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즈/배경

 


1. 마지막 한 발 #
3. 구 배경

말콤 그레이브즈는 어린 시절 빌지워터 부둣가의 후미진 뒷골목에서 자라며 싸움과 도둑질 등 훗날 유용하게 써먹게 될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밤 정박하는 밀수꾼의 보트에서 물건을 나르며 돈을 벌었다. 부두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고용되어 힘쓰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그레이브즈의 야망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시시했다. 결국 소년티를 겨우 벗자마자 그레이브즈는 총 한 자루를 슬쩍해 슈리마 본토로 향하는 배에 몰래 몸을 실었다. 그리고 도둑질과 사기, 도박을 하며 연안 지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큰돈이 걸린 머드타운의 불법 도박판에서 한 남자를 만난 후 그레이브즈의 인생 궤도는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트위스티드 페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기꾼이었다.
무모하리만큼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한패가 되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그레이브즈의 힘과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교묘한 말솜씨는 기가 막힌 궁합을 자랑했다. 시간이 가면서 서로를 신뢰하게 된 두 무뢰한은 부자들을 등쳐먹고 어리숙한 자들을 골려 먹었다. 또한 엄선해서 뽑은 부하들과 함께 여러 건수를 올리고, 기회가 날 때마다 경쟁자들을 팔아넘겼다.
가끔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돈을 전부 날려 먹기는 했지만, 그레이브즈는 곧 다가올 모험에 기분이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은 발로란 남부의 국경 지대에서 납치된 상속자를 구출한다는 구실로 두 녹서스 명문가를 이간질했다. 그리고 보상금만 챙기고 상속자를 팔아넘겨 버렸다. 필트오버에서는 난공불락의 태엽장치 금고를 유일하게 뚫은 도둑들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금고의 보물을 모두 털었을 뿐만 아니라, 경비대원을 꾀어 훔친 화물선에 싣도록 한 다음 태양 관문을 통해 도망쳤다.
범행이 발각될 때쯤이면 둘은 멀리 달아난 뒤였고, 현장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카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들의 운도 거기까지였을까?
크게 한탕을 하려다 그만 일이 꼬여 버렸고, 그레이브즈는 현지 집행관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 와중에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악명 높은 범죄자 수용소에 갇힌 그레이브즈는 수년간 독방에 갇힌 채 고문당했고, 옛 동료를 향한 원한은 점점 깊어져 갔다. 정신력이 약했다면 그대로 무너졌겠지만, 말콤 그레이브즈는 달랐다. 복수심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그레이브즈는 교도소장의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하던 끝에 그는 고향인 빌지워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현상금이 걸린 채 쫓기고 있었다. 현상금을 타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추격을 계속한 그레이브즈는 결국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마주했지만, 해적왕 갱플랭크가 다른 해적선들과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두 사람은 옛 원한을 접어 두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했다.
그렇게 또 한 번, 그레이브즈는 고향에서 도망쳤다. 다만 이번에는 옛 친구와 함께였다. 두 사람 모두 수년 전 헤어졌던 동료와 재회하게 되어 기뻤지만, 그레이브즈 마음속의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믿음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그레이브즈는 여전히 빌지워터를 그리워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최후의 한탕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1. 마지막 한 발 #


