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칸다르
1.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랍식 이름이자 중동권의 남성 이름
서구에서는 페르시아에서 말하는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알파벳 표기는 'Iskandar'를 기본으로 하며 가끔 'Eskandar'나 'Skandar'라고도 쓴다. 그런데 왜 알렉산드로스가 이스칸다르라는 이상한 발음으로 변했는지는 아랍어 표기를 보면 비교적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랍어 표기는 الاسكندر الاكبر(알-이스칸다르 알-아크바르)로 한다. 즉, 알-이스칸다르다. 알-이스칸다르는 발음의 속도나 억양을 고려하면 비교적 온전한 알렉산드로스의 변형된 발음이지만,[1] 알(ال)을 정관사 The의 의미로 혼동한 사람들이 이스칸다르만을 이름으로 오해했을 것이라고 보인다. 특히 페르시아인들이 그랬던 것 같은데, 페르시아어로는 اسکندر(에-스칸다르)라고 한다. 이 것이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이스칸다르가 된 것이다.
(PS. 이스칸다르라는 말은 당시의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도둑이라는 뜻을 가리켰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알렉산드로스는 하루아침(?)에 나라를 훔친 도둑이니까. 사이먼 애덤스의 알렉산더 대왕 출판 초록아이에 보면 그런 글귀가 있다. )
위의 추측과는 별도로, 중세 페르시아어(팔라비어)로 된 문헌들(Ardā Virāz Nāmag, Bundahišn, Kârnâmag î Ardashîr î Babagân 등)을 보면 알렉산드로스를 공통적으로 aleksandar, "알레크산다르"라고 쓰고 있다. 팔라비어 문서 중에서는 Šahrestānīhā ī Ērānšahr에서 aleksandar와 함께 skandar/에스칸다르라는 표현이 등장하나, 해당 문서가 압바스 왕조 시대까지 수정/편집되었음을 감안하면 사산 왕조 시대의 중세 페르시아어로는 aleksandar라고 쓴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 근거로 위키피디아 페르시아어판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항목에서도 중세 페르시아어로는 "alek/sandar-ī hrōmāyīg", "로마의 알렉산다르"[2] 라고 불렀다고 쓰고 있다. 각주 6번 참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할 당시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에서 알렉산드로스를 뭐라 발음했는지는 자료 부족 때문에 알 수 없으나, 사산 왕조 시대까지 비교적 원래 발음에 가까운 "알레크산다르"라는 발음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 그 때도 "알렉산드로스"와 유사한 발음으로 불렀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파르티아 시대야 그리스어를 공적으로 사용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던 것이 이슬람 지배 이후, 구체적으로 10세기 경 샤나메나 에스칸다르나메 등이 편찬되던 시기에는 완전히 에스칸다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알렉산드리아라고 알고 있는 도시들도 아랍어로는 이스칸다르 쪽으로 읽는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아랍어로는 알-이스칸다리야(الإسكندرية), 터키의 알렉산드리아는 터키어로 이스켄더룬(İskenderun), 아프가니스탄의 알렉산드리아는 칸다하르(Kandahar) 라고 읽는다. 때문에 영어권에서도 중동문화권의 알렉산더를 al-Iskandar로 표기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아랍어 발음 역시 매우 오묘해서 원어 그대로 정확한 발음으로 옮기긴 힘들지만 어쨌든 널리 퍼진 '이스칸달'은 아니다(관련링크).
아무튼 아랍 전설에서도 아주 위대한 인물로 여겨지며, 전세계를 둘러보고 세계의 끝에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보았다고 전해진다. 아예 인명으로 쓰일 정도가 되었으며, 위키피디아 영어판에 iskandar를 검색해 보면 이스칸다르를 이름으로 삼은 사람들의 목록을 볼 수 있다. 알렉산더가 영미권에서 많이 쓰이는 남성 이름인 만큼 중동권에서도 이스칸디르가 남성 이름으로 널리 쓰인다.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전설도 이스칸다르와 관련된 설화 중 하나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유로 페르시아어나 아랍어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이스칸다르 비스무레하게 지칭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위구르어의 이스칸다르(ئىسكەندەر), 터키어의 뷔위크 이스켄데르(Büyük İskender), 아제르바이잔어의 뵈위크 이스갠대르(Böyük İsgəndər), 카자흐어의 에스켄디르(Ескендір), 그밖에도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의 이스킨디르(እስክንድር)도 있다.
그 외에 '이스칸다르'의 이름이 인도까지 전래되어 토착 군신 무루간과 융합, 현재 널리 믿어지는 군신(軍神) 스칸다(Skanda)가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링크[3] , 인도 역시 알렉산드로스가 직접 원정했고 그 영향이 꽤 이어진 지역인만큼 그 명성은 알려져있었지만, 헬레니즘 문화가 아직 남아있던 쿠샨 왕조 시기의 금화에서 그리스 이름들이 큰 변형없이 보존된[4] 가운데 "스칸다[5] "라는 이름이 그리스문자로 찍혀있는 사실, 이미 팔라바 왕조에서 스칸다바르만(Skandavarman) 같은 이름이 여럿 기록된 사실 등을 보면 글쎄.. 그와 별개로 남아시아권은 이슬람왕조의 지배시기 중세 이란의 에스칸다르 문학이 유입되면서 비롯된 "시칸다르Sikandar"라는 이름이 사람과 도시 등의 이름에 널리 쓰이고 있다.
여담으로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는 이스칸다르가 붙는 도로명, 건축물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란, 중동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2. 러시아제 지대지 단거리 탄도 미사일
9K720 이스칸다르 문서로
3.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에 등장하는 행성
이스칸다르(우주전함 야마토) 문서로
4. Fate 시리즈에 등장하는 서번트
이스칸다르(Fate 시리즈) 문서참조.
5. 케밥의 종류
이스켄데르 케밥 항목을 참고.
[1] 알-이스칸다르에서 ㅅ과 ㅋ을 바꿔보자. 알리크산다르가 되면 알렉산드로스와 상당히 유사한 발음이다. 단 ㅅ과 ㅋ의 발음이 왜 도치가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빠르게 발음하는 과정에서 자음의 발음 순서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2] 사산 왕조의 라이벌이었던 동로마 제국의 그리스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후예라는 정체성보다는 로마 제국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로마인이라고 칭했다. 그래서 당시의 페르시아인들은 그리스인을 로마인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조상인 고대 그리스인들 로마인이라고 불렀기에, 로마의 알렉산다르라고 기록된 것이다.[3] 이 스칸다 신은 불교로 받아들여지면서 위타천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훗날 중국에서 관우와 동일시되기에 이른다. [4] 에파에스토스Ηφαηστος, 살레네Σαληνη, 에라킬로Ερακιλο 등.[5] 박트리아식으로 "스칸드Σκανδο(=스칸다), 쿠마르Κομαρο(=쿠마라), 위샤으Βιþαγο(=위샤카)"라고 쓰여있는데 셋 모두 무루간의 별칭이다. 다시 말해 이미 고전시대부터 무루간한테 붙던 수식어로 존재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