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칸 항공 추락 사고

 


1. 개요
2. 뭔가 막장스러운 운영
3. 마른 하늘에 날벼락
4. 소 잃고도 고치지 않은 외양간


1. 개요


탑승자가 아닌 땅 위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은 항공 사고. 그럼에도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는 사고.
1996년 1월 8일, 자이르[1]의 카헴바 공항을 향해 킨샤사의 은돌로 공항에서 이륙을 시도한 아프리칸 항공 An-32B 수송기가 인근 시장으로 추락했다. 비행기에 탔던 6명의 승무원은 모두 살아 남았지만 땅 위에 있던 225명~348명이 숨졌고 약 253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2. 뭔가 막장스러운 운영


사고기는 모스코바 항공으로부터 리스한 것이다. 기체 뿐만 아니라 승무원 전원과 보험, 정비 서비스까지 일체로 리스한 것. 리스야 원래 문제되는 것이 아닌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항공 운송 사업은 몇십년간 이어진 내전 탓에 얽힌 것이 많은 복잡한 비즈니스였고, 불법적인 행태도 종종 있었다. 이 사고에서의 리스 현황만 해도 그렇다. 사고기를 운용한 회사는 아프리칸 항공인데, 비행기와 승무원은 스카이브 에어리프트라는 항공사로부터 임대받은 것이다. 하지만 스카이브 에어리프트가 소유한 비행기가 아니고, 벨기에 쪽 영업 사원을 통해 모스코바 항공으로부터 임대받은 것을 다시 임대해 준 것이다. 이렇게 이 동네 체계가 복잡하다 보니 관리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조종사는 빌린 비행 허가서를 사용했고, 목적지도 콩고 카헴바 공항이 아니라 앙골라였다. 적재했던 화물도 미심쩍은데, 무기를 운반 중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카이브 에어리프트는 모부투 대통령이 지분을 가진 항공사인데, 앙골라의 "앙골라 전면 독립 민족동맹"(UNITA)에 건넬 무기를 비밀리에 운반 중이었다는 것이다.[2]

3. 마른 하늘에 날벼락


사고기는 화물을 과적한 상태로 연료까지 가득 채운 채 은돌로 공항의 짧은 활주로에서 활주를 했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까지 갔으나 이륙에 필요한 속도에 이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은 그냥 이륙을 시도했고, 당연히 이륙에 실패하여 땅위로 추락했다. 보통 그렇듯 공항 근처 빈 땅에 추락했으면 기록에 오르는 일도 없었겠지만, 사고기는 하필이면 근처의 노천 시장, 그것도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고 있던 시장을 덮쳤다. 그리고... 가득 채워져 있던 비행기 연료에 불이 붙었다.
지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 사망자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225명에서 348명까지 다양한 수치로 전해진다.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 6명은 모두 살아 남았다.
희생자를 위한 장례식에는 모부투 대통령도 참석했다.
사고를 낸 러시아 조종사들은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되었고 최고 21년형이 선고되었다. 조종사들은 공판에서 스카이브 에어리프트로부터 빌린 허가 서류를 사용한 것을 시인했다. 그리고 비행이 불법이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 사실은 앙골라를 향한 비행이었다는 것도 시인했다.
스카이브 에어리프트와 아프리칸 항공은 사망자 가족과 부상자에게 140만불을 지불했다.

4. 소 잃고도 고치지 않은 외양간


항공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사고가 남긴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여객기의 안전은, 사고로부터 배운 귀중한 교훈을 잊지 않았기에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고의 교훈은 잊혀진 채 그냥 버려진 듯 하다. 사고기가 인구 밀집지역 위로 이륙했던 것은 위험한 짓인데도 콩고 민주 공화국은 별 다른 사후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부터 11년 후, 거의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된다. 2007년 10월 4일, 은지리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던 '아프리카 원'의 안토노프 An-26기가 추락하여 인근의 시장을 덮쳤고, 지상에 있던 사람 중 51명이 사망한 것이다.

[1] 이듬해인 1997년에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국명을 변경했다.[2] 가짜 비행 허가서로 날다가 인터폴에 걸리는 장면. 물론 그 비행기에는 무기가 잔뜩 실려 있고. 참고로 영화에서도 러시아 출신 조종사가 노천 시장에 비상착륙한다. 물론 영화라서 사망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