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 배경
2. 애니: 불꽃의 시작
3. 말썽
4. 구 배경


1. 장문 배경


보람 다크윌 통치 말기에 녹서스는 불안정했고, 마법의 재능이 있던 많은 이들이 수도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먼 시골로 떠났다. 회색의 그레고리와 그의 아내, 마녀 아몰린 역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귀족 사회를 떠나 국경 지대에서 녹서스의 힘을 과시하며 개척지를 길들이고자 했다.
북쪽의 강철가시 산맥 너머로 한 필의 토지를 차지한 젊은 부부는 추운 겨울과 첫 번째 아이가 오기 직전에 작은 집을 지었다. 이곳은 한때 거대한 그림자 곰들의 서식지였으며, 정착민들이 들려준 곰들의 이야기는 아몰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삭의 몸이 된 아몰린은 벽난로 근처에서 그림자 곰을 본뜬 솜 인형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마지막 단추 눈알을 단 순간 갑작스러운 산통이 엄습했다. 그렇게, 불씨로 따뜻해진 난로 근처에서 애니는 세상에 태어났다. 먼 훗날, 그레고리는 딸이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농담을 건네곤 했다.
애니가 걸음마를 뗄 무렵, 애니와 그레고리가 동시에 병에 걸려 몸져누웠다. 밤이 오자, 애니는 열이 심해져 아몰린의 품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다급해진 아몰린은 결국 근처의 강물에서 얼음물을 떠오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레고리는 아프고 혼미한 상태에서 눈을 떴다. 요람에는 건강을 되찾은 애니가 곰 인형 티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지만 아몰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는 엄마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레고리는 티버를 꽉 안고 엄마의 흔들의자에 앉아 타오르는 난로의 불꽃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애니를 자주 목격했다. 난로는 분명 차가운 잿더미였을 터라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레고리는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탓이라 생각하고 이를 가볍게 치부했다.
몇 해가 지나고, 둘이 살던 지역에도 정착민들이 더 늘어났다. 곧 그레고리는 리아나라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어린 딸 데이지와 함께 수도 밖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고 있었다.
애니는 새로운 놀이 상대를 반겼으나, 외동으로 제멋대로 살아온 그녀는 새로운 가족에 순응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애니의 불같은 성질이 폭발할 때마다 리아나는 마음이 불편해졌고, 빠르게 자기 딸의 편을 들었다. 세 명 사이의 불안한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것은 그레고리의 몫이었다.
개척되지 않은 국경 지대에 도사린 온갖 위험을 미처 헤아릴 수 없었던 데이지의 놀이는 재앙으로 끝났다. 리아나는 당연하게도 딸의 죽음을 애니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분노와 슬픔을 의붓딸이 가장 아끼는 물건인 티버에 풀었다. 애니는 어머니의 기억이 남아있는 유일한 물건이 위협받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린 소녀가 받은 충격은 곧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되었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니는 잠재되어 있던 화염술사의 능력을 각성했다. 애니의 강력한 의지가 닿자 곰 인형은 굽이치는 화염 방어막 속에서 부활했다.
사나운 불길이 잦아들고 검은 재가 흩날릴 때, 애니는 고아가 되어 홀로 남았다.
도시의 어른들은 의붓어머니와 비슷할 것이라 믿는 애니는 고향인 국경지대에서도 더욱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녔다. 가끔 귀엽고 순진한 외양을 이용하여 정착민 가족의 집에 신세를 지고 새 옷과 따뜻한 식사를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모하게 애니와 티버를 갈라놓으려 한 자들에게는 화염과 죽음만이 남았다.
녹서스의 어두운 숲을 떠돌아다니는 애니는 티버의 보호를 받으며 어떤 위험에도 개의치 않는다. 물론, 억제되지 않은 그녀의 힘에 타인이 느낄 위협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애니는 언젠간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함께 놀 수 있길 고대할 뿐이다.

