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은 매
1. 개요
마음씨 좋고 지혜로운 어진 원이 과부를 도와주는 전래동화다.
2. 줄거리
어느 시골마을에 남편과 아들 내외를 잃고 어린 손자손녀와 함께 사는 나이든 중년의 과부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사람들의 일을 도우며 품삯을 받아 손자손녀를 돌보며 살았고 소일삼아 닭 몇마리를 키우며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집 일을 도와주고 돌아와보니 손자와 손녀가 마당에서 하얗게 질린 경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손주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닭들에게 먹이를 주러 닭장으로 갔는데 닭들이 전부 죽어있었다고 얘기를 했다.
뭔가 이상해서 손주들과 함께 서둘러 닭장으로 달려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웬 매 한마리가 닭들을 죽이고 있었다. 과부는 소일거리로 키우던 닭들을 전부 매가 죽였으니 잔뜩 화가 나서 냅다 빗자루로 매를 때려 죽였는데, 이후에 하필 건달 중에서도 상건달로 불릴 정도로 성격이 험악한 매 사냥꾼이 들이닥쳐 남의 닭 죽인 것은 상관하지 않고 되려 자기 매를 죽였으니 당장 매값을 물라고 화를 내며 고래고래 윽박질러댔다.
과부 역시 방금 일로 화가 단단히 잔뜩 난 상태라 먼저 닭값부터 물지 않으면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응수했고 계속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결국 고을 원에게 나서서 일을 판결해달라 했다. 원은 마음씨가 좋은 사람이라 과부쪽에 마음이 더 갔는데 사실 이 사단이 일어난 것은 다 매 사냥꾼이 매 간수를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서 매 사냥꾼이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것도 있고 과부 가족은 가난해서 매값을 물 처지도 되지 못하니 과부를 돕기 위해 꾀를 쓰기로 했다.
먼저 원은 매 사냥꾼에게 매들은 보통 무엇을 잡느냐고 물어보았다. 사냥꾼은 매들은 보통 토끼나 꿩, 족제비같은 들짐승류를 잡는다고 한 뒤 원이 매 값을 물어보자 매 값을 올려받을 욕심으로 매들은 보통 둔한거라도 500냥은 넘게 나간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원은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솔개들은 무엇을 잡고 값이 얼마냐 물어보자 사냥꾼은 솔개들은 그냥 닭이나 개구리등만 잡고 값도 없어서 거저 준다고 대답했다.
이러니 원은 힘들일 필요 없이 간단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방금 과부네 닭을 잡은 매는 솔개이니 과부에게 죽인 닭값만 물라고 판결을 내렸다. 사냥꾼은 억울해했지만, 애초부터 자기 잘못으로 일어난 일인데다 이치에 맞는 말이고 원의 명이 지엄해서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울상을 지으며 닭값만 잔뜩 물어주게 되었다.
한편 과부는 사또의 멋진 판결에 기뻐하고 무척 감사해하면서 작은 보답이라도 하기 위해 이웃집 일을 돕고 품삯으로 얻은 수수를 방아로 찧어서 가루를 낸 다음 그 수수가루로 손녀와 떡을 빚은 뒤 팥고물을 묻혀 수수팥떡을 만들어 관아로 가지고 왔다. 사또는 이중 하나를 먹고 맛을 칭찬한 뒤 떡값으로 5푼을 과부의 바구니에 넣었다. 과부는 너무 황송하여 괜찮다고 사정했지만 사또는 고마움의 표시니 거절하지 말라고 달랜 뒤 남은 떡들은 아전과 포졸들에게 나눠달라고 했다.
과부가 떡을 모두 나눠주고 집으로 가자 원은 아전들과 포졸들을 집합시켜 얼마나의 떡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이방은 6개 정도를 먹었고 형방은 17개 남짓 되는 양을 먹었으며 나머지들도 제각각이었다. 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떡 1개당 못해도 3푼으로 쳐서 먹은 떡의 양만큼 과부에게 돈을 내라고 당부했으며 아전들은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착한 사람들이라 이내 사또의 뜻을 깨닫고 푼푼이 돈을 모아서 과부네 집으로 보내주었다. 이 돈으로 작은 밭을 사라면서....
과부는 원과 아전들의 친절한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 했으며, 원의 당부에 힘입어 작지만 기름진 밭을 사서 밭을 일구며 손자 손녀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