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시차
1. 개요
'''균시차'''(均時差)는 평균태양시와 시태양시의 차이이다. 평균태양시는 통상 사용하는 시계의 시각과 관련이 있으며, 시태양시는 태양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세부 설명은 시간 체계 문서 참조.
부호를 고려하면 균시차는 (시태양시)-(평균태양시)이다. 반대 부호로 정의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전자를 기준으로 서술한다.
2. 역사
기계로 돌아가는 시계가 나온 때는 서기 17세기 경이다. 이전에는 해시계와 물시계 등으로 시간을 알아보았는데, 그 당시로서는 시계의 정확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해시계는 시태양시(엄밀하게는 진태양시와 다르다.)를 나타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언제나 일정하지는 않았으나, 균시차를 관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그런 오차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기계식 시계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정확도에 문제가 생겼다. 기계식 시계는 1초의 시간간격이 일정하게 설계가 되어 있었으나, 기존에 있던 해시계와 같이 시태양시를 쓰는 시계와 시차가 매번 달라진 것이다. 이에 보정 값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이 균시차이다.
3. 원인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동시에 하면서 하루의 길이가 결정된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간 56분 4초로 하루의 길이인 24시간보다 살짝 짧다. 태양이 남중하고 나서 다음날 다시 남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시태양일이라 한다. 즉 하루의 길이와 같이 정의하는데, 사실 이 시태양일은 평균 24시간이며 매일매일 다르다.
시태양일의 길이가 균시차를 결정한다.
3.1. 타원 궤도 이심률
지구가 이상적인 원 궤도를 돈다면 하루동안 공전하는 각도는 일정하므로, 진태양일 역시 일정하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 지구의 자전주기 동안 공전한 각도가 커질수록 하루가 되기 위해 더 돌아야 하는 각도(그림의 연두색 직선이 이루는 각)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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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타원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태양과의 거리와 공전속도가 매번 달라진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동안 공전한 각도는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그 값은 최대 ±3% 정도까지 벌어진다.
지구가 공전을 하지 않으면 시태양일이 23시간 56분인데 평균적인 공전의 영향은 4분 정도 길어지게 된다. 근일점에서는 공전 속도가 3% 더 빠르므로 공전의 영향은 시태양일을 4분 하고도 7초 정도 더 길어지게 한다. 즉 시태양일은 24시간+8초가 된다. 반대로 원일점에서는 3% 느리므로 시태양일은 24시간-8초가 된다.
하지만 타원궤도의 영향보다 더 지배적인 요소가 있다.
3.2. 지축 경사
지구의 공전궤도면과 자전축은 수직이 아니고 66.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즉 엄밀히 따지면 공전방향과 자전방향이 반시계방향으로 동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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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관측할 때 '태양이 남중한다'는 의미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위 그림과 같이 시선을 기울여야 한다. '''자전축과 평행한 방향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전축이 점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천체의 남중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축 방향으로 비스듬히 보면 지구의 공전궤도가 살짝 찌그러져 보이며, 찌그러지는 방향은 하지-동지 지점을 이은 방향이다. 지구는 23.5도 기울어져 있으므로 찌그러지는 비율은 대략 8%($$1-\cos(23.5deg)$$)정도 된다. 지구가 하루에 공전하는 각이 일정하다고 해도, 위 그림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 위치마다 '''겉으로 보이는''' 공전 각도가 달라진다.
- 하지와 동지에서는 거리 방향으로 수축하기 때문에 각도가 늘어난다. 대략 8% 증가한다.
- 춘분과 추분 때에는 공전 방향으로 수축하기 때문에 각도가 줄어든다. 대략 8% 감소한다.
3.3. 두 원인이 미치는 영향
시태양일의 길이가 균시차의 변화를 결정한다. 시태양일이 24시간보다 길면 남중시각은 늦어지고, 짧으면 일러진다.
