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가나
1. 개요
일본어에서 ざ행(さ행의 탁음)과 だ행(た행의 탁음) 중 い단과 う단에 속하는 4글자(じ, ず, ぢ, づ)를 부르는 말임과 동시에, 시대에 따라 이 4글자의 음가가 오늘날과 같이 변화했던 과정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혼란이 생기게 된 원인은 유성음과 파찰음의 음성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유성음은 파열을 듣기 어렵기 때문에 마찰음인 /z/와 파찰음인 /d͡z/를 청각적으로 변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ʑ/와 /d͡ʑ/도 마찬가지다. 같은 마찰음과 파찰음의 대립 관계라도 무성음인 /s/와 /t͡s/, /ɕ/와 /t͡ɕ/는 쉽게 구별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じ와 ぢ, ず와 づ의 구별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한국어의 (유성음화된) '자'(\[d͡ʑɐ\])가 일본어 화자에게는 じゃ가 아닌 ぢゃ로 인식됐을 것이다.
2. 역사
이 4글자의 옛 음가는 \[zi~ʑi\], \[zɯ\], \[di\], \[dɯ\]였던 것으로 여겨지나, 이들 음가가 더럽게 불안정해서 세월이 갈수록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로마치 말기를 기점으로 본래 た, て, と와 함께 파열음에 속했던 ち와 つ의 본래 음가가 서서히 붕괴하고 파찰음으로 변해가면서 이런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じ의 경우는 구개음화가 일어나 \[ʑi\]로 변하고, ぢ의 경우는 역시 구개음화가 일어나 \[ȡi\]로 바뀌는데 이 음가도 불안정해서 한국어의 (유성음화된) '지'(\[d͡ʑi\])와 비슷한 발음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4글자는 표기와 발음의 괴리가 있었다. 실제로 역사적 가나 표기법을 보면 연탁이 적용되지 않을 때에도 ぢ와 づ가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혼란은 에도시대 초까지도 계속되어, 이들 4글자의 음가는 각각 \[ʑi\], \[zɯ\], \[d͡ʑi\], \[d͡zɯ\]로 변했다.
이 현상을 시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교토 방언을 기준으로, 가마쿠라 시대와 남북조 시대를 거쳐 무로마치 시대 전기까지는 일단 さ행과 た행 모두 본래 음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시기 교토 방언에서 し, す, ち, つ의 음가는 다음과 같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 무로마치 말기로 가게 되자 본래 파열음에 속했던 た행에서 ち와 つ의 파찰음화가 진행되었다. 즉, ち는 t+し로 발음되었고, つ는 t+す로 발음되었다. 이는 탁음인 ぢ와 づ에도 나타났다.[1] 그래도 이 때까지는 아직 じ와 ぢ, ず와 づ의 발음이 변별되고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 변한 것으로 여겨지는 음가는 다음과 같다.
- 에도 시대로 접어들자 d의 첨가 유무(파찰음이냐 마찰음이냐)로 구분되었던 じ와 ぢ, ず와 づ의 발음은 시코쿠와 큐슈 방언을 제외하고는 앞서 말한 이유로 그 구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d͡ʑi\]와 \[d͡zɯ\]로 발음되어야 할 ぢ와 づ가 은연중에 \[ʑi\]와 \[zɯ\]로 발음되고 있었으며, 반대로 \[ʑi\]와 \[zɯ\]로 발음되어야 할 じ와 ず도 은연중에 \[d͡ʑi\]와 \[d͡zɯ\]로 발음되고 있었다.
- 이러한 혼란이 고착화되자 오늘날의 표준 일본어 표기는 じ와 ぢ를 じ로, ず와 づ를 ず로 통일했다. 단, ぢ와 づ가 변별되는 일부 방언을 표기하거나 연탁이 적용되는 경우 등은 여전히 ぢ와 づ를 쓰는 것이 허용된다.
