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자음

 


1. 소개
2. 종류
2.1. 오음(吳音)
2.1.1. 특징
2.2. 한음(漢音)
2.2.1. 오음과의 차이
2.3. 당음(唐音)
2.4. 특수 케이스


1. 소개


'''일본 한자음'''(日本漢字音(にほんかんじおん)은 일본어에서 한자의 음을 읽는 소리다. 중국어의 한자음 발음에서 유래됐다. 오음(呉音(ごおん), 한음(漢音(かんおん), 당음(唐音(とうおん), 세 종류가 존재한다. 오음이 제일 먼저 일본에 도래했고, 한음이 일본에서 제일 많이 쓰이며, 당음이 제일 늦게 일본에 도래했다. 대부분 한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을 가지고 있는 한국 한자음과 달리, 일본 한자음은 시대에 따른 당대 중국어의 음운의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에 하나의 한자가 여러 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밝을 명()'이라는 한자는 한국에서는 '명'이라고만 읽지만, 일본에서는 ミヤウ(ミョウ)[1], メイ, ミン, メン[2]이라는 네 가지 소리가 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은 아마도 한일양국이 중국으로부터 한자를 들여오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예로 든 明의 경우 한국에서는 '武兵'('''ㅁ'''ㅜ+ㅂ'''ㅕㅇ''')이라는 반절을 들여와 '명'이라는 음을 복원해 낸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明의 음을 듣고 그냥 들여왔다. 한편 이 개념은 중국에서 전래된 음을 따라 읽는 방식인 음독에만 해당되며, 훈독은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훈독은 한자를 읽는다기보다는 한자와 같은 뜻의 고유어를 갖다붙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죽을 사(死)를 써서 '죽다'를 표기할 때 '死다'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2. 종류



2.1. 오음(吳音)


가장 먼저 들어온 한자음이다. 5~6세기 남북조시대에 남조의 양쯔강 하류 오(吳)의 발음이 직접, 또는 한반도를 통하여 들어왔다고 추정된다. '오'는 지역의 이름으로, 장강 하류 지역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백제의 한자음에는 종성[t\](현재 한국 한자음에서는 모두 [l\]로 음가가 바뀌었다.)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日은 한국어에서는 '일'이라 읽고 일본에서는 오음으로 'ニチ(니치)'라 읽는다.
오음이 들어온 경로를 이와 같이 추정하는 것은 왜5왕이 남북조시대때 남조에 사신을 보낸 시기라서 중국과 일본 간의 교류가 많았고, 중국 본토와 한반도로부터 불교와 유교가 유입되던 시기라는 역사를 토대로 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추측일 뿐 오음이 정말 남방 계통의 발음인가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사료는 없다.
오음, 한음, 당음 중에 가장 먼저 들어왔기 때문에 오음밖에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와온(和音, 또는 야마토고에)'라고 불리다가, 헤이안 시대 중기 이후에 '오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또한 중국 본토에서도 당나라 때, 수도 장안에서는 그 지역의 발음을 '진음(秦音)'이라고 부르고, 변두리 지방인 장강 이남의 발음을 '오음'이라고 하였다. 긴메이 덴노 때 백제에서 쓰시마 섬을 거쳐 오음을 통해 유마경을 읽어서 불교를 전승했기 때문에, '쓰시마온(対馬音)', 또는 '구다라온(百済音)'이라도 불렀다.
일본에 불교가 전래되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불교 용어에 많이 들어있다. 같은 '建立'라는 글자여도 불교 쪽에서 쓰이면 けんりつ가 아닌 こんりゅう로 읽는다. 다만 모든 불교 용어를 오음으로 읽는 것은 아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 '불교 용어지만 한음으로 읽는 것들'이 따로 설명되어 있다. 반대로 불교 용어였지만 의미가 확장돼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오음들도 있다. 無限(むげん)과 같은 게 그 예. 원래는 불교에서의 무한을 다루는 단어였지만 일상적으로 쓰이게 됐다.

