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역(번역)
1. 개요
'''음역'''(音譯)은 한자를 가지고 외국어의 음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한자의 음만을 취하기 때문에''' 의미는 대부분 무시된다. Asia(아시아)를 亞細亞(아세아)로 나타내거나, club(클럽)을 俱樂部(구락부)라고 음역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서양권 나라들의 국호의 경우 동아시아에 알려진 시기가 개화기 시절인 경우엔 음역명이 국명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영국(英國)', '법국(法國)', '덕국(德國)', '미국(美國)', '서반아(西班牙)' 등이 있으며, 이와 같은 음역은 청나라에서 이들 서양 열강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붙여 준 이름이다. 음역 표기를 겸하여, 정식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들인 만큼 이왕이면 좋은 뜻을 가진 글자로 나라 이름을 붙여줬다.
외국인들의 이름을 음역한 것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것은 역시 임진왜란 당시의 일본인들의 이름이다. 시마즈 요시히로의 경우 일본인들이 부른 존칭인 '시마즈 도노'가 '심안돈(沈安頓)', '심안돈오(沈安頓吾)' 등으로 적혔고 중국인들은 '스만쯔(石曼子)'로 음역했는데, 실제 그의 이름을 한국 한자음으로 옮긴 '도진의홍'과 더불어 모두 다른 인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그 관직명인 관백과 발음 '간파쿠 사마'를 음역한 '감박사마(甘朴司馬)'가 혼용됐고, 역시 다른 인물인 줄 알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덕천가강'이라는 말을 주로 썼지만 실록에는 '이야샤(二也思)'로 음역한 것이 존재한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양인들의 나라, 이름, 지명 등을 음역한 것이 많았고 지금도 미국, 영국 등이 쓰이고 있다. 다만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게 늦어서 중국, 일본의 음역이 대부분이다. 같은 이름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유래했냐 일본에서 유래했냐에 따라 서로 다른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중국에서는 법국(法國)으로, 일본에서는 불란서(佛蘭西)를 사용했다. 이 경우 중국어로 '파궈(Fǎguó)[1] ', 일본어로 '후란스(フランス)'로 발음되어 France와 유사한 발음이 된다. 독일의 경우는 중국에서는 덕국(德國, 더궈), 일본에서는 독일(獨逸, 도이츠)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는 일본식 음역이 아예 굳어졌다.
현대에는 외국인들이 귀화할 때 이름을 따서 한국식 이름을 지을 때나 한국에 친숙한 인물들을 친근한 의미로 한국식으로 바꿀 때 쓰는 편이다. 반대로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이국적인 이름 내지 영어 이름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이름을 지을 때도 많이 쓰인다. 아래 참고.
나무위키에서 심심하면 볼 수 있는 친근한 낱말 '오덕후' 역시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 한자음 비스무리하게 바꾼 일종의 음역이다.
2. 근대에 음역된 나라 이름과 단어
2.1. 한국어로 완전히 굳어진 단어
아래 단어들은 발음의 편리성을 이유로 음역명이 아예 정착해버린 케이스다. 음역명을 반드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중국어와는 달리 한국어와 일본어는 음역명이냐, 원어명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 나라의 국호가 너무 긴 경우에는 음역명을 채택한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음역명이 주요 명칭이 되어버린 나라들이 국호가 긴 편인 것이지,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화란이라는 음역명이 더 짧지만 네덜란드라는 명칭이 더 많이 쓰이며, 이탈리아도 이태리라는 음역명은 잘 쓰이지 않는다.
- 미국(美國) ← 아메리카 합중국: 중국의 음역은 美利堅合眾國(미리견합중국)인데, 이를 줄여서 美國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美國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米国이란 표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亞米利加(아미리가)라는 음차에서 유래했다.
- 영국(英國) ← 그레이트 브리튼: '잉글랜드'의 중국의 음역인 英吉利(영길리)가 英國으로 바뀐 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 호주(濠洲) ←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중국의 음역인 濠斯太剌利亞洲(호사태랄리아주)가 줄어 들어 濠洲로 바뀌고 굳어졌다. 다만, 호주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이름도 널리 쓰인다.
