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M Season X - World Championship/리그 오브 레전드/결승
1. 결승전 SKT T1 vs Fnatic
같이 B조에서 올라왔고 롤드컵을 이겨 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 대회 도중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팀의 대결. 두 팀의 결승전까지의 전적은 상당히 극단적이다. SKT T1은 결승까지 전승으로 올라왔기에 전승 우승을 노릴 수도 있다. 한편 프나틱은 단판전 이후 모든 경기를 2:1로 진땀승하고 올라왔다. 두 팀이 치른 경기 수가 무려 2배 넘게 차이난다.
소속 리그의 위상도 그렇고 IEM에서의 퍼포먼스도 SKT가 우위에 있다. 다소 불안한 모습이던 레클레스와 달리 뱅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불안요소로 지목되던 블랭크와 울프 또한 물 오른 실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프나틱은 감수와 스피릿이 갑자기 각성함과 동시에 결승까지 꾸역꾸역 기어올라오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평을 들었던 만큼, 방심하기는 이르다. 나름대로 서양 올스타 팀인 TSM에게 중후반 스로잉 덕에 2:0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SKT의 초반을 풀어가는 능력은 현 롤챔스의 정점인 락스 타이거즈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블랭크와 페이커가 4강 마지막 2세트에 아주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에, 팀은 삽질해도 개인은 언제나 유체미였던 페비벤과 리그 13경기 내내 삽질하다가 IEM 월챔에서 뜬금 부활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스피릿의 미드 정글 듀오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프나틱 입장에서는 분명 리그에서 감수가 극딜을 당했으나, 현재 팀의 승패는 기승전 스피릿에서 '스피릿+레클레스'로 변화하고 있다. 사실 리그에서 레클레스의 퍼포먼스는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일부 한국팬들의 비판과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리그 공동 1위 중 한 팀인 G2를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둔 비결도 레클레스의 코그모. 하지만 이번 대회 레클레스의 폼은 진을 잡지 못하면 그말싫 수준이었다. 그런데 4강 3세트에서 칼리스타로 라인전을 리드하고 카이팅을 하는 모습은 뜬금없는 부활이었기에, 기세는 좋은 상황이다.
두 팀의 리그 내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디펜딩 챔피언이고 선수들을 많이 잃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준수한 전력보강을 하면서 선전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각각 정글 메타 적응 문제와 의사소통 문제로 중위권으로 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리그 2위 kt를 완파하기도 하고, 공동 1위라인 3팀 중 2팀에게 승리를 거두어보기도 하는 등 저력은 있다는 평가였으나 좀처럼 그 저력이 확실한 결과물로 발휘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IEM을 통해 리그에서도 부활의 날갯짓을 펼칠 여지가 생긴 셈이다. SKT 입장에서는 우승 아니면 실패로 느껴질 대회일 것이고, 프나틱 입장에서는 QG와 2승 2패, RNG와 2승 1패를 거두며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만큼 여기까지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뜬금없이 현 프나틱의 주역으로 등극한 스피릿 입장에서는 IEM 월챔 2연준 대신 우승컵을 들고 싶을 것이다.
1.1. 1경기
밴픽은 SKT의 진 칼밴[1] 으로 무난하게 시작. 이후 페이커가 코르키를 픽하자 제드와 코그모로 응수하고, 이에 이즈리얼까지 나오며 '폭딜 미드 + 하드 캐리 원딜' 대전이 성립되었다.
