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1. 개요
2. 내용
3. 여담


1. 개요


1942년 윤동주가 지은 시.[1] '육첩방'[2]으로 상징되는 일본 유학 생활 가운데 자아성찰을 통한 암울한 현실의 극복 의지를 드러낸 시이다.

2. 내용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3. 여담


  • 윤동주가 쓴 마지막 시다. 이후에 몇 가지 시를 더 쓴 것으로 파악되나, 일제가 파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시를 쓰고 1년 후에 윤동주는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옥사한다.
  • 2016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 필적확인란 문구'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였다.
  • '남의 나라'와 같은 표현 때문에 저항시라고 보기도 하지만, 시 속에서 저자가 현실 극복을 이루어내는 수단이 자아 성찰('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라는 점에서 자기성찰, 미래지향적인 성격의 시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 제목이 이중 피동이다.[3] '쓰다'에 피동 접미사 '이'가 붙어 '쓰이다'가 되었고. 여기에 피동 접사 '-어지다'가 붙어 '씌어지다'가 되어서 이중 피동이다.[4]

[1] 일반적으로 윤동주가 남긴 다른 시들과 달리, 이 시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고 한다.[2] 2.73m x 3.64m(3평) 크기의 방으로 일본 전통가옥에서 중간 크기의 방. 아파트와 비교하면 32평 방3개짜리 아파트에서 작은방 크기. 일본 전통가옥에는 4첩반(2.2평), 6첩, 8첩 3가지 크기의 방이 있고, 이중 4첩반은 주로 다실로 사용하며, 6첩방과 8첩방들에 사람이 거주한다. 4첩반 방은 현대의 고시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넓다.[3] 국립국어원 견해에 따르면 이중 피동은 간결한 표현에 적합하지 않을 뿐 비문이 아니다. #[4] 여담으로, '씌지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삼중 피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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