자료 출처:천문우주지식포털
시태양시가 정오가 될 때 태양이 남중하며, 표준자오선에서의 평균태양시가 곧 그 지역의 표준시이다. 따라서 균시차는 12시 정각에서 '표준자오선에서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시각'을 빼면 된다. 남중시각이 정오보다 이르면 균시차는 (+), 정오보다 늦으면 (-)부호가 된다.[1]
시기별로 정성적인 변화를 보면 아래와 같다.
누적 값은 반대 방향의 변화와 상쇄되기에 그 시기의 변화보다 일정 기간[3] 더 늦게 따라간다.
그래프는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가로축은 1월 1일로부터 경과한 날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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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백과, CC-BY-SA.
참고로 균시차는 주기적인 변화를 보인다. 1년이 지나면 하루하루 누적된 변화량이 상쇄되어 0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지구의 이심률 변화나, 근점과 원점의 이동,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로 인해 변화 양상이 달라진다.
4. 현상
위 문단에서 서술했듯이 같은 지역에서 남중시각의 변화가 일어난다. 2020년 기준 변화 폭은 여름에 10분 정도, 겨울에 30분 정도로 벌어진다.
우선 특정 지역의 '''연평균''' 남중시각은 그 지역의 경도와 표준자오선에 따라 결정된다. 서쪽으로 경도로 1도 옮겨갈 때마다 남중시각은 4분씩 늦어진다. 서울의 경우 경도는 127.0도이고 동경 13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서쪽으로 8도 벗어나 있다. 연평균 남중시각은 정오에 32분을 더한 '''12시 32분'''이다.
2020년 연평균 남중시각 T0를 기준으로, 하절기에는 T0-4분(5월 14일경)~T0+6분(7월 26일경) 범위, 동절기에는 T0-16분(11월 3일경)~T0+14분(2월 12일경)으로 벌어진다. 즉 서울 기준으로 하절기는 12:28~12:38, 동절기는 12:16~12:46.[4] 동경 139.7도인 도쿄에서는 연평균 남중시각이 11시 41분이므로 하절기 11:37~11:47, 동절기 11:25~11:55 범위로 매우 일찍 남중한다.
앙부일구와 같은 해시계는 시태양시를 가리키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시계와 맞추려면 시차보정표가 있어야 한다. 참고로 이 시차보정표에서 왼쪽에 '12시~'를 붙이면 날짜에 따른 남중시각의 그래프가 된다. 물론 지역에 따라 시차보정표는 달라지며, 강원권이나 영남 지방에서는 남중시각이 이르므로 보정표의 그래프도 아래로 내려간다. 이 기사의 사진과 같이.
4.1. 아날렘마
구글 이미지 검색
아날렘마(Analemma)는 태양의 8자운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관측 및 촬영은 '''같은 시각(평균태양시), 같은 장소, 같은 방위에서 1년에 걸쳐''' 이루어진다. 2020년 북반구 기준으로 8자 궤적의 작은 부분이 위에 있고(하절기), 큰 부분이 아래에 있다(동절기). 같은 평균태양시를 기준으로 균시차가 클수록 시태양시가 일러지므로 상대적으로 서쪽(오른쪽)에 위치하게 된다. 아침에 촬영하면 8자 궤적은 왼쪽으로 누운 모양을 하며, 오후에 찍으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반대로 2020년 남반구에서는 8자 궤적이 거꾸로 선 볼링핀 모양으로 뒤집어지며, 균시차가 +부호인 날에는 서쪽(왼쪽)으로 치우친다. 아침에 촬영하면 오른쪽으로, 오후에 촬영하면 왼쪽으로 누운 모양이 나온다.