- 독일(獨逸) ← 도이칠란트 연방: 일본의 음역인 獨逸(독일)로부터 유래하였다. 정작 오늘날 일본에서는 음역명의 한자 획순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ドイツ(도이츠)라고 쓴다.
- 태국(泰國) ← 타이 왕국: 중국의 음역 泰(태)에서 유래했다.
- 인도(印度) ← 인디아 공화국: 현장이 음차한 것으로, 개항 이후 음차한 단어들과는 역사의 궤를 달리한다.
- 남아공(南阿共)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약자로서, 음차된 부분은 중간의 '아(阿)'뿐이다. 다만 남아공이 일반적으로 쓰이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약자이므로, 공식 표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 소련(蘇聯) ←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소비에트를 蘇維埃(소유애)로 음차한 것이다. 요즘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줄임말로도 알려져있다.
2.2. 중국의 음역
- 미리견(美利堅), 아미리가(亞美利加): 미국(美國)[2]
- 영길리(英吉利, Yīngjílì 잉→지↗리↓): 영국(英國)[3]
- 윤돈(倫敦, Lúndūn 룬둔): 런던
- 아라사(俄羅斯, Éluósī 어뤄쓰): 러시아[5]
- 법란서(法蘭西, Fǎlánxī 파란스) → 법국(法國, Fǎguó 파궈[6] ): 프랑스
- 덕이지(德意志, déyìzhì 더이지) → 덕국(德國, Déguó 더궈): 독일[7]
- 백림(柏林, Bólín 보린): 베를린
- 토이기(土耳其, Tǔ'ěrqí 투얼치): 터키[8]
- 서반아(西班牙, Xībānyá 시반야): 에스파냐
- 포도아(葡萄牙, Pútáoyá 푸타오야): 포르투갈
- 묵서가(墨西哥, Mòxīgē 모씨거) : 멕시코
2.3. 일본의 음역
한자 의존도가 한국보다 훨씬 높으면서도, 실제 용례에서는 한국보다도 음역한 국호를 적게 쓰는 편. 아니 21세기 시점에서는 거의 모든 국호를 한자로 된 음역어(
- 독일(獨逸|独逸) Deutschland(도이칠란트)에서 따옴
발음은 ドイツ (도이츠)라 발음함[9]
- 화란(和蘭|和蘭): 네덜란드 발음은 オランダ (오란다)라 발음함[10]
- 불란서(佛蘭西|仏蘭西): 프랑스 발음은 フランス (후란스)라 함
- 노서아(露西亞): 러시아 발음은 ロシア (로시아)라 함
- 구라파(歐羅巴|欧羅巴): 유럽 발음은 ヨーロッパ (요로파)라 함[11]
- 아세아(亞細亞|亜細亜): 아시아 발음은 アジア (아지아)
- 구락부(俱樂部|倶楽部): 클럽 발음은 クラブ (쿠라부)라 함
- 지나(支那): 중국(청나라) 발음은 シナ (시나)라 함
- 낭만(浪漫): 낭만주의, 로맨스 발음은 ロウマン (로오만) 이라 함
3. 전근대에 음역한 것
3.1. 국가/민족/세력
3.1.1. 북방민족
※추정의 경우는 ★를 붙이고 가능하면 관련 학자를 각주로 언급할것.
