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온
1. 개요
Kaon. K-중간자(K-meson)라고도 하며, 기묘도(strangeness) 양자 수에 따라 구별되는 네 가지 중간자 상태 중 하나를 일컫는다. 쿼크 모형에서 케이온들은 야릇한 쿼크(Strange quark)와 그 반쿼크 중 하나, 그리고 야릇한 쿼크보다 가벼운 쿼크(위, 아래 쿼크)를 포함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즉, 가능한 조합으로 $$u\bar{s}$$, $$\bar{u}s$$, $$d\bar{s}$$, $$\bar{d}s$$을 생각할 수 있다. 앞의 둘은 각각 K+[주의] , K-으로 부른다. 한편 나머지 둘이 서로 중첩된 두 가지 상태 $$\frac{1}{\sqrt{2}}(d\bar{s} - \bar{d}s)$$와 $$\frac{1}{\sqrt{2}}(d\bar{s} + \bar{d}s)$$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들 둘 다 K0라고 부르고, 각각 따로 K-Long, K-Short이라고 부른다. 그냥 간단하게 $$d\bar{s}$$, $$\bar{d}s$$를 쓰지 않고 이런 복잡한 상태를 보는 이유는 이들 중첩된 상태들이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유 상태이고 K0의 붕괴는 약한 상호작용을 통해 진행되므로 실제 관측되는 붕괴 결과물은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유 상태들, 즉 K-Long과 K-Short 상태로부터 얻어진 것들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물리학자들이 오랫동안 자연의 기본 대칭일 것으로 여겨온 패리티 대칭성과 CP 대칭성이 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과 케이온이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력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직접 측정을 하기도 하고. 지금도 중성 케이온의 희귀한 붕괴 채널을 관측하여 CP 위반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2. K± 중간자
질량은 493.677±0.013 MeV 정도로 파이온보다 4배 정도 더 무겁다. 수명이 비교적 길다. 대략 12 나노초 정도. 전혀 안 길어 보이는 이 수명을 길다고 하는 이유는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쳤을 때 무려 3.6 m를 날아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 더군다니 이건 시간 지연을 무시한 것이다. 실제로 LHC의 충돌 실험에서 생성되는 K±들은 각 검출기들의 트랙커(tracker) 파트를 지나 강입자 칼로리미터(calorimeter)[1] 파트까지 도달한다. 파이온과 더불어 직접 관측이 가능한 대전된 강입자(charged hadron)의 대표 주자들.
주요 붕괴 채널은 약한 상호작용으로 인한 뮤온-뮤온 중성미자 붕괴. 대략 60% 정도이다.[2] 그 다음으로 비율이 큰 붕괴 채널은 π++π0와 π++π++π-로 각각 대략 20%, 5.6%이다. 곧 언급할 타우-세타 문제에서 제시된 붕괴 채널들이다.
첫 발견 때부터 미스테리한 성질로 물리학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발견되었을 당시 이 녀석의 이름은 타우 중간자[3] 와 세타 중간자. 이름이 두 개인 이유는 처음 발견되었을 때 물리적 특성이 다른 두 붕괴 채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우 중간자로 명명된 입자는 π++π++π-로 붕괴하며 세타 중간자로 명명된 입자는 π++π0로 붕괴한다. 여기서 두 붕괴 채널의 패리티가 각각 -1, +1이다. 그래서 타우와 세타는 서로 다른 패리티 넘버를 가지며, 따라서 다른 입자라고 다들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들의 성질을 분석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 패리티 넘버를 제외한 다른 성질들, 즉 질량과 전하, 스핀, 기묘도 등이 너무나도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1956년에 이르러 양전닝과 리정다오가 활약을 한다. 그들이 내세운 이론은 단순했는데, '''약한 상호작용이 패리티 보존을 깬다'''는 것이다. 타우 중간자와 세타 중간자는 기묘도(strangeness)가 1인 반면 이들의 붕괴 후 입자들(파이온들)은 기묘도가 0이므로 이 붕괴 반응이 약한 상호작용을 통한 것임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4] 그런데 다른 건 패리티 보존을 깨지 않는다는 건 알아도 약한 상호작용은 아직 잘 모르는 상호작용이다 보니, 어쩌면... 하고 제시할 수 있는 것이었다.[5] 이 제안을 수용하면 '''타우 중간자와 세타 중간자가 사실 동일한 입자'''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워낙 파격적이지만[6] 깔끔하게 타우-세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주목할 만한 것이었는데... 바로 이듬 해인 1957년 우젠슝의 실험을 통해 왼손잡이 중성미자만 약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져[7] 결국 약한 상호작용이 패리티 보존을 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타우-세타 문제가 해결되었고, 결국 타우 중간자와 세타 중간자가 같은 입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아는 케이온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게 얼마나 놀라운 사건이었냐면, 실험으로 검증된 해인 1957년에 바로 이 공적으로 양전닝과 리정다오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론이 제시된 지 불과 1년 후에 수상받은 것이다. 보통 검증과 그 중요성이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확실히 되었을 때에야 노벨상이 수여된다는 것을 유념하자. 다만 이론을 제시한 양전닝과 리정다오만 수상 받고 그 이론을 검증한 우젠슝이 수상받지 못한 것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성 물리학자라서 무시당한 게 아니냐는 논란은 물론이다.