페이커는 '''착취의 손아귀를 찍고 도란의 검으로 시작하는''' 특이한 빌드를 사용했다. 덕분에 초반 유지력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고, 제드가 킬각을 잡고 들어왔을 때는 도란의 검의 체력 덕분에 살아돌아갈 수 있었다. 결국 한 번 솔킬을 내주었으나 바로 따라온 그라가스가 킬을 획득하며 만회. SKT의 운영이 앞서면서 조금씩 이득을 굴려나가고 용 3스택까지 쌓아서 무난한 승리가 나오는 듯 했지만, 스피릿의 리 신이 코르키을 제대로 배달하여 처치하고 후퇴 과정에서 손해를 보아 초반의 유리함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한타 때마다 뽀삐가 훌륭하게 코그모를 물고 늘어지며 한타를 지배했고 2원딜은 열심히 딜을 넣었기에 제드는 한타에서 상대의 CC와 화력이 무서워 진입각조차 잡지 못하고 고전했다. 딜러 2명 뿐만 아니라 뽀삐마저 수은 장식띠를 구매하여 트런들의 궁극기를 봉쇄하는 플레이가 빛을 발했고, 킬을 몰아먹은 뽀삐가 가시갑옷까지 구매하자 변수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리 신이 최대한 상대 딜러진을 저격하려고 노력했지만 후반 한타때 페이커의 코르키가 리 신에게 차여서 날아가는 도중 수은 장식띠-점멸로 탈출하는 피지컬까지 보이며 변수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 플레이를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분석해 본 사람에 의하면 페이커가 리 신 궁에 맞고 날아가는 도중에 수은을 쓰는데 0.25초, 이어 점멸로 피하는 데 0.1초가 걸렸다고 한다. 분석 글
1.2. 2경기
스피릿과 레클레스가 2연속 리 신, 코그모를 뽑는 등 양 팀 모두 대체로 픽이 비슷하게 갔는데, 페이커가 막픽으로 '''미드 벨코즈'''를 꺼냈다. 해설진의 언급에 따르면 LCK 미드라이너들이 한참 연구 중에 있고, 페이커 역시 연습을 했다고는 하는데 공식전에선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초반에 라인 스왑 과정에서 뽀삐가 많이 말렸고, 야심찬 벨코즈 픽도 라인전에서는 주도권이 밀리는 편이었다. 그나마 코그모가 라인 스왑 때 경험치와 CS를 이즈리얼보다 많이 챙기지 못했고 엘리스의 CS가 리 신보다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성장이 필요한 이즈리얼이나 뽀삐가 한번씩 죽었기 때문에 SKT가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킬을 따라잡았고, 운영 단계에서 벨코즈와 이즈리얼의 포킹으로 이득을 많이 챙겨갔다. 벨코즈가 핑와 지우던 리 신의 체력을 60%나 지워버리고, 이후 리 신이 빠진 사이에 포킹 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다음에 프나틱의 미드 1차 타워를 대놓고 부숴버렸다.
게임의 운명은 21분, 드래곤 쪽 한타에서 결정났다. 용을 치고 빠지는 SKT를 추격하면서 노틸러스가 이니시를 걸었는데 하필이면 QR 모두 브라움에게 들어가버렸고, 역으로 날아온 브라움의 궁극기에 좁은 길목으로 들어오던 프나틱이 전체적으로 발이 묶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봇라인 쪽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 리산드라의 궁 이니시는 엘리스에게 들어가버렸고, 그 상황에서 '''벨코즈가 상대 팀원 3인에게 궁을 적중시키는 궁 대박을 치면서 추격전 끝에 노데스 에이스를 띄우는''' 한타 대승을 거두며 게임을 뒤집어 버린다. 이후 용먹고 바론으로 달려간 SKT였지만 바론을 잡던 중 엘리스가 처형당해 버리는(...) 바람에 상대방의 역바론 위기가 찾아왔지만, 다시 돌아온 벨코즈의 궁극기에 프나틱이 물러나면서 손해는 보지 않는 선에서 끝나게 된다.
