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
2. 심문학 개론[1]
5. 구 설정
5.1. 구 배경 1
5.2. 구 배경 2


1. 장문


바이는 자운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조차 나쁜 기억뿐이었다. 지하동굴의 고아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그녀는 생존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머리를 굴리는 법을 빠르게 배웠다. 바이를 한 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은 그녀가 주먹이나 말발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사실 말보다 주먹이 앞설 때가 더 많았다.
어릴 적 바이의 주변엔 그녀의 부모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운에서 흔히 발생하는 산업 사고로 비명횡사했을 거라 지레짐작만 할 뿐이었다. 바이는 낡은 고아원 '희망의 집'에서 자랐지만, 한 미치광이 지하동굴 채집꾼은 붕괴된 화약 실험실 폐허에서 아기 둘을 눕혀도 될 만큼 커다란 요람에 바이가 버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에 결국 바이는 호기심을 접었다.
개성 넘치는 분홍 머리 바이는 자운 거리에서 늘 소동을 벌이기 일쑤였다. 경계 구역 시장에서 성난 가게 주인들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블랙 레인즈의 화려한 상점가를 활보하기도 했으며 필트오버에 가기 위해 마법공학압식 승강기에 무단으로 올라타기도 했다. 싸울 일이 생기거나 사기칠 건수가 생길 때마다 바이는 빠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절대로 가난한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치거나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의 치기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대담하고 위험해졌고, 결국 바이는 직접 갱단을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성급한 다혈질이었던 그녀는 커서도 주먹에 의지하며 살았고, 얼굴에 난 상처는 아물 새가 없었다.
하지만 레인즈 변두리의 술집 주인을 멘토로 맞이한 이후로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에 따라 자제력 있게 싸우며 다른 방향으로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도 배워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는 묵묵한 해결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던 중 술집 단골이던 자운 광부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큰 건수와 대금 지급 방법에 대해 알게 됐다. 화공 남작들에게는 푼돈에 불과했지만, 바이 일당에게는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던 중 머릿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쩔 수 없이 바이 일당의 라이벌 갱단인 팩토리우드의 악마들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팩토리우드의 악마들 두목이 거대한 분쇄용 건틀릿으로 광산 주인을 죽이고 갱도 안에 광부들을 가두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바이의 갱단과 팩토리우드의 악마들은 돈을 가지고 이미 도망가 버린 뒤였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바이는 건틀릿을 장착했다. 조여드는 건틀릿 때문에 팔이 아팠지만, 바이는 고통을 감내하며 광부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텄다.
다음 날, 바이는 팩토리우드의 악마들을 찾아갔다. 손에는 여전히 분쇄용 건틀릿을 낀 상태였다. 그녀는 갱단 전체를 궤멸시켰고, 그날의 사건은 전설이 되어 오늘날까지 레인즈에서 회자되고 있다.
자운과 필트오버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대격동기에 바이는 자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자운의 심장부에서 발생한 대폭발 사고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둥, 동료들을 저버리고 먼길을 떠났다는 둥 갖가지 소문이 갱단 사이에서 돌았다. 결국 진실은 필트오버까지 발을 뻗은 극악무도한 갱단 '올드 헝그리 스카'가 필트오버 보안관에 의해 검거되면서 드러났다. 보안관의 새 파트너는 바로 바이였다.
한때 자운의 갱단 두목이었던 바이는 보안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무기도 달라져 있었다. 화학공학으로 작동되던 분쇄 건틀릿이 아닌 새 마법공학 건틀릿, 아틀라스 프로토타입이 양손에 장착돼 있었다.
바이가 왜, 그리고 '어쩌다가' 케이틀린과 일하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최근 필트오버를 혼돈으로 몰고 간 일련의 범죄 사건에 비추어 볼 때 파란 머리를 한 자운 출신의 골칫덩이와 연관이 있다고도 한다.