3. K0 중간자
질량은 497.611±0.013 MeV. 다만 K-Long과 K-Short 간에 아주아주 미세한 질량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략 10-12 MeV 정도. 아무래도 K-Short이 살짝 여기(excited)된 상태일 것이기에[8]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수명에 있어서 기묘한 성질을 가진다. 이걸 설명하기 앞서 K+과 K-를 정의하자. 이게 뭐냐면 K0와 반 K0의 선형 결합 중에서 CP 고유 상태들을 표기한 것이다. 이름 대로 이들 각각의 고유값들은 +1, -1.[9] 이들이 붕괴할 때에는 그 결과물 역시 같은 CP 고유값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때 주요 붕괴 채널을 꼽자면, K+는 파이온 두 개, K-는 파이온 세 개이다. 그리고 K+가 파이온 세 개, K-가 파이온 두 개로 붕괴할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파이온의 CP는 -1이므로 파이온 두 개의 CP 고유값은 +1, 세 개의 고유값은 -1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이온 세 개의 질량은 K-의 질량보다 살짝 작다. 입자 하나가 입자 세 개로 쪼개지는 경우 이런 질량 값이면 붕괴될 확률이 급격히 작아지는 일이 생긴다. 반면 입자 하나가 질량 합이 작은 입자 두 개로 쪼개지는 것에 제한 걸릴 건 별로 없기에[10] K+가 붕괴할 확률은 꽤 커지게 된다. 이로부터 K-의 수명이 K+의 수명보다 60배 가량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걸 놓고 보면 KL = K-, KS = K+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위의 문단에서 논의된 내용은 약한 상호작용이 CP 대칭성을 가지고 있을 때 성립하는 이야기이다. 보면 알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붕괴들은 전부 약한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기에 붕괴될 당시에 케이온은 weak eigenstate[11] , 즉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유상태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린 붕괴 결과물만 보므로 실제로 관측되는 상태인 KL, KS는 다름 아닌 weak eigenstate이어야 한다. 만약 약한 상호작용이 CP 대칭성을 갖고 있다면 weak eigenstate들 역시 CP 고유상태일 것이므로 자동으로 KL = K-, KS = K+가 성립할 것이다. 그런데 중성 케이온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이상한 현상이 관측되었다. 1964년에 KL이 파이온 두 개로, KS가 파이온 세 개로 붕괴되는 현상이 관측된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즉 CP 대칭성이 가정된 상황이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 관측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P 대칭성과 마찬가지로 CP 대칭성이 자연의 근본적인 대칭성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관측을 성공해 낸 James Cronin과 Val Fitch는 노벨상을 수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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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위반이 일어나는 이유를 위 파인만 도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반응으로 인해 K0($$s\bar{d}$$)와 반 K0($$\bar{s}d$$)가 교환될 수 있다. 이러한 진동은 심지어 KL과 KS를 뒤바꾸기도 한다. 약한 상호작용만 관여하는 반응이다 보니 워낙 진동 주기가 길어 한동안 그런 거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쨌든 관측이 된 것. 사실 이러한 진동은 Cronin과 Fitch가 발견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거였지만, 관측이 어려워 못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참고로 위와 같은 CP 위반을 간접적 CP 위반(indirect CP violation)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직접적 CP 위반(direct CP violation)도 있는데, 이건 CKM 행렬로부터 온다.
4. 기타
이름 때문에 오타쿠와 물리학도를 겸하는 사람들의 공대 개그 소재로 자주 쓰인다.
[주의] 칼륨의 이온화 상태와 혼동할 수 있다.[1] '열량계'라고 번역할 수 있겠으나 중고등학교 때 접한 그 열량계와는 사뭇 다른 녀석들이다.[2] 전자-전자 중성미자 붕괴는 아무래도 전자의 질량이 너무 작아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떨어지는 탓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branching ratio를 계산해 보면 이 녀석이 $$m_l^2 (m_K^2 - m_l^2)$$ ($$m_K, m_l$$은 각각 케이온과 렙톤의 질량)과 비례함을 알 수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전자-전자 중성미자로 붕괴될 확률이 엄청나게 작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이온 역시 같은 행동을 보이는데, 사실 대부분의 교재들에서는 파이온을 가지고 이 현상을 설명한다. 자세한 건 Thomson, Modern Particle Physics, 2013의 subsection 11.6.1을 보도록.[3] 타우 렙톤과는 다르다. 타우 렙톤은 1980년대 들어서야 발견되었다.[4] 이 당시에 아직 쿼크 이론이 없었던 관계로 이런 식의 설명을 넣는다.[5] 실제로 양전닝과 리정다오의 논문을 보면 꽤나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다양한 경우를 따지고, 상황 별로 검증 방법을 제시하는 등. 다만 타우-세타 문제 이야기는 맨 처음에 잠깐 언급되고 말았고 강입자 파트 쪽 경우의 예시는 이거 말고 람다 중입자의 붕괴를 따졌다.[6] 그때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모든 물리 법칙이 패리티 전환에 대칭, 즉 거울 대칭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맥스웰 방정식도 그렇고 슈뢰딩거 방정식, 디랙 방정식 모두가 이를 만족한다.[7] 패리티 전환이 결국 왼손과 오른손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거울 속 이미지는 왼손잡이인 것을 생각하면 된다.[8] 위에서 서술된 대로 K-Long은 반대칭 조합이고 K-Short은 대칭 조합인데, 보통 반대칭 조합이 더 바닥 상태에 있다. 양자역학 시간에 1S 궤도의 두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상태 두 가지가 이들과 유사하다는 거랑 이로 인한 Zeeman 효과를 기억하면 좋다.[9] CP 연산자는 제곱해서 1이 나오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고유값이 +1과 -1 뿐이다.[10] 위의 K±가 전자-전자 중성미자로 잘 안 쪼개지는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이건 전자와 중성미자의 질량이 너무 작아서 그런 것이다.[11] 직역하면 '약한 고유상태'이긴 할텐데 그런 의미는 아니고 실제로 '고유상태'에 '약한'이라는 형용사가 의미를 가지는 일은 적어도 입자물리학에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