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이야기/스토리/지중해의 여신들
1. 개요
시드 이야기의 스토리 중 네번째 파트인 '지중해의 여신' 파트의 스토리를 서술하는 문서이다.
2. 스토리
2.1. STORY 12 : 식초는 약산
클레오파트라 : 흠냐~ 흠냐앙~
...?
뭐지?
소리는 나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거리는 투명한 천으로 겹겹이 휘장을 치고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기둥으로 이루어진 이 아름다운, 아니 아름다웠을 방은 지금은 그저 쓰레기통이었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방의 주인이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와(과일 껍질 더미에 초파리 생긴 것 봐) 어떤 순서대로 옷을 벗는지 정도(널부러진 옷가지의 배치를 봤을 때)랄까?
이 나라의 여왕을 칭송해 마지않던 사람들은 이 꼬락서니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클레오파트라 : 오냐오냐… 5분만 더…주인공 : 여기가 여왕의 방일 리 없어. 돌아가자.
클레오파트라 : 오냐오냐… 냥! 그래, 잠 깼느니라! 새벽까지 과중한 업무에 지친 짐을 그리 타박하지 말아다오.
주인공 : 헐, 쓰레기 더미가 말을 한다.
클레오파트라 : 말 다했느냐! 이 카페트는 장신이 한 땀 한 땀 손수 제작한… 으읏! 몸이 빠지지 않는구나. 기다려라 냐읏…
주인공 : 자…잠깐! 이쪽으로 굴러오지 말라고!
주인공 : 으악! 미, 미안!
클레오파트라 : 흐윽! 짐을 발로 차려고 하다니, 그대의 무례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 몸의 비기를 보여준 것에 대한 보답이 그것인가?
주인공 : 그런 비기는 더 이상 발휘하지 않는 게 좋겠어.
클레오파트라 : 이 몸이 두 달을 넘게 폐관수행을 통하여 얻은 비기이거늘.
주인공 : 절대로, 발휘하지 마.
클레오파트라 : 정색할 것까진 없잖느냐! 그래, 시종한테 미리 들었다. 저 소녀의 그림자를 찾고 싶다고?
주인공 : 그림자가 아니라 본인인데, 그게 저, 평행 우주로 흩어진 조각이랄까. 실은 우리, 다른 세계에서 왔거든.
클레오파트라 : 호오, 신기하구나. 그대 같은 작 현대 물리학을 알다니. 그대가 정녕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평행 우주론 또한 사실일 것이다.
주인공 : 제법인데? 너 이런 이야기 좋아해?
클레오파트라 : 당연하지 않느냐! 과학 기술은 끝없이 사람을 빠지게 하는 힘이 있느니라! 저기 있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을 보거라! 짐이 몸소 조립했느니라! 어떠냐? 끝내주게 멋지지 않느냐?
주인공 : 하는 꼴을 보아하니 진성 오덕인가 보네.
클레오파트라 : 오덕? 그게 무슨 뜻이냐?
주인공 : 아, 그거? 우리 세계 말로 끝내주게 멋진 여자라는 소리야.
모리어티 : 거짓말.
주인공 : 미, 미안. 목소리를 낮춰.
클레오파트라 : 흠흠, 고맙구나. 답례로 좋은 정보를 알려주지. 저 소녀와 같은 자라면 그리스에 가 보면 될 것이다.
주인공 : 그리스?
클레오파트라 : 짐은 과학의 신봉자라 신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만, 남들이 다 신이라고 하는 강한 '소녀'의 존재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직접 보고 진실을 전해다오.
주인공 : 알았어. 그런데… 혹시 당신 정말 디저트로 진주를 녹여 먹어?
클레오파트라 : 하하핫, 어리석은 자로구나! 그런 소문을 믿다니! 식초는 약산이라 진주가 완전히 녹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짐은 사치스러운 여왕이 아니니라!
주인공 : 왠지 아닐 것 같았어. 방 꼬락서니가 여왕이라기 보다는 오덕에 가까우니 말이야.
클레오파트라 : 그래, 짐은 오덕이니라! 칭찬 고맙구나!
2.2. STORY 13 : 엄마에게 이를 거야
아킬레스 : 히히힛! 고작 그게 끝이야?
주인공 : 아, 안돼!
아킬레스 : 돼!
순간 나는 패닉에 빠졌지만 모리어티가 알아서 재빨리 대응했다.
모리어티의 전격이 훑고 지난 자리는 하얀 잿더미밖에 남지 않는다. 초고온의 전격이 그 주위를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는 잔혹한 기술이다. 급작스러운 공격에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러나 결과는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아직도 공기가 찌릿한데 정 가운데의 아킬레스라는 소녀는 상처 하나 없이 미소짓고 있었다.
개구리를 찢기 직전, 마치 성선설을 부정하는 것 같은 어린아이의 웃음이다.
아킬레스 : 불꽃놀이 해봤자 소용 없지롱! 엄마가 나를 다치게 할 것은 없다고 했거든. 날붙이도, 불도 그 어떠한 공격에도 나는 상처입지 않아.주인공 : 으, 무서운 아이다!
아킬레스 : 그럼 이제 나의 턴?
주인공 : 자, 잠깐. 그런데 왜 갑자기 공격을 한 거야!
아킬레스 : 반격당하고 싶어서. 저 애 강해보였거든. 히히, 엄마 몰래 오랜만에 재미 좀 볼까?!
주인공 : 엄마…?! 야, 잠깐만! 엄마는 네가 쌈질하고 다니는거 알고 계셔?
아킬레스 : 응? 뭐야. 상관 없잖아. 나는 강하다구!
주인공 : 강한 거랑 깡패짓하고는 다르지 않아?
