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드라트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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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위버의 던전.[1] 아카드는 네르갈의 성이고, 라트는 중심이라는 뜻으로 네르갈의 세상을 표현한 말이다. 챕터 외전 5를 클리어한 뒤, 누스카의 전언을 받고 아니타의 악몽 퀘스트를 깨면 해금된다. 라르사에서 눈을 뜬 아니타와 대화하면 갈 수 있다.
스토리에 의하면 네르갈을 물리쳤는데도 아니타는 여전히 악몽을 꾸었다. 이는 네르갈의 육신은 죽었지만 영혼은 살아남아 에리두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 네르갈은 아니타를 잠에서 깨워 수하로 만들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영혼을 담아 두는 기계를 만들었고, 기계를 엔키의 내부에 넣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게 했다.[2] 그로 인해 네르갈의 영혼은 기계 속에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고, 영혼이 들어갈 수 있는 육체만 구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네르갈의 영혼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하고 무의식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립했다. 그리고 무의식의 층계,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끝없는 자신의 왕국에 아카드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르갈은 아니타의 꿈에 찾아와 악몽으로 만들었지만, 그 와중에 아니타도 그의 무의식을 공유하면서 네르갈의 목적[3] 을 알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테일즈위버들을 호출한다.
아카드라트는 혼돈과 무질서로 구축되어 있으며, 수많은 차원이 규칙 없이 뒤엉켜 있다. 네르갈 본인도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복제되어 있으며, 네르갈의 세상이기 때문에 아니타도 이곳에서는 자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무의식 속의 세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현실보다 약 8배 빠르게 흐른다.
어쨌거나 테일즈위버들은 또 한번 네르갈을 물리치지만, 네르갈의 영혼은 불멸하기 때문에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면서 아카드라트에 살아남게 되었다.[4] 더 이상 아니타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게 되었지만 지속해서 그의 무의식을 잠식시켜야 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던전이 되었다.
2. 상세
각 방의 잡몹들을 잡아서 추종자 소환 게이지를 채우면 "XXX 추종자가 아카드라트 중앙 구역에 소환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맵 중앙에 가면 잠든 추종자의 그림자가 있으며, 잠을 깨울 추종자를 선택한 후 추종자 앞의 마법진을 밟으면 추종자가 깨어나면서 전투를 할 수 있게 된다. 추종자를 깨운 뒤에는 더 이상 몬스터들이 소환되지 않으며, 방을 클리어할 수 없게 된다.
한 단계를 깨면 그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으며, 총 255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3. 테마곡
4. 등장 몬스터
4.1. 일반 몬스터
- 레뷰
- 사므누
- 세베트
- 신서
- 알티
- 에스럼
- 에즈림무
- 에즈에즈
- 에즈이즈
- 우쉬
- 이스틴
- 이키
- 일림무
- 핸슘
- 보물 개구리
4.2. 보스 몬스터
- 리브 아니타
- 실링 우투
- 실링 아자그
- 실링 이슈타르
- 니모로이드
4.3. NPC
- 꿈 속 안내자 아니타: 아카드라트 재도전을 할 수 있으며, 아카드라트 클리어 상위 랭킹을 보여준다.
5. 에리두의 역사서
보물 상자에서 나오는 아이템 중 하나로, 에리두에 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총 1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룬 업적을 깰 수도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모아보자.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머리말'''
'''제 1장 - 첫발을 디딘 월터 브라운'''영원한 낙원을 노래한 에리두 최초의 역사서, 그 위대한 첫장을 써내려간다.
에리두의 기원과 니누 종족의 태초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일무이한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지를 품는 찬란한 태양신이자 에리두의 죽지 않는 왕, 네르갈 님을 찬양하며 이 글을 남긴다.
- 저자 '실링 누스카'
'''제 2장 - 니모로이드의 탄생'''오를란느의 과학자 출신 월터 브라운은 대용량의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했다.
