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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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디시어는 아슈케나즈 유대인들이 사용했던 언어의 일종이다. 중세 독일어에서 분기되어 내려온 독일어 계통의 언어로 유럽의 유대인들인 아슈케나짐 문화의 정수이다.[3]
아슈케나짐 유대인이 주로 활동하던 동유럽 일대는 재판 농노제로 인해서 현지인 농노들이 자생적으로 부르주아가 되는 일이 드물었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귀족들과 러시아 제국의 귀족들은 농노들이 해방되는 일을 매우 껄끄럽게 여겨서, 농노들이 도시 유입을 차단하고자 일부러 외지인을 불러들였다. 폴란드는 유대인의 이주를 장려했고, 러시아에서는 독일인의 이주를 주로 장려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교역과 통상은 거의 독일인들과 유대인들이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들은 독일인들이 쓰는 말을 배우며, (현지 기독교인들이 라디노어나 고대 히브리어를 알아먹을 리가 없으므로) 기독교인들과 거래를 할 때마다 독일인한테 배웠던 말을 그대로 써먹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디시어가 탄생했다.
유대 제어가 된 독일어 방언을 바탕으로 폴란드어를 중심으로 한 슬라브어계열 언어와의 접촉으로 인한 어휘 유입, 그리고 종교 관련 어휘에서의 히브리어의 영향을 더하여 이디시어가 확립되었다.[4] 이디시어의 표기에는 히브리 문자를 다듬은 것을 쓴다. 표기에 히브리 문자를 씀으로서 타 민족이 쉽게 알아볼 수 없어서 이질감을 주었다 한다.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로 가는 곳마다 현지 언어+히브리어 영향+히브리 문자표기라는 삼단 콤보로 이른바 유대 제어라는 언어 그룹을 만들어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독보적으로 발달한 것이 바로 이 이디시어이다. 이디시어는 중세 기독교의 유대인 탄압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긴 언어는 아니며[5] , 이디시어는 유대인들이 생계를 위해서 기독교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생겨난 언어이다.
2. 현황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모어였으나,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반유대주의로 인해서 철퇴를 맞은 상황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로 언어 사용자의 씨가 말라버리다시피 했다. 오늘날에는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및 이스라엘의 아슈케나지 하레디 유대인 사회를 중심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러시아에선 스탈린 시기 이디시어로 문학 활동을 하던 유대계 작가들이 숙청의 칼날을 맞으면서 크게 위축되었다. 극동지역의 유대인 자치주인 비로비잔(러시아어: Биробиджан, 이디시어: ביראָבידזשאן)에서는 아직 준공용어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미 간판만 유대인 자치주일 뿐, 유대인 인구가 기회가 되는대로 이스라엘로 전부 이주해버리는 바람에 유대인 인구 비중은 1~2% 수준이라 전망이 밝지 않다. 유대인 자치주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러시아계 유대인들이 만주의 하얼빈 시로도 많이 이주를 해서 그 흔적이 남아있긴 한데, 이들도 전부 기회가 되는대로 미국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말 그대로 '''흔적'''만 남았다.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스라엘에서도 히브리어 부활로 인해 세력은 미미하다. 이디시어보단 차라리 동유럽계 아슈케나지들의 러시아어가 더 많이 통용될 정도다. 이디시어로 된 성씨와 이름도 전부 히브리어로 바꿔가는 추세이다. 이스라엘 건국의 핵심은 아슈케나지 유대인이었지만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아랍권에서 추방되어 다수 유입된 중동계 유대인들이 '''게르만어파인 이디시어를 전혀 몰랐기에''', 모두가 전례어로 어느정도 친숙해있던 히브리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20세기 초반에 먼저 정착한 시온주의자들부터가 본래 자기네 말도 아니고 남의 언어와 섞인 이디시어에 부정적이어서 의식적으로 히브리어를 썼고, 그러다보니 이미 이스라엘 건국 전에 히브리어가 모어인 정착 2세대가 성인이 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모세 다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디시어 지지자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주로 국제사회주의자, 정통파 하시딤 등이었다. 전자는 피착취 민중의 생활어로서, 후자는 속세와 분리된 신성한 히브리어 대신 쓰일 일상어로서 이디시를 지지했다. 히브리/이디시 논란은 20세기 전반 유럽계 유대인 사회의 방향을 놓고 공개적으로 일어난 노선갈등으로서 유대인 음모론과는 맥이 다르며, 이런 경합은 민족국가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으레 있는 일이다. 참조할 만한 칼럼. 당장 그리스어도 오스만에서 독립한 뒤 터키어의 잔재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민중어 디모티키와 학술적으로 부활시킨 카사레부사의 대립구도 속에서 현대 그리스어가 탄생했다.
이미 이디시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고, 이디시어 문학 작품도 다수 있으며, 자료도 많이 모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적어도 부활시키고자 하면 부활시킬수는 있다고 한다. 최소한 라틴어, 만주어처럼 학술어로서 위치는 견고히 지킬 것이다. 지금도 이디시어 사전이 소량으로나마 출판되기까지 할 정도면 언어로서 전망이 밝지는 않아도 잃어버린 언어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0년대에 방영하는 시대극 드라마에서 유대인 이민자 캐릭터들이 이디시어를 쓰는 모습을 방영할 수 있을 정도인데,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보면 유대인 캐릭터들이 이디시어를 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넷플릭스 미니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주인공이 뉴욕의 하시디즘 공동체에서 자라,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디시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이래보여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언어다.''' 1978년 수상자인 폴란드계 유대인 작가 이츠호크 바셰비스 징게르(יצחק באַשעװיס זינגער, 1902년 11월 21일 ~ 1991년 7월 24일)[6] 는 이디시어를 모어로 사용했으며 1935년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영어가 아닌 이디시어로 작품 활동을 했다.
점점 잊혀져가는 이디시어의 문헌들을 연구하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원으로 이디시어 디지털 도서관이 존재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에서, 뉴욕에 사는 유대인들이 이디시어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가끔 영어를 섞어쓰는 경우도 있디만 거의 절반 정도 수준의 분량이 이디시어이다. 배우가 "촬영 장소가 베를린으로 바뀔 때 언어도 같이 영어/독일어로 바뀌어서 낯설었다"라고 말할 정도. 메이킹 필름에 따르면 이디시어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한다.
3. 외래어가 된 이디시어
이디시어 또한 히브리어와 함께 유대어(유대 제어)를 이루므로 편의상 한국어의 외래어/유대어 항목에 같이 기술합니다.
[1] 법적 공용어로 이디시어가 지정된 세계 유일한 지역이지만 이스라엘 건국 이후 유대인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면서 현재는 실제 이디시어 사용자는 매우 적다.[2] 영어 위키백과와 이디시어 위키백과.[3] 마찬가지로 세파르딤계 유대인들은 라디노어라는 스페인어에서 갈라진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로망스어군에서 갈라진 유대 제어의 언어들이 일부 존재했지만, 라디노어를 제외하고 소멸되었다.[4] 아쉬케나짐 유대인의 성씨 중에는 -berger같은 독일계 성씨도 많지만, -ski로 끝나는 폴란드계 성씨도 적지 않다.[5] 동유럽에도 유대인 탄압은 종종 있었지만 이디시어를 만들어낸 동유럽 유대인들은 그 당시 '''동유럽의 농노들보다 생활 조건이 훨씬 나았다'''.[6] 거의 모두 영어식으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로 표기한다. 대표작들은 모두 시와 단편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제일 잘 알려진 작품은 영화화되기도 했던 '원수들, 사랑 이야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