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괴담
1. 개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의 흉흉한 분위기를 틈타 퍼진 이야기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2. 강물에 떠내려온 인형
IMF로 인해 감봉당해, 데이트비용이라도 줄여 보러 한강고수부지로 놀러간 나와 내 여자친구.
강변에서 놀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강물을 한참 쳐다보더니 인형이 떠내려온다고 같이 주우러 가자고 내 손을 잡아당겼다.
강변 가까이로 떠내려온 인형에 손이 닿는 순간, 절대 인형의 감촉이 아닌 음습하고 축축한 촉감에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갑자기 여자친구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잡아당긴 인형은 인형이 아니라 '''죽은 유아의 사체'''로, 생후 1년도 안된 아이의 사체였던 것이다...
경찰에서는 IMF로 인해 아이를 양육하기 힘들어진 부모가 아이를 버린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으나, 실종신고는 물론이고 어떤 사건 신고도 접수되지 않아 아이의 신원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일로 나와 여자친구는 강변 데이트는 물론이고, 한강을 지나가는 일조차 꺼리게 되었다.
3. 왜 자르셨어요
내 친구 A가 다니는 회사가 입주해 있는 강남의 어느 빌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지난 IMF 때 수많은 회사에서 정리해고가 있었다. A의 동료였던 B도 불행히 명예퇴직을 당했다. 사원감축이라는 명분이었으나, 명예퇴직자는 한 명뿐이었고, 그 대상이 하필 B였다.
B는 성실하기로 소문난 사원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을 둘러싸고 회사에서는 뒷말이 분분했다. 사장의 친척 뻘 되는 다른 직원이 B에게 뒤로 부탁한 것을 안 들어줬기 때문에 눈밖에 났다는 말도 있었고, B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사장에게 전혀 아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B는 부인이 임신 8개월이고, 돌봐드려야 하는 부모님이 계신다며, 열심히 하겠으니 제발 봐달라고 애원했지만, 회사사장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B는 왜 자신이 명예퇴직을 해야 하는지 이유만이라도 듣고 싶다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그것도 유야무야 되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B는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IMF라서 모든 회사가 감원추세인데 어디서 B를 채용하겠는가. 절망한 B는 두 달 뒤 한강에 몸을 던졌다. 소식을 들은 회사 사람들은 결국 회사가 B를 죽인 셈이라며 뒤에서 회사사장의 불공정했던 처사를 비난했다.
B의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 뒤였다. 야근을 하던 직원들 사이에서 B를 봤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서 봤다고 했고, 누군가는 사무실 한 귀퉁이에 서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 온갖 유언비어가 퍼져나갔다. 돌고 돌던 이야기는 결국 사장의 귀에 들어갔다. 사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코웃음 쳤다. 그러나 직원들은 점점 야근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아무도 야근을 하려 하지 않게 되었다. 사장은 고심 끝에, 자신이 직접 남아 야근을 해서 소문이 유언비어임을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12시가 넘어 모두들 퇴근하고 사장이 혼자 남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때였다. 1시가 조금 안되었을 때, 갑자기 형광등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내일 아침에 형광등 갈라고 해야겠군."
사장은 중얼거리며 책상 위의 스탠드를 켰다. 스탠드 불빛이 켜지나 했더니 형광등이 탁, 하고 불이 나가버렸다. 이어서 스탠드 불빛도 꺼져 버림과 동시에 컴퓨터 전원도 꺼져버렸다.
"에이. 하필 정전이야. 이래서야 일을 할 수가 있나."
사장은 다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사무실 한쪽 구석자리에 뭔가 희끄무레한 그림자 같은 것이 비쳤다. 예전 B의 자리였다.
"뭐지? 저게?"
사장은 눈을 크게 떴다. 순간 예전에 B가 쓰던 컴퓨터 전원이 켜졌다. 그러더니
타닥. 타닥. 타닥.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서워진 사장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감히 그 쪽에 가서 화면을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형광등 불이 들어왔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도 부팅되기 시작했다. 휴우-, 하고 한숨을 쉬며 사장은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아까 그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탁, 하고 모니터가 밝아진 순간, B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었다.
"으악!"
깜짝 놀란 사장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려다 그만 바닥에 넘어졌다.
B의 얼굴은 점점 클로즈업되었다. 무표정하게 사장을 노려보며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하는 B의 얼굴이 점점 모니터에 가득 차 갔다.
"아아, 미, 미안해. B씨. 내가 잘못했어…. 당신보다 일을 못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사장은 바닥을 기다시피 도망치려 했으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음날,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 사장은 사무실 한 구석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여름인데도 몹시 추운 듯, 입술을 달싹거리며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병원에 옮겨진 사장은 계속 헛소리를 하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뒤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이 끝난 뒤, 사장의 책상을 정리하던 직원들이 사장의 컴퓨터 메일 함에서 열지 않은 메일을 하나 발견했다. 발신인 아이디가 B의 이름이었고, 보낸 일시는 사장이 야근했던 그 날 밤 새벽 1시였다.
좀 찜찜해진 직원들은 열까 말까 망설였다가 결국 열어보기로 했다.
그것은 간단한 텍스트 파일로, 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
"왜 저를 자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