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

 

1. 개요
2. 용례
2.1. 본 의미
3. 한국의 경우
4. People의 번역과 인민


1. 개요



자연인을 말한다.
원래는 중국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사실 이 단어의 사정이 복잡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급격히 서구화하면서 외국어 단어들을 여러 가지 한자어로 번역했는데, 언어라는 것이 각각 환경과 인종, 문화, 역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절대적으로 딱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서구의 '백성' 개념을 들여오면서 'people'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의 문제 때문에 역자들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이에 대응해 선택된 단어가 바로 인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근대의 한국에서 이 단어는 민주주의의 권리주체로 사회계약으로서 건설된 국가를 구성하는 자연인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국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뜻에 차이가 있다. 인민이 결속감을 논외로 한 자연인의 집단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그냥 북한에서 국민을 뜻하는 말 정도로 알아도 될 정도로 이를 엄격히 구분하는 일은 적다.
자칭 공산주의 나라인 북한에서 하도 이 말을 쓰기 때문에 인민은 공산주의말, 국민은 보통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영어에서도 people's democracy라는 말을 공산주의에서 선점해버리는 바람에,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저 단어를 검색하면, 사상으로서의 people's democracy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상으로 설명된다.
대한제국 시절에도 인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고, 초기 대한 늬우스를 봐도 아나운서가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실 중국의 중화민국/북양정부 시절이라던가 공산주의를 혐오했던 장제스김구 같은 사람도 인민이라는 단어는 잘만 썼다.
적어도 이 사람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공산주의 색채가 없는 표현이었으며 오히려 1950년대 이후 반공사상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생긴 것으로 보는 게 옳을 듯. 이런 고증으로 봐도 절대 이 인민이라는 용어가 흔히 알던 '''북한 및 공산/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란 것'''이 입증된 셈. 동무와 비슷한 케이스다.

2. 용례


한문의 글자 뜻은 알다시피 사람 백성으로, 있으나 마나한 해석이다. 뜻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용례'''가 중요한 단어. 멀리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조선왕조실록에도 숱하게 나오며, 백성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다. 구한 말인 대한제국 시절에도 '''인민'''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홍범 14조 등의 대목에서 보면 '''인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편이다. 홍길동전 영인본에서도 등장하며, 심지어 개신교의 개역성경에서도 등장한다.[1]
'인민'은 그 어떠한 정치적, 국적상의 구분 없이 상호 간에 위계 없는 '''자연인'''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때문에 인문학, 사회과학, 무엇보다 특히 정치학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구별하는 경우, 자연인의 뉘앙스를 강조할 때는 국민이나 시민보다는 인민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2.1. 본 의미


본래 고대에 사람 인(人)과 백성 민(民)은 별개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본래 중국에서 인(人)은 성안에 살던 사람(즉, 부르주아), 민(民)은 성밖에 살던 야인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나중에 이것이 인은 최소한의 사회적인 지위(사士 계급 이상)을 가진 자[2], 민(民)은 순전히 다스림을 받는 자, 민초를 가리켰다. 이 구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유교윤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유인 "군자"와 "소인".[3]
논어에도 "애인(愛人)"과 사민(使民)"과 같은 식으로 인과 민을 다른 집단으로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한다는 조기빈의 분석이 있다. 사실 지금에 와서 조기빈의 이런 이론은 지나치게 '맑시즘'에 가깝다고 해서 까인다. 애초에 조기빈의 저서인 논어신탐에서 이 얘기가 나온 게 '공자는 인과 민을 차별한 고대 노예제 옹호자.'라고 까기 위한 거라.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해당 구절에서 '애인'은 '절용(節用)'과 짝지어져 있다는 점, 전통적으로 '인'의 해석에서 '인'을 '민'과 동일한 '담세 계층'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미 동일한 의미로 보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3. 한국의 경우


