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젠
1. 개요 및 상세
全然(ぜんぜん)
일본어의 단어 중 하나. 품사는 부사이며 문맥에 따라 '전혀', '완전히', '모조리', '오롯이', '대단히', '몹시'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도 시대 말기에 중국 구어체 소설을 번역하며 일본어에 편입된 단어로 한자의 훈을 풀이하면 참으로 그러하다(全く然り)라는 뜻이 된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표현과 함께 쓰여 뒤에 오는 내용을 부정하는 용법으로 주로 사용된다. 대개 '全然 -ない' 꼴로 사용되며 한국어의 '전혀'와 쓰임새가 거의 일치한다.[1] 그러나 全然いい, 全然駄目, 全然大丈夫와 같이 긍정 표현 앞에 사용되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에는 긍정과 부정 표현에 모두 사용되었으며, 당대를 대표하는 문호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서도 긍정의 의미로 사용된 예가 있다. 그러다가 쇼와 시대 중반부부터 부정하는 용법으로 의미가 서서히 바뀌다가 쇼와 시대 말기에는 부정의 용법으로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全然의 뜻풀이 변화(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
일본의 유명 국어사전인 고지엔, 다이지린 등에서는 '全然' 표제어의 설명에 부정적인 단어와 어울려 쓰이는 용법을 대표로 놓고 있으며, 다음으로 '완전히', '모조리', '오롯이' 등의 용법을 제시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구어체 혹은 속된 용법으로서 '대단히', '몹시' 등을 들고 있다. 즉 사전에서는 긍정 표현 앞에 쓰는 경우에도 속어적인 표현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별개로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全然도 문맥에 따라 속어적인 표현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全然의 긍정적인 용법을 속어가 아닌 올바른 일본어로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목소리는 10년도 넘게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全然의 긍정 표현이 '''현 시점에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표현이라고 단정짓는 일부 의견은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한국의 국립국어원에 해당하는 정부 기관이 없어 엄밀한 의미에서 표준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명 국어사전의 권위가 사실상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준하는데 아직까지 대다수의 일본 사전에서는 全然의 긍정 표현을 어디까지나 '''속어'''로서 풀이하고 있으며, 2011년 일본 문화청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全然을 '몹시'라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답한 화자는 20.0%에 불과했고, 역사적으로도 全然이 긍정적인 표현과 어울려 쓰인 예는 많아도 とても나 非常に의 의미로 쓰인 예는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2]
또한 수많은 사전의 뜻풀이에 없는 의미의 확장도 이따금 관찰된다. 예컨대 위에서 인용한 문화청 설문조사 내용에 있는 '全然明るい'라는 어구를 "거기 어둡지 않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한 경우 全然의 뜻은 사전의 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쓰임상으로는 (품사는 다를지언정) 상대의 말을 가볍게 부정하는 뜻을 지닌 감동사(한국어의 감탄사)인 いいえ, いや, なあに, まあ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상대가 한 말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그걸 부정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서 사용된 "一体生徒が'''全然'''悪るいです"라는 문장 역시 학생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다른 교사의 말에 "모두 학생의 잘못입니다"라고 주인공인 교사가 반박하는 내용이다. 즉, 형태는 긍정 표현이지만 의미는 부정 표현인 경우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최소한 현 시점(2017년)에서 全然의 '대단히', '몹시'와 같은 긍정 표현은 '''공식적인 용법라고 할 수 없으며''', 특히 중장년측으로 갈수록 이같은 용법을 신조어로 인식하여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므로 공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역사적 근거와 함께 상당한 자생력을 지닌 표현이라는 것도 사실이므로 무조건 오용이라고 단정짓는 것 역시 잘못이다. 어쩌면 장래에는 한국어의 '너무'처럼 뜻이 바뀔지도 모른다.
全然이 긍정 표현과 어울려 사용되는 경우 번역 시 생략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억지로 뜻을 살릴 경우 문장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