2. 심문학 개론[2]


필트오버의 ‘법의 전당’ 한가운데에 있는 금빛 방 안에서 바이는 애써 하품을 참았다. 동이 튼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고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수치의 방’에는 취객 몇 명이 잠들어 있었고, 안쪽 감옥에는 화약 장비를 장착한 폭력배 두 명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들이 필트오버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었는지 잠시 후 다른 경관들에게 물어 볼 참이었다.
바이는 철야 근무로 경직된 어깨를 천천히 돌렸다. 긴 시간을 일했더니 건틀릿의 무게에 두 팔이 저려 왔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 건틀릿을 벗어 던지고 두 주먹을 얼음물에 담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독한 술 몇 잔으로 잠을 청하고도 싶었지만 구치소로 즉각 출동하라는 케이틀린의 지시가 공압 모니터에 끊임없이 쏟아졌다. 바이는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뒤 모니터를 옆으로 밀었다. 한 시간 후, 바이는 의상실이 밀집한 동네의 비좁은 집을 나서 구치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하크노르 경관님,” 구치소에 도착한 바이가 사무직 경관에게 말했다. “케이틀린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 제 단잠을 깨우…”
“됐어, 그만.” 높다란 책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간밤에 이송된 죄수 목록을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가며 하크노르가 말했다. “지금 네 꿈 얘기 들을 기분 아니다.”
“진심이세요?” 바이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하크노르의 책상에 기대 눈가로 흘러내린 분홍 머리칼을 입으로 후 불었다. “이번엔 제대로였는데. 내용도 그럴 듯하고… 없는 게 없었어요.”
“그만하라고 했다.” 하크노르가 고개를 돌려 기소장을 집어 들고 바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케이틀린이랑 모한이 어젯밤에 마법공학 절도범을 잡아 왔어.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케이틀린 말로는 너라면 자백을 받아낼 수 있을 거라는데?”
기소장을 읽는 바이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데바키? 갈 데까지 갔구만.” 못 말린다는 듯 눈알을 굴리고 건틀릿을 장착한 손을 세게 주먹 쥐며 바이가 말했다. “전에 알던 녀석 맞아요. 제가 한 번 심문해 볼게요.”
하크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봐, 바이. 구치소로 외과의를 부르는 일은 다신 없었으면 좋겠어. 케이틀린 말대로 범인이 말도 못하는 상태로 검찰에 넘겨지면 안 되기도 하고.”
“근데 케이틀린은 어딨어요?” 바이가 물었다. “사람을 불렀으면 와서 인사를 해야지.”
“부두에 단서가 있는지 조사하러 갔어.” 하크노르가 말했다. “네가 혼자 심문할 수 있을 거라 하던데. 아닌가?”
“맞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바이가 몸을 돌려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데바키 이 자식, 몇 호에 있죠?”
“6호. 살살해. 또 벙어리 만들어 놓지 말고!”
“예, 예, 분부대로 합죠…” 바이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바이는 6호실에 도착하여 자물쇠를 풀었다. 보통은 다른 경관이 문 앞을 지켰겠지만 바이는 뒤를 봐 줄 사람이 필요 없었다. 데바키는 예전에 알던 사이였다. 팩토리우드 갱단과의 일이 틀어지기 전에 몇 번 같이 일한 적도 있었다. 데바키는 싸우는 일이 아니라 훔치는 일을 맡곤 했다. 그런 약골도 혼자 제압하지 못하면 경찰복을 벗어야 마땅할 것이다.