텅 빈 술집, 부서진 탁자에 기대선 말콤 그레이브즈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현상금 사냥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좀 해. 술 맛 떨어지잖아.”
그레이브즈는 술병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데마시아 와인? 정말 이것뿐인가?”
온 사방이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 투성이였다. 간신히 몸을 숨긴 주인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저희 집에서 제일 비싼 술이라굽쇼.”
“그래, 그래. 남은 술이 그거밖에 없겠지.” 그레이브즈는 박살 난 술병들을 내려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장이 벌벌 떠는 게 당연했다. 여기는 매일 혈투가 벌어지는 빌지워터가 아니니까. 필트오버는 그레이브즈가 태어난 빌지워터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깨물어 바닥에 뱉고 병나발을 불었다. 그러더니 부자들이 하던 것처럼 와인 냄새를 맡고 술을 혀 위에서 굴려보았다. “오줌 맛이네. 뭐 공짜 술에 이렇다저렇다 할 수 없겠지만? 안 그래?”
부서진 창문 너머로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포기하시지. 우린 일곱이고 너는 혼자야. 좋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그레이브즈는 피식 웃으며 받아 쳤다. “당연하지. 좋게 끝나길 기대했나? 그럼 친구들을 더 모아보라고!” 술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일하러 갈 시간이네.” 특수 제작된 산탄총을 긴 탁자에서 집어 들며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새 탄환이 장전되는 위협적인 딸각 소리는 바깥까지 울려 퍼졌다. 한 번이라도 그레이브즈를 만났던 사람이라면 이 소리를 모를 수 없다. 파멸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
그레이브즈는 미끄러지듯 문 쪽을 향해 다가갔다. 유리조각이 장화 굽 아래 경쾌하게 부서졌다. 그는 몸을 굽히고 깨진 창문 너머를 흘끗 쳐다봤다. 네 명의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선술집 안쪽으로 석궁과 소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둘은 작업장이 있는 이층에, 둘은 그늘진 문간이었다.
아까의 새된 목소리가 외쳤다. “지옥 끝에서부터 너를 쫓아 왔다고. 이 망할 자식아! 수배지에 생포하란 얘긴 없었어. 더 피 흘리기 싫으면 총이 보이게 손들고 걸어 나와.”
그레이브즈가 답했다. “나갈 거라고. 걱정 붙들어 매라니까.”
그리고는 바다뱀 은화 한 닢을 휙 던졌다. 동전은 럼주가 쏟아진 탁자 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앞면을 위로하고 멈췄다. 주인장이 바들바들 떨며 겨우 손을 내밀어 동전을 집어 들었다.
“문 값이야. 잘 챙겨놔.” 그레이브즈는 씩 웃었다.
“문이라굽쇼?” 주인장이 울먹이며 되물었다.
커다란 장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술집 앞문의 경첩을 부수어버렸다. 그레이브즈는 총알을 난사하며 박살 난 문 사이로 돌진했다. 텅 빈 필트오버의 거리로 경쾌하고 무시무시한 빛의 그림자가 날아오를 듯 어른거렸다.
“좋다, 이놈들아! 두 눈 크게 뜨고 어떻게 끝나는지 지켜봐라!”

2. 총잡이와 도박꾼


해당 문서 참조 바람.

