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나 표기법

 

현대 표기: 歴史的仮名遣い
구자체,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의한 표기: 歷史的假名遣ひ
1. 개요
2. 특징
3. 외래어 표기법과의 관계
4. 관련 링크


1. 개요


구 가나 표기법(旧仮名遣/舊假名遣)이라고도 한다. 일본어 표기법을 이 표기법으로 되돌릴 것을 주장하는 보수파들은 정 가나 표기법(正仮名遣/正假名遣)이라고 부른다.[1]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일본에서 쓰였던, 헤이안 시대(794년 ~ 1185년) 초기의 표기를 기준으로 한 일본어 표기법. 표기와 발음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글말이 입말의 변화를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어를 표기하는 데에는 1946년에 처음 제정되고 1986년에 조금 개정한 현대 가나 표기법(現代仮名遣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일본어를 읽고 쓰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옛 문헌을 그대로 인용할 때나 고전 문학을 가르칠 때, 일부러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고자 하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
현대 가나 표기법이 막 고지되어 보급되기 시작한 1940년대 중후반대에는 당연히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 혼용될 수밖에 없었다. 옛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표기법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옛 교육을 받은 소설가들 혹은 현대 가나 표기법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역사적 가나 표기법은 1970년대까지도 곧잘 쓰였다.
역사적 가나 표기법은 현대 일본어 지식이 있다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감이 온다. 그래도 현대 가나 표기법이 잘 정착한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적힌 글을 읽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쓰인 문학작품은 재출간할 때 현대 가나 표기법으로 고쳐 내놓는 경우가 일반적이다.[2]
류큐 왕국에서 당시의 오키나와어를 기록하는 데에도 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사용했다. 당시의 문어체 오키나와어는 문어체 일본어와 닮았기 때문에 옛글에 익숙한 본토 일본인이라면 해독할 수도 있지만, 독음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본어 화자라도 청해는 매우 힘들다.[3]
일제 강점기 초기에는 조선인의 일본어 체득 수준을 고려해 현실적인 발음을 고려한 가나 표기법이 쓰였으며, 공문서를 제외하면 한자와 히라가나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3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 본토와 같이 거의 모든 문서에 한자와 가타카나를 혼용한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 본격적으로 쓰여 해방 전까지 유지되었다.
일부 숙자훈을 익힐 때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빠르다.
역사적 가나 표기법은 과거 표기이므로 중세 일본다움이 묻어나는 일본 전통 곡조를 오마주한 곡에 자주 쓰인다.