데바키는 돌로 만든 침대의 부스러진 모서리에 벽을 등지고 걸터앉아 있었다. 양 무릎을 가슴팍으로 끌어당겨 쪼그린 그는 한 쪽 팔을 감싸 안고 있었다. 손이 없는 듯 뭉툭한 팔 끝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그는 바이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이?”
“필트오버 경찰 인사드립니다.” 바이가 양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하자 감방 신세를 잠시나마 잊은 듯 데바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손은 왜 그래?” 바이가 물었다.
“너네 보안관이 총으로 날려 버렸어.” 데바키가 답했다. “그러는 네 손은?”
“업그레이드 좀 했지.” 마법공학 건틀릿을 들어보이며 바이가 말했다. 나지막히 윙 소리를 내는 건틀릿을 위압적으로 이리저리 돌려 보였다. “공격력도 여러 단계로 바꿀 수 있어. 이것만 있으면 벽 따위는 바로 부술 수 있지.”
“천공의 금고 이야기는 나도 들었어.” 과거의 바이, 레인즈의 바이에게 이야기하듯 데바키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바이가 그 때 그 바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한 놈이었다.
그는 붕대를 감은 팔을 들어 보였다. “나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브론지오네서 받은 고급 장비였는데. 그 보안관도 참… 쏴 버릴 것까진 없잖아.”
“물어내라고 해.” 두 발 앞으로 성큼 다가와 데바키를 들어올리며 바이가 말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데바키를 반대편 벽으로 던져 버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방에서 석고 먼지가 피어 올랐다.
바닥으로 떨어져 숨을 헐떡이는 데바키의 얼굴에 충격이 가득했다. “다른 경관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네가 들어온 거야?”
“좋게 말해서 듣질 않으니 내가 들어온 거지, 이 친구야.” 건틀릿의 공격력을 높이며 바이가 말했다. “이 아름다운 무기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빨리 바른 대로 불어.”
“아니, 잠깐! 지금 뭐하는 거야, 바이?” 데바키가 성한 손을 들고 일어나려 애를 쓰며 외쳤다.
“보면 몰라? 심문하고 있잖아.”
“근데 질문은 하지도 않았잖아!”
바이가 옆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네. 그럼 질문부터 해야겠다.”
바이는 팔을 뻗어 데바키를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세게 잡았다.
“그래, 훔친 마법공학 장비를 누구한테 팔려 했어?”
입을 꾹 다문 데바키가 통증에 움찔거렸다.
“에이, 이 정도 갖고 뭘 그래.” 바이가 데카비의 멍든 어깨를 놓아 주며 말했다. “이 주먹으로 네 얼굴을 계속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볼까?”
“아니, 싫어!” 데바키가 외쳤다.
“그럼 묻는 말에 대답해.”
“못 해.”
바이는 데바키를 한 대 더 칠지 고민하는 듯 턱을 괴고 있다가 씨익 웃어 보였다. 데바키에겐 건틀릿보다도 무서운 미소였다.
“지난 2년 동안 네가 친구들의 범죄를 모두 불고 다녔다고 레인즈에 소문을 내면… 난처해지겠지?”
“뭐?” 통증과 분노로 데바키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물론 사실은 아니지.” 바이가 말했다. “그래도 난 누구에게 말하면 될지 알고 있어. 네가 경찰의 하수인이라고 말만 흘리면 꽤 많은 사람이 거품을 물겠지.”
“그랬다간 난 죽어!” 데바키가 소리쳤다.
“이제야 좀 알아듣네.” 바이가 말했다. “빨리 불어. 체포되기 전에 저항했다고 소문내 줄 테니. 고문 당한 것처럼 눈에 멍도 만들어 줄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안 데바키의 어깨가 아래로 축 처졌다.
“그래, 말해 줄게.”
“좋아.” 바이가 말했다. “이제야 진도가 좀 나가는군.”