위에서도 이야기 하였듯 '인민'은 보통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하는 단순한 단어다. 정확히 말하면 '''인민'''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고, '''국민'''이 더 특수한 개념이다. 문제는 북한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여 지속적인 선전을 했고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남한에서 반감을 갖고 이 단어를 안 쓰게 된 것이다. '동무'와 유사한 경우다. 게다가 아예 인민이란 단어가 더 학문적으로 적절한 경우에도,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이념 때문에 강요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국민'이라는 단어 자체를 전체주의적 단어로 볼 수는 없다. 이 단어에서 국(國)과 민(民)을 복속관계로 파악하여 국가가 민을 복종시키는 뉘앙스가 있다고 말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a community of people composed of one or more nationalities라는 영어사전(Merriam-Webster)의 설명이나,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 실제 학자들의 용례들을 본다면 '국민'은 어디까지나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오히려 국가의 본질이 '구성하는 민(民)'에 있음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인민이 쓰여야 할 곳에 국민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이 쓰인 곳을 전체주의적 뉘앙스라고 매도하고 인민으로 억지 수정할 이유는 없다.
사실 제헌의회에서 유진오는 국민이 아니라 인민으로 초안을 제시하였다. 허나 윤치영에 의해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바뀌게 된다. 실제로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국민' 대신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윤치영 의원이 '인민'이라는 단어가 공산주의에서 사용하는 단어라고 주장해 싸그리 국민으로 바뀌었다. 조봉암 의원은 세계 각국에서 쓰는 보편적인 개념을 단지 공산당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것은 고루한 편견이라며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제헌헌법 초안을 기초할 때 '인민'을 고집했던 유진오도 이를 아쉬워했다.
비슷한 일을 당한 단어로는 노동자가 있다. 북쪽에서 노동자를 강조하니 한국높으신 분들께서 근로자를 밀어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노동자는 또 인민과도 약간 다르다. 노동자는 북쪽에서 강조하기 때문에 기피되었다기보다는 일제시대부터 노동자라는 말 자체가 지닌 계급적 늬앙스를 표백시키기 위해 기피되었으며 근로자라는 말을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데에서 유래하였다. 박정희 정권 등을 거치면서 의도적으로 계속 강조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결과 노동자와 인민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에 비해 어감이 심히 나빠지게 되었다.
정작 북쪽도 근로, 근로자, 근로의 정신, '''근로인민''', 근로자의 날 등의 말을 잘 사용한다.[4] 애초에 근로자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느낌이 복종적인 인간상이니 좋아할 수 밖에. 그래도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인민보다는 훨씬 보편화 되었다. 고용노동부라는 정부기관까지도 있으니. 물론 노동부에서 고용노동부로 바뀐 것은 노동이 지닌 늬앙스를 탈색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대세이다.
노동법상에서는 두가지 용어를 애매하게 섞어서 사용한다. 직접적으로 근로기준법상에는 노동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며 근로자라는 말만 나온다. 다만 집단적 노사관계법에서는 노동조합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식이다. 그래서 공식매체나 정부, 기업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기념하지만 노동단체에서는 '노동절'을 기념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인민주권'이라는 말 대신 '실질적 국민주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헌법학계에서는 인민주권론과 국민주권론을 대비시키고 국민주권론의 손을 들어 주는 의견이 대부분이며, 시중 헌법 교과서도 거의 빠짐없이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5]
사실 일부 국민주권은 자유주의, 인민주권은 공산주의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민주권(droit des peuples, 원어인 프랑스어)은 루소가 주장한 직접민주주의, 국민주권(nation주권)은 시예스가 주장한 대의제에서 주로 나오는 용어로 공산주의와는 전혀 상관없다. 다만 전공학문에서는 얄짤없다.
people을 인민 외에 다른 단어로 번역하려면 이유를 해설하는 각주를 달아줘야 할 정도. '동무'처럼 '친구'와 거의 뜻이 같은데 북한에서 많이 써서 뭔가 이상해진 단어와 달리, '인민'은 '국민'과 뜻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사회과학에서 용어의 중요성, 나아가 용어규정 자체에 담긴 정치성을 생각해 보면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를 대체하겠다던 사회과목 교과서 파동이 왜 논란이 되고 각 세력별로 첨예한 갈등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근대 이후 인민이라는 단어를 과거와는 상관없이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내서 사용한 덕분에 한국에서 인민의 인식은 완전히 '그 쪽 언어'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이 단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꺼내오는 미국의 헌법에 표기된 people도 쓰임새 등을 보면 한국의 번역명인 국민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나온것인데, 이쯤 되면 국민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것은 담지 않았나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지경. 근데 언어라는 것이 각각 환경과 인종, 문화, 역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절대적으로 딱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게 문제이기도 하다.[6]
어쨌거나 해방 이후 사회주의권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여 지속적인 선전을 했고 자신들의 것으로 사유화해버렸기 때문에,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반감을 가져 인민이란 단어를 기피하게 되었다. 당장 대한민국의 제헌헌법 초안에 인민이란 단어를 쓰거나 이를 지지한 사람들이었던 유진오조봉암도 사회주의권에 몸을 담갔던 사람들이다.
시대가 흘러 레드 컴플렉스가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념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표면에 떠오르는 90년대부터는 교양 서적 중심으로 people을 국민이나 시민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민중으로 번역하기도 한다.[7]
민중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에 더해서 피억압자라는 뉘앙스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는 관습적으로 정치적 구호에서 즐겨 사용되는 표현이며, 경제적 피착취층 뿐만 다양한 틀에서 대중을 피억압자들로 보기 때문에 이를 묶어내는 표현으로 쓴다.[8]
북한스럽지는 않아도 급진적인 늬앙스는 결코 인민 이하가 아니라서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내에서도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사민주의적 좌파들(북유럽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의회주의를 강조하는 성향)은 민중이라는 말이 과도하게 이분법적이고 구시대적이며 낭만주의적이라고 까면서 이 용어를 멀리하고 있다.
현재는 역사 칼럼 등에서 대체로 공산주의 국가였던 국가들의 국민들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자주 쓴다. 예를 들면 냉전 때 독일도 서독 국민, 동독 인민 등으로 표기하고 소련 인민, 폴란드 인민, 쿠바 인민, 베트남 인민 등으로 표현한다.
또한 극히 예외적으로 대화의 상대자가 공산국가 국민인 경우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써 줄 수 있다. 아니면 북한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그냥 인민이라고 하는 경우, 혹은 패러디에 가까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패러디라면 보통 북한이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풍자해서 '''린민'''으로 써주는 편.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이들의 사용례를 들어보자.
학생: 그쪽 '''인민'''들은 잘 지내나요?
선생님: 하도 쫄쫄 굶어서 인민들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9]