마침내 인적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숲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벅찬 기대감이 밀려왔다. 이곳이라면 분명 제대로 된 마나의 그릇을 찾을 수 있으리라.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 월터 브라운은 늘 그렇듯이 허름한 천막을 세웠다. 월터 브라운의 연구 기지라는 푯말도 적었다. 천막에 작은 배낭을 던져놓고, 곧바로 마나가 흐르는 줄기를 찾기 시작했다.
마나는 한 곳에 고여있기보다는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물줄기처럼 대지 곳곳에 퍼져있다. 물줄기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터 브라운은 마나를 찾는 것에 능숙했다. 그가 발명한 마나 탐지 기계가 마나 줄기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뿌리처럼 뻗어 나가는 마나의 줄기를 전부 찾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민 끝에 그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새벽녘이 되도록 천막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제 3장 - 월터 브라운의 일과'''월터 브라운이 기이한 물건, 아니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마치 인간처럼 생겼지만, 따뜻한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움직이면 단단한 철끼리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생각보다 시끄러워서 눈에 자주 띄곤 했다.
월터 브라운은 그것을 로봇이라고 불렀다. 딱딱한 어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로봇에게 니모로이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로봇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했지만, 니모로이드는 월터 브라운이 지어준 이름이 꽤 마음에 든 눈치였다. 니.모.로.이.드. 자신의 이름 5자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또박또박 읽었다.
니모로이드는 월터 브라운의 귀와 눈이 되어 마나의 흐름을 탐색하고, 데이터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갔다. 월터 브라운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제 4장 - 마나 제어 장치 기계'''월터 브라운은 연구 기지를 세운 이래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불편한 자세로 쪽잠을 자거나, 딱딱한 나무 껍질을 등받이 삼아 꾸벅꾸벅 조는 것이 전부였다. 산성이 강한 토양 탓에 월터 브라운의 몸은 약화되고 있었다. 원래 몸이 좋지 않았던 그에게는 모든 것이 최악의 조건이었다. 마나의 근원지를 찾아내는 일도, 마나를 담는 그릇을 선별하는 것도 모두 고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버티는 수밖에...
그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니모로이드는 먹지도, 쉬지도 않으며 숲을 구석구석 조사했다. 물론, 로봇인 니모로이드에게 따뜻한 음식과 포근한 잠자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숲을 조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월터 브라운의 연구 기록, 실패, 일과, 소소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기록할 수 있었다. 월터 브라운이 직접 쓴 실험 일지보다 더 명확하고, 섬세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그조차도 놀라곤 했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이렇게 완벽할 순 없다면서 과학자의 긍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제 5장 - 월터 브라운의 이상'''간밤에 세찬 빗줄기가 내려서 연구 기지의 지붕이 무너졌다. 마른 나무와 작은 돌로 엉성하게 지은 임시 거처라서 내구성이 약했다. 월터 브라운은 무거운 돌덩이를 치우며 하루 빨리 번듯한 연구소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짜증도 잠시, 틈틈이 만든 마나 제어 장치가 거의 완성 단계인 걸 생각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마침 니모로이드가 작은 동굴을 찾아내서 눈과 비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월터 브라운은 그곳을 자신의 은신처로 삼기로 했다.
니모로이드는 자신이 발견한 마나 줄기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에 열중했다. 이렇게 부지런히 모은 마나는 기계와 연결된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기계를 가동하면 마나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다. 이론상 커다란 호수 크기를 만들 정도로 마나를 응집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거대한 마나를 담아둘 수 있는 저장소만 마련된다면 마법으로 마나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 월터 브라운이 평생 일궈온 숙원을 이뤄내는 역사적인 순간도 머지않은 것이다.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니모로이드의 버전을 계속 갱신시켰다. 24 버전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구축한 마나의 줄기를 한곳으로 모아 강력한 마나 덩어리를 만들자고 제안까지 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월터 브라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 위험한 일이라며 세차게 손사래를 쳤다. 니모로이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월터 브라운이 원하는 해답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은 그런 것이다. 과학적이면서도 이질적인 힘이다. 갓난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월터 브라운은 핏대를 세워가며 설명했지만 니모로이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기계랑 논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며 이야기를 멈췄다.