3. 진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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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운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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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 설정



5.1. 구 배경 1


바이는 한때 범죄자였지만 지금은 깨끗이 손을 씻고 필트오버의 법과 정의를 위해 악당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과거의 경력 덕분일까? 범죄자의 심리나 노하우를 누구보다도 쉽게 추리해내는 것이 그녀의 강점이다. 그뿐이라면 좋겠지만, 바이는 아직도 문젯거리가 생기면 고민할 것 없이 주먹부터 지른다. 그녀는 거대한 마법공학 건틀릿으로 무엇이든 때려 부수고, 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거친 말투를 구사하며, 대놓고 명령 체계를 무시한다. 모범생 타입의 파트너 케이틀린이 자꾸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틀린 역시 필트오버의 보안관으로서 범죄와의 전쟁에 바이의 힘이 꼭 필요하단 점만은 인정한다.
필트오버의 변두리 지역은 예부터 무법이 판치고 있었다. 그곳 출신인 바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도와 사기에 능통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마법공학 부품을 훔쳐내고 분해하면서 기계 공학을 깨우쳤고, 거친 거리 생활에서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기도 했다. 그녀는 여섯 살 때 쓰레기 같은 악질 갱단에 섭외되어 한 식구로 살게 됐고, 열한 살 무렵에는 그들의 인정을 받아 노련하게 미끼 노릇을 하면서 강도질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갱단이 광산을 습격했던 날 이후로 바이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갱단의 실수로 광산이 무너져버렸고 갱도 안에 갇힌 광부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던 것이다. 갱단과 함께 도망가느냐, 무고한 광부들을 구할 것이냐! 선택에 기로에 놓인 바이는 딱 한 번만이라도 영웅이 되고자 했다. 돌무더기 속에 매몰된 광부들을 구해내려 분투하던 바이에게 문득 부서진 로봇 굴착기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서둘러 굴착기의 거대한 주먹 부분을 떼어내 순식간에 마법공학 건틀릿으로 개조해냈다. 어린 소녀는 이 무거운 무기를 조그만 두 손에 장착하고는 팔을 높이 들어 강력한 펀치를 돌무더기에 날렸다. 바위가 터져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윽고, 바이는 광부들이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일 이후로 바이는 갱단과 깨끗이 연락을 끊었다. 그래도 돌아갈 곳이 범죄의 세계밖에 없었던 그녀는 늘 혼자서, 오로지 범죄자의 물건에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 임시변통으로 만들었던 마법공학 주먹을 훨씬 더 강하게 개량해 낸 후엔 강도들을 덮치고 장물을 빼앗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그리하여 바이의 악명이 필트오버의 유명한 보안관 케이틀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녀를 추적해 온 케이틀린은 수갑을 채우는 대신 깜짝 놀랄 제안을 했다. 필트오버를 위해 일하면서 사회에 진 빚을 갚아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바이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악당들을 혼내주면서 경찰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고? 이 이상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바이는 그 자리에서 케이틀린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 덕분에 케이틀린은 자기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바이가 규칙을 지키게 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이 필트오버의 범법자들을 모두 꼼짝 못하게 만드는 최고의 명콤비란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거 참 안됐네. 난 주먹이 두 갠데, 넌 얼굴이 하나 밖에 없으니 말야." ~ 바이'''