4. People의 번역과 인민


흔히 정치학적 의미에서 people은 '인민'으로 번역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 정치학적 의미에서 people에 정확히 대응하는 한국어 어휘는 없으며, 그나마도 정치학적으로 '인민'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 매카시즘만 아니었다면 제일 직설적인 한자어 번역이라서) 그럴 뿐, 원문의 의미에 따라서 인민, 시민, 공민, 국민, 백성, 민중 등으로 적절하게 번역해야 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대표적 영어사전인 Merriam-Webster 영어사전에서 명사 people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plural'': '''human beings making up a group or assembly or linked by a common interest'''

2 ''plural'': human beings, persons —often used in compounds instead of persons salespeople —often used attributively people skills

3 ''plural'': the members of a family or kinship

4 ''plural'': '''the mass of a community as distinguished from a special class disputes between the people and the nobles —often used by Communists to distinguish Communists from other people'''

5 ''plural'' peoples: '''a body of persons that are united by a common culture, tradition, or sense of kinship, that typically have common language, institutions, and beliefs, and that often constitute a politically organized group'''

6: ower animals usually of a specified kind or situation

Merriam-Webster 사전 people 항목

굵게 강조한 부분이 정치적 의미에서 사용될 때 people의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영단어 people은 단순한 자연인의 모임을 넘어, 공통의 문화, 전통, 언어, 종교를 전제하는 의미로도 쓰이며, 공통의 관심사에 의해 연결된 그룹에게도 쓰인다. 이제 사전이 아니라, 실제 정치적 용례에서 people의 의미를 살펴보자. 다음은 키케로의 <국가론>에 나온 유명한 구절이다.

Est igitur, inquit Africanus, res publica res populi, populus autem non omnis hominum coetus quoquo modo congregatus, sed coetus multitudinis iuris consensu et utilitatis communione sociatus.

이의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Africanus said: ‘A commonwealth (res publica, lit. ‘the public matter’) is the matter of the people (res populi), and the people (populus) is not just a gathering of humans, come together in whatever way, but a gathering of a plethora (multitudo), united in their agreement on law and the sharing of usefulness.

