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즈(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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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쫑즈.항상 마스터에게 충성을 다하며, 성격이 신중해 마스터에게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라고 종종 충고한다. 하지만 마스터가 내린 선택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따른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조각배
석양빛을 받은 강물이 붉게 물들었다.
좁고 기다란 절벽 사이로 강물이 유유히 흘러 내렸다.
그 강물을 따라 한 척의 배가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조용히 떠 있었다.
난 홀로 뱃머리에 서서 검을 품에 안은 채 석양을 바라봤다.
절벽 사이를 지나 산골짜기에 도착했다.
산골짜기의 반대쪽에는 세찬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 골짜기가 없었다면 그때 마을의 수로도 막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은 강의 하류에 위치한 마을이라 며칠 동안 비가 올 때면 강물이 불어나 물난리가 나곤 한다.
그때마다 힘들게 가꾼 작물이 죽거나, 평소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몇 해 전부터 수리사업을 벌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번엔 7개월에 걸쳐 산지를 개간했다.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일에 매달렸다.
내 마스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수리사업을 계획한 사람이 내 마스터라는 것이다.
마스터께서 즐겨 드시는, 댓잎으로 싼 찹쌀밥을 배에 싣고 가는 중이다.
배가 산골짜기를 지나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랑'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이내 요란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뭔지 단박에 눈치했다.
개간 사업이 시작된 지난 몇 달 동안 지금처럼 마음을 졸인 적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사람들과 노력의 성과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마스터께서 조금이라도 빨리 정인 곁에 돌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공사가 시작되기 한 달 전에 마님께 태기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며 집을 떠나셨다.
그런 마스터를 나는 만류했다.
「위험한 데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셔야 합니다.」
마스터는 마을 일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그 때문에 살면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랐다.
허나 마스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자신의 아이가 지금처럼 근심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더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주춧돌이 되겠다고 말이다.
그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마스터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오늘처럼 중요한 날이 되기 전에 마스터가 정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6.2. 2장. 매미와 여름
고요한 밤이었다.
달빛이 내려앉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은 마을까지 쭉 이어져 있다. 그리고 마 스터의 집까지 이어져 있기도 하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마당, 집의 양쪽에 커다란 장목이 한 그루씩 서 있었다.
무성한 나뭇잎이 마스터의 벽돌집을 뒤덮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길목에 들어선 순간,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마당 앞에는, 올림머리를 한 만삭의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마스터의 부인이다.
마님은 배를 받쳐 든 채, 울타리 밖의 길목에 서 오솔길을 바라보고 계셨다.
마스터가 집으로 오시려면 반드시 이 길로 오셔야 한다.
공사 때문에 마스터가 몇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으신 터라
마님은 날마다 이곳에 서서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마스터가 떠난 이후부터 생긴 습관이다.
기다림의 끝은 산골짜기와 마을을 오가며 식사를 나르는 식신뿐이지만 마님께서는 단 하루도 이 일을 거른 적 없었다.
「곧 돌아오실 겁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마님께 드리는 말씀이다.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마님은 언제나 웃으며 내 거짓말을 받아주셨다.
어느덧, 장목의 매미가 우는 계절이 됐다.
마님은 밤하늘로도 가려지지 않는 울창한 장목을 올려다보셨다.
그러더니 한참 뒤에 오솔길을 다시 쳐다봤다.
마님과 가까운 곳에서 발걸음을 세웠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님은 평소처럼 텅 빈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역시나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내 뒤에서 나타난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에 마님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마님은 자신이 만삭이라는 것도 잊은 채, 그리워하던 상대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피어났다.
드디어 그 쓸쓸했던 눈에 행복이 피어나는 걸 봤다.
사철 푸르른 장목을 보며 매미 울음소리에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벌써 여름이로군.」
6.3. 3장. 존재의 이유
솨아아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 장목이 거센 바람에 흔들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무렵, 집 안에서 여인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난 마스터와 함께 건너편 방에서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바탕 비가 쏟아지는 탓에 분위기는 더욱 침통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산에서 굴러떨어진 바위가 간신히 뚫은 수로를 막아버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에 마스터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도롱이를 걸치곤 문밖으로 향했다. 난 마스터의 손을 잡으며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물살이 거세질 테니 자칫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바꿀 마스터가 아니다.
마스터는 내 손을 뿌리치며 「부탁한다.」 라는 말을 남긴 채 삿갓을 쓰고 나가셨다.
마스터에게 거절당한 손을 나는 차마 내려놓지 못한 채, 나머지 손으로 검을 꽉 움켜쥐었다.
「부탁한다니요? 소인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석산을 베어버릴 만한 힘을, 그리고 마스터 대신 그분의 모든 책임을 내가 대신 짊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그 바위를 부술 수만 있다면...