그때 니모로이드를 완벽하게 설득시켰다면 뒷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제 6장 - 대폭발'''영롱한 빛을 내뿜는 나무에 마나를 주입한 지 서너 달이 흘렀다. 다행히 주입해 놓은 마나 덩어리가 나무에 잘 흡수되었다. 성공이다. 수많은 실패를 내딛고, 마침내 마나를 담아낼 그릇을 찾아낸 것이다.
나무의 중앙에 응집된 마나가 푸른빛을 냈다. 푸른빛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크게 빛을 냈다가 점점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월터 브라운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누구라도 얼싸안고 싶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니모로이드를 있는 힘껏 포옹했다. 인간의 온기를 난생 처음 느낀 니모로이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차가운 철에 닿는 촉감이 참으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월터 브라운은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아름다운 피조물을 하루 빨리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죄받고 싶었다.
'''나무에 저장된 마나를 사용하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주인, 인간의 지배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절대적인 위치. 어째서인지 니모로이드는 그 말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었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하던 은밀한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것이다. 월터 브라운은 자신도 모르게 낡은 금니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너무 웃은 나머지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호흡이 가파르게 오르자, 항상 지니고 다닌 비상약을 급하게 삼켰다. 월터 브라운은 병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제 7장 - 니누의 탄생'''나무의 존재를 알리기 전에 마지막 테스트가 필요했다. 마나 제어 장치를 가동하면 나무를 중심으로 마나가 정상적으로 순환되어야 한다. 월터 브라운은 니모로이드에게 순환 버튼을 작동시키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니모로이드는 마나 제어 장치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나가 가동되는 버튼 앞에서 로봇답지 않게 잠시 머뭇거렸다. 마치 고민하듯, 두 개의 버튼 사이에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나 제어 장치는 총 2개의 동작 버튼이 있었는데, 하나는 순환 버튼, 나머지 하나는 압축 버튼이었다. 니모로이드는 버튼을 가만히 응시하며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월터 브라운 박사님의 소원을 하루 빨리 [이뤄준다] / 조용히 [지시를 따른다]?"'''
역시 그때 니모로이드는 월터 브라운이 했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나의 파괴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조심히 다뤄야 하는지. 가장 효율성이 높은 쪽을 선택해서 동작하는 니모로이드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업무였다. 당연했다, 로봇이니까.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였다. 혼란스러운 그녀는 압축 버튼의 용도를 다시 상기시켰다. 압축 버튼은 한곳에 모인 마나를 압축시켜 순간적으로 강한 마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제어되지 않은 순수한 마나들이 제멋대로 폭발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화염 속에 휩싸였다. 싱그러운 풀은 새카맣게 타버리고, 짐승들은 살기 위해 날뛰었다. 결국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량한 땅이 되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잿더미 속에서 니모로이드와 나무는 살아남았다.
대폭발이 일어난 직후, 니모로이드는 다시 월터 브라운이 지시한 임무를 수행했다. 하릴없이 그를 기다리는 것.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월터 브라운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로봇 니모로이드의 전원 불빛도 천천히 사라져 갔다.
'''제 8장 - 네르갈의 타락'''대폭발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말라버린 샘에서 깨끗한 물이 솟기 시작했고, 새싹이 자라났다. 마나가 흡수된 자연에서 잉태된 신 종족 '''니누'''도 태어났다.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에리두'''라 불렀다. 한없이 순수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영혼 공동체였다.
