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회로
1. 원래의 의미
실장석은 일본의 만화 <로젠메이든>에 등장하는 인형 캐릭터 '스이세이세키'로부터 파생된, 원작 캐릭터의 허영심 심하고 인간을 하인처럼 부려먹으려고 하는 단점을 과장하고 외모나 신체능력도 최대한 하락시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과 학대욕구를 부추기는 2차 창작 캐릭터이다. 알아듣기 쉽게 비유하자면 한국 인터넷상에서 굳건이의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실장석은 작고 약하고 더럽고 추악하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물인 주제에 인간의 '세레브한 삶'을 동경한다는 설정인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원에 놀러온 인간에게 먹을 것을 구걸한다거나 가택에 침입하여 음식을 훔치는 등 나쁜 방향으로 얽히는 일이 많다. 물론 인간 입장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해수, 해충에 지나지 않는 생물이므로 실장석과 인간의 조우는 대부분 (실장석에게) 비극으로 귀결되며, 심지어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을 즐기고 취미로 삼는 인간들[1] 도 적지 않아 절대 다수의 실장석 관련 컨텐츠는 분수도 모르고 까불던 실장석이 분노한 인간에게 참교육을 당해 죽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 바로 '''행복회로'''라는 설정이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실장석이 위기에 처하거나 한계 이상의 고통(심적, 신체적 고통을 막론하고)에 직면했을 때 발동하는 신체 매커니즘으로, 일종의 자기방어본능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실장석이 공원에 놀러온 인간을 만나 거만하게 먹을 것을 요구한다.
- 그러나 그 인간은 학대파였기 때문에, 저절로 찾아온 멍청한 실장석을 보란 듯이 걷어찬 뒤 손에 든 몽둥이를 치켜든다.
- 극한상황에 몰린 실장석의 행복회로가 발동한다.
- 학대파 인간은 갑자기 손에서 몽둥이를 떨어트리고, 너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실장석을 걷어차다니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며 사죄한다. 그리고 자신의 화려한 집으로 데려가 매일같이 스시와 스테이크를 대접하며 실장석을 애지중지 떠받들어 모신다. 실장석은 인간을 노예로 부리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 행복회로가 끝나고 실장석은 현실로 돌아온다. 방금 본 그 광경들은 전부 자신의 행복회로 속의 환상이었고, 현실에서의 자신은 이미 인간이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전신 타박상을 입은채로 날아가 저 먼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 현실과 환상사이의 갑작스러운 전환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실장석은 자신 앞에 놓여있던 진수성찬들은 어디가고 자신이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찬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지를 잠깐 고민하나, 행복회로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곧 전신을 엄습하자 비명을 지르게 된다.
2. 넷상에서의 은어화
위에서 언급한 실장석의 동명의 설정에서 따와서, 영 좋지 못한 상황에서 어거지로 행복한 미래를 망상한다는 농담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전의 실장석처럼 진심으로 저런 팔자 좋은 전개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어서 행복회로 드립을 치는 게 아니라 이런 정신승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가망이 없는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는 용도로 치는 경우도 있고, 진심으로 믿어서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댓글로 비웃기 위해서 행복회로 드립을 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위처럼 CPU에 '행복'이라 써놓은 짤방이 이용된다. 원래의 정신승리적 뉘앙스를 콕 집어 표현하고 싶을 땐 '행복회로 과부하' '행복회로 오버클럭'과 같이 표현한다.
학대 컨텐츠라는 특성상 호불호가 몹시 갈리는 컨텐츠인 실장석에서 유래한 표현이나, 실장석과의 연관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드립으로 독립해버린 통에 행복회로는 알아도 그게 실장석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이젠 심지어 주요 일간지 기사에까지 등장했다. #1 #2
유의어로 '''희망회로'''가 있는데, 안 좋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잘 될 거란 희망을 가지지만, 도무지 가망이 없어보이는 경우 '''자조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개 회로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웬만해선 비웃지 않는 암묵의 룰까지 있을 정도...
반대 의미로 '절망회로'도 있다. 말 그대로 부정적인 미래를 굳이 상상한다는 의미이다.
[1] 소위 '학대파'라는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