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허 토르테(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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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자허토르테.자신에게는 엄하지만, 남에게는 너그러운 귀족 소년. 정직하지만 고지식하지 않으며, 기민하고 관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귀족 신분이지만 매우 겸손하며, 권력이나 식신의 힘을 이용하여 횡포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신의 신분과 능력으로 식신 법률 기관 「호루스의 눈」에 가입한 그는 미드가르와 주변 지역의 사람들을 도우며 사회 안정을 지킨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학원
나는 빅토르 제국 암부 기관 소속의 식신 학생 자허 토르테다.
이곳은 제국을 위해 특별한 식신을 훈련시키는 곳이다. 누군가는 기지라고 부르기도, 또 누군가는 훈련 캠프라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이곳을 「학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원」 에는 여러 교관이 있는데, 각 과목을 교대로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순록 교관이 「인간」과 어울리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순록은 말했다. 천인천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있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 아래에 슬픔을 감추고, 또 어떤 이는 우는 얼굴 아래 기쁨을 감춘다. 그 가면을 벗길 수 있다면, 그들의 내면이 선량한지 독사처럼 냉혹한지 판단하기 편해질 거다.
유능한 조사관이 되려면, 이 과목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내 특별한 식신 능력 덕분일까, 이 수업은 내겐 쉬웠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사람들의 감정에는 정석이 있었다. 일단 간파하기만 한다면 파악하기는 쉬웠다.
하지만, 순록 교관은 나의 수료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더 심오한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순록 선생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람이건, 일이건, 가르침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라며,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순록 선생에게 적어도 어디로 가야 경험할 수 있는지는 알려 달라고 했다.
선생이 말했다. 그렇다면 「상처」에 한번 가 보라고. 그곳이야말로 진짜 천인천면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모든 국가에는 암시장이라는 무역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빅토르 제국의 경우에는, 「상처」가 그런 곳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이 항상 검붉은 안개로 뒤덮여 있는 까닭이었다.
이곳에서는 비조차 붉은색인데, 오랫동안 이런 비에 노출된 건물 외벽도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얼핏 보면 마치 피로 물든 것처럼 보인다.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는 이곳이 신의 몸에 생긴, 결코 낫지 않을 상처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신을 믿지 않는 온갖 잡귀나 악마, 괴물들이 이곳에 거주하며 신에게 맞서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존재들이 힘을 합쳐 하늘에 상처를 내어, 신의 피로 제사를 지내는데, 이들은 이를 가리켜 「피의 환생」이라 한다고 했다.
순록 교관은 내게 그곳으로 가보라고 했지만,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격으로, 이곳에 머물며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었다.
순록 선생은 나를 이곳에 방치한 채, 항상 사람을 보내는 식으로 임무를 전달했다. 나는 암시장에서 정보를 알아내거나, 이곳으로 도망 온 범인을 처리하는 일로 소일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가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등록금을 받아 내기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선생이고, 난 학생일 뿐이라 손쓸 방도가 없었다.
다만--
나는 우산을 쓰고 「상처」의 거리를 걸었다. 품속에는 방금 비밀 연락처에서 받은 「학원」의 비밀 명령서가 들어있다. 순록 교관이 준 이번에 처리해야 할 살생부였다.
낙신, 인간, 식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무법지대인 「상처」에 망명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처」의 생존 규칙 범위 내에서 그들을 몰아세우는 것이 내 임무였다.
순록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사실은 늘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는 약간의 내 쪽으로 걸어오는 모든 사람을 살피며 피로감을 느꼈다.
「이 임무를 완료하고 나면, 이 과제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하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길모통이를 돌았다.
느닷없이 붉은 비가 쏟아졌다. 상처의 거리를 살피던 나는 상처투성이가 된 백발 소년을 발견했다.
6.2. 2장. 상처
붉은 빗물은 죄악을 감추려는 이들에게 하늘이 내린 은총이었다.
