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1. 개요
2. 유래
3. 용법
4. 번역과 출처
5. 유사 표현/상황
6. 기타


1. 개요


Ἀνερρίφθω κύβος.

Ālea iacta est.

The die is cast.

'''주사위는 던져졌다.'''

'''메난드로스, 아레포로스(Ἀρρηφόρος, Arrephoros)
플루타르코스, 식탁의 현인들(Δειπνοσοφισταί, Deipnosophistaí) 13권 (그리스어)
수에토니우스, 황제열전(De vita Caesarum) 1. 神皇 율리우스(Divus Iulius) 32장 (라틴어)
'''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와 함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상징하는 그의 대표적인 명언. 주사위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매우 도박성이 짙고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난 뒤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인용된다.

2.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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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이사르는 갈리아 키살피나, 갈리아 트란살피나, 일리리아의 총독 임기가 끝나가고 있었는데 카이사르를 냅두면 긴 공화정의 역사를 지녔던 로마가 독재정치에 물들 것을 염려한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와 짜고 카이사르를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원로원 측에서는 폼페이우스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였지만 '둘 다 상대하기는 힘드니까 일단 폼페이우스를 이용해서 카이사르를 몰아내고, 이후에 폼페이우스도 토사구팽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 뒤 카이사르가 돌아오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1]
카이사르도 진짜로 원로원과 전면전을 벌이며 내전할 생각까지는 없어서 "그럼 폼페이우스 군대랑 내 군대 둘 다 해산할 테니 집정관 피선거권과 신변만 보장해줘" 정도의 제안을 했는데 원로원이 무시했다. 사실 원로원에서 카이사르 측과 원로원파의 중재안인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군대를 동시에 해산한다.'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으나, 원로원은 기본적으로 자문기관에 불과했고 폼페이우스, 스키피오(+카토), 집정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카이사르의 군대만 해산하는 것으로 결정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임기가 끝난 카이사르는 민간인 신분으로 정적들의 압도적인 고소미를 먹게 될 테고, 히스파니아 총독 임기가 남아있는 폼페이우스는 여전히 군권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도강하게 된다.
카이사르의 입장에서 원로원의 권고를 어기면 쿠데타를 의미하는 셈이고, 그렇다고 따르자니 자살에 가까운 진퇴양난스러운 상황이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한 카이사르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입성하면서 역사적인 명언을 외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후,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로마 시내로 난입, 내전 끝에 원로원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승리하면서 로마의 패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로마 원로원의 주도하던 공화정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실질적인 제정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2]

3. 용법


현재의 기준으로는 뭔가 엄청 비범한 인물이 숙고 끝에 마지막 결단을 내리면서 읊을 법한 간지폭풍 명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이 때의 카이사르 본인의 심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보다는 "씁 어쩔 수 없지"같은 상황에 더 가까웠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던져진 주사위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하면 영웅 카이사르가 간지나는 명언을 남기고 을 건너는 장면을 연상하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실제로는 그렇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자세한 것은 카이사르의 내전 문서 참고.
당시의 상황적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대사 자체의 임팩트도 그렇고, 선택의 기로에서 뭔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이만큼 어울리는 대사도 없기 때문에 예로부터 각종 문학작품부터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써먹히는 말이기도 하다. 하도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어서 이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대표적인 어록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관용구에 더 가까워졌으며, 때문에 카이사르는 모르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아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4. 번역과 출처


카이사르가 말했기에 라틴어가 원문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리스어로 말했다고 한다. 메난드로스의 희극에 나오는 구절을 그리스어 그대로 말했다고 플루타르코스가 밝힌 바 있다. 라틴어로 전해진 'Ālea iacta est.'는 수에토니우스의 번역이라고 한다.영문 위키백과
그리스어 'Ἀνερρίφθω'가 3인칭 중동/수동태 완료 명령형이기 때문에 'iacta est'에서처럼 'est'라고 'sum'의 현재 직설법을 쓸 게 아니라 미래 명령법 'esto'를 썼어야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되면 'let the dice be cast.', '주사위를 던져지게 두어라'라는 의미가 된다.
Ālea iacta est는 '(그것은) 던져진 주사위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다소 부자연스럽다.
교회 라틴어로는 iacta를 jacta로 써야 한다. 하지만 말한 사람이 로마 제국 사람인지라 고전 라틴어 식으로 i로 쓰는 편이다. 종종 Ālea와 iacta의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어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굴절어인지라 그런 도치는 별 문제가 없다.
카이사르가 직접 쓴 갈리아 전기나 내전기에서는 이 말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말한 것이 아니라 수에토니우스 혹은 플루타르코스가 덧붙인 문장이었다는 설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 문장이 잘못 번역되어서 '''"주사위들이 떨어졌다."'''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꽤 된다.

5. 유사 표현/상황


같은 상황에서 나온 또 다른 말로 '''"루비콘 강을 건너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Pass the Rubicon / Cross the Rubicon)라는 표현도 있다. 속뜻은 동일하다.
한국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이라 하면 죽음을 의미하는 요단 강 내지 스틱스 강이 언급된다.
위화도 회군도 어떻게 본다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형이다. 이 경우 압록강을 건너던 도중에[3] 돌아왔다는 점이 미묘하게 다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기호지세, 낙장불입, 이판사판과도 유사한데, 이 표현들은 상황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당히 다르다. '낙장불입'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돌이킬수는 없다" 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인데 비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결과야 어찌되건) 결정을 내렸다는 것 자체를 명확히 하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야 "에라... 낙장불입이지!" 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더라도, 이후 카이사르가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용법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고 중대하지만 위험 역시 따르는 결정을 내렸다" 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
또 '기호지세'는 어떤 결정 그 자체보다는 그 결정이 계기가 되어 이후 위태로운 처지에서 발을 뺄 수도 없이 묶여있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써 <주사위는 던져졌다>나 <낙장불입> 보다는 오히려 계륵이나 백척간두와 가까운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 면에서 차라리 <주사위는 던져졌다>와 유사한 숙어를 찾아본다면 모 아니면 도라거나 <못 먹어도 고>가 더 적절할 것이다.

6. 기타


  • 이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 로마 당시에도 주사위가 있었다. 아스트라갈로스(Astragalos, 복사뼈)라고 불리는 주사위인데 말 그대로 의 복사뼈를 사용해 만든 것이었다.

[1] 다만 시민들은 갈리아 정복이라는 업적을 이룬 카이사르를 몰아내는 행위는 명백한 토사구팽 행위라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쯤 되면 카이사르가 집정관 시절에 펼친 개혁 때문에 민중파의 최고 거물이 되어서 원로원이 카이사르를 공격하는 행위를 민중파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까지 온다.[2] 그리고 여기에 원로원이 스스로 해산한 폼페이우스의 군대에게 토지 배분도 제대로 안 해주는 등 이기적이고 못돼먹은 짓을 보여줬기 때문에 옵티마테스 영향을 받은 윗쪽 인물들이면 모를까, 군단병들과 로마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카이사르를 지지했다.[3] 위화도는 압록강 가운데에 있는 하중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