2. 애니: 불꽃의 시작



애니: 불꽃의 시작 - 제작 이야기 영상

3. 말썽


[image]
마르신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앞에서는 사람들이 맥주가 가득 담긴 커다란 잔을 부딪치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누군가 큰 소리로 술을 주문하고 동전을 올려놓으면 마르신은 즉시 바를 따라 술잔을 손님 앞으로 밀어 보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손님들을 상대하는 마르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으며, 덕분에 말썽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선술집에서는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한판 붙을 상대를 찾는 사나운 싸움꾼, 망토를 뒤집어쓰고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다 칼에 맞아 죽는 사람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선술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르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바를 향해 걸어오는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녀의 뒤로 선술집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자 뒤따라 들어온 차가운 겨울바람이 선술집을 휘저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손님들은 소녀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의자에 기어올라 앉은 소녀는 바 너머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마르신은 소녀의 새빨간 머리카락, 손에 꽉 쥐여 있는 누더기 인형, 등에 멘 낡은 가방과 철에 안 맞게 소매가 짧은 드레스를 차례로 훑어보았다.
"주문하겠니?" 마르신이 물었다.
소녀는 의자를 밟고 일어나 인형을 바 위에 올려놓더니 선반에 놓인 병들을 바라보았다. 마르신은 인형을 살펴봤다. 곰 인형이었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곰 인형이었다. 인형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팔다리는 바늘땀이 보일 정도로 낡았고, 단추를 꿰매 붙인 눈은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유 한 잔 주실래요?"
마르신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우유가 담긴 도자기 단지를 가지러 바 한쪽 끝으로 갔다.
"꼬마가 혼자 다니기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썽은 언제나 다른 말썽을 불러왔다. 그는 선반에서 단지를 내리면서 바 쪽을 바라보았다. 애꾸눈의 덩치 큰 남자가 소녀를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 앞에 앉은 소녀의 모습은 마치 커다란 산 앞에 놓인 조약돌 같았다. 근육질 몸에 흉터가 가득한 남자는 허리에 밧줄과 쇠사슬, 갈고리를 달고 등에는 커다란 칼을 메고 있었다. 전형적인 현상금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소녀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미소짓더니 곰 인형을 들어 보이며 밝게 말했다.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친구가 있거든요. 그치, 티버?"
현상금 사냥꾼이 큰 소리로 웃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겠구나."
소녀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시선을 떨궜다. "아닐걸요."
"아니, 걱정하실 거야. 얼마가 들더라도 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길 바라시겠지." 마르신은 현상금 사냥꾼이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소녀의 몸값으로 얼마를 받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두 분 다 돌아가셨거든요." 소녀는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아 곰 인형의 눈을 바라보았다.
현상금 사냥꾼이 다시 입을 떼려고 하자 마르신은 바 위에 잔을 탁 내려놓았다.
"우유 여기 있다." 마르신이 말했다.
소녀는 마르신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조금 전의 침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감사합니다!"
소녀는 곰 인형을 바 위에 올려놓고 가방에 손을 뻗었다. 마르신은 소녀가 얼마를 내놓더라도 그냥 받을 생각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소녀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지갑을 올려놓았다.
금화 몇 개가 바 위에 나뒹굴었다. 금화 하나가 굴러가자, 마르신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금화를 잡았다. 그는 금화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무게와 질감으로 봤을 때 녹서스 제국에서 발행한 금화 같았다.
"아이코!" 소녀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마르신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길 바라면서 금화와 소녀의 지갑을 가방에 다시 넣으려던 찰나—
"너 같은 꼬마가 들고 다니기엔 너무 큰 지갑이구나." 현상금 사냥꾼이 큰 소리로 말했다.
"티버가 찾았어요." 소녀가 대답했다.
현상금 사냥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를 막아 세웠어요. 그 아저씨가 갖고 있던 지갑인데, 정말 나쁜 아저씨였어요." 소녀는 우유를 홀짝였다. 소녀의 관심은 다시 곰 인형을 향해 있었다.
"저런..." 현상금 사냥꾼은 몸을 기울여 지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소녀는 현상금 사냥꾼을 올려다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티버가 먹어버렸어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현상금 사냥꾼의 웃음소리가 선술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랬구먼!" 그는 두꺼운 손을 뻗어 곰 인형의 머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이것 참 무서운 녀석이군!"
"놔줘요! 티버는 잡아당기는 거 싫어한단 말이에요!" 소녀가 곰 인형에 손을 뻗으며 울부짖자 현상금 사냥꾼은 더 크게 웃었다.
마르신은 금화를 손에 쥔 채 돌아서서 걸어갔다. 누구도 마르신이 멀어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에 마르신은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놓.으.라.고."
선술집을 가로질러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에서 짜증과 분노가 느껴졌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르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바 위에 서서 현상금 사냥꾼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선술집은 그야말로 지옥이 되었다.
소녀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며 뜨거운 열기가 솟아 나왔다. 마르신은 두 팔을 들어 올렸지만, 불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치다 선반에 부딪혔다. 병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마르신은 바 아래로 몸을 숨기며 빨리 도망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불길이 치솟는 와중에 사람들의 비명과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뼛속까지 흔드는 정체불명의 포효가 선술집에 울려 퍼졌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던 마르신은 주방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주위로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은 점점 커졌다. 그때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의 비명이 멈췄다. 그야말로 듣는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는 소리였다.
마르신은 바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평생 갈고닦아 온 생존 본능을 저버린 두 번째 행동이었다.
바 너머로 불길을 등진 채 서 있는 거대한 야수의 형체가 보였다. 두꺼운 힘줄이 야수의 팔다리와 몸통을 마치 바느질로 꿰매놓은 듯 연결하고 있었다. 야수의 몸은 불타고 있었다. 몸에 난 털 위로 불길이 일렁였지만, 야수는 전혀 그을리지 않았다. 마르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수는 커다란 발톱이 달린 거대한 발로 피투성이가 된 현상금 사냥꾼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앞에 소녀가 서 있었다. 원 모양의 화염이 소녀를 감싸고 있었다.
"티버, 네 말이 맞아. 이 사람도 잡아당기는 걸 싫어하네." 소녀가 말했다.
마르신은 공포에 질린 채 주변을 돌아봤다. 선술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뒤집어진 의자와 탁자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솟아났다. 연기와 함께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마르신은 기침과 함께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야수가 마르신 쪽을 돌아봤다.
마르신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글거리는 곰의 눈을 마주한 마르신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순간 불길 사이로 큰 웃음이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티버가 아저씨는 마음에 든대요." 소녀가 야수 옆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마르신은 얼어붙은 채 불타는 선술집 안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소녀의 뒤를 느릿느릿 따라가던 야수는 입구를 막고 있던 문을 뜯어냈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마르신 쪽을 돌아보자 마르신은 입을 떡 벌렸다. 소녀는 다시 활짝 웃어 보였다.
"아저씨, 우유 잘 마셨어요."
소녀는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선술집을 뒤로 한 채 눈 내리는 밤 속으로 걸어 나갔다.