그 다음부터 한타 때마다 벨코즈 이즈리얼의 강력한 기동전 및 조건부 장거리 광역딜이 진가를 발휘하는 동안 프나틱 측의 핵심 딜러인 코그모가 뽀삐에게 휘둘린 결과 SKT가 상당히 앞서나갔다. 심심하면 뽀삐가 물러 달려오고, 어찌저찌 자리 잡고 쏘려고 하면 벨코즈의 광선에 꿰뚫리니까 코그모가 제대로 딜을 할 수가 없었다. 탑 한타에서는 이즈리얼이 상대 코그모 쓰레쉬를 상대로 '''2 대 1'''을 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일단 정조준 일격을 둘 다에게 적중시켰고, 이후에도 신비한 화살을 쏘면 쏘는 대로 맞는 통에 코그모가 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틈 나면 오른쪽 본 부대에도 화력 지원을 했는데 그 2 대 1에서 쓰레쉬를 잡았다.
억제기를 밀고 나서 여유롭게 귀환하던 블랭크가 끊어먹히고 벨코즈의 궁까지 빠진 상황이라 프나틱은 바론을 시도하며 최후의 역전을 노려봤으나, 벨코즈를 노린 노틸의 밧줄 견인이 빗나가고, 벨코즈, 이즈리얼의 지속된 포킹에다 바론에게 지속딜까지 얻어맞으며 체력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벨코즈의 난해한 스킬샷이 프나틱 선수들 사이로 파고들며 딜을 했고, 명불허전 뱅즈리얼은 가히 압도적인 신비한 화살 적중률을 과시했다. 어쩔 수 없이 한타로 전환했지만 적 딜러진을 제대로 노리지 못한 데다 낮은 체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화력에 차례차례 쓰러지며 프나틱이 결국 2세트까지 패배.
참고로 이 경기까지 SKT는 6전 전승, 프나틱은 12전 6승 6패라는 상당히 기묘한 성적을 기록했다.
1.3. 3경기
SKT는 이번에도 진을 칼같이 밴했고, 참다 못한 프나틱이 결국 뽀삐와 이즈리얼을 밴해버렸다. 스피릿은 3연 리 신을 선택했고, 막픽으로는 페이커의 제드와 탑 그레이브즈가 나왔다. 페비븐은 1세트 페이커처럼 도란의 검-착취의 손아귀를 들고 나왔다.
해설진은 제드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표했다. 이번 시즌 LCK에서 제드는 큰 활약을 못 했기 때문이다. 제드 장인이라는 미키와 비디디가 둘 다 1인분을 못 하고 빌빌거린 것도 있고, 제드가 솔랭에서야 학살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준수한 프로 팀들은 제드를 무난히 상대하는 방법을 익혔다. IEM에서도 페이커의 제드를 포함해서 제드들이 별로 힘을 못 썼다.
초반에 SKT가 바라던 라인 스왑이 성사되어 좋게 시작했으나, 다시 맞라인이 됐을 때 노틸러스가 미니언을 받아먹지 못하게 갱으로 따내면서 프나틱이 이득을 챙겨갔다. 페이커는 앞서 자신이 선보인 도란 검 착취 코르키와 미드를 집요하게 시팅하는 리 신에게 고통받았다. 심지어 스피릿은 음파를 날리면서 미니언을 강타로 지워 제드에게 정확히 꽂아넣는 묘기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프나틱의 미드 공략 과정에서 벌어진 한타 때 프나틱이 알리스타에 집중하는 동안 진입한 제드가 아슬아슬하게 죽지 않고[2] 킬을 획득, 한타를 대승하면서 순식간에 제드가 킬을 몰아 먹고 폭풍성장해버렸다. 그 때부터 제드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궁도 없이 그림자로 진입해서 순식간에 칼리스타를 썰고 빠져나올 정도. 제드를 한 번 우르르 몰려가 끊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4명의 SKT 팀원들에게 탑 2차에서 포위당한 프나틱은 귀환을 시도하는데 이때 제드가 합류하면서 SKT는 미니언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이브해 코르키, 칼리가 순간적으로 끊기면서 또 한 번 대패. 결국 바론 쪽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쓰레쉬 바론 스틸 시도(...)까지 좌절되자 프나틱은 미련 없이 서렌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여기서 프나틱이 패배함에 따라 SKT는 전승 우승, 프나틱은 준우승 팀임에도 최종 승률이 5할이 안 되게 됐다.(...)