일단 위의 영어문장을 중역하자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아프리카누스가 말했다: 공화국(res publica, "공공의 것")은 'people의 것'(res populi)입니다. 그리고 people(populus)은 인간이 아무렇게나 모인 단순한 모임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다수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people을 '외적 소속의 개념이 거의 없는 자연인' 개념인 인민으로 옮겨버린다면 매우 이상한 문장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위의 문장에서, people은 단순한 자연인의 집단이 아니라, '법에 대한 동의'를 전제하는 '결속된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민과는 한참 멀어진 용례이다. 따라서 영어 people은 단순히 인민으로 일괄 번역될 단어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민이 될 수 있고, 혹은 국민, 대중, 시민, 공민, 백성, 평민 등등으로도 뉘앙스에 따라 번역될 수 있다. 만약 국가에 대한 소속을 강조한다면 국민으로, 주권을 강조하고 싶다면 공민이나 시민으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결속'이 아니며 특정한 소속감이 배제된 의미라면 인민으로 번역하면 그만이다.
특히 이 번역이 정말로 골때리는 이유는, 흔히 국민 공동체와 국적으로 번역되는 영단어 nation과 nationality는 민족의 의미를 강하게 가진 단어라는 점이다. 물론 더 깊게 파고들자면 people도 민족의 의미를 지닐때도 있지만, nation보다는 적게 지닌다. 문제는 nation이라는 단어의 이 독특한 뉘앙스 때문에, '특정한 나라의 국적을 지닌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한국인들이 국민(國民)을 사용할때, 영어 화자는 people을 쓴다는 점이다. 사실 정치학적 의미에서 natinal people이니 어쩌니 하는 말이 의외로 잘 안보이는 것은, naiton의 뉘앙스도 한 몫을 담당한다. 결국 이 문서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이지만, 번역자가 적절하게 문맥에 따라 추론하여 번역해야 하며, 단어 하나를 일괄적으로 국민이니, 인민이니 하면서 번역하는건 지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미국헌법이나 독립선언문 그리고 주요 연방법률에서의 자주 등장하는 people을 생각해보자. 여기서는 국민으로 번역하기가 난감한 단어다. 왜냐하면 미국 혁명은 그 특성상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며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버지니아의 people, 펜실베니아의 people 등이 폭정에 반대하여 '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州)들을 강력하게 결집시킨 국가로서의 미국남북전쟁 이후의 체제이다. 따라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들어가는 people이란 미국의 people이라는 정체성보다는, 팬실베니아 people, 미주리 people, 버지니아 people, 조지아 people의 정체성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민보다는 인민 쪽의 번역이 적절할 것이다.
한편 이번에는 프랑스 인권 선언을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du peuple français(the people of France)의 대표자들인 Assemblée nationale(National assembly)가 나온다. 이 문구에서는 people이라는 집단을 묶는 것이 프랑스라고 명시되어있고, 이들의 대표들에게 national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따라서 the people of France는 프랑스 국민으로 옮겨도 무방하다.
또한, 위에서 인용한 키케로의 표현에서 people은 법에 대해 동의하는 '결속된 모임'이므로, 인민보다는 국민 혹은 공민이나 시민이 적절할 것이다.[10]

[1] 창세기 14:16, 사무엘하 15:23, 역대하 17:9, 에스더 1:5. 그러나 1998년 발행된 개역개정판에서는 모두 다른 단어로 대체.[2] 사실 훗날 "민"에 해당하는 뜻으로 많이 쓰이게 되는 백성(百姓, 백가지 성)이라는 표현도 이 인과 같은 맥락의 표현이다. 사(士)계급 정도는 되어야 성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3] '대인'의 상대어가 '소인'인 건 맞지만, '사' 그러니까 '봉토를 받을 수 있는 상류 계층'이라는 의미에서 '군자'를 소인의 상대어로 보는 것이 조금 더 맞다. 애초에 군자가 토지를 가진 사람, 곧 '군'의 아들이라는 뜻이니. 덧붙여서, 대인이 소인의 상대어가 되면, 뉘앙스가 조금 달라지는데 '토지 분급대상'으로서의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그러니까 균전제 같은 제도에서 몇살 이상이 되면 경작할 토지 얼마를 분급받는다-라는 규정 같은 것이 적용되는 구분인 셈.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4] 심지어 조선로동당의 공식 기관 잡지의 이름이 '''근로자'''이다. 로동신문의 자매지 역할을 수행한다.[5]인하대 교수인 국순옥과 방송대 법학과 교수들, 민주법연 소속의 학자들 정도가 다른 견해라고 할 수 있겠다. 관심있는 사람은 국순옥의 '민주주의 헌법론' 참조. 교과서는 아니고 논문집이다.[6] 후술하겠지만, people과 '인민'이라는 단어의 관계도 1대1로 대응되는 관계가 아니라 더 복잡해진다.[7] 사실 민중은 인민이나 국민보다 훨씬 모호한 용어이고, 영어로는 대응되는 용어가 명확하지 않다. 'nation people'로 대응시키기기도 한다. (자본주의와 헌법, 까치 참조)[8] 예를 들어 Voice of People은 '민중의 목소리'라고 번역한다.[9] 근데 사실 금강산 관광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현대아산에서 고용한 조선족이 절대다수고, 금강산 여행의 특성상 여행객이 굶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그 정도로 개방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면 북한 기준으로는 나름 중산층이다.[10] 그렇기 때문인지, 전 주바티칸 한국대사를 지닌 성염 교수는 해당 문구에서 populus(people로 번역된 라틴말 단어)를 국민으로 번역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번역하면서 <신국론>에 인용된 키케로의 해당 표현도 번역한 것인데, '국민'으로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