신의 가호라도 받는 것인지, 이런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떤 짓을 저질러도 책망받는 법이 없었다.
「상처」의 거리에 피를 흘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달아날지 모를 일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곳의 규칙에 따르며 반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이 소년을 발견했다.
흰 옷차림의 백발 소년은 품에 무언가 꼭 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소년 주위로는 화통 하나가 공중을 맴돌며, 아무도 자신의 주인을 건드리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상처」의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년은, 너무나 깨끗했기에 이곳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를 알아봤다는 점이었다. 그는 제국 대법관 레나스의 집행 식신, 바게트였다.
그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나 또한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기에, 더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를 구해야겠다.
무심코 결단을 내린 나는 단호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내가 조금 다가가자 그의 곁에서 맴돌던 화통이 내 이마를 겨누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간, 화통도 화통의 주인도 오래 살 수 없을 거다.
나는 재빨리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실례하겠습니다.」
나직하게 말한 뒤, 나는 눈을 감았다.
지도처럼 펼쳐져 나간 흰색 정신망이 쓰러져 있는 바게트를 천천히 감쌌다.
그의 정신은 망가지기 직전이었다. 정신 방어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모양이었고, 최근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씩 그의 의식을 건드려 그를 부드럽 게 깨우려 애썼다. 그리고 그의 무기에게도 그를 구하려는 의사를 전했다.
--식신에게 있어서, 가장 쉬운 공명 방법은 마스터의 정신적 소환이라고, 내가 배운 바로는 그랬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는 이곳이 「상처」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상처가 있었다.
나의 소환으로 그는 각성했다. 하지만, 그의 총과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게트가 눈을 떴다. 초점 잃은 눈빛과 비에 젖은 백발에 얼굴이 가려져 더욱 수척해 보였다. 생기를 잃은 두 눈으로 마치 원수라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쪽 손으로 화통을 단단히 붙들었다. 반대편 손에 들린 법전이 폭우 속에서 빠른 속도로 넘어갔고, 그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대는 알면서도 죄를 짓고, 증거를 위조했으며, 그 죄를 남에게 전가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 죄가 무거우며, 지은 죄가 여럿이니 법에 의거해서 총살에 처한다!」
그래, 알았다. 그가 지금 심판하는 건, 자신의 마스터였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식신의 계약 수칙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그의 계약 수칙과 법전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의 곁에 있는 화통이 나를 겨누었다가, 다시 자신을 겨누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가 스스로를 다치게 할까 걱정되었지만, 이 상황이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내 탓에 벌어진 상황인 만큼 책임지는 것도 내 몫이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발각될까 염려할 겨를도 없이, 나는 정신 영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 의식이 지도를 지나 그의 내면 깊은 곳까지 내달렸다. 그곳에서 나는 손에 저울을 든 채 앉아 있는 아이를 보았다. 그 저울은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이 그의 현재 심리 상태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분명히 울고 있었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놀라서 얼떨떨한 와중에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찾았다.
6.3. 3장. 저울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바게트를 데리고 「상처」에 있는 내 거처로 왔다.
가장 좋은 약을 썼기에, 상처는 빨리 아물었다.
바게트는 매우 예의 바른 태도로 나를 선배라고 부르며,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왜 「상처」에 온 것인지 묻자, 바게트는 마스터가 안건을 처리하며 위조한 가짜 증거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바게트가 직접 한 말에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오며 올바른 심판을 내렸던 레나스 법관이, 왜 늙어서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걸까?
그의 식신인 바게트가 이 안건을 고발하게 되면, 제국의 정계에는 큰 파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게트를 구한 지 3일, 그는 나와 작별한 뒤, 검찰에 증거를 제출하러 떠났다. 그는 내게 정중히 인사하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는 자리를 떴다.
그의 눈빛에서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따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에 딱히 마음에 두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상처」의 거처에서,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바게트를 구했다.
「마셔.」
「고마워, 선배.」
바게트는 두 손으로 물컵을 받아 들곤 한 모금 들이켰다.
