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아/배경

 


1. 개요
2. 설정 & 배경


1. 개요


마비노기 영웅전의 캐릭터 델리아의 배경을 설명하는 문서.

2. 설정 & 배경


따스한 햇볕이 내리는 가을날,

어느 왕국의 국왕과 왕비 그리고 그들과 같은 색의 밝은 금발을 가진 아이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풍을 떠나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잔뜩 긴장한 병사들이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고 그저 오랜만에 다 같이 바깥으로 나와 신난 아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장난감 나무칼을 들고 앞다투어 달려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활기차게 달려나가는 것은 막내인 델리아였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오빠들 사이에서 기세 좋게 ‘덤벼라!’ 하고 기사 흉내를 내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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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의 도전장에 오빠들은 제각기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덤벼들었다.

멀리서 바라보던 국왕은 또 델리아가 위험한 놀이를 시작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 못했지만, 왕비는 ‘아직 아이들이니 어쩌겠어요.’ 하고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달래었다.

막내딸의 일이라고만 하면 항상 과보호하려 드는 왕을 달래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멀리서 오빠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한 델리아가 예쁜 금발을 산발한 채 지금의 모습을 보았느냐며 엄마, 아빠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왕은 그날도 딸을 위해 가져온 고급스러운 인형들을 그대로 성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델리아가 아가씨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자 국왕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딸에게서 검을 빼앗았다.

검 대신 주어진 것은 수예와 사교댄스 수업 같은 것들이었다. 델리아는 당연히 반발했다.

기사가 되기 위해 왕국을 떠난 오빠들을 배웅하며 자신도 곧 따라가겠다고 한 것이 바로 이전의 일이다.

벌써 제 갈 길을 나아가고 있는 오빠들이 있는데 이런 소꿉장난 같은 수업을 얌전히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공주님! 델리아 공주님!”

수예 교습시간을 몰래 빠져나간 델리아를 찾는 시녀의 목소리가 넓은 복도 가득 울렸다.

몇 번이고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시녀는 곧장 왕궁 뒤편의 군사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걸로 5연승이지, 오빠?”

경합을 끝낸 델리아가 천진난만한 미소로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

칼을 쥔 채 땅바닥에 앉아 허탈한 웃음을 짓는 대전 상대는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막내 오빠였다.

“어험. 공주님, 대련이 끝난 뒤엔 예의를 갖추셔야 합니다.”

심판을 보던 검술 교관이 델리아에게 조심스럽게 주의를 시켰다.

“미안, 미안! 으흠, 수고하셨습니다.”

델리아는 교관의 말을 따라 꾸벅 인사했다.

“하하, 이런 실력이면 네가 나 대신 출전해도 되겠구나, 델리아.”

바닥에 주저앉아 델리아를 올려다보던 막내 오빠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곧 있을 원정에 자신도 함께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훈련만 받아온 오빠의 첫 실전 데뷔 소식이었다.

델리아는 활기차게 오빠를 응원했지만 내심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이전에도 큰오빠와 둘째 오빠를 전장으로 배웅한 적은 있었지만, 나이도 가깝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겨뤘던 상대인 막내 오빠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전장에 나간다는 것은 달갑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감정을 추스르며 델리아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훈련장을 떠났다.

국왕은 막내딸 델리아의 '기사 놀이'가 아무리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속을 썩이고 있었다.

말로 타일러도, 억지로 왕녀 교육을 시켜도 델리아가 전혀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막내 오빠의 출전 소식에 자극을 받은 델리아는 이전보다도 자주 수업을 도망쳐 조금이라도 많이 검술을 연습하려고 애썼다.

조용히 이어지는 아버지와 딸의 신경전에 먼저 손을 든 것은 아버지 쪽이었다.

자신을 냉랭하게대하는 딸을 견디다 못한 왕은 델리아에게 '왕녀의 책임을 다하면서 기사로서의 성과를 보인다면 기사가 되는 것을 허락하겠다.'라는 조건을 내밀었다.

분명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순순히 약속에 따라 검을 버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델리아는 앞으로는 수업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몰래몰래 검술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좋았다.

고민할 것도 없이 델리아는 흔쾌히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녀간의 신경전은 일단락을 맺었다.