3. 구 배경



3.1.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
'''후보: 그레이브즈'''
날짜: CLE 21년 10월 14일
'''관찰'''
말콤 그레이브즈를 보노라면 강인함이 느껴진다. 흉터와 굳은살로 뒤덮인 그의 육체는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하며, 표정은 항상 근엄하면서도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레이브즈의 한 손에는 항상 육중한 산탄총 한 자루가 들려있다.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총기지만, 어떻게 보면 그에게 딱 맞는 무기다.
하지만 그레이브즈의 진면목은 그의 눈을 봐야지만 알 수 있다. 그의 시선은 뭔가 그가 달성할 수 없는, 그의 손아귀에 닿을락 말락하면서 닿을 수 없는 어떤 목표에 고정되어 있다. 그 무엇도 그가 가는 방향을 돌릴 수 없다. 자신의 머리에 얹혀진 막대기로부터 대롱거리는 당근을 너무 오랫동안 쫓은 나머지, 그것이 속임수임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모습처럼 보인다.
'''회고'''
'어디 가나 똑같구먼, 높으신 분들은 항상 희한한 쇼를 좋아하는군.'이라고 그레이브즈는 생각했다.
그레이브즈에게 화려함은 사치였다. 그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대부분 그의 산탄총을 통해 진행했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먼 옛날, 그는 진심으로 남을 속이는 것을 즐겼었다. 멍청한 놈들을 골탕먹인 후, 들통 나기 전에 훌쩍 마을을 떠나는 게 그토록 즐거울 수 없었다. 물론 그때에는 자신과 비슷한 철학을 가진 동료가 있었다. 그 철학은 이랬다: '사기는 오래 칠수록 훌륭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좋을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를 등쳐먹었다.
배신에 익숙한 그레이브즈였지만,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그를 성공적으로 배신했다. 그 한 번의 실수로 그레이브즈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헌납해야 했었고, 다시는 그렇게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쓰디쓴 교훈이었지만, 그런 교훈일수록 머리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제 복수만 달성하면 완벽하다.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레이브즈를 상념으로부터 일깨웠다. 암울한 종말, 속아 넘어간 인생의 소리와도 같은 소리였다. 이미 무엇이 그를 기다릴지 알면서 그레이브즈는 몸을 돌렸다. 최근에서야 얻을 수 있었던 자유와 자신 사이에는 다시 익숙한 철창이 놓여있었고, 철창 반대편에는 그의 간수, 아레고르 프릭스 박사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프릭스의 눈 사이에 총알을 박아넣기 위해 팔을 들었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또 다시 프릭스의 개인 수용소에 갇힌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프릭스는 입가에 거품이 날 정도로 웃었다. 둥글납작한 체형과 구역질을 유발하는 성격을 소유한 프릭스의 유일하게 봐줄 만한 점은, 적어도 그가 수감하는 자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만큼의 용기는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그레이브즈는 생각했다. 그레이브즈가 알아낸 바로는 프릭스는 이 수용소를 경쟁자 제거에 주로 사용했지만, 그레이브즈의 경우에는 좀 달랐다. 오래 전,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프릭스의 애첩 두 명을 납치하고 프릭스의 돈으로 1주일동안 호화찬란한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레이브즈가 빼돌린 돈을 추적했을 시점에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그는 이미 데마시아의 정복자 해변에서 사기를 치고 있었다.
프릭스가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날 더이상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꼴도 보기 싫었거든. 그 돼지 같은 얼굴이 누군가의 벽에 걸려 있으면 참 멋질텐데 말이야." 그가 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가중 처벌의 위험을 달고 있는 만큼, 그레이브즈는 각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프릭스가 으쓱거리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하지 않나?"
"난 벌레가 왜 돌아온건지 궁금해하지 않아. 그냥 더 세게 짓밟을 뿐이지."
"내가 너를 다루고 난 뒤에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프릭스가 내뱉었다. 그레이브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오래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생각하면 벼룩과도 같이 질긴 목숨이었다. 친구도 거의 없고 간수들은 프릭스가 어딘가에서 주워온 건달들이었던 만큼, 이제와서 고통은 처벌보다는 그냥 귀찮은 것에 불과했다.
"다음 번에 네놈이 오줌 지릴 때를 대비해 좀 제대로 된 음식이나 먹어."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그레이브즈, 왜 리그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뚱보 프릭스치고는 의외로 직설적인 질문이었지만, 어쩌면 발로란의 제일 강력한 조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조차도 달라지는가 싶었다.
"그걸 왜 물어보나? 내 과거는 모조리 알고 있을 텐데."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과거에서 튀어나온 새로운 목소리를 듣자 그레이브즈의 피가 끓었다. 프릭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본 그레이브즈는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철창을 꽉 쥐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네놈이 줏대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쓰레기와 한통속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구만!" 그레이브즈는 이런 재회를 꿈꿔왔던 것이 아니었다.
"이 자식─" 프릭스가 내뱉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표정은 침착했다.
"그레이브즈, 왜 리그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이 철창에서 내보내주면 왜인지를 확실히 보여주─" 그레이브즈가 울부짖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다시 물었다.
"왜 리그에─"
"네놈의 사기를 들춰내기 위해서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세상은 네가 무슨 '챔피언'이라고 믿을지 몰라도, 난 네놈이 어떤 놈 인지를 똑똑히 알고 있어. 네놈의 전부를 앗아가버릴테다. 내가 네 진실을 모두 까발린다면, 넌 그 누구도 속일 수 없게 될게다!"
그레이브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그를 예상보다 심하게 자극했던 것이었다. 그레이브즈는 속으로 다시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속마음을 드러낸 기분이 어떤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그레이브즈는 피가 다시 끓어올랐지만, 흥분하지 않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가시덤불에 걸터앉은 기분이군."이라고 그레이브즈가 중얼거렸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이번에는 소리내어 웃었다.
"다시 봐서 반갑군, 말콤."
그 말과 함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밖으로 나갔고, 프릭스 역시 그를 뒤따랐다. 단단히 열이 오른 그레이브즈는 철창이 갑자기 열리기 전까지 감방 안에 앉아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감방을 나섰고, 이윽고 난데 없이 총을 든 채 전쟁기관소 안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쇼였군.
그레이브즈는 이를 꽉 깨물고 총을 장전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그레이브즈였지만, 그렇게 보고 싶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