이런, 왜 더 일찍 생각하지 못했지?
「응애애애 응애애애애애 」
방안에서 우랑찬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생각보다 빠른 물살에 배가 요동쳤지만, 그 덕에 오히려 쉽게 골짜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산에서 굴러떨어진 거대한 바위가 저절로 쓸려내려 갈 수 있도록 몇몇 사람들이 마대에 흙을 담아 제방을 쌓고 있었다.
마스터는 삿갓과 도롱이를 벗어 던진 채 강물 한가운데서 제방을 쌓고 있었다.
막 쌓아 올린 제방 위에 오른 마스터가 망치로 바위 주변을 두드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바위가 움직일 수 있도록 지렛대로 쓸 말뚝을 박고 있었다.
「멀똥히 서 있지 말고 와서 돕기나 하쇼!」
혼란 속에 누군가가 내가 식신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소리쳤다.
당연히 도울 생각이다.
내가 마스터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분의 후사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의 검으로서 그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베어내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존재 하는 이유니까...
마스터와 함께 제방 위에서 바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어느덧 답답했던 속이 한결 후련해진 것 같았다.
잠시 뒤, 바위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았다.
「마스터, 방금 바위가 움직였습니다!」
「정말인가?」
마스터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부서진 바위를 옮기려고 했다.
「콰지직-!」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무게를 잃은 바위가 무서운 속도로 굴러떨어 지기 시작했다. 그 충격에 강물은 더욱 세차게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내 옆에서 바위를 부수고 있던 마스터가 갑자기 흘러든 급류에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고여있던 물이 한꺼번에 흘러들면서 둑을 무너뜨리고, 급기야 마스터마저 먼 곳으로 떠내려 보냈다.
마스터는 상류로 거슬러 오려 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오히려 점점 먼 곳으로 떠내려갔다.
이제야 상황을 깨달은 날 하늘에서 벌하시는 걸까?
마스터가 물에 빠지는 순간, 난 망설이지 않고 급류에 뛰어들었다.
이게 정말 벌이라면 나만 아프면 된다!
그분에게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절대로 그분만은 무사해야 해!
바위에 검을 박아넣은 뒤, 한 손으로는 꽉 움켜쥐고는 나머지 한 손을 멀리 뻗으며 외쳤다
「마스터가 있어야 저도 살 수 있습니다!」
6.4. 4장. 옛 친구
여전히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석양 속에 여전히 나 홀로 배 위에 몸을 실었다.
마스터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언제나 같은 질문을 던진 채, 난 손안의 검과 텅 빈 나머지 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닿았다고 생각한 손끝이 멀어진 순간, 귓가에는 급류에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만 울릴 뿐 사람들의 비명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땐 눈앞의 두 손을 붙잡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거리가 어찌 그리 멀던지...
점점 흐려지는 의식처럼 닿지 못한 손끝이 점점 멀어진다고 느낀 순간, 차가운 물 속이 가라앉은 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다.
어떻게 살아난 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간신히 구해온 밧즐로 날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터의 행방을 누구도 찾지 못했다.
어째서 날 구한 거지? 난 이 정도론 죽지 않는단 말이다.
숨 막힐 듯 차가웠던 강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성을 앗아가는 고통스러운 절망에 차가운 물 속에서 눈을 감았다.
마스터께서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세상을 떠나셨을까?
날 원망하셨을까?
거칠게 밀려드는 강물을 보며 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무기력함을 느꼈다.
날 가장 좌절시키는 감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자신의 무능함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저지른 과오는 이번 한 번뿐이 아니었다.
마스터가 산지를 개간할 때도 똑같았다.
그땐 식신으로서 마땅히 마스터의 명령에 복종하고, 마스터가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작 생각해 본 적 없다. 식신으로서 나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난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 다.
그리고 그 날이 돼서야 이상하리만치 너무나도 쉽게 그 답을 찾았다.
난 그저 마스터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그랬기 때문에, 마스터의 손을 놓치고 말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넣은 채, 손가락 사이를 흘러가는 강물을 묵묵히 바라봤다.
그때부터 난 강에 종종 배를 띄우곤 한다.
마스터가 살아계실 거라는 믿음을 난 여전히 버리지 않았다.
잠깐 사정이 있어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 것일 뿐일 거다.
그래서 난 이미 얻은 답을 찾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저 도망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미가 우는 계절이 몇 번을 지나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어도,
매일같이 길목에 서서 달빛 등지고 나타날 정인을 기다리는 한 여인의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장목에 둘러싸인, 매미가 요란스레 울어대는, 달빛을 머금고 있는 집만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