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미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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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혹은 프랑스의 고전 동화. 이탈리아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1634년작 <펜타메로네>에 "해, 달, 그리고 탈리아(Sole, Luna, e Talia)"라는 제목으로 처음 기록되었고, 이후 작가인 샤를 페로가 1697년에 저술한 <어미 거위 이야기>에 수록되었고, 1812년 그림 형제의 책에도 수록되었다.
2. 제목
원제는 La Belle au Bois dormant(라 벨 로 브와 도르망). 영어로는 Sleeping Beauty. 국내에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제에서, 한국어 제목도 딱 들었을 때 그렇고 내용도 '숲 속의 공주'가 잠에 빠지는 것으로 보통 이해되기 때문에 당연히 제목에서 '잠자는' 것은 공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줄거리를 자세히 들여다봐도, 공주만 잠드는 것이 아니라 숲 전체가 마법에 걸려 잠들게 된다. 따라서 잠자는 것이 숲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기서, 프랑스어에서는 성수일치를 무조건 시키는데 여성명사인 La Belle(공주, 미녀)이 있는데도 여성형인 dormante가 아닌 남성형인 dormant가 쓰였기에, 이는 bois(숲)가 바로 dormant을 수식받는 남성명사여서 잠자는 것이 숲이라는 해석이 있다만 이는 틀렸다. dormir라는 동사의 파생격인 dormant이라는 형용사는 남성형과 여성형이 구분되지만, 현재분사로 쓰일 경우에는 dormant으로만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dormant이라는 현재분사가 bois 뒤에 있기 때문에, 결국 잠을 자는 대상이 미녀라고도 숲이라고도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도 잠을 자는 대상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즉 원래 la belle endormie[1] 에서 la Belle au bois dormant으로 바뀌면서 제목에 대해 이중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La Belle au bois dormant에 도치법(l'anastrophe)이 적용되었다고 설명하는 글이 존재한다. https://www.projet-voltaire.fr/culture-generale/anastrophe-antithese-mot-valise-figures-style-titres-dessins-animes-disney/ 해당 글의 일부를 번역해 옮기면 아래와 같다.
요약하자면, 원래는 la Belle dormant au bois(숲에서 잠자는 공주)가 되어야 하지만, 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la Belle au bois dormant으로 단어의 위치를 뒤집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시적인 효과라는 것은 상술한 것과 같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는 것도 포함되어지 않을까 추측되지만 본문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진 않다. 아무튼 단순히 문법적인 부분이나 순서만을 가지고 dormant이 수식하고 있는 게 어느 하나라고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La Belle au bois dormant : 도치법
도치법은 문장의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중략)... 제목 La Belle au bois dormant은 동사 dormir의 현재분사인 'dormant'과 장소를 의미하는 상황보어 'au bois'의 도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 문장을 원래 순서대로 놓는다면 'la Belle dormant au bois'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제목의 구조는 혼동의 원인이 된다. 도대체 누가 자고 있는 거란 말인가? 미녀? 아니면 숲? 이러한 혼동은 모호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la Belle au bois dormante'라는 제목으로 곧잘 읽었던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난다. 다만 'dormante'를 사용한 읽기방식은 옳지 못 하다. 'dormant'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 dormir의 현재분사다. 따라서 dormant은 여성형 명사를 수식할 때 dormante로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영어의 번역명 Sleeping beauty는 원제에 비해 시적이지는 못 하지만, 이러한 혼동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해당 제목을 사용하면 당연히 공주가 숲에서 자는 것이 된다!
3. 줄거리
간단히 요약하면, 공주가 태어나자 왕이 축하연을 열고 12명의 마법사들을 초대했는데, 초대된 마법사들이 갖가지 축복을 내리던 중 마지막 마법사가 축복을 내리기 직전 여기에 초대받지 못한 13번째 마법사 혹은 사악한 마녀가 난입해 공주가 물레에 찔려죽을 것이라는 저주를 걸었다.[2][3]
다행히도 아직 축복을 하지 않은 마지막 마법사가 저주를 풀지는 못했지만 죽는 게 아니라 100년 동안 잠에 빠졌다가 왕자의 키스에 다시 깨어나는 것으로 바꿔준다. 왕은 저주의 실현을 막기 위해 온 나라의 물레를 모두 불태웠으나, 공주는 어느 날 성의 탑에서 어떤 노파가 물레를 잣고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에 다가갔다가 찔리는 바람에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만다.[4] 이 때 공주뿐만 아니라 성에 살던 모든 사람들도 공주가 깨어날 때까지 잠들게 된다. 100년 후, 난관을 헤치고 찾아온 왕자가 키스로 공주를 깨어나게 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로 끝난다. 여러가지 버전으로 파생 작품이 많으나, 그중 유명한 것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작품과 여기에 기반을 둔 2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있다.