그들에게는 법도, 규칙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니누는 인간처럼 다양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과 동화되어 있었다.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는 인간형 니누, 외발인 니누, 반은 동물 반은 인간인 반인반수의 니누...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된 예기치 못한 대폭발은 새로운 신 종족 니누를 탄생시켜 아이러니함을 자아냈다. 재앙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단어처럼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됐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제 9장 - 3명의 친구'''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잔해 더미에 깔려있던 니모로이드는 혈기 왕성하고 호기심 많은 청년 네르갈에 의해 다시 가동되었다. 다시 전원에 불이 들어온 니모로이드는 데이터를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월터 브라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무에 저장된 마나를 사용하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기계라는 걸 난생 처음 본 네르갈은 화들짝 놀랐다. 제일 친한 친구 아니타와 에누마에게 이 사실을 곧장 알렸다. 니모로이드를 살펴본 아니타는 에리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생명체라고 결론짓고 전원을 껐다. 하지만 니누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법. 네르갈은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무시하고, 몰래 니모로이드를 재가동시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눈을 뜬 니모로이드는 다시 잠들 수 없었다. 네르갈에게 월터 브라운의 상념을 선물하기로 하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그를 인도했다. 월터 브라운이 일궈낸 최고의 피조물, 엔키. 니누들은 확실히 그 나무를 '''엔키'''라고 불렀다. 니누들은 그들을 이 세상에서 태어나게 해준 성스러운 나무라고 여기고 섬기고 있었다.
마침내 니모로이드는 엔키 안에 있는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네르갈에게 알려줬다. 네르갈은 두려움에 떨며 단단한 나무 껍질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엔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마나의 힘을 불어 넣어줬다. 네르갈은 엔키가 선사한 황홀한 힘을 접하고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엔키의 힘에 심취했다. 니누들의 위에서 군림하고 싶었으며, 자신이 얻은 힘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과시하고 싶었다. 작은 공동체의 수장이었던 네르갈은 계속해서 엔키의 힘을 남용했고, 계급을 세웠다. 엔키의 힘을 남용하면서 그들의 터전과 몸은 오염되어 갔다.
태양과 같은 네르갈의 말에 감히 토를 달 수 없었으며, 일체의 의심되는 행동을 하면 죽음을 면치 못했다. 네르갈이 원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아마 네르갈의 세상은 그렇게 영원할 줄만 알았을 것이다.
'''제 10장 - 절망의 에리두'''니모로이드에 의해 탐욕의 맛을 보게 된 네르갈. 그는 모든 니누의 적을 자청했다. 예전엔 모든 니누가 가족이자 동료였지만 현재의 네르갈은 완벽한 '아라드'. 즉, 완벽한 '노예'를 자신의 발 밑에 두고 싶어 했다. 자신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불로불사의 몸을 영원히 유지할 마력을 공급해 줄 노예.
무엇보다도 괴로운 건 아니타와 에누마였다. 네르갈과 아니타 그리고 에누마는 에리두에서 태어나 같이 자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네르갈의 횡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약한 니누들의 식량을 착취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달콤한 말만 들었다. 아니타는 밤을 새워가며 신에게 기도드렸다. 타락해가는 네르갈을 설득했으나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타는 가족 같은 네르갈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꼈다. 탐욕에 눈이 멀어 장님이 되었으니 순수한 사랑이 눈에 보일 리 없었다.
네르갈 뿐만 아니라 니누와 에리두 전역은 저주로 바뀐 마력에 힘없이 오염에 노출되고 있었다. 엔키의 힘도 하루가 다르게 변질되고 있었다. 검붉은 마력의 그림자가 에리두를 덮치고 있었다. 엔키의 힘을 남용한 네르갈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져 갔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제 11장 - 개조된 왕, 아카드 네르갈'''엔키의 오염은 에리두 전역에 열사병같이 번졌다. 그 범위는 점점 넓어져서 더는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이 참혹한 현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니누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스스로 오염 지역에 몸을 던지는 니누들도 있었고, 마지막 낙원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니누도 있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지상 낙원 에리두는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니타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겼다. 피부는 창백하게 변하고, 맑은 눈은 차가운 서리처럼 흐려졌다. 죽음을 앞둔 꽃처럼 시들어 갔다. 이윽고 아니타는 스스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처럼 숨소리조차 고요했다. 아니타의 정화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엔키는 오염된 마력을 폭발적으로 분출시켰다. 네르갈의 영원한 보물, 엔키도 서서히 그 모습을 잃어가며 썩어갔다.