그날 왕은 오랜만에 귀여운 막내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델리아는 왕국 기사단의 작은 부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델리아를 맡게 된 부대장은 왕에게 부탁받았으니 어쩔 수 없이 데려오기는 했지만 귀하게 자란 소녀는 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훈련 중에 델리아에게 상처라도 나는 날에는 감옥에라도 갇히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부대의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왕녀의 '기사 놀이'에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가진 일부 병사들은 델리아에게 허드렛일을 넘기거나 왕녀님, 왕녀님 하며 비아냥거렸다.

애석하게도 이런 병사들의 행동은 그들이 시키는 허드렛일도 즐겁게 해내며 꿈에 그리던 기사단 생활을 만끽하던 델리아에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루는 대련 중 서로 격앙된 나머지 상대였던 병사가 델리아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델리아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델리아에게 난 상처를 본 왕은 범인을 찾아오라며 노발대발 화를 내었다.

대련 상대였던 병사는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렸고 델리아를 싫어하던 무리는 언젠가 이럴 날이 올 줄 알았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병사에게 엄벌을 내리려 하는 왕을 막은 것은 델리아였다.

왕에게 냉정함을 되찾으라며 침착하게 설득하는 델리아에게서 소녀의 얼굴에 숨어있던 왕녀의 모습이 보였다.

왕은 딸의 일로 감정적이 되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사과했고 무고하게 잡혀 온 병사에게는 후한 보상을 치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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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었던 뒤 왕국 기사단에서 델리아를 무시하던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오히려 왕녀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델리아의 존재는 그녀와 훈련을 함께하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델리아는 머지않아 작은 전투나 원정에 함께 나가게 되었고 항상 원래 목표 이상의 결과를 얻어 돌아왔다.

전장에서 크고 작은 승리를 쌓으며 델리아는 왕이 원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차근차근 성장해갔다.

델리아가 왕녀와 기사로서의 일을 순조롭게 해내자 초조해진 왕은 딸이 속한 부대의 병사들에게 곧 있을 원정에서 델리아를 방해해 실패하도록 명령했다.

병사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왕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정에 나가자 돌변한 동료들의 태도에 애써 임무를 진행하려던 델리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무는 실패했고, 왕은 델리아에게 처음의 약속을 들먹이며 다시 한 번 검을 빼앗았다.

왕은 이때를 놓칠세라 서둘러 델리아를 이웃 국가와의 혼약자리에 내보냈다.

이웃 국가의 풍요롭고 발전된 모습과 왕자의 고귀한 성품은 아버지가 딸을 위해 얼마나 상대를 고르고 골랐는지 알려주었다.

하지만 델리아는 뾰로통한 얼굴로 앉아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도망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혼약을 거행하기 전 형식적인 행사들이 진행되던 중 왕자의 무용을 모여주는 검투회가 시작되자 델리아는 드디어 약간의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왕자의 검술 실력은 델리아의 흥미를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다.

다 못한 델리아는 말리는 시녀의 손길을 뿌려 치고 공들여 입혀놓은 드레스를 걷어 올리며 직접 투기장에 뛰어들었다.

초를 서던 병사의 칼을 빼앗아 들고 투기장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델리아는 조금 더 어릴 적 오빠들과 칼싸움을 하며 보였던 장난기 가득한 소녀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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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는 예정되었던 날보다 빨리 돌아왔다.

왕은 돌아온 시녀들에게서 그들이 검투회에 난입해 왕자를 검술로 때려눕힌 델리아와의 혼약을 정중히 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딸에게 한동안 근신할 것을 명했다.

왕궁에서 동떨어진 탑에 감금된 델리아는 이 왕국에서는 절대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델리아는 왕국과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왕녀로서 지녔었던 책임을 편지 한 장에 담고 달이 뜨지 않은 밤, 살며시 탑을빠져나갔다.

성벽에 다다랐을 때 즈음 순찰하던 병사가 왕궁을 빠져나가려던 델리아를 발견하였다.

발각되었다 생각한 델리아가 절망에 빠지기 전에 병사는 그녀에게 눈에 띄지 않고 빠져나갈 길을 알려주었다.

그 병사는 일전에 자신을 상처 입혀 아버지에게 부당한 처벌을 받을 뻔했던 자였다.

델리아는 조용히 감사인사를 하며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갔다. 병사는 알려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약간 특이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 것이라 했다.