여담으로 공주가 등장하는 모든 동화를 통틀어 가장 피동적인 공주상을 그리고 있다. 말 그대로 백마 탄 왕자님의 환상을 극대화시킨 작품. 실제로 저주를 건 건 마녀, 저주를 막으려 노력하나 실패하는 건 아버지인 왕, 깨어나게 하는 건 고난을 물리친 왕자... 공주가 스스로 한 일이라곤 기껏해야 물레를 보고 호기심에 만져보다가 찔리는 게 전부다. 그래서인지 능동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현대 들어선 다른 네임드 공주에 비해선 인기가 좀 없는 편.[5]
사실 흔히 알려진 버전과는 다르게 페로의 원본에는 결혼 후에도 이어지는 내용이 있다.[6] 이후 왕자와 공주 사이에 아이가 둘 생기는데[7] , 왕자의 어머니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광이라 한다.[8] 왕비는 며느리로 온 공주를 탐탁지 않게 여기다가 결국 공주를 손주들과 함께 잡아먹으려고 이런저런 음모를 꾸미는데, 명령을 받은 요리사가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염소와 양고기, 사슴고기로 왕비를 속이고, 공주와 아이들의 필사적인 분투 끝에 왕자에게 모든 진상이 드러나면서 식인광 왕비는 처형당한다는 결말이다. 혹은 왕비가 요리사가 자신을 속였음을 알고는 왕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공주와 아이들을 죽이려 하다가, 왕자가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당황하다 자기 계략에 걸려 죽었다는 버전도 있다.
바실레 판본은 훨씬 더 막장인데, 공주가 죽은 줄 안 아버지는 공주를 묻지 않고 교외의 저택에 데려다 놓는다. 그런데 지나가다 공주를 발견한 다른 왕이 공주에게 반해서 깨우려다가 일어나지 않자 그대로 강간한 뒤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의식을 잃은 중에 임신을 하게 된 공주는 쌍둥이를 낳고, 배고픈 아이가 공주의 손가락을 빨면서 박혀있던 가시가 빠져나와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후 다시 방문한 왕은 깨어난 공주와 아이들을 발견한다. 왕은 이미 왕비가 있었기 때문에 곧 성으로 부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성으로 돌아온 왕이 잠결에 공주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왕비가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왕비는 아이들을 찾아내어 요리사에게 이들을 죽여서 요리를 하여 왕에게 먹이려고 하였으나, 이들을 불쌍하게 여긴 요리사는 아이들을 숨기고 양고기로 대신 요리하여 왕비를 속인다. 이후 왕비는 공주도 산 채로 불태워 죽이기 위해 왕성으로 불러들였다가 공주의 기지로 공주를 살해하려고 했던 것을 왕에게 들키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왕비와 왕비의 명령을 수행한 사람들을 그대로 화형에 처한다. 그리고 공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3.1. 서브컬처
- 에버 애프터 하이에는 이 동화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가 둘 나오는데, 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딸 브라이어 뷰티와 사악한 요정의 딸 페이벨 쏜이다. 페이벨은 악당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지만 브라이어는 100년동안 잠들면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을 거라며 자신의 운명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른 악당들의 후손은 자신의 운명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공주들의 딸은 자신의 운명을 좋아하는 것과는 정반대.
- 윤지운의 만화 중 한 작품에서 이 사태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물레를 다 없애버려서 직물과 의복 산업이 완전히 망해버려 나라 경제는 파탄났고, 지배층이 부재한 상태니 외국에서 침략한다. 여기서 왕자는 로맨스 따위 없고 영토 확장하려 이웃 나라에서 쳐들어온 망나니고, 공주는 그런 침략자를 환영하는 현실감각 따위 없는 맹한 아가씨. 하긴 그 상태에서 저항해봐야 나라는 파탄난 지 오래고 죽음밖에 없을 테니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 실질객관동화에선 성 전체가 유물로 보존처리되어, 깨어난 성의 인물들이 건조처리 탓에 고생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멀쩡한 공주는 당시 지도를 가지고 현대 영토분쟁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겠따며 나서는데, 1빠에게 위조 찬스를 준다며 선제시 딜을 건다...
- 슈렉 시리즈의 2편과 3편에 등장. 2편 때는 아예 등장하자마자 잠들어 레드 카펫에 퍽 쓰러졌고 3편에서는 살짝살짝 잠이 오는 느낌으로 작중에 등장하며 성으로 쳐들어갈 때 잠을 자는 것을 역이용하여 병사를 넘어트리는 위엄을 보인다...