- 예를 들어, 한국 한자음으로 '장'(\[t͡ɕɐŋ~d͡ʑɐŋ\])으로 읽히는 場의 원음은 '댱'(\[diaŋ\])으로 이 글자의 일본어 음독을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표기하자면 ヂヤウ이다. 표기를 보면 diyau(\[di.jɐ.ɯ\])로 읽어야 할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dyō(\[djoː\])로 읽었고, ぢ와 づ의 고유 음가가 붕괴한 뒤로는 jō(\[d͡ʑoː~ʑoː\])로 읽게 되었다. 이것이 현대 가나 표기법에서 ぢ는 じ로 바뀌고 あ단 + う/ふ로 표기되던 -oウ 장음이 お단 + う로 바뀌게 되어 場의 음독은 발음 그대로 ジョウ(jō)로 표기된다.
3. 지역별 차이
이 현상은 지방마다 혼란의 정도가 달랐다. 요츠가나를 기준으로 일본어 사투리를 분류하기도 한다.
- 이 현상이 가장 약하게 나타났던 규슈 지방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 4개의 음가가 전부 변별된다.
- 시코쿠의 고치현에서 사용되는 방언인 토사벤도 이 4글자의 음가가 모두 변별되는데, 특이하게도 ぢ와 づ의 옛 음가로 여겨지는 [di], [dɯ] 발음이 보존되어 있다.
- 혼슈에서는 드물게 야마나시현의 나라다 마을에서 사용되는 방언이 이 4글자의 음가를 모두 변별한다. 특이하게도 이 지역에서는 じ와 ず를 [ði]와 [ðɯ]로, し와 す를 [θi]와 [θɯ]로 발음하며 , ぢ와 づ를 [ɖ͡ʐi]와 [ɖɯ]로, ち와 つ를 [ʈ͡ʂi]와 [ʈɯ]로 발음한다.[2] 참고로 앞의 두 음은 치 마찰음[3] 이고 뒤의 두 음은 권설 파찰음과 권설 파열음이다.
- 하지만 간토·주부·간사이·주고쿠[4] 등에서는 한 술 더 떠서 じ-ぢ와 ず-づ의 발음 구분이 무너지면서 단이 같은 한 쌍의 음가가 서로 혼합되었다. 그래서 じ가 [d͡ʑi]로도 발음되고 ぢ가 [ʑi]로도 발음된다. 덕분에 표준 일본어 발음 기준으로 じ가 한국어의 (유성음화된) '지'에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한국어의 (유성음화된) '자'([d͡ʑɐ])를 じゃ에 대응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ず가[d͡zɯ]로도 발음되고 づ가 [zɯ]로도 발음된다. 사실 비슷한 둘 이상의 음가가 하나의 음가로 합쳐지는 현상은 다른 언어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인데, 한국어에서 ㅐ와 ㅔ의 발음 구분이 무너져 가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그 예이다.
- 이 혼란이 가장 심한 도호쿠와 홋카이도에서는 아예 이 4글자의 음가가 전부 하나로 합쳐져 어떤 지방에서는 전부 [d͡ʑi]로만 발음되고 또 어떤 지방에서는 전부 [d͡zɯ]로만 발음된다. 이런 현상은 이즈모 지역과 오키나와에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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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행 표기
표준 일본어에서도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じ와 ぢ, ず와 づ의 발음이 같아졌기 때문에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서 ぢ와 づ로 표기됐던 발음은 연탁 등 ぢ와 づ를 쓸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じ와 ず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あぢさゐ는 あじさい로, みづ(水)는 みず로 바뀌었다. 연탁이 적용되는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도 있는데 いかづち(雷), いなづま(稲妻)가 그 예. 이들은 각각 '맹렬한(厳/いか)+つ+영령(霊/ち)'와 '벼(稲/いな)의 배우자(妻/つま)'(이나즈마 참조)라는 뜻으로써 연탁이 적용되어 づ를 쓸 근거가 있는데, 현재는 저런 어원의식이 희박하므로 한 단어로 취급되어 いかずち, いなずま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いかづち, いなづま도 허용한다.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에서도 이를 반영하여 じ와 ぢ를 ji로, ず와 づ를 zu로 통일하였다. 훈령식 로마자 표기법 역시 じ와 ぢ가 zi로, ず와 づ가 zu로 통일되어 있다. 일본식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ぢ와 づ를 di와 du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じ와 ず는 zi와 zu로 표기한다) じ와 ぢ, ず와 づ가 로마자 표기상으로는 변별된다.
