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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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요거트.보양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그녀는 건강에 대한 충고를 많이 한다. 지나친 열정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환주 사람들은 이런 특징 때문에 그녀를 더 좋아한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겨울날 아침
태양이 떠오르자 새벽 겨울에 몽롱한 온기가 서렸다.
광활한 초원에 이따금 바람이 불면,
풀잎이 흔들리며 바스락 소리를 내고, 그 위에 맺혀 있던 이슬이 풀잎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땅에 떨어진다.
이 초원엔 작고 한적한 마을이 하나 있다.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기라도 한 듯, 문 하나가 천천히 열렸다.
「좋은 아침이에요, 베테 아주머니.」
야채샐러드가 날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늘도 날씨가 정말 좋아요!」
정확히는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에게 인사하는 거지만.
「그래. 햇볕이 정말 따듯하구나.」
지금 내가 밀고있는 휠체어에 앉아서 햇볕을 쐬고있는 노인이 바로 베테 부인이야.
야채샐러드는 싱싱한 채소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베테 부인의 집에 들어왔다.
내가 부탁한 부인이 먹을 채소였지.
「항상 고마워.」
「고, 고맙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뭐. 그리고 그... 요거트가 좋으면 저도 좋아요.」
야채샐러드는 자신의 땋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멋쩍게 웃었다.
「혼자 살다가 가게 될 줄 알았지.」
부인은 생기없는 눈을 깜빡이며,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이런 말을 꺼냈다.
그녀의 시력은 거의 맹인에 가까웠지만, 입가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부인. 앞으론 저희가 함께 있을게요.」
난 갓 데운 따듯한 요거트를 베테 부인의 손에 쥐여주었다.
추운 겨울에도 몸을 따듯하게 하는 덴 안성맞춤이었지.
베테 부인은 받아든 요거트를 무릎 위에 놓고 손을 녹이다가
천천히 컵을 들어 올려 한입 마셨다.
그리고는 컵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따듯한 미소와 함께 숨을 내쉬었다.
부인이 내뿜은 뽀얀 입김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전에도 꼭 너 같은 아가씨가 있었지. 아침마다 나한테 따듯한 요거트를 가져다줬었거든.
너무 늙어서 그런지 맛도 그때랑 똑같다고 느껴지는구나. 정말 그리운 맛이야.」
부인은 다시 손을 무릎으로 가져가 손을 데우 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야채샐러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모자에 달린 토끼 귀가 그의 몸짓에 따라 움직였다.
「아주 예쁜 아가씨였지. 탐스러운 금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마치 태양이 물들인 것 같았어. 웃는 모습도 꽃처럼 아름다웠지」
부인은 자신의 눈동자에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천천히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거트는 활짝 웃는 얼굴로 조용히 부인을 바라보았다.
햇볕을 머금은 듯한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 위에서 바람 따라 흔들렸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주마.
그 아가씨와 일고여덟 살 난 소녀의 이야기란다.」
베테 부인은 갑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활발하고 움직이길 좋아했어. 정말 장난꾸러기였지.
아가씨는 아주 먼 곳에서 온 여행자였는데, 예쁘고 착한 데다가 아는 것도 많았지. 특히 건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단다.
모두 그 아가씨를 무척 좋아했지.
어느 날은 소녀의 부탁으로 함께 말을 타고 가축을 몰기로 했어.
따듯한 봄날이었지. 초원엔 녹색 식물이 가득했고, 가축들은 부지런히 뛰어놀고 있었어.」
난 야채샐러드와 함께 부인의 옆에 앉아 조용히 얘기를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 싶더니,
6.2. 2장. 초원
소와 양 떼가 광활한 초원에서 뛰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둔탁한 발굽 소리가 초원을 뒤덮자, 곳곳에서 흙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둔탁한 발굽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와 베테였다. 우리는 말을 타고 가축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편안하고 한적한 세월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내 옆에서 말을 타고 있는이 단발 머리 소녀가 바로 베테다.
햇볕에 그을린 탓에 피부가 제법 까무잡잡했는데, 그런 점이 그녀를 더욱 장난꾸러기 선머슴처럼 보이게 했다.
베테는 무리에서 떨어진 양이나 소를 보면, 바로 달려가 다른 가축들 곁으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모는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언니, 잘 봐! 내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말을 잘 모는 아이라는 걸 보여줄게~」
「그야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어서 얌전히 앉아!」
베테는 말 등에 서서 고삐를 놓거나,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바람을 맞는 위험한 행동을 자주 했다.
그렇게 하면,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유목민 사이에서 자란 베테는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지냈다.
자연스레 수많은 곳을 지나게 되었지만, 아직 산은 가보지 못했다.
이런 점이 베테가 하늘을 더욱 동경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유목민이 막 이주해온 곳이다.
잔디가 제법 무성한 곳이지만, 전에 있던 초원보다는 높은 지형이라 얼핏 보면 산지처럼 보이기도 했다.
베테를 흥분시키기엔 충분한 환경이었고,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목을 하겠다고 고집부렸다.
베테는 이곳 지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다니다간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나에게 같이 가보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가축을 몰고 있는 중이다.
