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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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동 지방에서 쓰이는 셈어파에 속하는 언어이다. 고대에는 아람 문자로 표기하였고, 기원후부터는 아람 문자에서 파생된 시리아 문자로 표기하였다.[2]
고대 중동 세계의 공용어였으며 아시리아인과 유대인을 비롯한 중동인들이 이 언어를 사용하였다. 예수도 아람어를 모어(mother tongue)로 사용했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꽤 중요하게 취급한다.
오늘날에는 시리아 정교회, 아시리아 동방교회, 칼데아 가톨릭 등 아시리아 교회의 전례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2. 역사
아람어의 역사는 꽤 특이하다. 피지배계층의 언어가 오히려 외부의 지배층을 동화시켜 널리 퍼진 경우이다. 원래는 아람#s-2 지방(현대의 시리아)에서 쓰인 언어인데, 3000년 전부터 문자화되었다. 아시리아 제국이 중동을 제패한 이래,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제국에서 행정 언어를 거치면서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언어가 되었다. 신바빌로니아가 유다 왕국을 정복하고 바빌론 유수 사태가 일어난 때부터 유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아람어를 모어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아케메네스 왕조의 다리우스 1세가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정복한 후 아람어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공용어가 되었다. 아케메네스 왕조가 영토를 넓히면서 다민족 국가로 변모하였고, 언어가 각기 다른 여러 민족 사이에는 공용어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아람어였다. 이 시기 아람어의 위력이 강했는지 아케메네스 왕조가 멸망한 후에도 아람어는 이란 계통의 언어에 막대한 영향을 남겼다. 아람어와 함께 아람 문자도 함께 퍼졌다. 페르시아어는 결국 이전까지 사용해왔던 쐐기 문자를 버려 아람 문자에서 파생된 팔라비 문자로 표기하게 되었고, 이 뿐만 아니라 아랍 문자, 데바나가리 문자, 몽골 문자 등도 이 시기의 아람 문자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대왕이 세운 석비들에도 고대 프라크리트어(옛 인도아리아어군 언어들), 그리스어와 함께 아람어로 칙령이 새겨져있다. 이렇듯 헬레니즘 제국 이후에도 아람어가 중동 지역의 공용어로 남게 된 것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공이 크다.
로마 제국의 지배 하에도 아람어는 중동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이슬람의 확산 즈음부터는 중동의 대부분 지역이 아랍어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아람어는 여전히 네스토리우스파와 시리아 정교회의 전례 언어로서 남아있었고, 인도 반도의 시리아 전례 교회(사도 토마스의 교회)에서도 아람어를 사용하였다. 네스토리우스파가 당나라까지 전파됨에 따라 아람어도 중원에까지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또한 몽골 제국의 팽창과 함께 몽골인들이 네스토리우스파를 접하면서 아람어는 몽골 고원과 시베리아까지 퍼졌다. 이런 아람어는 몽골 제국의 쇠망과 함께 사용 지역이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3. 현대의 아람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아람어는 12세기 이후의 신(新) 아람어(Neo-Aramaic)이다. 아시리아인 등이 신봉하는 시리아 정교회, 아시리아 동방교회, 칼데아 가톨릭 등의 동방 기독교의 전례 언어로서, 북부 이라크와 시리아 근방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슬람이 대세인데다 이들이 나라 없는 민족이기 때문에 사멸 위기에 있다. 본래 아시리아인들은 아시리아어가 있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피정복민이던 아람족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쓰게 된 웃지 못할 상황이다.
아람어는 서방어파와 동방어파가 있다.
- 서방어파 - 10세기 경까지는 레반트에서 널리 쓰였지만 현재는 사멸 위기이다.
- 서신아람어(Western Neo-Aramaic) - 21,700명(2016년)이 사용하며 시리아의 안티레바논 산악 지역(레바논과 국경지대)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이들 지역 중 대표적인 마루라가 2013년 한때 알누스라 전선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장악당하는 등(이듬해 정부군이 탈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2019년 5월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말룰라가 탈환된 뒤에도 아직 피난갔던 주민 다수가 돌아오지 않았으며, 피난을 갔던 젊은 층은 아랍어를 쓰지 아람어를 모른다고 한다. 현재 말룰라 주민 중 아람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비중은 20% 가량이고 이중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령층이라 곧 사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 팔레스타인 아람어(Palestinian Aramaic) - 예수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레바논 주민들이 사용했던 언어로 현재는 레반트 아랍어로 대체되었다.
- 사마리아 아람어 - 서기 10~12세기 무렵 사멸했다.
- 동방어파 - 57.5만~100만 명(연도불상)이 사용하는 걸로 추정되어 사용자가 서방어파보다 훨씬 많으며, 방언도 다양하다.
