 쥐고 있는 한 두려울 것은 없었다. 두 팔로 사랑스럽게 악기를 감싸고, 손가락으로는 능숙하게 황동 판과 팽팽히 조율된 현을 어루만지고는 악기를 뺨에 대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기다렸다. 이럴 때는 꼭 품 안의 악기가 생명을 지닌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을 지키며 천천히 침착하게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악기와 세상에 단둘만 남아, 안전한 누에고치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이런 순간이 소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했다.
갑자기 에트왈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소나는 무슨 일이냐고 묻듯이 악기의 부드러운 굴곡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악기가 채 무슨 답을 하기도 하기 전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나!"
세상 단 한 사람, 음악보다 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녀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이곳은 데마시아의 저택, 소나는 이 새 저택에 처음 오던 날만큼이나 감탄한 표정으로 열린 문 안을 들여다보며 문간에 서 있었다. 앞에는 레스타라 부벨르가 아름다운 벨벳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보석을 주렁주렁 휘감고 언제나 그렇듯 진한 향수를 뿌린 레스타라가 동그란 얼굴이 행복에 상기된 채 앞으로 걸어왔다.
"어머나 얘! 이제 어른이 다 됐구나, 벌써 숙녀티가 나는걸."
레스타라는 소나를 끌어안고는 몸을 뒤로 젖히며 자세히 살펴봤다.
"정말이지 자랑스럽구나. 널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찰 정도라니까. 어서 들어와 앉자."
레스타라가 몸을 돌려 긴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타일 바닥에 신발 굽이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소나 역시 흐뭇해하며 늘 자신을 달래주는 악기의 현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에 닿는 게 없었다.
소나는 에트왈을 찾으려 몸을 돌렸다. 아까 자기도 모르게 옆에다 세워뒀었나?
갑자기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 울려 퍼졌다. 소나가 몸을 홱 돌려보자, 에트왈이 쏜살같이 복도를 따라 떠오는 게 보였다. 소나가 악기를 불렀지만, 에트왈은 처음으로 그녀의 명령을 무시하고는 레스타라 뒤로 점점 다가가면서 단 하나의 음만 되풀이해서 연주했다.
살기를 띤 소리였다.
소나가 미친 듯이 복도로 뛰어들어갔지만, 레스타라를 따라잡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저 소리쳐 경고해 주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목구멍을 쥐어짜 봤자 소나는 소리를 낼 수 없는 몸이지 않은가!
에트왈의 현들에서 울려 퍼지던 그 끔찍한 소음을 소나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 현의 공명이 공기를 타고 울려가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공기의 낫은 이내 레스타라의 몸을 찢어버렸다.
소나가 달려갔을 땐 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는 레스타라의 몸을 겨우 붙들어 안을 수 있을 뿐이었다. 얼굴을 타고 쉴새 없이 눈물이 흘렀고, 비명을 지르려 해 봤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복도는 어둠 속으로 묻혀 버리고, 레스타라 곁에 풀썩 무릎 꿇은 소나와 그 곁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누워있는 에트왈만 남았다. 레스타라의 두 눈이 힘없이 떠지며, 쇠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뭐니?"
이게 무슨 일인지 머릿속이 멍해진 채 소나의 생각이 갈피를 못 잡고 헤맸다. 갑자기 비전 마법이 목구멍을 간질이는 벅찬 감각을 느끼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몸 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숨결이 몸속 깊은 곳을 간질이며, 숨을 내쉴 때마다 소리를 만들어내려 들었다. 소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자, 레스타라는 말해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를 낸 그녀가 난생처음 말을 하려 입을 벌렸지만, 목구멍에서 숨이 걸리면서 첫 마디를 채 뱉어내기도 전에, 먼 기억 저편에 묻어뒀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 악기는 네게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거다. 어떤 목소리보다 더 진실한 네 목소리가 되어 줄 게다. 우리든 그들이든, 아니 세상 그 어떤 마법도 다신 널 지배할 수 없을 거다.
소나의 손이 거의 저절로 뻗어 나가 곁에 있던 에트왈을 내리쳤고, 귀를 찢을 듯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더니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리를 완전히 파묻어 버렸다. 그리고 에트왈 소리가 가실 즈음 소나의 목구멍을 간질이던 낯선 감각도 사라져버렸다. 마법은 이미 가셨고,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레스타라의 음성이 커지며 쩌렁쩌렁 울렸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뭐야, 소나?"
에트왈의 현이 바르르 떨리며 저절로 연주를 시작했지만, 소나가 손바닥으로 현을 눌러 이를 잠재웠다. 악기는 잠시 팽팽히 맞서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서서히 소나의 손가락들이 현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악기가 자기 말을 듣는지 시험해 보듯 머뭇거리는 느낌이었지만, 곧 질문에 답하듯 도발적인 연주로 발전해 나갔다.
"속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니 기분이 어때?"
소나의 손가락들이 현 위에서 춤을 추며, 고독과 단절감의 음률을 뽑아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구 하나 알아봐 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늘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리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한 노래였다. 처음엔 수심 어린, 애절한 음률로 시작하더니 점차 모든 걸 부숴버릴 듯, 분노에 찬 크레센도로 커져갔다. 그리곤 이내 수긍하는 톤으로 잦아들더니, 마침내 카타르시스가 찾아왔다.
레스타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리그에 온 걸 축하해, 현의 명인."
레스타라가 사라지더니, 어둠이 물러가고 아름답게 장식된 한 쌍의 문 앞에 둥 떠 있는 소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문이 리그 오브 레전드로 통하는 것임을 소나는 잘 알고 있었다.
에트왈이 안심시키듯 그녀의 손안으로 들어와, 주인의 명령을 얌전히 기다렸다. 소나는 두 번 다시 되돌아보지 않고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