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펜재
1. 설명
Giffen's good
기펜재란 열등재 중에서도 소득효과의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더 커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수요량이 증가하는 상품을 말한다.
수요의 법칙[1] 의 예외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대체효과'''란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재화종류에 관계없이 항상 상대가격이 하락한 재화의 구입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효과를 말한다. 이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질소득 및 기타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특정 재화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소비자는 그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2]
이에 반해 '''소득효과'''란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게 되는데,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말한다. 예컨대 매달 치킨을 10마리 시켜먹는 소비자에게 있는데 치킨의 가격이 반으로 줄어들면 사실상 소비자는 치킨 값이 하락한만큼 소득이 증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통상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이 2가지 효과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즉, 대체효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소득효과로 인해 실질소득이 증가하였으니 실질적으로 증가된 소득만큼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정상재 가정).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면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열등재인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체효과로 인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소득효과로 인한 실질소득 증가에는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여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서로 상반된 효과를 지니게 된다. 이 때, 소득효과의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커서 가격이 하락/상승해도 오히려 수요가 감소/증가한 경우 이를 기펜재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열등재와 헷갈리기 쉬운데 기펜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등재이어야 하나 열등재라고 반드시 기펜재인 것은 아니다.
열등재는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가 오히려 감소하는 재화를 말하는데 열등재라고 해도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작다면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기펜재이려면 열등재이면서 동시에 '''소득효과의 절대적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훨씬 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품은 직관적으로도 생각하기 쉽지 않다. 우선 소득효과가 크려면 이 상품이 열등재이면서 동시에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 상품의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도 대체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소비자의 실질적인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그래서 기펜재는 학문적으로나 나오는 공허한 개념이라고 비판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으며 현실에서 명백히 기펜재인 것을 찾으면 노벨경제학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도 있'''었'''다.[3]
2. 예시
이론적으로는 기펜재가 있음이 증명되었지만 현실에서 기펜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꽤 힘들다.
과학적으로 기펜재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기펜재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어떤 집단의 특정 재화에 대한 평균적인 소비를 구하고, 그 값이 기펜재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경제란 보통 성장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집단이 경제성장을 겪게 되는데, 경제성장은 그 특성상 소득의 증가와 다양성의 증가를 같이 이루어낸다. 따라서 거의 모든 집단에 있어 그 집단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항상 소득효과와 대체효과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기펜재의 조건은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훨씬 커야 한다. 즉, 기펜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소득효과의 증가율이 대체효과의 증가율보다 유의하게 크고 그 결과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크게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집단 수준에서 발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기펜재를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명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펜재가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열등재는 재화이지만 열등한, 즉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소비가 줄어들 재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면 거의 모든 재화들은 기술발전에 의해 도태되면서 최종적으로 열등재가 된다(버스/엘리베이터 안내양, 전화교환원, 마부, mp3 플레이어, PC통신 등을 생각해볼 것.) 또한 대체효과가 존재하려면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그 대안을 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그 대안의 선택이 제한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이론적으로는 흡연자들은 더 몸에 해를 덜 끼치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선택할 수 있고, 3D 직업 종사자들은 직업교육을 통해 다른 직업으로 이전이 가능하며, 극단적인 예시로 염전노예들도 이론적으로는 도망쳐서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 가능하고 권력형 성폭력을 당하는 사람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퇴사하는 식으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들의 대안 선택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대안의 선택이 극도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기펜재의 논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4]
학계에서 기펜재의 예로 흔히 인용되는 것은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의 감자다. 당시에는 소득이 매우 제한되어, 감자 가격이 오르면 고기같은 다른 음식을 사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감자는 가격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어났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는 중국의 쌀 소비가 있다. Giffen Behavior and Subsistence Consumption (2008) 논문의 저자들은 중국의 극빈층에서, 쌀 및 밀이 기펜재였음을 보인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 논문은 처음으로 실제 현실에서 기펜재가 있음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Rising food prices and coping strategies: household-level evidence from Afghanistan(2010)[5] 에서는 2007~2008년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도시에서 밀이 기펜재의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 시세도 기펜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집을 구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전월세보다 마음편히 내집을 마련하는것이 가장 좋겠지만, 점점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자기 소유의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덩달아 전월세의 가격도 상승하지만 수도권 생활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집 임대 계약을 마다할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
3. 여담
- 기펜재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었으나 사실 기펜은 기픈의 일본식 발음이다. 따라서 몇몇 경제학자는 기펜재를 기픈재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재정학의 이준구 교수. Giffen을 기펜으로 표기하면 '-en'으로 끝나는 단어, 이를테면 Golden, Steven은 모두 골덴, 스테벤으로 써야하느냐면서 원어에 가까운 기픈이란 표기를 쓸 것을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그의 경제학 저서에는 모두 기픈재로 표기되어 있다.
- 인터넷에선 이걸 치코리타로 설명한 것이 유명하다. 링크 실제로 구글에 기펜재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기펜재 치코리타'가 나온다.
[1] 수요량은 가격에 반비례함. 다시 말해,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2] 예외적으로 완전보완재의 경우에는 대체효과가 0이다.[3] 기펜재를 찾아서 논문으로 발표까지 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 중 누구도 노벨경제학상과 가깝지는 않다.[4] 예를 들어 평범한 군인이라면 통장에 돈이 십만원, 백만원, 천만원씩 찍혀봐야 px에서 냉동이나 사먹게 된다. 하지만 사회에 나간다면 이들이 소비하는 행태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5] DOI:10.1596/1813-9450-5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