2. 특징


‘|’ 기호 뒤의 표기는 현대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이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기의 차이이며, 발음은 서로 같다.
  • 현대 가나 표기법에서 쓰이지 않는 , 가 쓰이고, 가 목적격 조사가 아닌 경우에도 쓰인다.
    • 居る(ゐる) | いる
    • 声/聲(こゑ) | こえ
    • をばさん | おばさん
    • 十(とを) | とお
  • ぢ, づ가 연탁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쓰인다.
    • 紫陽花(あぢさゐ) | あじさい
    • 水(みづ) | みず
    • 稲妻(いなづま) | いなずま
    • 雷(いかづち)[4] | いかずち
  • 어중·어말에 오는 は행은 わ행으로 읽는다. 구어에서 조사 は, へ의 발음이 wa, e인 것도 이것의 잔재. ふ에 관해서는 밑에서 따로 설명한다.
    • 川(かは) | かわ
    • 間(あひだ) | あいだ
    • 前(まへ) | まえ
    • 顔(かほ) | かお
    • 迷ひ家(まよひが) | 迷い家(まよいが)
    • 耀よひて | 耀よいて[5]
  • 작은 가나(っ, ゃ, ゅ, ょ 등)는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문맥에 따라 일반음인지 촉음·요음인지를 구분해야 한다.[6][7] 다만 현대 가나 표기법이 도입된 뒤에도 법전 등에서 작은 가나만은 안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법률에서 작은 가나의 사용을 강제한 건 1988년의 일이다.# 그러나 후리가나(루비)는 지금도 작은 글자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 후리가나의 경우 원래 보통 글자보다 작은 글씨로 쓰는데 그것보다 더 작은 가나를 쓰거나 인쇄하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후리가나 문서 참고.
    • 勝手(かつて) | かって
    • 却下(きやつか) | きゃっか
    • 一寸(ちよつと) | ちょっと
  • 한자음이 중국으로부터 처음 전래될 때의 wa 발음을 표기로만 나타낸다.[8]
    • 化(くわ) | か
    • 關西(くわんさい) | かんさい
      • 간세이 가쿠인 대학의 로마자 표기 'Kwansei Gakuin University'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 일본인들도 'w' 표기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관련 질답)
  • 장음은 좀 더 복잡하다.
    • あ단 + う는 -ō로 발음한다. 麻生(あそう 등의 성씨에 이 잔재가 남아 있으며(あさふ → あそう), '압'이나 '앙' 등으로 끝나는 한국 한자음(예: 갑, 낭, 답, 랑 등)이 일본어에서 -oウ 장음으로 대응되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 有り難う(ありがたう) | ありがとう
      • 大將/大将(たいしやう) | たいしょう
      • 兄弟(きやうだい) | きょうだい
      • だらう | だろう
      • 話さう(はなさう)[9] | はなそう
      • 法(はふ) | ほう
      • 王(わう) | おう
    • い단 + う/ふ는 -yū로 발음한다. 柳生(やぎゅう 등의 성씨에 이 잔재가 남아 있으며(やぎふ → やぎう → やぎゅう), '읍'이나 '입'으로 끝나는 한국 한자음(예: 급, 십 등)이 일본어에서 -yū로 대응되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 急に(きふに) | きゅうに
      • きうり | きゅうり
      • 十(じふ)[10] | じゅう
      • 다만 言ふ(いふ)는 현대 가나 표기법에서 言う(いう)가 되며, ゆう가 되지는 않는다.[11] 이것은 어간 い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言わない나 言えば 등에서는 い로 쓰면서 言う에서만 ゆ로 하면 일관성이 없고 어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가나 표기법에서 형용사는 ありがい/ありがう(← ありがう)와 같이 어간이 변화하기 때문에 동사만 어간을 살리고 형용사는 어간을 살리지 않는다는 모순이 있다.[12]
    • え단 + う/ふ는 -yō로 발음한다. 平塚 らいてう 등의 이름에 이 잔재가 남아 있으며, '업'이나 '엽' 등으로 끝나는 한국 한자음(예: 겁, 렵 등)이 일본어에서 -yō로 대응되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 しませう | しましょう
      • 今日(けふ) | きょう[13]
      • 蝶(てふ) | ちょう[14]
      • 敎室/教室(けうしつ) | きょうしつ
      • 剽軽者(へうげもの) | ひょうげもの
      • エウロツパ | ヨーロッパ
  • 둘 이상의 규칙이 한꺼번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 笑はう(わらはう) | 笑おう(わらおう)
    • 周防(すはう) | すおう
    • 終り(をはり) | おわり
    • 候(さうらふ) | そうろう
  • 어간이 -f로 끝나는 동사가 -u로 시작하는 어미와 바로 이어지면 문어체를 읽을 때와 현대 일본어를 읽을 때의 발음이 달라진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ふ를 う로 읽는 것으로 끝나지만, 문어체라면 앞 음절과 함께 장음으로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笑ふ, 洗ふ는 만약 현대 일본어라면 각각 warau, arau로 읽어야 하지만[15], 문어체라면 warō, arō로 읽어야 한다. 같은 논리로 答ふる, 恋ふる, 祈ふ는 각각 kotōru, kōru, ukyō로 읽으며, 문어체의 문법을 빌린 현대 일본어라면 kotauru, kouru, ukeu라고 읽어야 한다.
요즘에는 가나를 히라가나를 위주로 쓰고 외래어 등에서만 가타카나를 쓰지만,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 쓰였던 시절에는 가나를 가타카나로만 쓰고 히라가나를 안 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과거의 글을 직접 인용할 때 이렇게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한자와 가타카나로만 적는 경우가 있다.
이 표기법이 쓰인 시기는 신자체가 제정되기 전 시기이기 때문에, 한자 또한 구자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구자체 한자는 요즘 일본인들이 잘 못 읽는 경우가 많아 가나 표기만 역사적 가나로 하고 한자는 현재의 신자체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3. 외래어 표기법과의 관계


