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L/플레이어''',<독백>,'''-엑스트라-'''
''' {{{#BBB0DC 은비}}} {{{#F1D2E7 사쿠라}}} {{{#DB706C 혜원}}} {{{#FCF695 예나}}} {{{#A7E0E1 채연}}} {{{#CEE5D5 채원}}}[br]{{{#B2B2B2 민주}}} {{{#B7D3E9 나코}}} {{{#F1C3AA 히토미}}} {{{#F3AA51 유리}}} {{{#567ACE 유진}}} {{{#D9598C 원영}}}'''
#6-1
<방송에 출연할 5명이 결정되고 며칠이 지났다.>
<오늘 레슨에서는 전체 연습을 한 후 방송에서 부를 곡을 선생님이 봐 주기로 하셨다.>
'''
(플레이어), 이거….'''
<유리가 불안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젤리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OK, 같이 먹자.'''
<약속을 지켜 유리에게서 받은 젤리를 입에 넣었다.>
<탱글탱글한 감촉과 함께 달콤한 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
…'''
'''그 날 이후로 매일 5명이서 같이 연습했잖아. 잘 될 거야.'''
'''
으, 응….'''
'''이렇게 젤리까지 먹었고!'''
그렇지? 성공을 위한 징크스니까.
<굳어 있던 유리의 얼굴에 미소가 희미하게 비쳤을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예나, 민주, 채원이, 히토미, 그리고 유리. 앞으로 나와라.
'''
네! …다녀올게.'''
'''그래, 힘 내!'''
<유리와 나머지 넷은 선생님 앞에서 커버 곡의 노래와 댄스를 선보였다.>
(연습을 계속 한 보람이 있었네. 느낌이 꽤 괜찮은데…)
<하지만 선생님의 평가는 비전문가인 나와는 좀 달랐다.>
'''선생님''' 으~음….
<5명의 공연을 본 선생님은 성에 차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선생님''' 나쁘지는 않은데… 제일 중요한 센터가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걸리네.
'''선생님''' 유리야. 첫 솔로 파트부터 청중을 단숨에 휘어 잡아야 해!
'''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 넌 센터잖아. 더 자신감을 가져. 알았지?
'''
네.'''
<선생님이 콕 집어서 지적을 하자 유리는 풀이 죽었다.>
'''선생님''' 그럼 한 번 더!
<선생님의 호령에 5명이 다시 각자의 위치에 섰다.>
(그렇구나. 센터는 돋보여야 하는 구나…)
<커버곡 연습은 도중에 몇 번이나 선생님의 지시를 받으며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5명의 움직임이 좋아지는 것 같긴 했지만….>
'''…'''
#6-2
'''
휴우~ 피곤하다~!'''
<레슨이 끝나자마자 예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
오늘 선생님 엄하시더라~.'''
'''
온몸이 ‘나 피곤해~’라고해!'''
'''
할 수 없지. 방송 녹화도 얼마 안 남았고….'''
<예나와 다른 멤버들은 힘들어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지만 즐겁게 웃고 있었다.>
<알차게 연습을 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
…'''
<그러나 유리 혼자 표정이 어두웠다.>
(선생님 말이 아직도 신경이 쓰이나)
'''유리야, 저기.'''
<어깨를 떨군 유리를 보며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플레이어)…?'''
'''아까 선생님 지적은 너무 마음에 두지 마. 후반에는 굉장히 좋아졌으니까.'''
'''
응, 괜찮아. 내게는 (플레이어)와의 징크스가 있잖아!'''
<유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난 남아서 연습을 하고 갈게.'''
'''잠깐만!'''
'''
응?'''
'''오늘은 무리하지 마. 연습 너무 많이 했어.'''
'''
하지만….'''
'''
유리야, (플레이어) 말이 맞아.'''
<다른 멤버들도 어느새 유리 옆에 서 있었다.>
'''
평소보다 레슨이 힘들었으니까 잠깐 숨 좀 돌리고 가지 않을래?'''
'''
찬성! 크레이프 먹으러 가자!'''
'''크레이프라….'''
'''
크레이프가 싫으면 고기는 어때?'''
'''고기는 안돼. 저녁을 못 먹게 되잖아!'''
'''
크레이프 좋네! 유리야, 갈 거지?'''
'''
으, 응.'''
<크레이프를 먹으러 가기로 결정하고 다들 신나게 수다를 떨며 레슨실을 나갔다.>
'''우리도 가자!'''
'''
응, 그래!'''
<유리는 웃으며 대답을 하긴 했지만>
<레슨실을 몇 번이고 돌아 봤다.>
#6-3
<방송 녹화 당일. 나는 사쿠라와 원영이와 함께 촬영 스튜디오에 있었다.>
<잡지 취재를 받는 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카메라맨''' 사쿠라, 좀 더 웃는 얼굴로. 으~음. 그게 아닌데.