「앗!」
갑자기 베테가 한층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언니야, 빨리 와봐! 저거 혹시 산 아니야?」
베테가 가리킨 곳을 보니 먼 곳에 툭 튀어나온 흙더미 같은 것이 보였다. 난생 처음으로 산이라고 부를만한 지형을 본 것이다. 베테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응, 그러네.」
베테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난 그렇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고,
대답을 들은 베테는 뛸 듯이 기뻐하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한번 가봐야겠어, 금방 갔다 올게!」
베테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 흙더미 쪽으로 달려갔고,
말릴 새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말 위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풀을 뜯고있는 양과 소 떼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난 야채샐러드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로 돌아왔다.
「평생을 초원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산을 봤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아이는 말을 타고 무작정 산으로 달려갔어.
산에 가까워질수록, 산을 향한 아이의 동경심도 더욱 커졌지.」
베테 부인이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아마 내 평생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일일 게야.」
분명 그럴 것이다. 나조차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니까.
6.3. 3장. 잊을 수 없는 일
난 그 자리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베테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양과 소를 몰고 마을에 갔다가 곧바로 다시 말을 타고 나왔다.
그리고, 베테가 향한 쪽으로 최대한 빨리 말을 몰았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쬐고 있었지만, 산 뒤편의 그늘이 막아주고 있었다.
산 주변을 둘러보자 눈 부신 햇살이 시야를 방해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난 비명을 지를 만큼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베테, 꽉 잡고 있어! 절대 손 놓지 마!」
낭떠러지에 베테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것이다.
베테의 여린 두 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사실 베테가 손을 놓으면, 아래에서 받아주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말았다. 베테가 이렇게까지 겁에 질린 모습은 처음이었다.
지금 뛰어내리게 했다가는 크게 다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난 말에서 내려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베테, 내가 얼른 가서 끌어올려 줄 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
가까스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나는 낭떠러지 쪽에 납작 엎드려 베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최대한 팔을 길게 뻗었지만, 아직 베테에게 닿기까지는 한 주먹 정도 차이가 났다.
「흑... 언니, 나... 힘이... 손에 힘이 없어...」
베테의 손이 살짝 느슨해졌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손은 닿지 않았고, 베테의 체력 역시 한계에 달해갔다.
언제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나는 급히 암벽을 타고 베테 쪽으로 갔다.
그리고 한 손으로 벼랑 끝을 잡고, 다른 한 손을 베테 쪽으로 뻗었다.
「무서워할 거 없어. 자, 내 손을 잡아.」
난 베테를 안심시키고 싶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가 없었다.
베테는 온 힘을 다해 한쪽 손을 내 쪽으로 뻗었다.
바로 코앞에 있는데, 은하수 맞은편에 있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베테의 손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이 자세로 버티고 있던 탓에 그녀를 함께 끌어올 힘이 남아있지 않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베테, 날 믿어!」
나조차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베테에게 말했다.
순간, 베테의 동공이 순식간에 커지는 걸 봣다.
난 벽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베테를 힘껏 끌어안았다.
최대한 베테가 다치지 않게 감싸 안은 채, 그대로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제법 높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리 험준하진 않았다.
절벽을 타고 미끄러질 때, 최대한 두 다리로 땅을 짚으려고 한 덕분에 살짝 까진 것 빼곤 무사할 수 있었다.
베테도 무사했지만, 많이 놀란 탓인지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정신 차렸다.
그리고 내 상처를 보며 물었다.
「괜찮아? 많이 아파?」
「아니. 난 하나도 안 아파. 베테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그래, 이번엔 네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른 사람 걱정 좀 시키지 마.」
최대한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베테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 구석구석 뭔가를 찾고 있었다.
다친 덴 없는지 확인하는 건가?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하고, 묻진 않았다.
베테는 한참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자기 옷자락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6.4. 4장. 아름다운 것
「그 아이가 어쩌다 절벽에 매달리게 됐는지 아니?」
휠체어에 앉아있는 베테 부인이 호호하고 웃자,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잡혔다.
이건 내가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발을 헛디더서 떨어진 거 아니었어요?」
난 궁금해져서 물었다.
야채샐러드는 베테 부인의 얘기를 듣다가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쿨쿨 자고 있었다.
곤히 잠든 야채샐러드의 얼굴을 보니 어릴 적 베테 부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정말 귀엽다니까.
「아니란다.」
인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질 만큼 생긋 웃었다.
「그 애는 절벽에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예쁜 꽃을 봤지.
그 꽃을 따다가 그 언니에게 가져다주고 싶었던 게야.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그리고, 온전히 암만 꽃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다 한들, 지킬 수 없었다는 것도 말이야.」
부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 꽃을... 얼마나 언니 머리에 꽂아주고 싶었는데...」
베테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기 손을 꽉 붙잡았다.
천천히 떠오른 태양이 우리와 초원 전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베테는 올해로 110세나 된 노인이다.
인간 중에서는 제법 장수하고 있는 편이다. 비록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시력도 잃었지만, 여전히 행복해 보인다.
처음 만났을 땐 조그만 아이였는데,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베테의 일생은 내게 있어서는 스쳐 가는 찰나에 불과하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 식신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다.
그 때문에 인간과 식신 사이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는 것을.
난 곤히 내 무릎에서 자는 야채샐러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개를 드니 파란 하늘에 양 떼 같은 구름이 떠 있고, 싱그러운 바람이 귓가에서 익숙한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정말 예쁘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즐거움을 솟구치게 한다.
「으음... 나 또 자버린 거야?」
야채샐러드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응, 그래.」
난 야채샐러드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함께 건강한 점심 식사를 만들러 가볼까~」
베테와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다시 함께하는 건 분명 운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