외래어 표기법/일본어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대한 규정이 정의돼있지 않다. 그 때문에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든 현대 가나 표기법이든 전부 현대를 기준으로 맞춰진 '일본어 가나(= 문자 표기)와 한글 대조표'를 통해, 즉 적힌 가나 문자 표기를 기준으로 한글로 옮긴다. 결국 국립국어원 입장에선 へうげもの와 平塚 らいてう의 らいてう를 각각 '헤우게모노', '라이테우'라고 적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실제 발음을 바탕으로 한 '효게모노'와 '라이초'라는 표기가 오히려 틀린 것이다(…). 이것을 보완하고자 백괴사전의 일본어 표기법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대한 표기를 따로 규정해두기도 한다.

4. 관련 링크



[1] 이 사람들은 한자를 현재의 신자체에서 구자체로 되돌리자는 주장도 같이 펴는 경우가 99%에 수렴한다. 이들은 이 구자체+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정자 정가나(세이지 세이카나, 正字正假名)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극우 국수주의자인 경우가 매우 많다. 극우라고 꼭 정자 정가나를 지지하진 않지만, 정자 정가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극우일 확률은 꽤 높다.[2] 단, 전집류는 원문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그대로 사용한다.[3] 차이를 보고 싶다면 류카(시) 문서의 3. 대표작 항목 참고.[4] 오늘날에도 위의 두 글자는 いなづま, いかづち라고 쓰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요츠가나 참조.[5] 기본형(종지형)은 耀ふ | 耀う. 다만 현대에는 촉음편이 들어가 耀って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마저도 같은 뜻의 輝く가 압도적으로 쓰인다(...)[6] 사실 작은 가나 자체가 근대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참고로 일본어 모스 부호에도 작은 가나가 없는데, 이는 일본어 모스 부호가 현대 가나 표기법이 제정되기 한참 전에 제정됐기 때문이다.[7] 하지만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쓰여진 문서라도 근대의 외래어가 쓰이는 경우 외래어에 한해 작은 가나를 썼다. 외래어는 계속 신어(新語)가 유입되기 때문에 문맥으로 촉음과 요음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외래어를 적을 때 요음과 촉음은 반드시 작은 가나를 써야 한다'고 강제했던 건 아니어서 외래어임에도 작은 가나를 안 쓴 경우도 종종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일본 기업 캐논(Canon)의 경우 지금도 자사의 이름을 표기할 때 작은 가나를 안 쓰고 큰 가나로만 쓰고(キヤノン) 읽을 때만 요음(캬논)으로 읽는다. 이유는 작은 가나를 쓸 경우 작은 가나 옆이나 위가 휑해지는 게 싫어서.(...)[8] 음절 구조만 놓고 보면 わ를 ゎ와 같이 작게 표기할 법도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 작은 가나는 쓰이지 않았다.[9] 이 예와 같이, 5단 동사의 청유형 -oう는 본래 -aう로 표기되었다. 그래서 현대 일본어의 5단 동사는 고전 일본어에서는 4단 동사이다.[10] 十個의 표준 독음이 じっこ인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자세한 것은 문서 참고.[11] 발음할 때 ユー 비슷하게 발음하기는 한다. 본문 서술은 표기에 대한 문제.[12] 하지만 이 경우 言ふ → 言う의 어간을 ihu → iwu의 "iw"로 보는 시각이 있고 이 시각에 따르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13] 今日(けふ)의 今(け)는 今朝(けさ)의 今(け)와 같다.[14] 이 예시는 키테레츠 대백과에서도 언급되었다. 옛날 백과사전에서 ちょう(나비)를 찾으려고 ち권을 찾아봤는데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우연히 て권을 찾아보니 'てふ'라는 표제어와 함께 나비 그림이 나왔다거나...[15] 현대 일본어는 19세기 후반부터 형태가 갖추어졌지만, 현대 가나 표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후반부터다. 따라서, 이 사이에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쓰여 있는 현대 일본어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