- 사운드 호라이즌의 앨범 중 하나인 메르헨에 담긴 곡의 모티브가 되었다. 곡 명은 장미탑에서 잠든 공주님.
- 히든 오브젝트 게임인 Dark Parables 시리즈의 첫번째 게임 Curse of Briar Rose가 이 동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냥코 대전쟁의 신 레전드 스토리 27장의 이름이 이 동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3.2.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3.3.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유명한 발레곡 중 하나이다.
3.4. 붕괴3rd의 무기
3.5. 영화
4. 기타
공주가 깨어났을 때 외롭지 않도록 왕과 왕비, 성 안의 사람(시종이나 요리사 등)들을 같이 잠들게 했다는 건 상당히 이기적인 게, 성밖의 사람들은 잠들게 했다는 소리가 없으니, 100년후 깨어난 성 안의 사람들 전부[9] 는 성 밖에 있던 가족이나 연인 같은 소중한 사람과 강제로 사별하게 된다. 아무리 시종이라 해도 전부가 공주에게 엄청난 충성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니, 이쯤 되면 공주를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 그리고 상식적으로 왕과 왕비 모두 잠들고 대신들도 모두 잠든 나라가 정치가 제대로 돌아갈리도 없으니, 그 시간 동안 고통받았을 성 밖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중세판 갑의 횡포. 게다가 물레를 모두 다 태워버렸다는건 그동안 베를 짜서 먹고 살던 백성들도 모두 실업자가 됐다는 이야기가... 라고 하지만, 원작격인 페로 버전에서는 왕과 왕비는 잠을 재우지 않았다. 나라를 다스려야 하니까. 공주의 잠을 깨운 왕자는 공주의 부왕이 죽고 나서 뒤를 이은 다른 가문의 왕자다.
'자신만 쏙 빼놓고 다른 요정들만 초대한' 것에 분노한 나머지 애꿎은 공주에게 '물레바늘에 찔려 죽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 마녀에게 심각하게 감정이입해 잊힌(혹은 소외된) 자의 슬픔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일부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이 초대하기 싫어서 안 한 것도 아니고) 이제 막 태어나 세상 빛 보게 된 어린 공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겠지만.
[1] 여기서 endormir 라는 동사는 '잠을 재우다'라는 뜻으로, endormie 스스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잠 속에 빠져버린'이란 뜻으로 해석. 프랑스어의 과거분사는 형용사로 쓰이기 때문에 성을 일치시킨다. 그래서 endormi가 아닌 endormie라고 해야 옳다.[2] 음침한 성격 탓에 숨어 살다 보니까 소식이 끊어져서 오래 전에 죽은 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찾아온 것을 보고 사과하며 자리도 마련해 줬지만 늦게 온 탓에 자리가 당연히 말석일 수 밖에 없고, 게다가 예정에 없었다보니 금식기가 아닌 급하게 준비한 은식기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 한다. 책에 따라서는 단순히 나쁜 마녀라 초대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나오기도 한다.[3] 참고로 12명의 마법사는 그림 동화 기준으로, 페로 동화에는 7명의 요정이며 초대받지 못한 것도 8번째의 나쁜 요정이라 나온다.[4] 그림 동화에서는 이 노파가 사실 변장한 그 13번째 마녀라고 나오고, 페로 동화에서는 단순히 귀가 안 좋고 탑 속에 혼자 사느라 왕의 명령을 듣지 못했던 노파라고 나온다.[5] 사실 최초의 줄거리는 잠든 공주를 임신시켜서 깨우는 약하지만 '''강간이나 시체애호 판타지'''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잠든 사람에게 집착하는 페티시인 솜노필리아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좀 꺼림칙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19세기 초에 이미 각색되었을 정도다.[6] 원래 별개의 두 이야기가 바실레와 페로 버전에서 합쳐졌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림 형제의 버전에서는 별개의 이야기로 분리되어 있다.[7] 프랑스판에서는 첫 딸은 새벽을 뜻하는 '오로르'(2번과 3번 항목의 주인공 이름 오로라 공주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둘째인 아들은 누나보다도 더 예쁘게 생겨 낮을 뜻하는 '주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서술이 있다.[8] 악마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런 것이며, 왕자의 아버지는 이 여자의 돈만 보고 결혼했다는 식의 설명이 붙어있는 버전도 있다.[9] 귀족 집도 아니고 왕궁이었으니 그 숫자가 많을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