- 거란(契丹) : Kithan
- 달단(韃靼) : Tatarlar
- 돌궐(突厥) : Turkut★[12]
- 돌기시(突騎施) : Türügesh
- 말갈(靺鞨) : Mat-Kat★[13]
- 모용(慕容) : Bayan★
- 여진(女眞) : Jušen
- 엽달(嚈噠) : Ephthalites
- 올량합(兀良哈, 오랑캐) : 우량카이
- 우문 : 오믄★
- 탁발(拓跋) : Tabgachi
- 회흘(回紇) : Uyghur
3.1.2. 기타
- 토번(吐蕃) : 투뵈
3.2. 기타
- 달노합적 : 다루가치
3.3. 불교 인명, 지명, 용어
- 가비라성 - Kapilavastu
- 가섭 - 마하가섭 : Mahākāśyapa
- 나란다 : Nālandā
- 나한 - 아라한 : arhat
- 능가경 : Laṅkāvatāra Sūtra
- 라후라 : Rāhula
- 마하 : mahat
- 만다라 : maṇḍala
- 목련 : Maudgalyāyana
- 미륵 : Maitreya
- 바라밀다 : pāramitā
- 반야 : prajñā
- 보살 - 보리살타 : bodhisattva
- 불타 : buddha
- 비구 : bhikkhu
- 비구니 : bhikkhuni
- 석가모니 : Shakyamuni
- 구담 실달 : Gautama Siddhārtha
- 수다라 : sūtra
- 수보리 : Subhoti
- 승가 : saṃgha
- 아난 : Ānanda
- 아미타 : amṛta
-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 gate gate pāragate pārasaṃgate bodhi svāhā
- 우발리 : Upali
- 제바 : deva
- 제바달다 : Devadatta
4. 서양식 사람 이름의 음역
4.1. 한국
- 석호필 (Schofield)
- 세라 (Sarah)
- 수산 (Susan)
- 수산나 (Susanna)
- 수지 (Susie)
- 수완 (Swan)
- 안나 (Anna)
- 애리 (Ellie)
- 요섭 (Joseph)
- 유진 (Eugene)[14]
- 채리 (Cherry)[15]
- 필립 (Philip)
- 한나 (Hannah)
- 허가이 (Хегай)
4.2. 일본
- 레이나 (レイナ = Reina)
- 마리 (マリ = Marie)
- 메구 (メグ = Meg)[16]
- 메아리 (メアリ = Mary)
- 아리스 (アリス = Alice)[17]
- 카렌 (カレン = Karen[kǽrən,kɑ́:r-])
- 에미리 (エミリ= Emily)
- 에리카 (エリカ = Erika)
- 조지 (ジョージ = George)
- 나오미 (ナオミ = Naomi)
[1] 대륙 중국어 한정. 다음 항목 참고.[2] 중국식으로 읽으면 미리견은 Měilìjiān(메↓이↑리↘지엔→), 아미리가는 Yàměilìjiā(야↘메↓이↑리↘지아→). 전자는 America의 me 부분에 강세가 들어간 것을 바탕으로 한 음역이다.[3] 잉글랜드의 음역인데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K) 그 자체를 나타내게 되었다.[4] 소비에트의 음차.[5] Éluósī(어↗뤄↗쓰→). 이것은 몽골어 Орос를 음역한 것이다. 몽골어에는 한국어처럼 두음 법칙이 존재하여 로씨야인 원 발음을 오르스로 옮긴 것으로 최종적으로 중국어 음역에서 아라사가 된 것이다.[6] 중화민국 국어에서는 /ㄈㄚˋㄍㄨㄛˊ(Fàguó)/[7] '도이치'의 음역이다.[8] '튀르크'의 음역.[9] 오늘날에는 어려운 한자획수 때문에 '獨逸' 대신 'ドイツ'라 주로 표기[10] 역시 네덜란드의 주 '홀란트'의 음역인데 네덜란드 그 자체를 나타내게 되었다.[11] 이 경우는 歐의 발음을 한국에서 잘못 받아들이면서 원음과 멀어진 사례다. 일본 음은 오(おう)고, 중국 음도 'ōu'다. 90년대까지 주로 사용하던 용어로 "구주"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의 "구"가 바로 이것이다.[12] Paul Pelliot[13] 노태돈[14] 근데 주의할 건 유진은 한국에서는 여성스러운 이름이지만 서구권에서는 남자 이름으로 쓰인다.[15] 물론 '체리'도 한문으로 쓸 수 있긴 하지만 체리라는 이름이 한국인 이름으로 어색하게 느껴질 때 '채리'로 음역하는 경우가 많다.[16] '메구미'의 애칭 또는 변형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Margaret의 애칭인 'Meg'의 음역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17] 모게코(해저죄수)의 캐릭터인 키사라기 앨리스도 히라가나 표기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