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키온
1. 개요
시노페의 마르키온(Marcion of Sinope; c. 85 – c. 160)은 초기 기독교의 이단 신학자이다. 말시온, 마르치온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아나톨리아 출신으로 2세기 초에 로마에서 이단 교리를 설파하다 파문당하고 독자적인 이단 교파인 마르키온파를 세웠다.
마르키온이 영지주의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유는 당시 영지주의는 개념이 남용되어 조선시대의 사문난적이나 일부 정치권의 종북몰이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 영성사 학자인 전영준 신부 등은 그의 강의에서 "영지주의자라기보다는 교계에 반한 독자적인 교단을 세우려 했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방효익 신부 등은 그의 저서 <영성사>에서 마르키온은 분명히 영지주의자였다고 말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영지주의자가 아닐 것이라는 설이 대세지만 영지주의자가 맞다는 설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2. 마르키온파(Marcionism)
마르키온에 의해 창시된 초기 기독교의 이단 종파.
마르키온은 유대교의 타나크와 동일한 내용인 구약성경을 배척하고 신약성경만을 정경으로 인정함으로써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유대교와 전혀 관계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마르키온은 독자적인 신약성경 정경인[1] '복음과 사도' 를 만들기도 했다.[2] 마르키온은 구약의 신과 예수를 보낸 신약의 신이 서로 다른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약의 신은 분노에 가득찬 존재이고 악의 창조자이며 이 신은 이스라엘만 사랑하고 다른 민족은 파괴하고자 하는 유대인들만의 열등한 민족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약의 신은 구약의 신과 달리 모든 인류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은혜와 사랑의 근원으로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자신을 계시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신약의 신이 구약의 신을 이겼으므로, 구약과 신약간의 연속성을 적극 부정했다.
마르키온의 이런 주장은 테르툴리아누스를 비롯한 당대의 교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제1차 니케아 공의회 이래로 확립된 정통 교회에서는 신약과 구약간의 연속성을 정통 교리로 채택함으로써 마르키온파는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이단으로 지정된 이후 기독교권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지만 의외로 근현대 들어서 성경에 비판적인 세속주의와 무신론 진영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약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율법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학살이나 전쟁 등 논란이 되는 부분이 대부분 구약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구약을 신랄하게 비판한 마르키온의 주장이 성경 비판론자들에 의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성경 비판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구약의 구절들 상당수는 사실 마르키온이 구약을 비판하면서 철저하게 깠던 구절들이기도 하다(...).
현대 들어서 이러한 마르키온의 구약에 대한 비판에 주목하여 일부 이신론 성향의 기독교인들이나 진보적인 기독교인 중에도 마르키온의 주장에 동조하여 폭력적이고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구약은 버리고 신약만을 정경으로 따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이러한 주장을 신마르키온주의(Neo-Marcionism)라고 하기도 한다. 당연히 종파를 가리지 않고 이단이기 때문에 주류는 아니다.
3. 기타
커맨드 앤 컨커3 케인의 분노에 등장하는 Nod의 반 케인파 블랙 핸드 장교인 마르시온의 이름이 여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