아킬레스 : 야, 내가 언제 깡패짓을 했다고 그래?
주인공 : 그럼 아니냐? 그리고 옷 입은 것 좀 봐라. 그 빤쮸나 다름 없는 핫팬츠 말야. 엄마 허락은 받은거야?
아킬레스 : 빠, 빤쮸 아냐! 왜 이렇게 애가 고지식해?! 헤라클레스는 이거보다 더 야한 것도 잘도 입고 다닌단 말야!
주인공 : 보긴 좋네.
아킬레스 : 으, 보지 맛!
주인공 : 그거 입고 발차기 하니까 끝내주던데? 지금 입은 옷 엄마한테 말해도 되지?
아킬레스 : 너! 엄마한테 이를거야!! 아, 아니, 이르면 죽어!
주인공 : 머리어티, 얘 엄마 어디에 있는지 알아? 엄마 한 번 보러 갈까?
모리어티 : 검색 중. 지금 바로 연락을…
아킬레스 : 야, 너! 두고보자! 달 없는 밤엔 뒷통수 조심해라!
주인공 : 갔지? 간신히 살았다.
모리어티 : ……
주인공 : 나도 치사한거 알아. 어쩔 수 없었잖아. 네 전격이 듣질 않았다고…
모리어티 : 다리 그만 봐. 걔 다리하고 내 다린 달라.
주인공 : 아, 미, 미안!
2.3. STORY 14 : 아름다운 여신님
주인공 : 쏘, 쏘지 마요! 나는 사슴이 아니라 사람이라구요!
디아나 :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심장을 노리겠어요.
주인공 : 이제 싸움도 지긋지긋해! 왜 화살을 맞아야 하는 건지 이유라도 좀 알려주고 쏘라구요!
디아나 : 이 숲 안쪽은 야생 동물의 최후의 낙원. 여신으로서, 이 곳에 사람의 발길을 들일 수 없어요!
주인공 : 그렇군, 당신이 그 디아나라는 여신이군요. 저…… 우리 잠깐 이야기를 좀 하면 안될까요?
디아나 : 흥, 나하고 이야기를 하자는 인간은 처음이군요. 그런 당신의 용기가 어디까지일까?
디아나는 천천히 활을 내려놓았다. 사냥의 여신이라 불리는 이 소녀는 첫인상이야 소문 그대로 무시무시했지만 천성은 그렇게 난폭하지 않은 모양이다. 본 적 없는 동물들이 어느새 그녀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는 보는 이마저 기분 좋아지는 미소를 지으며 새들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전략을 써봐도 좋겠군, 안 그래도, 폭력도 지긋지긋한데 어디 한 번 모리어티를 쉬게 할 겸 비폭력 전략을 취해볼까?
이런 나를 모리어티가 바보 같다는 듯 쳐다보고 있긴 하지만, 좋아, 어디 해보자구!
디아나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주인공 : 저, 여신님, 당신은 소문과는 달리 상냥한 것 같아요.
디아나 : 뭐, 뭐라구요?
주인공 : 수줍어하기는. 그런 소리 처음 들어보세요?
디아나 : 그, 그게… 그런 소리를 할 리가 없잖아요… 인간 따위가, 여신한테.
주인공 : 하긴, 그렇겠네요. 저 있잖아요. 상냥한 여신님.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요? 실은 우리가 저 숲 안에서 이 세계의 물건이 아닌 것이 있다는 정보를…
디아나 : 그럼 그렇지! 이 화살은 예고대로 심장에 꽂아드리겠습니다! 휙휙!
주인공 : (으악! 화살이 뺨을 스쳤어! 지, 진정하자. 이번 만큼은 비폭력 전략인거야! 싸우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보자구!)
디아나 :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주인공 : (맞아, 디아나는 여신이니까! 여신의 심금을 울리려면 역시!) 부탁입니다! 상냥하고 '아름다우신' 사랑의 여신님!
디아나 : !!! 지금 뭐라고…
주인공 : '아름다우신' 여신님이라고 했어요! 여신님!
디아나 : 내, 내가… 아름다워?
주인공 : 그래요! 정말 아름다우세요! 저, 여신님 제발 숲 속으로 들어가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절대로 동물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디아나 : 아름… 아름… 아름답다… 아름답다라…
주인공 : (생각보다 효과가 대단하네! 혹시 여신이라 이런 말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건가?! 좋앗!) 네, 진짜예요! 진짜로 아름다우세요! 모리어티, 그렇지 않아?
모리어티 : …… 그런듯?
주인공 : 하하, 제 친구도 동의했네요, '아름다우신' 여신님!
디아나 : 으으으으! 이 마음은 머지? 아름답다는 그 말 때문에 머릿속이 녹아내릴 것 같아!
주인공 : 괜찮으세요, '아름다우신' 여신님?
디아나 : 으으, 알았어요. 보내드리지요. 대신 이렇게 해요! 내 앞에서 '아름다우신' 여신님이라고 천 번을 말하는 거예요!
주인공 : 천 번?! 너무 많잖아요!
디아나 : 싫으면, 당신의 심장에 화살을!
주인공 : 아, 알겠어요. 아름다우신 여신님! 아름다우신 여신님! 아름다우신 여신님!
디아나 : 으아앙, 기분 좋다아아~!
그 날 아름답다는 말을 천 번이나 한 끝에 디아나를 실신케 하고 숲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숲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비폭력적인 해결책에도 목이 쉬는 댓가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건진 건 있었다. 모리어티는 그런 나를 보고 또 한 번 전에 보여줬던 그 미소를 잠깐 내비췄던 것이다.
그래. 그 기억의 조각이란 것을 찾아서 저 아이를 또 웃게 만들어야지.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