「마스터 안건은 어떻게 되었어?」
「증거는 제출했고, 지금 조사 중이야.」
「그럼 됐네.」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방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왜 돌아온 거야? 여기는 암시장이야. 안전한 곳이 못 돼.」
「선배가 날 구했잖아. 아직 보답도 못 했는걸.」
「보답을 바라고 널 구해준 게 아니야.」
「그래도 난 꼭 이 은혜를 갚고 싶어.」
「넌 내 이름도 모르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모르잖아. 「상처」에서 지내고 있는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여?」
「적어도 내겐 그래.」
「만약 내가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법대로 처벌할 거야.」
바게트는 무자비하면서도 순진하게 말했다.
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바게트를 구한 날, 난 그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그의 심리 상태를 살펴보았다.
바게트는 마음속에 저울을 두고, 모든 인정을 저울로 재어 하나하나 갚아 나갔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던 그 날도, 오늘 이곳 따뜻한 방에서도, 그의 감정은 한 잔의 얼음물처럼,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게 감사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의 감정표현은 그저 마음 속 저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마스터가 어떻게 가르쳤기에 그의 성격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계속 이런 식으로 지낼 생각은 없었다.
「선배, 나 여기서 지내도 돼?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 바게트는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에서 자.」
나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난 너와 저울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를 머물게 해주었다.
6.4. 4장. 협상 카드
나는 바게트에게 이부자리를 깔아준 뒤, 욕조에 몸을 담글 생각이었다. 우선 정신적 피로를 풀어야 했으니 말이다.
똑똑똑--
갑자기 바게트가 욕실 문을 두들겼다.
목욕 중에 바깥의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왜 그래?」
「선배, 내가 머리 닦아줄까?」
「...괜찮아.」
「하지만 내가 다쳤을 땐, 선배가 날 도와줬잖아.」
「내가 널 도운 건, 네가 손을 다쳤기 때문이었어. 네 도움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야, 알겠어?」
「…아, 응.」
문밖에 있는 바게트는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려 떠났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히 씻고 나왔을 때. 바게트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든 듯,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곁에 다가갔다. 이불 밖에 걸쳐진 손에는 상처가 있었다. 나는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손에 난 상처에는 이미 딱지가 생겨, 거의 아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를 구했을 때를 떠올렸다. 상처를 치료하던 중, 나는 그의 마스터가 사건의 증거를 위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의 손에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그 탓에 영력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좋은 약을 써 지혈해 주었다.
「증거를 위조한 사람들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야?」
「아니. 그 사람들은 조금 위협했더니 순순히 털어놓던걸.」
「...그럼 누구야?」
「예전에 마스터가 범죄를 저지른 몇몇 식신에게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 그 범죄자들이 타르타로스에서 탈옥했어. 여기로 도망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그들이 날 알아봤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바게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몇 이름을 말했다.
나는 그 이름을 떠올리며, 바게트의 양손을 이불 속에 살며시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날 밤은 바삐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카레 냄새에 잠에서 깼다.
「선배, 늦었어.」
바게트는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어 내게 말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
나는 침대에 누워 천정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자, 왔습니다.」
아침은 우유와 식빵 그리고 카레였다.
나는 바게트가 우유 한잔을 비운 것을 확인한 뒤, 본론을 말했다.
「바게트, 넌 여기 머물면 안 돼. 오늘 돌아가.」
바게트는 다소 당황한 듯, 「선배, 난...」
그가 말을 맺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주방 창문을 깨고 들어왔다. 복면을 쓴 괴한은 손에 든 총으로 내 머리를 겨누고는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선배! 조심해!」
난 미처 피하지 못했다. 바게트는 몸을 날려,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윽!」
총에 맞은 모양인지 그는 외마디 신음과 함께 기절했다.
