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만해
한용운의 시이다.
2. 본문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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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석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누구'는 자연현상 중에서도 은은한 향기와 빛깔, 소리를 통해 느껴지는 '신비(神秘)로운 존재', 즉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혹은
한용운의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의 내용을 보았을 때, 화자는 현재 '절대자'라는 궁극적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
제목이 '알 수 없어요'인 이유 역시 이러한 절대자라는 궁극적인 존재를 탐구하려고 해도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마지막에서는 '누구'를 위한 등불이 되고 싶다는 염원을 노래하면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누구'를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시를 맺는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