<깐깐한 카메라맨이라서 요구하는 사항이 상당히 세심하다.>
<그래서 처음 예상보다 촬영 시간이 더 길어졌다.>
(큰일이네. 유리네랑 방송국에서 합류해 같이 스튜디오로 가려고 했는데…)
<설상가상 곧 리허설이 시작될 시각이다.>
(으~음. 일단 연락은 해 두자)
<나는 구석으로 가서 유리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플레이어), 뭐 하고 있어? 곧 리허설이 시작된단 말이야!'''
<발신음이 끊기자마자 유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실은….'''
<나는 유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
뭐? 촬영이 지연돼?!'''
'''그렇게 됐어.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
'''
…'''
<대답은 없지만 희미하게 들리는 숨결을 통해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미안해. 그래도 녹화 때까지는 늦지 않게 갈게!'''
'''
…응.'''
<짧은 대답에서 유리의 불안감이 묻어 나왔다.>
(이를 어쩐다.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해!)
'''유리는 잘 할 수 있어!'''
<난 전화 너머로 밝게 말했다.>
'''어제 연습도 엄청 잘 했잖아!'''
'''만에 하나 내가 못 가더라도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
하지만… (플레이어) 네가 없으면… 징크스가….'''
'''!'''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둘이서 같이 젤리를 먹는다.>
<그 징크스가 지금 유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유리야….'''
(어떻게든 돕고 싶지만…)
'''카메라맨''' 이봐, 매니저!!
'''앗, 네! 바로 갈게요! …유리야, 미안해. 가 봐야 하거든.'''
'''
응…'''
'''반드시 괜찮을 거야! …그럼 나중에 보자!'''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6-4
'''디렉터''' 그럼 IZ*ONE 5명, 방송 들어간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
자, 가자!'''
'''
아이, 아이…'''
'''4명''' IZ*ONE!
'''
…'''
<평소 외치던 구호로 기합을 넣는 4명과는 대조적으로, 유리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불안한 상태로 리허설을 마치고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유리는 하는 수 없이 중요한 징크스인 젤리를 혼자 먹어야 했다.>
'''
…'''
'''
열심히 연습했잖아! 유리야, 자신감을 가지고 해 보자!'''
<예나의 격려가 유리의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에도 담기지 않고 그냥 스쳐지나갔다.>
'''
응….'''
<드디어…무대 위에 선 5명에게 눈부신 조명이 비췄다.>
'''플로어 디렉터''' 자, 방송 5초 전. 3, 2…
<유리의 불안이 정점에 달했을 때, 짧은 인트로가 무대에 울려 퍼졌다.>
'''
!!'''
<결국 촬영이 너무 연장되는 바람에 나는 방송국으로 가지도 못했다.>
<촬영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가자…>
'''
아. (플레이어), 얘들아…!'''
<방송국에 갔던 멤버들도 이제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
'''미안해. 설마 이렇게 길어질 줄은… 어?'''
<나는 곧바로 위화감을 느꼈다.>
<멤버 중에 예나와 유리의 모습이 안 보였다.>
'''예나랑 유리는?'''
'''
유리가 그만 실수를 하는 바람에….'''
<민주가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6-5
'''
그 후에는 잘 했어. 근데 완전히 풀이 죽어서 스튜디오에서 계속 울었어….'''
'''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
기숙사로 가는 도중에 어디로 가 버렸어…. 일단 짐을 놔 두고 찾으러 가자고 얘기하던 중이었어.'''
'''뭐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바로 기숙사에서 뛰어 나갔다.>
<유리는 기숙사 근처에 있는 공원의 벤치에서 앉아 있었다.>
<아직 울고 있는 건지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예나가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
아, (플레이어)!'''
<예나가 먼저 나를 알아차렸다.>
'''유리야….'''
<난 두 사람 옆으로 다가가며 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
…'''
<유리는 나를 힐끔 쳐다 보더니 다시 바로 고개를 숙였다.>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눈물로 범벅이 된 유리의 얼굴이 보였다.>
'''걱정했잖아. 자, 그만 가자.'''
<손을 내민 날 보더니 유리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
…'''
<말은 없었지만 ‘그냥 내버려 둬’라고 내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
<젤리의 징크스가 내 머리를 스쳤다.>
<같이 하기로 약속한 징크스, 유리의 소중한 마법.>
(그 중요한 약속을 오늘 내가 깨 버렸어…)
<첫 번째 인생 때는 없었던 전개다.>
<그 사실이 가지고 온 결과의 무게가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