4.2. 일출몰시각 변화
1년에 걸쳐 낮의 길이가 바뀌면서 일출몰시각도 바뀐다. 여름에는 해가 일찍 떠서 늦게 지고, 겨울에는 해가 늦게 떠서 일찍 진다. 그래서 북반구에서는 대부분 하짓날에 해가 가장 일찍 떠서 가장 늦게 지고, 동짓날에 가장 늦게 떠서 가장 일찍 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대략 40 °N 이북에서만 그렇고, '''그 이남에서는 그렇지 않다.'''[5]
뉴스 막바지 일기예보나 신문 일기예보에 나오는 해 뜨는 시각과 해 지는 시각을 일일이, 꾸준히 기록해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혹은 천문우주지식포털에서 알아볼 수도 있다.
이것은 남중시각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망종~하지~소서 기간과 대설~동지~소한 동안은 낮의 길이가 정체되는 시기이다. 이 때 남중시각이 늦어지기 때문에 출몰시각 역시 둘 다 덩달아 늦어지게 된다. 아래 표와 같이.
가장 일찍 뜨거나 지는 날과 가장 늦게 뜨거나 지는 날은 하지, 동지에서 며칠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철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남중시각이 가파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월에는 동짓날이 지나고도 한참동안 해가 매우 늦게 뜨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벗어남'은 위도가 낮을수록 커진다. 위도가 낮으면 낮밤 길이의 변화 폭이 작으므로 균시차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북위 1도인 싱가포르의 경우, 낮은 12시간 3분~12시간 12분으로 9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하지와 동지 부근에서는 그 차이가 매우 적으므로 낮 길이가 사실상 같다. 그래서 낮 길이의 차이는 거의 안 나도 균시차대로 일출과 일몰이 늦어져 한국보다도 하지와 동지 부근에 일출일몰시각이 바뀌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반면에 위도가 높으면 낮밤 길이의 변화 폭이 크므로 균시차의 영향을 덜 받아 하지에 해가 가장 일찍 떠서 늦게 지고, 동지에 가장 늦게 떠서 일찍 진다. 다만, 변화 폭에 영향을 주어 아래의 효과가 미미하지만 있기는 하다.
한편 봄과 가을에는 남중시각이 일러지는데, 낮의 길이가 급격히 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출몰시각 변화 폭도 달라진다. 봄철에는 일출시각이 일러지고 일몰시각이 늦어진다. 남중시각은 일러지므로 일출시각은 급격히 일러지고(하루에 90초 정도), 일몰시각은 서서히 늦어진다(하루에 55초 정도). 가을철에는 일출시각이 서서히 늦어지고(하루에 50초 정도), 일몰시각은 급격히 일러진다(하루에 90초 정도).
위 표에서 한 달에 걸친 변화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낮의 길이가 짧아짐과 같이 남중시간이 일러지기 때문에 일출의 변화보다, 일몰의 변화가 훨씬 크다. 따라서 해가 점차 일찍 지기 때문에 우울함을 느낄 수 있다. 처서까지만 해도 19시 30분이 되어서야 어두워지다가 상강이 되면 18시에 어두워 지는셈으로, 해가 일찍 지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몸으로는 일찍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출시각과 일몰시각은 대체로 7달동안 늦어지다가 5달동안 일러진다. 서울에서 해 뜨는 시각이 일러지는 기간은 1월 7일~6월 14일이며, 해 지는 시각은 6월 30일~12월 7일에 걸쳐 일러진다.
[1] 그 반대가 아니다. 단순히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시각만 보면 정오보다 늦으면 (+), 정오보다 이르면 (-)이지만 이와 반대로 계산한다.[2] 편의상 근일점에서 원일점으로 가는 구간의 정 가운데 점을 '제1 중앙점', 원일점에서 근일점으로 가는 구간의 정 가운데 점을 '제2 중앙점'으로 한다.[3] 이심률의 영향은 약 3달, 지축 경사의 영향은 약 1.5달[4] 이는 분 단위로 나타낸 것이며 1분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5] 당연히 낮의 길이는 하지가 가장 길고, 동지가 가장 짧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일출, 일몰 시각.[좌표] A B 37.549722 °N, 126.966944 °E. 서울 시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몇십 초 차이가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