공개된 결과에서 나온 칼리의 딜량은 처참한 수준으로, 쓰레쉬의 3.2k, 알리스타의 2.8k보다도 낮은 2.5k로 3경기 딜량 꼴찌였다.
2.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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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SKT 걱정"이라는 중계진들의 말이 있긴 했지만, 사실 SKT 입장에서는 2016년 그 어느 때보다도 얻은 것이 많았던 대회였다. 특히 블랭크의 방송 울렁증이 사라진 것이 크다. LCK에서 항상 정글링만 하고 존재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여기저기 정신없이 공격적 모습으로 치면서 매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아직 판단 미스가 보이긴 하지만 전보다 매우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수비형/공격형 정글러를 모두 이제 활용 가능해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SKT 팀 차원에서도 그간 벵기가 니달리를 다루지 못해 밴픽이나 이후 정글링에서 고통받았던 점을 이제 블랭크가 니달리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어 다소 극복 가능해졌다는 점도 플러스. 듀크 역시 전형적 탑솔에서 다른 라인에 영향을 주는 모습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였으며 뽀삐, 트런들 등 현재의 대세 탑솔 챔을 능숙히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울프도 LCK에서 스킬샷 적중률이 떨어지고 자주 끊기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바드로 킬 관여율 100%를 달성하여 밴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우수한 스킬샷 적중률을 보여주며 현 대세 챔프들을 신무기로 장착하는데 성공했다. 페이커 역시 다양한 챔프들을 선보이면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였고 특히 집요하게 미드를 후벼파는 상대방의 노림수에도 꿋꿋이 cs를 챙겨 딜을 욱여 넣는 평소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2014년 때 SKT의 암흑기에도 이벤트 대회긴 했지만 각 팀들이 나름 진지하게 임했던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만큼 실제 LCK에서 어떨지는 경기를 해봐야 알 것이긴 하다. 약간 다른 점은, 2014년에는 다른 팀원들의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던 것을 페이커가 제드로 바론스틸을 하는가 하면 결승전에서 상대 미드의 장인챔을 털고 나서 그 장인챔을 뺏어와 털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머리채를 잡고 캐리한 느낌이었는데, 이번 IEM에서는 블랭크 등 나머지 팀원들의 폼이 전체적으로 올라가서 스무스하게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한편 패배한 프나틱 역시 얻은 것이 많았는데, 심각한 약점으로 지목받던 팀워크가 기묘한 진 조합을 시작으로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고 또한 새로 영입한 감수, 스피릿의 코리안 듀오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고무적. 감수는 준결승까지 이니시를 걸 수 있는 탑솔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팀들을 패배시켰고, 결승에서도 SKT에게 한타 때 많은 위협적 장면을 연출했다. 스피릿 역시 자신의 폼을 상당히 되찾아 클래스는 영원함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리신에 한정된 것이라 보였던 것이 엘리스로도 캐리를 하며 과연 그제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하게 했다.(...) 리신으로 밴 카드를 뺄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 레클레스 역시 진을 사용할 때의 경험이 약이 되었는지 진 뿐만 아니라, 코그모, 칼리스타로 잘 끊기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프나틱의 향후 LCS 전망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전체적으로 양 팀 다 얻은 것이 많았던 경기로 SKT는 블랭크의 성장과 향후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고, 프나틱은 전체적인 팀 전력 상승 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던 매치.
[1] OGN 중계 화면에서 밴픽 화면을 틀어주기 전에 이미 진이 밴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평소에도 상대의 변수를 차단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SKT의 밴픽 철학이 이번에도 발휘된 것.[2] 궁을 쓰고 딜을 넣고 실피로 빠져나가는 제드를 위해 옆에서 뱅이 힐을 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