- 유대-아람어(Judeo-Aramaic languages) - 이스라엘에서 아람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 사용한다. 10세기까지는 레반트(유대-팔레스타인 아람어)와 메소포타미아(유대-바빌로니아 아람어)에서 여러 방언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유대 아시리아 아람어(Jewish Assyrian Neo-Aramaic)만 사용한다.[4] 그 언어도 5,6개 방언으로 다시 나뉘는데 가장 큰 방언도 사용자가 수천 명 수준이다.
4. 성경과 아람어
아람어는 예수의 모어였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꽤 중요하게 취급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로 했던 대화나 설교는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였던 것.
성경은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쓰인 문서이지만 아람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일부는 직접 아람어로 적혀있다. 타나크(구약)의 다니엘서 2장 4절 하반절부터 7장 28절까지는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탈무드도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로 쓰였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아람어를 시리아 문자가 아닌 사각 문자(히브리 문자)로 썼고, 언어 자체도 기존의 히브리어를 모어로 쓰던 화자들에 의해 유대화된 방언이었기 때문에 문법과 발음에서 정통 아람어와 차이가 있다.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 안에도 아람어의 흔적이 다수 존재한다. 이슬람에서도 예수를 창시자인 무함마드와 더불어 위대한 예언자로 추앙하기에 아람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신약에서는 '엘리엘리 레마 사박다니', '탈리타쿰' , '케파' 등 아람어를 그대로 적는 경우가 몇번 있으며, 이때는 보통 바로 뒤에 그 뜻을 풀이해주고는 한다.
현대 성서비평학에서는 아람어 번역본, 사본을 참고하기도 한다.
4.1. 예수의 아람어 어록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에 의하면, 역사 속의 예수가 썼던 말은 아람어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어느 정도 썼다고 본다. 일단 예수가 살았던 마을인 나자렛과 카파르나움은 아람어가 쓰였던 지방이었으므로 아람어가 예수의 모어임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예수가 당시 히브리어로만 되어 있던 타나크(구약성서)를 읽는 구절이 성경에 기술된 것으로 보아 히브리어에 대한 지식이 꽤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나자렛과 카파르나움에서 멀지 않은 세포리스(칩포리)에서 활동하던 목수로서 그리스어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세포리스는 유대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온 갈릴리의 보석”이라고 칭송했던 국제적인 도시로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왕성한 대도시였다. 그리스어는 로마 제국의 동부에서 가장 많이 쓰이던 언어였기 때문에 세포리스에서도 흔히 사용되었으며, 거기서 목수일에 종사했던 예수 또한 그리스어를 접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종합해보면 예수가 일상에서 일차적으로 썼던 말은 아람어이고,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았을 것으로 추측된다.예수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었다.(공동번역)
루가의 복음서 4장 16-17절
- 탈리타 쿰(ܛܠܝܬܐ ܩܘܡܝ)
집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왜 떠들며 울고 있느냐? 그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코웃음만 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다 내보내신 다음에 아이의 부모와 세 제자만 데리고 아이가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탈리다 쿰."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라는 뜻이다.
그러자 소녀는 곧 일어나서 걸어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 마지않았다.
- 에파타(ܐܬܦܬܚ)[5]
그 뒤 예수께서는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ܐܠܗܝ ܐܠܗܝ ܠܡܢܐ ܫܒܩܬܢܝ)
십자가 상에서의 예수의 단말마.[6] 히브리어로 'אלהי אלהי למא שבקתני'인데, 이를 읽는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성경 역본에 따라 약간 다르게 쓰여 있다.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개역개정 성경)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이다. (공동번역 성서)
마르코의 복음서 15장 34절
4.2. 바울로의 아람어 어록
- 마라나 타(ܡܪܢ ܐܬܐ)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 [개역개정 성경]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마라나 타! (주여, 어서 오소서!) [공동번역 성서]
고린도전서 16장 22절 /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6장 22절
5. 여담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유대인 배역은 이 언어를 쓴다.[7]
문명 5에 등장하는 페르시아의 지도자 다리우스 1세의 음성 메시지는 페르시아어가 아닌 아람어로 더빙되어 있다. 이는 다리우스 1세 당시 아람어가 페르시아의 공용어였기 때문.
흥미롭게도 아람어로 아버지는 '아빠(Abba)'다. 아빠스의 기원이 되었다.[8][9]
예수의 모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짧은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예수가 히브리어를 썼다는 네타냐후의 말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는 아람어를 썼다고 반박했고, 이에 네타냐후는 아람어를 썼지만 히브리어도 알고 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