같은 이유로 일반적으로 외래어에서는 ヂ와 ヅ를 쓰지 않고 ジ와 ズ만을 쓰므로 ヂ와 ヅ는 철자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보기는 힘들다. 외래어 중에서 ヂ(ぢ)가 쓰인 예는 チヂミ(치지미, 부침개)이다. '기름에 지진 음식' 또는 '국물을 적게 넣어 짭짤하게 끓인 음식'을 뜻하는 한국어 단어 '찌짐'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오그라듦'을 뜻하는 縮み(ちぢみ)와 뜻이 통하기 때문에 チジミ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놔둔 듯하다. 다른 사례로는 에스페란토에서는 /ʒ/ 발음과 /d͡ʒ/ 발음을 구별하는데, 이를 구별해서 표기하기 위해 /ʒ/ 발음이 나는 Ĵ(ĵ)에는 ジ를 쓰고 /d͡ʒ/ 발음이 나는 Ĝ(ĝ)에는 ヂ를 쓴다. 에스페란토는 글자와 발음이 1:1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에스페란토를 가나로 표기할 때 이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5. 유사 현상
요츠가나 외에도 は행과 わ행의 음가가 혼란을 일으킨 순음퇴화 현상도 있다. 순음퇴화의 경우 は행의 음가가 오늘날의 ぱ(pa)행과 같았으나 ha로 변해 갔던 현상과 わ행의 본래 음가가 붕괴하면서 わ(wa)를 제외하고 전부 음가가 あ(a)행에 흡수되어 버린 현상이다.
한국어도 비슷한 음운 변화를 겪은 적이 있다. 한국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치경구개 파열음 \[ȶ\], \[ȡ\]의 음가가 불안정하여 \[t͡ɕ\], \[d͡ʑ\]로 변하는 바람에 디-지, 티-치의 대립이 붕괴한 바 있다. 원래 한국 한자음으로 댜, 뎌, 됴, 듀, 디, 탸, 텨, 툐, 튜, 티 등으로 읽히던 한자가 오늘날엔 자, 저, 조, 주, 지, 차, 처, 초, 추, 치 등으로 읽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가짜 순우리말인 '
'''듀'''륏체리'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ち/ぢ와 つ/づ의 음가가 아예 변해버린 채로 정착된[6] 일본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디/티가 형태소 간에서 구개음화되는 경우(예: '굳이', '해돋이')를 제외하고는 \[ȶi\], \[ȡi\]까지만 구개음화되거나 아예 구개음화가 적용되지 않아서 디-지, 티-치의 구별이 다시 생긴 상태다.[1] 다만, 토사벤을 쓰는 시코쿠 남부에서는 이게 덜 진행되어 ぢ와 づ가 \[di~d͡ʑi\]와 \[dɯ~d͡zɯ\]로 발음된다.[2] 덕분에 2ch등의 커뮤니티에서 나라다 마을 출신 주민들이 일본인들중에서 영어발음을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이라는 농담도 있다.[3] 'The' 할 때 th 발음[4] 시마네현 일부 지역 제외. 시마네현 동부 지역에서는 도호쿠벤처럼 네 발음이 모두 무너져서 똑같이 발음된다.[5] 대한민국 표준어의 (유성음화된) '즈'[d͡ʑɯ\]로 발음된다. 그래서 일본인은 표준어의 \(유성음화된) '즈' 발음을 じゅ와 비슷한 발음으로 인식한다.[6] 그래서 외래어의 ti/di, tu/du 음가를 어쩔 수 없이 ティ/ディ, トゥ/ドゥ로 표기해야 한다. 또한 t/d 단독 음가는 オ단인 ト/ド로 표기. k/g, p/b, s/z 등의 단독 음가를 ウ단인 ク/グ, プ/ブ, ス/ズ 등으로 표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오래 전에 유입된 외래어 표기 중에서는 단독 t를 ツ로 옮긴 것도 존재한다. cutlet을 カツレツ로 옮긴 것과 같은 예. 오늘날 이를 다시 표기한다면 カトレット 정도가 될 것이다. ツー(two), ツアー(tour)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 여담이지만 똑 같은 di 발음인데 radio는 ラ'''ジ'''オ로, audio는 オ'''ディ'''オ로 표기한다. 전자와 후자의 유입시기가 다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