어둠 속에서 병사가 알려준 방향만 믿고 정처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샌가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마을에 들어선 델리아는 이곳을 알려준 병사가 왜 약간 특이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을 포함해 건물이며 도구들이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커다란 그곳은 자이언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이방인의 방문을 받아들여 줬고, 델리아는 이곳을 알려준 병사의 이름을 아는 자이언트를 찾아 한동안 묵을 장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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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이방인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인지라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혈혈단신으로 찾아온 금발의 소녀는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이 되었다.

그들은 델리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델리아는 자신이 왕녀라는 것은 숨긴 채 그들이 묻는 것에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델리아의 진솔한 태도는 금방 그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누군가 이곳에 온 연유를 묻자 델리아는 기사가 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기사라는 말에 자이언트들은 눈을 반짝이며 델리아에게 실력을 보여달라고 분주히 자리를 만들었다.

뛰어난 체격을 가진 이들인 만큼 저마다 무예에 자신이 있고 관심 또한 많은 것 같았다.

델리아는 몰래 빠져나왔을 때 가져온 검을 들고 그간 열심히 수련해 온 검술을 자신만만하게 펼쳤다.

그들은 델리아의 정통 왕실 검술을 보고는 그런 무희 같은 움직임으로 무엇을 벨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비아냥거리는 속내가 없는 호탕한 웃음이었지만 델리아는 발끈해 또랑또랑 반박했다.

그런 델리아를 귀엽게 여기며 또다시 한바탕 웃음소리가 퍼졌다.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씩씩대는 델리아에게 그곳에 있던 자이언트 중 대장장이처럼 보이는 자가 커다란 검을 하나 건네주었다.

받아 든 그 칼은 꽤 묵직한 대검이었다.

"그 검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작은 검이오. 모름지기 무인이라면 이정도는 써 주어야 힘을 쓰지 않겠소, 껄껄.보아하니 연유가 있어 이곳에 온 것 같은데 이건 우리의 환영 선물이라 생각하시오, 형제여."

"전 형제가 아니거든요!"

반사적으로 대꾸하면서, 델리아는 완전히 대검처럼 보이는 이것이 마을에서 가장 작은 검이라는 것에 놀란 마음을 감추려 애썼다.

무언가 진 기분이 든 델리아는 한동안 마을에 묵으며 자이언트들에게 그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그 ‘대검’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델리아는 왕궁을 떠날 때 가져왔던 검보다 ‘대검’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그들이 알려주는 자유분방한 검술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었고 이것을 준 이들의 강인함이 자신에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델리아가 마을을 떠날 날이 다가왔고 검을 건네주었던 대장장이는 델리아에게 바다건너에 있는 '콜헨'이라는 마을에 대해 알려주었다.

실력 있는 용병단이 있는 마을이라며 기사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기에는 그곳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델리아는 단박에 콜헨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었다.

이전까지 너무 큰 마을에 있어 작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용병단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던 중 익숙한 체격의 사람이 보여 델리아는 무심코 말을 걸었다.

그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는 태도로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용병단을 찾고 있다는 델리아의 대답에 그는 자기가 용병단의 사람이라며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길을 나서려던 차 델리아의 등에 매여있는 대검을 본 그는 커다란 손으로 가볍게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검은 어디에서 구한 것이오?"

델리아는 이곳에 오기 전 있었던 자이언트 마을에 관해 설명했다.

"그곳에서 잘 지냈다면 이곳 콜헨에서도 금방 적응하겠구려."

이렇게 말한 남자는 무언가 그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눈앞엔 어느새 용병단의 건물이 보였다.

델리아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들어서려는 순간 멀리 보이는 종탑에서 큰 소리가 났다.

눈앞의 문이 벌컥 열리고 안에서 용병들이 나와 종탑을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자신을 안내해주던 남자도 가봐야겠다며 방향을 틀어 용병들이 향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델리아는 등에 매인 검을 확인하며 그를 따라갔다. 자신을 따라오는 델리아의 모습을 본 남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게 용병으로서 첫 일이 되겠구려. 어찌 보면 자네는 내 후배이니 앞으로 곤란한 일이 있으면 부탁하시오, 형제여!"

그는 커다란 손으로 델리아의 등을 퍽퍽 토닥였다. 많이 들어보았던 그의 말투에 델리아는 손자국이 남을 것 같은 등을 신경 쓰며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그러니까 전 형제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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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레녹 / 그림 : 미스터하슬라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