2.1.1. 특징


오음은 한음에 비해서 비교적 불규칙적이나, 대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중고음 → 오음) 꼴로 표기한다.
  • 음절의 첫소리에서 파열음의 청탁 대립을 그대로 반영한다.
四(사): [si](전청) → シ(청음), 自(자): [dzi](전탁) → ジ(탁음), 登(등): [təŋ] → トウ(청음), 騰(등): [dəŋ] → ドウ(탁음)
  • 음절의 첫소리에서 비음인 m과 n을 비음 형태 그대로 유지시켜서 각각 일본어의 マ행과 ナ행으로 표현한다.
木(목): [muk̚] → モク, 無(무): [miu] 혹은 [mio] → ム, 男(남): [nʌm] 혹은 [nɒm] → ナム, 難(난): [nɑn] → ナン
  • 입성은 -キ•-ク, -フ, -チ를 붙인다. 다만 일부 t으로 끝나는 한자가 -チ와 -ツ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
木: [muk̚] → モク, 力(력): [liək̚] 또는 [lik̚] → リキ, 怯(겁): [kʰiɐp̚] → コフ, 日(일): [ɳiet̚] 혹은 [ɳit̚] → ニチ, 一(일): [ʔiet̚] 혹은 [ʔit̚] → イチ, 発(發, 발): [piuɐt̚] 혹은 [piwɐt̚] → ホチ, ホツ
  • 음절의 끝소리에서 ŋ을 표현하는 규칙이 일정하지 않다. 대체로 마지막에 -ウ를 붙여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 단어 내에서는 뒤에 ガ행의 음절을 붙여 2음절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첫소리의 ŋ을 ガ행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京(경): [kiɐŋ] 혹은 [kiaŋ] → キヤウ, 公(공): [kuŋ] → ク, 双(雙, 쌍)[3]: [ʂɔŋ] → 双六(スゴロク, 주사위), 相(상)[4]: [siaŋ] → 相模(サガミ, 사가미)
  • 모음을 입을 벌리는 정도에 따라 1등에서 4등까지 등호(等呼) 체계로 나누었을 때, 1등에 해당하는 운은 ア단으로, 2등에 해당하는 운은 エ단으로 표현한다.
歌(가): [kɑ] → カ, 家(가): [ka] → ケ

2.2. 한음(漢音)


이름과는 다르게 한나라가 아닌 7~9세기 당나라 때 전해진 한자음이다. 이 무렵 당조의 수도 장안 지역은 남북조시대 이래 끊임없이 이어진 북방 민족의 유입이 언어에 영향을 주어 한자음 역시 과거와는 꽤나 달라져있었는데, 가령 기존 차탁음(비음, nasal sound)의 경우, 비음이 선행된(prenasalized) 전탁음(유성장애음, voiced obstruent)으로의 변화([m]이 [mb]로, [ȵ]이 [ȵʑ]로 변하는 등)가 이루어졌고[3], 기존의 전탁음은 전청음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위하여 음을 수정 및 도입할 필요가 있었고, 이렇게 들어온 발음을 일컬어 한음이라 불렀는데, 가장 체계성을 갖춰서 도입된 한자음이자 현재 일본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발음이라 할 수 있다.