5.2. 구 배경 2


자운의 암흑가에서 범죄를 일삼던 다혈질 성격의 바이는 충동적이고 성급한 데다 권위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자라다시피 한 그녀는 생존 본능이 치열하고 유머감각은 사악할 만큼 냉소적이다. 하지만 이제 바이는 평화 유지를 위해 필트오버의 경찰 소속이 되어 육중한 벽을 단숨에 부술 만큼 무시무시한 마법공학 건틀릿을 휘두르며 범죄자를 색출하고 있다.
바이는 어린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남아있는 기억조차 나쁜 기억뿐이다. 악질 갱단과 어울려 다니면서 그녀는 생존을 위해 주먹과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웠고 두꺼운 낯짝도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바이를 한 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은 그녀를 주먹이나 말발로 문제를 빠져나가는 악동으로 기억한다. 사실 말보다 주먹이 앞설 때가 더 많지만...
어릴 적 바이의 주변엔 그녀의 부모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운에서 흔히 발생하는 산업 사고로 비명횡사했을 거라 지레짐작만 할 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바이가 동굴이 많은 절벽 내부의 낡은 고아원 ‘희망의 집’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어느 미친 오물 수거인은 병상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리다가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붕괴된 화약 실험소의 폐허 안에서 아기 둘을 눕혀도 될 만큼 커다란 요람에 바이가 버려져 있었다고. 오리무중 속에서 바이는 그냥 모르는 채 놔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부모에 대한 궁금증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이후 지하 갱단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바이는 갖가지 소문을 몰고 다녔다. 개성 넘치는 분홍 머리 바이는 자운 거리에서 늘 소동을 벌이기 일쑤였다. 반짝이는 국경 시장 거리에서 성난 가게 주인들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레인즈 시내의 화려한 상점가를 활보하기도 하며 마법공학 컨베이어벨트로 필트오버에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싸울 일이 생기거나 사기 칠 건수가 생길 때마다 주축이 되어 뛰어들곤 했다. 악명 높은 사고뭉치였지만 가난한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치거나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은 철저하게 지켰다.
바이는 커갈수록 점점 더 대담하고 위험한 일을 벌였고 급기야는 갱단을 직접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성급한 다혈질인 그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벌였다. 항상 이기긴 했지만 눈은 검게 멍들고 입술은 부르터져 있을 때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레인즈 변두리의 술집 주인과 몇 년 간 가깝게 지내면서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원칙을 세우고 자제력 있게 싸우며 다른 방향으로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도 배워 갔다.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오랜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는 갱단과 함께 자운 전역을 끊임없이 헤집고 다녔다. 거물급 화공 남작들이 바이와 그녀의 무리를 이용하며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 준 탓이었다. 바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해치우는 재목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바이는 자신과 갱단이 시민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확인하면서, 오랜 시간 범죄자로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이 나날이 심해졌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새 광물층이 발견된 광산을 다른 갱단과 함께 습격하고 약탈하는 과정에서였다. 술집에서 바이는 광물 대금 지급일에 대한 광부들의 대화를 엿듣고 광산을 약탈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을 시행하려면 일손이 더 필요했고, 썩 내키진 않지만 팩토리우드 갱단에 도움을 청했다. 광산을 습격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팩토리우드 두목이 로봇 채굴기의 거대한 분쇄용 건틀릿으로 광산 주인을 처치하면서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팩토리우드 두목은 로봇을 마구잡이로 움직여 광산 입구를 허물었고 그의 졸개들은 광부들을 광산 깊숙이 몰아넣었다. 잔혹한 학살과 파괴 행위가 눈 앞에 펼쳐지자 바이는 분노에 휩싸였다. ‘머저리들,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팩토리우드 갱단은 허겁지겁 돈을 챙겨 탈출했지만 광부들은 지하에 갇혀 있었고 산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바이는 죽어가는 광부들을 져버릴 수 없어 굴착기 로봇의 건틀릿을 서둘러 두 손에 장착했다. 건틀릿의 손목 부분이 팔을 조여 왔지만 꾹 참고 돌무더기를 헤쳐 광부들을 구조했다.
광부들이 모두 빠져나온 후 바이와 부하들은 나머지 돈을 챙겨 자리를 떴다. 다음 날, 바이는 건틀릿을 장착하고 팩토리우드 갱단을 찾아갔다. 오늘날까지도 자운 내 범죄 조직의 동경을 받고 있는 팩토리우드 갱단을 바이는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광산 습격의 실패는 바이에게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바이는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다시는 손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는 건틀릿을 간직하기로 하고, 난공불락의 요새에 침입하거나 금이나 장비 등 값진 물건을 지닌 무장 호송대를 기습할 때 화상을 입지 않도록 안전하게 개조했다.
자운과 필트오버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대격동기에 바이는 자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자운의 심장부에서 발생한 대폭발 사고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둥, 먼 길을 떠났다는 둥 갖가지 소문이 갱단 사이에서 돌았다. 진실은 필트오버까지 발을 뻗은 극악무도한 갱단 ‘올드 헝그리 스카’가 필트오버의 보안관에 의해 검거되면서 드러났다. 보안관의 새로운 파트너가 바이였던 것이다. 한 때 자운의 갱단 두목이었던 바이는 경찰 소속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무기도 달라져 있었다. 화약으로 작동하던 건틀릿이 마법공학 건틀릿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게다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경험이라도 한 듯 무언가 성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주먹이 앞서는 자운 거리의 바이는 깡패 생활의 최후를 미리 내다보고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바이가 케이틀린과 일하게 된 연유를 아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두 사람을 묶고 있는 비밀이 무엇일지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필트오버에 속출하는 최근의 범죄 사건을 감안하면 파란 머리를 한 자운 출신의 골칫덩이와 연관이 있다고도 한다.

[1] 케이틀린의 배경 이야기 "추적의 스릴"에서 이어진다.[2] 케이틀린의 배경 이야기 "추적의 스릴"에서 이어진다.