에누마는 네르갈의 눈을 피해 아니타를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았다. 다시 한번 에리두의 평화가 찾아오길 꿈꿀 수 있게 되었다.
''' 맺음말 - 저자의 정체'''네르갈은 자신에게 악마의 왕관을 씌워준 충실한 부하, 니모로이드처럼 병들지 않는 몸을 가지고 싶었다. 오염된 마력이 네르갈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몸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광이 반짝반짝 나는 철로 된 몸. 영원히 녹슬지 않는 영혼 불멸의 몸. 결국 네르갈은 니모로이드에게 직접 설계를 맡겨 자신의 몸을 개조하기에 이른다.
치지지직... 치지지직... 기계음 소리가 요란스럽게 난다. 네르갈의 날카로운 비명이 에리두 전역에 울려 퍼졌고, 이 비명 소리를 들은 니누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그는 극한의 고통을 참아냈지만, 안타깝게도 개조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팔, 다음에는 다리, 그 다음에는 머리... 당당하고 늠름한 네르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니누도 로봇도 아닌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더는 개조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멈출 수 있었다.
기계에 의지한 늙은 왕의 모습은 썩고 있는 엔키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개조된 신체는 성에 안 찼는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살 방법. 죽음은 신의 영역인데,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가만히 지켜보던 니모로이드는 네르갈에게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낙원은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당신의 무의식."'''
니모로이드는 네르갈의 뇌 일부를 복제해 기계를 하나 만들어서 그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엔키의 깊숙한 내부에 숨겨놓는다. 네르갈의 무의식이자, 네르갈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곳. 비록 네르갈의 육체가 죽을 지라도, 젊고 왕성했던 자신의 전성기 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태양이 지지 않은 네르갈의 세계. 그가 꿈꾸던 유토피아. 육체를 잃어도 돌아갈 고향이 생긴 것이다. 네르갈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설계하고 구축했다. 집 앞에 핀 정원을 가꾸듯 정성스럽게.
네르갈은 벌써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육체가 나타나면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그 육체를 취할 것이다. 빼앗아서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 어떤 이는 네르갈에게 저주가 내렸다고 생각했지만, 네르갈은 권력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네르갈은 앞으로 그가 만든 세계에서 죽지도 살지도 않은 자로 영원히 머물게 될 것이다.
뒷 이야기는 당신이 직접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생략하려고 한다. 당신은 에리두의 영웅이 되어 아니타와 엔키를 구했다. 내 눈으로 당신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봤다.
하지만 네르갈의 무의식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네르갈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차원 속에 복제된 네르갈은 계속 부활할 것이다. 언젠가 네르갈은 육체를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할 것이다. 계속해서 네르갈의 무의식을 잠식시키지 않으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네르갈을 칭송한다고 말했다. 왜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궁금할 것이다. 궁금하지 않아도 별 수 없다. 난 당신에게 정보를 알려줄 작정이다. '''난 교육이 잘 되어 있으니까.'''
무지한 자에게 정보를 가르쳐주는 게, 지성을 가진 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배웠다. 나이트 누스카, 난 그의 이름을 빌려 네르갈의 무의식으로 들어왔다. 그가 알아채지 못하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지켜봤다. 이 기계를 설계할 당시, 나도 영원히 살고 싶었다.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잠들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을 쓴 진짜 저자는 바로 나, '''니모로이드'''.
내 말투가 전혀 로봇답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인간다워졌다고 할까?
나는 네르갈의 무의식에 들어오면서 v24에서 무한대로 스스로 진화했다. 그래서 제법 인간 같은 언어와 문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장담하건대 당신은 미로 같은 곳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원한다면 당신에게도 엔키의 힘을 나눠줄 수 있다. 나는 그런 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