4. 구 배경


애니가 태어났을 때, 애니의 부모는 딸이 다른 아이들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불과 2살이 되던 해, 애니는 숲 속에 사는 사나운 맹수 그림자 곰에게 마법을 걸어 애완동물로 삼았는데, 이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애니는 그 곰을 '티버'라고 부르며 항상 곁에 데리고 다닌다. 때로는 이 곰에게 마법을 걸어 인형으로 탈바꿈시킨 후 장난감처럼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애니의 부모는 원래 사악한 도시국가 녹서스 사람이었다. 이때는 아직 리그가 창설되기 전이었고, 왕위 계승자를 자처한 라스챌리온 왕자의 반란을 녹서스 최고 사령부가 막 진압한 참이었다. 사령부는 새 정부를 향한 그 어떤 불만이나 반대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령부가 저지르는 악행에 동참하길 거부하고 녹서스를 떠났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단자가 된 이들은 스스로 회색 회합이라 칭하며 녹서스가 아닌 곳에서 조용히 어둠의 비전 마법을 연구하고자 했다. 이들을 이끌었던 지도자는 바로 회색의 마법사 그레고리 헤스터와 그림자 마녀 아몰린 부부, 바로 애니의 부모였다. 둘은 마법사들과 지식인들을 이끌고 대장벽을 넘어 척박한 부두의 땅 북부 경계 지대에 정착했다. 애니의 부모님은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항상 꿋꿋하게 이겨나갔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한 달이면 죽어나가고도 남았을 이 땅에서 회색 회합은 결국 번영을 일궈냈다.
녹서스 탈출 몇 년 후, 그레고리와 아몰린은 아이를 낳아 애니라고 이름 지었다. 특별한 혈통과 부두의 땅에 고유한 '어둠의 비전 마법' 덕분에 애니는 대단한 마법사가 되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애니는 전설의 리그 에서 가장 명성 높은 챔피언 중 한 명이다. 회색 회합 사람들을 어떻게든 쫓아내고 싶어했던 녹서스조차 애니를 간절히 원할 정도니까.
"애니는 아마도 정의의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챔피언 중 한 명일 겁니다. 애니가 어른이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입니다." - 상임 의원 키어스타 멘드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