2.2.1. 오음과의 차이


  • 비비음화(非鼻音化) 현상
    • [m] → [b]
美나 万. 無등. 오음으로는 한국 한자음과 마찬가지로 み, まん, む으로 읽지만, 한음으로는 び, ばん, ぶ으로 읽게 됐다.
  • [ȵ] → [ʑ]
한글로 치면 ㄴ에서 ㅈ으로 옮겨졌다. 日나 女, 人을 오음에서는 にち, にょ, にん으로 읽다가 じつ, じょ, じん으로 읽게 된 게 그 일례.
  • [ai] → [ei]
礼나 西 등이 해당된다. 오음이 쓰이는 단어에서는 らい, さい로 읽지만, 한음이 보편적인 현재에는 주로 れい나 せい로 읽는다.
  • [on] → [in], [en]
오음에서 많이 있던 -おん 발음은 -いん이나 えん으로 바뀌었다. (言: ごん→げん 등)
  • 청음화(淸音化) 현상
神이나 仏이 じん, ぶつ에서 しん, ふつ로 변화한 게 그 사례. 그래서 仏語를 오음으로 ぶつご라고 읽으면 '부처의 말씀'인데 탁음을 떼고 한음으로 ふつご라고 읽으면 불어, 즉 프랑스어가 된다. 확실히 시대적으로 뒤라는 게 느껴진다.
  • [-jau](현대음은 [-jo:]) → [-ei]
生나 京를 오음으로는 しょう, きょう로 읽지만 한음으로는 せい, けい로 읽는다. 이들 오음은 과거엔 しゃう, きゃう였으나 음이 しょう, きょう로 바뀌었다.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었지만 현대에는 표음주의에 따라 현행 표기로 고쳤다.[4]
  • [-jaku] → [-eki] , [-joku] → [-iki]
전자의 예시로 石이 있다. 자석을 뜻하는 磁石(じしゃく)에서는 오음, 일반적인 음독인 せき는 한음.
자주 쓰는 한자들에서 오음과 한음이 어떻게 다른지는 위키백과 오음 항목에 잘 나와있으니 참조하자.

2.3. 당음(唐音)


역시 이름과는 다르게 당나라가 아닌 송나라 이래 전해진 한자음으로 당송음(唐宋音)이라고도 한다. 여기서의 '당'은 당나라의 당이 아니라 중국 본토를 뜻하는 당토(唐土)의 당이다. 세분화하면 가마쿠라 시대 유입된 송-원대 한자음(즉, 중고한어 끄트머리)과 에도 시대에 유입된 명-청대 한자음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각각 중세당음(中世唐音)과 근세당음(近世唐音)이라 부른다.[5] 당음은 오음, 한음과 달리 모든 한자에 일관된 규칙대로 음운이 부여된 독음체계가 아니라 단편적으로 유입된 단어들의 발음들에 불과하기에 몇몇 사례만 추려서 적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중 行을 アン으로 읽는 것이 제일 대표적이며 이외에 당음을 쓰는 익숙한 단어들은 아래와 같다. 불교 종파 중 황벽종(黄檗宗)은 아직도 당음으로 불경을 읽는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한음에서는 운미의 \[ŋ\](ㅇ 받침)이 사라지고 대신 모음의 장음으로 바뀌는 게 원칙이다. ん으로 끝나는 건 원음이 \[n\](ㄴ 받침)인 경우이다. 그러나 당음은 중근세 중국음의 직접적 음차이기에, 그에 앞서 유입되어 변화해 온 독음들보다 중국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4. 특수 케이스


오음, 한음, 당음 외의 다른 곳에서 유래한 음독법도 있다.

[1] 현재 발음은 ミョウ이며, ミヤウ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이다.[2] 명란젓(太子)에서 이 발음이 난다.[3] 예컨대 당대 중국의 산스크리트어 단어집인 "범어잡명"에서 가라gara(집)는 娥羅(중고음: /ŋɑ lɑ/), 바즈라vajra(금강석)는 縛日羅(중고음: /buɑ̀ ȵiɪt̚ lɑ/)/로 음차표기가 되어있다. 즉 실제로는 娥가 /ŋgɑ/ 日가 /ȵʑiɪt̚/처럼 발음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4] 엄밀한 표음주의로는 장음이므로 ょお로 적어야 했겠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5] 또는 당음이라는 표현을 후자한테만 쓰고, 전자는 송음(宋音)이라는 명칭으로 구분해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