「바게트! 바게트!」
몇 번을 불렀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소란 떨 것 없어, 이건 식신 대비용으로 루테피스크 선생이 개발한 마취 총알이다. 흔적이 남지 않아. 그는 당분간 깨어나지 못할 거야. 탄피를 수습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해라.」
복면을 한 사람은 기지개를 켜더니, 유리가 없는 창문 위에 올라섰다.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왔다. 다음에 만날 땐 우리가 거래한 사이란 것을 잊지 말도록, 학원에서 보자!」
복면을 한 괴한은 떠났다.
나는 바게트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 돌아가서 탄피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온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을 보며, 나는 침대 모퉁이에 앉아 바게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렇다. 나는 그의 내면에 뜻하지 않게 채우고만 저울추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가 깨어나면, 나는 이제 빚은 없으며, 너의 저울도 이제 균형을 되찾았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 너와 나 사이에, 협상 카드를 올려놓을 권리는 네 손에 있어. 계속 빚을 더할 생각이야?
6.5. 5장. 자허 토르테
자허 토르테의 마스터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 아온 빅토르 제국의 천재 심리학자였다.
그는 전 세계에서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누구보다 인간답지 않게 변한 인간이었다.
그는 모든 감정을 여러 층으로 나누었고, 능수능란하게 조합해낼 수 있었다. 그 후로 그에게선 일말의 인간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자허 토르테를 소환한 것은 그가 25세가 되던 해의 일이었다.
그는 이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식신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이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실패했다.
자허 토르테는 자신의 마스터가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마스터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면, 으레 항상 행복한 척하는 마스터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자허 토르테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자허 토르테의 무력함에 심리학자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1년 후, 심리학자는 총으로 자살했다. 시 한 수를 남긴 그는 자허 토르테에게 그 시를 자신의 묘비명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 시의 이름은 「마음」이었는데, 그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행복이 찾아왔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마스터가 죽은 후, 자허 토르테는 인간을 위해 정신 치료 방면에 매진해왔다.
샴페인이 정식으로 빅토르 제국을 통치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자허 토르테는 깨달았다. 식신의 수가 많아지면서, 마스터가 없는 몇몇 식신들이 인간을 해치는 존재로 변 했다는 사실을.
자허 토르테는 깨달았다. 이 세상의 인간과 자유를 얻은 식신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자신의 선량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고, 약자를 보호해야만 한다는 것도.
그랬기에 그는 샴페인의 초대를 받아들였고, 제국의 비밀조직인 「학원」에 가입했다. 그는 마스터가 자살에 사용했던 총을 갖고 다녔고, 죽인 적을 애도한다는 뜻에서 그 총에 「에피탑」이라 이름 지었다.[3]
「학원」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연마한 자허 토르테는 학원 내에서도 뛰어난 S급 수강생으로 거듭났다. 그러던 중 핀란드 순록 고기의 수업에서 한계에 봉착했고, 「순록」이 그를 「상처」로 보낸 것이다.
이곳에서 자허 토르테는 바게트와 만났다. 마스터의 왜곡된 교육 탓에, 바게트는 자신을 죄를 판단하는 저울로만 여기고 있었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 자허 토르테는 그가 그 당시 자신의 마스터가 처했던 상황과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게트는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순록 선생이 말했던,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수업의 수료 과제는, 수많은 감정을 탐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억누르고 있는 감정을 바꿔, 그들에게 자유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바게트가 그 당시 마스터처럼 자신의 마음에 의해 망가져 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
그는 조금씩, 바게트를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과감한 도박을 하기로 했다.
바게트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이유가 그를 구했기 때문이라면, 바게트에게 구조받는 상황을 똑같이 연출하면 그만이었다.
자허 토르테가 도박으로 알고 싶었던 것은, 바게트와 그 사이의 빚이 사라진 후에도 바게트가 그와의 교류를 계속할 것인가였다.
다행히도, 승리한 것은 그였다.
7. 코스튬
8. 기타
- 첫 공개 때는 일러스트가 달랐다. 공개 이후 정식 출시되면서 일러스트가 바뀌었다. 폐기된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